릴로

# 새벽 2시 3분, 응급실

응급실의 모니터 경보음이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서인호는 제세동기의 패들을 내려놨다. 심전도 화면은 평탄한 일직선을 그렸다. 가슴 압박을 멈추고 손을 떼는 순간, 선배 레지던트 김태호가 시계를 확인했다.

"시간입니다."

그 말 한 마디로 모든 게 끝났다. 심근경색 환자 이준영, 68세. 내원 15분 만에 회복 불능 상태. 응급실 의료진은 담담했다. 이건 일상이었다. 한 달에 50명 이상이 들어오는 응급실에서 죽음은 통계였다.

서인호가 시신을 덮으려 움직였을 때였다.

그것을 봤다.

환자의 가슴 속에서—정확히는 심장의 영역에서—검은 실이 끊어지는 광경. 아니, 끊어지려는 순간. 팽팽해진 실이 탁 끊어지는 그 순간, 환자의 몸이 경련하듯 떨렸다. 그리고 모든 게 어둠으로 흘러내렸다.

서인호의 눈이 벌어졌다. 심장이 요동쳤다. 손가락 끝이 저려왔다.

주변 의료진은 여전히 담담했다. 시신을 정리하고, 보호자에게 연락하고, 기록을 입력했다. 누구도 그것을 보지 못했다. 누구도 검은 실을 보지 못했다.

서인호 혼자만.

"수고했어. 다음 환자 준비해."

김태호의 목소리가 먼 곳에서 들려왔다. 서인호는 시신을 바라봤다. 이제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심장도, 검은 실도. 오직 진정한 의미의 침묵만.

---

그가 펠로우실로 간 건 새벽 3시였다.

24시간 대기실의 형광등은 항상 켜져 있었다. 스테인리스 스틸 테이블 위에 냉각된 커피와 누군가의 도시락이 어제 상태로 놓여 있었다. 벽에는 당직표와 수술 스케줄이 붙어 있었고, 누군가는 이미 소파에서 자고 있었다. 서인호는 거기 앉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앉았다.

한 시간이 지났다. 두 시간이 지났다.

"인호, 괜찮아?"

레지던트 박준영이 커피를 들고 옆에 앉았다. 서인호는 반응하지 않았다. 박준영은 잠시 그의 얼굴을 봤다가 다시 일어났다. 말은 걸었지만 대답은 기대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서인호의 입술이 움직였다.

"내가 뭔가 봤어."

"뭘?"

"모르겠어. 그런데... 분명히 봤어."

박준영은 다시 앉았다. 선배 의사가 자신을 걱정해주는 건 드문 일이었다. 이 병원에선 약한 모습은 곧 무능함의 증거였다. 하지만 박준영은 잠시 말없이 그를 봤다.

"응급실 일이야. 누구나 처음엔 힘들어."

"아니야. 그게 아니라..."

서인호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가슴을 누르고 있었다. 그곳에서 뭔가 끝나는 소리가 들렸다. 검은 실이 끊어지는 소리. 그리고 그 소리가 멈춘 후의 침묵. 환자의 침묵. 자신이 막지 못한 죽음의 침묵.

"그 환자... 뭘 할 수 있었을까."

박준영의 표정이 변했다. 이건 단순한 충격이 아니었다. 서인호는 뭔가를 자책하고 있었다. 의료인으로서 자신의 무력함을 느끼고 있었다.

"응급실에선 할 수 있는 게 제한돼. 내원 시점이 이미..."

"15분이었어. 내원 15분 만에 끝났어."

서인호는 박준영을 봤다. 그의 눈은 이상했다. 마치 뭔가를 보고 있는데, 그것이 현실이 아닌 다른 곳에 있는 것처럼.

"내가 왜 그걸 봤을까. 다른 사람은 못 봤는데."

"뭘 봤다고?"

"모르겠어."

서인호는 다시 가슴을 누르고 있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박준영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이 병원에선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죽음은 의료진의 책임이 아니라 숙명이었으니까.

응급실의 게시판에는 금월 통계가 적혀 있었다. 응급 환자 52명. 사망 환자 8명. 그 아래 작은 글씨로 '병원 지하 1층 장례식장 안내'가 적혀 있었다. 같은 층에는 신약개발실도 있었다. 죽음과 생명의 경계가 한 층에 있는 병원.

응급실의 의료진은 교대를 나갔다. 새로운 의료진이 들어왔다. 모니터는 여전히 울고 있었다. 이준영의 침대는 이미 다음 환자로 채워져 있었다. 그의 이름은 기록에만 남아 있었다. 응급 환자 52명 중 한 명.

서인호는 펠로우실의 옷장에서 수술복을 꺼냈다. 오늘 자신의 당직은 끝났지만, 그는 남아 있기로 했다. 다시 한 번 그것을 보기 위해. 자신이 본 것이 현실인지 환각인지 확인하기 위해. 아니면 다음 번엔 막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 때문에.

그것도 자신은 모르고 있었다.

---

사흘이 지났다.

서인호는 당직 스케줄을 자청했다. 평소 같았으면 이상하다고 했을 선배들도 최근 그의 모습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지만, 말하지 않았다. 병원은 그런 곳이었다. 누구나 각자의 문제를 가지고 있었고, 누구도 남의 문제에 간섭하지 않았다.

응급실의 모니터가 울음을 시작했다.

"심근경색 의심, 환자 나이 55세, 남성."

구급대원이 환자를 밀어넣었다. 서인호는 즉시 몸을 일으켰다. 심전도 기계가 작동했다. 의료진이 모여들었다. 흔한 응급 상황. 그런데.

환자의 가슴에서 검은 실이 흔들리고 있었다.

아주 희미하게.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거미줄처럼. 검은 실이 심장을 감싸고 있었고, 그것이 천천히, 매우 천천히 팽팽해지고 있었다.

서인호의 몸이 반응했다.

"지금 바로 수술실로!"

"아직 정확한 진단이—"

"지금 당장!"

그의 목소리는 명령이었다. 주변 의료진은 순간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지만, 그 명령의 무게감 앞에서는 질문할 수 없었다. 환자는 수술실로 옮겨졌다. 서인호는 그 뒤를 따랐다.

그의 손가락 끝이 저려왔다. 손끝에서 무언가 증발하는 느낌. 그것이 정확히 어디서 오는 건지, 그것이 정말 존재하는 건지, 아니면 자신의 환각인지.

서인호는 더 이상 구분할 수 없었다.

오직 검은 실만이 명확했다.

그것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

수술실의 불빛은 차갑고 무자비했다. 환자는 마취 상태로 누워 있었고, 서인호의 손은 이미 스크럽을 마친 상태였다. 간호사 김은지가 수술 기구를 정렬하고 있었다. 그녀는 서인호를 봤다. 그의 눈이 이상했다.

"서 펠로우, 진단이 확정됐나요?"

"심근경색. 관상동맥 폐색."

"어디?"

서인호는 답하지 않았다. 대신 환자의 가슴을 바라봤다. 검은 실은 여전히 보였다. 이번엔 더 선명했다. 마치 누군가 검정 바늘로 수놓은 것처럼, 심장 근처에서 소용돌이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점점 팽팽해지고 있었다.

"여기야."

손가락으로 정확한 위치를 가리켰다. 심초음파나 혈관조영 없이. 김은지는 눈을 좁혔다. 그건 경험이나 직관으로는 나올 수 없는 정확도였다. 의료인으로서 그녀가 감지한 것은 명백한 비정상성이었다.

"메스."

칼이 손에 들렸다. 서인호는 숨을 길게 들었다. 그 순간, 무언가가 변했다. 공기가 달라졌다. 아니, 자신의 감각이 달라졌다. 마치 손끝 너머의 세계가 훨씬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한 것 같았다. 검은 실의 움직임, 심장의 박동, 혈관의 수축과 이완, 모든 것이 동시에 눈에 들어왔다.

손가락이 저려오기 시작했다. 수술 중인데도. 마치 뭔가가 손끝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것처럼.

첫 절개.

칼이 피부를 가르고 지나갔다. 붉은 선이 생겼다. 핏방울이 맺혔다. 김은지가 거즈로 지웠다. 그 다음이 중요했다. 심장까지 가는 길. 보통 의사들은 해부학 교과서대로, 또는 경험상 알려진 경로를 따른다. 하지만 서인호는 다르게 움직였다.

"각도 조정. 왼쪽 아래로."

"왼쪽? 심장은 중앙이잖아요."

"내가 뭐라고 했어?"

목소리가 차가웠다. 김은지는 각도를 조정했다. 그리고 그 다음, 정확하게 폐색된 혈관이 드러났다. 정상적인 경로보다 훨씬 더 빨리, 그리고 더 명확하게. 다른 의료진들이 놀랐다. 레지던트들의 눈이 커졌다. 김은지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이게 가능한가?"

"가능하지."

서인호는 폐색 부위를 관찰했다. 검은 실이 거기 있었다. 심장 깊숙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그것이 끊어지는 순간까지는 아마 5분. 아니, 3분일 수도 있었다. 시간의 감각이 왜곡되기 시작했다. 마치 영화 필름처럼 한 프레임씩 느껴졌다.

"인공심폐기 준비됐나?"

"아직 완전히—"

"지금 당장 돌려!"

다시 그 명령조의 목소리. 이번엔 더 강했다. 응급실과는 다른 어떤 권위가 실려 있었다. 팀의 모든 사람이 움직였다. 인공심폐기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환자의 혈액이 기계를 통해 순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인호의 손이 움직였다.

메스는 거의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는 각도로, 의학 교육에서 배우지 않는 방식으로. 하지만 그것이 정확했다. 폐색된 혈관이 드러났다. 검은 실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마지막 한두 줄만 남아 있었다.

서인호의 시야가 흐려졌다. 손가락이 저린 것을 넘어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느낌. 마치 자신의 일부가 사라지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손은 멈추지 않았다.

"바이패스 준비."

"어느 혈관으로?"

서인호는 보고 있었다. 검은 실이 보여주는 길을 따라. 그곳이 최적의 경로였다. 마치 누군가 길을 그려놓은 것처럼. 마치 자신이 따라야 할 길이 이미 정해져 있는 것처럼.

"우측 내흉동맥과 좌전하행지. 연결."

수술은 계속됐다. 한 시간. 그 다음 한 시간 더. 서인호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땀이 흘렀지만, 그는 닦지 않았다. 마스크 아래로 얼굴이 창백해졌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손가락의 저림이 점점 심해졌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봉합.

검은 실이 끊어졌다.

정확히 그 순간, 모니터의 심전도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규칙적인 파형. 건강한 심장의 박동. 환자는 살았다.

수술실의 모든 사람이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서인호는 그 순간을 느끼지 못했다. 성공감보다 먼저 밀려온 것은 다른 것이었다. 이준영의 얼굴이 눈앞에 떠올랐다. 68세, 심근경색, 내원 15분 만에 끝난 환자. 자신이 보고도 막지 못한 죽음. 그 환자의 가슴에서 검은 실이 끊어질 때의 그 무력함이 다시 몸을 휘감았다.

이 환자를 살렸다. 하지만 이준영은 죽었다.

왜 그때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가.

서인호의 코에서 뭔가 흘렀다.

"펠로우님?"

간호사 김은지가 손을 내밀었다. 서인호는 손등으로 코를 닦았다. 빨간색이었다. 코피. 수술 중엔 느끼지 못했는데, 이제야 흘러내렸다. 한두 방울이 아니라 계속 흘렀다.

"괜찮으신가요?"

"응. 괜찮아."

거짓이었다. 손가락 끝이 저려왔다. 아니, 저린 게 아니라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마치 자신의 일부가 투명해지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것을 멈출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서인호는 수술실을 나갔다.

---

펠로우실의 거울 앞에 섰을 때, 그는 자신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시야가 흐려져 있었다. 손을 들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코피는 계속 흘렀다. 손등에 묻은 피를 닦으려다 멈췄다.

손가락이 반투명해 보였다.

아니다. 그럴 리 없다. 다시 봤다. 정상이었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마치 누군가 그의 가장자리를 천천히 지워나가고 있는 것 같았다.

응급실에서 벨이 울렸다.

"심근경색 의심, 환자 나이 62세, 여성. 지금 응급실 도착!"

서인호는 거울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의 손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수술복을 집었다. 신발을 신었다. 응급실로 향했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펠로우실 문을 나서는 순간, 그는 깨달았다. 이제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자신이 선택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따라야 할 길이 있다는 것을. 마치 누군가 내 눈 뒤에서 실을 잡아당기는 것처럼.

---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그는 봤다.

새로운 환자의 가슴에서, 또 다른 검은 실이 흔들리고 있었다.

희미하게.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그것이 끊어지기까지의 시간을 서인호는 정확히 알 수 있었다.

2분 47초.

정확히.

박준영이 옆에 섰다. 그의 얼굴에는 의문이 가득했다. 응급실 도착 후 불과 몇 초 만에 펠로우가 나타났고, 정확한 진단 없이 수술을 지시하려는 모습이 비정상적이었다.

"서 펠로우, 아직 심초음파도—"

"2분 47초. 그게 남은 시간이야."

"뭘 기준으로 그런 말을..."

서인호는 박준영을 보지 않았다. 환자의 가슴만 보고 있었다. 검은 실이 보여주는 길. 그것이 끊어지는 순간까지의 정확한 시간.

"수술실로. 지금."

"잠깐, 이건 비정상이야. 진단 없이 수술을 강행할 수 없어."

김은지도 나섰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단호했다. 의료 윤리의 문제였다. 펠로우의 지시만으로 응급 수술을 진행할 수 없다.

"내가 책임진다."

"그게 아니라, 이건 의학적 근거가—"

서인호는 환자를 보고 있었다. 이준영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68세, 심근경색, 내원 15분 만에 끝난 환자. 그리고 이 여자. 아직 살아 있는 이 여자. 자신이 이번엔 살릴 수 있는 환자.

이 환자를 살리면, 이준영을 살린 건가.

그 생각이 떠올랐을 때, 서인호는 움직였다. 환자의 침대를 직접 밀었다. 의료진이 뒤를 따랐다. 박준영과 김은지의 제지는 그의 결연한 표정 앞에서 말을 잃었다. 이건 단순한 의료 판단이 아니었다. 이건 신념이었다. 아니면 집착이었다.

수술실 문이 열렸다.

---

수술실 밖, 응급실 통제실.

원장 노재훈이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응급 환자 수술 기록이 떴다. 펠로우 서인호. 진단: 심근경색, 관상동맥 폐색. 시간: 새벽 4시 12분.

그리고 그 옆에 또 다른 기록.

4시간 전, 같은 펠로우가 진행한 수술. 환자 나이 55세. 진단: 심근경색, 관상동맥 폐색. 수술 시간: 2시간 34분. 결과: 성공.

노재훈의 눈이 좁혀졌다. 심초음파나 혈관조영 기록이 없었다. 진단 근거가 명확하지 않았다. 그런데 수술은 성공했다. 두 번이나.

"최 과장."

최태성 과장이 다가왔다.

"펠로우 서인호. 어떤 인물입니까?"

"평범한 펠로우입니다. 특별한 기록은—"

"평범한 펠로우가 진단 근거 없이 수술을 강행하고 성공하나요?"

최태성의 얼굴이 굳었다. 그가 모니터를 봤다. 기록을 읽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지금 또 수술 중입니다."

"같은 환자입니까?"

"아니. 새로운 환자."

노재훈은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심전도 파형이 떨렸다. 수술실에서 무언가 일어나고 있었다.

"펠로우 서인호를 조회해봅시다."

---

수술실 내부.

서인호의 손이 움직였다. 검은 실이 끊어지는 길을 따라. 정확하게. 의심의 여지 없이. 김은지의 눈이 점점 커졌다. 이건 의학이 아니었다. 이건 뭔가 다른 것이었다.

"이게... 어떻게..."

서인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손가락이 저렸다. 코피가 흘렀다. 시야가 흐렸다. 하지만 검은 실은 명확했다.

마지막 봉합.

검은 실이 끊어졌다.

모니터의 심전도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

수술 후, 펠로우실.

서인호는 거울을 봤다. 손가락이 반투명해 보였다. 이번엔 확실했다. 아니, 아니다. 다시 봤다. 정상이었다. 하지만 뭔가 빠져나가고 있다는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는 게 이상했다. 마치 자신의 시간이 다른 속도로 흐르고 있는 것 같았다. 손가락의 저림. 코피. 시야의 흐림. 이 모든 것들이 자신이 뭔가를 잃어가고 있다는 신호였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응급실에서 또 벨이 울렸다.

"심근경색 의심, 환자 나이 71세, 남성. 지금 응급실 도착!"

서인호는 거울에서 눈을 떼고 일어섰다. 손가락이 떨렸다. 코피가 흘렀다. 하지만 그는 움직였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아니, 이미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 누군가 자신의 눈 뒤에서 실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실이 끊어질 때까지, 자신은 계속 움직일 것이었다.

응급실로 향하는 복도에서, 이준영의 얼굴이 다시 떠올랐다. 68세, 심근경색, 내원 15분 만에 끝난 환자. 그리고 지금 이 71세 남자. 또 다른 환자. 또 다른 죽음을 막을 수 있는 기회.

이 환자를 살리면, 이준영을 살린 건가.

그 질문은 반복되고 있었다. 매번 같은 답으로. 아니다. 이준영은 죽었다. 그리고 이 환자를 살린다고 해서 그가 돌아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응급실의 문이 열렸다. 새로운 환자의 가슴에서, 또 다른 검은 실이 흔들리고 있었다.

희미하게.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서인호는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있었다.

3분 22초.

정확히.

그리고 그 순간, 자신이 뭔가 더 잃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밀려왔다. 손가락의 저림. 코피. 시야의 흐림. 이 모든 것들이 가속화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수명이 깎여나가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손은 멈추지 않았다.

"지금 바로 수술실로!"

명령이 나왔다. 의료진이 움직였다. 환자가 옮겨졌다. 서인호는 그 뒤를 따랐다.

손가락이 저렸다. 코피가 흘렀다. 시야가 흐렸다.

하지만 검은 실은 명확했다.

그것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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