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이문호의 검이 공중에서 멈췄다.

한유의 손 위로 검기가 피어오르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광채가 아니었다. 32명의 죽음이 한 점으로 응축되어, 마치 누군가의 목숨이 한 번에 타올랐다 꺼지는 그런 빛이었다. 이문호는 검을 거두지 않았다. 대신 한유의 얼굴을 바라봤다.

"당신은 왜 검을 놓는가?"

질문은 비수처럼 날카로웠다. 이문호의 검은 한유의 가슴팍을 향해 있었고, 한유의 검은 이미 내려져 있었다. 천경의 밤거리, 좁은 골목 속에서 두 검객이 마주섰다. 뒤로는 백영이 서 있었고, 지붕 위 어딘가에서 연화가 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유는 대답하지 않았다. 입을 열었다 다시 다물었다. 이문호가 다시 물었다.

"황제의 명령이 곧 정당성이다. 그것이 검객의 도리다. 당신은 왜 그것을 거부하는가?"

그 순간이었다.

한유의 눈이 변했다. 검푸른 눈동자 안에 누군가의 죽음이 비쳐 올랐다. 첫 번째 검객의 죽음. 황제의 부정의한 명령 앞에서 무릎을 꿇지 않다가, 창검에 꿰뚫린 가슴 위로 피가 흐르던 그 순간. 그 다음 두 번째, 세 번째, 열 번째의 죽음들이 한유의 눈빛 속에 차곡차곡 쌓였다. 말이 아니라 죽음 자체가 응답하고 있었다.

이문호는 한 발 물러섰다.

한유가 검을 들었다. 이전의 검이 아니었다. 황제검법을 온전히 깨우친 검이 아니라, 더 깊은 것이었다. 32명의 죽음이 한 줄기 검기로 변환되면서, 한유의 손이 떨렸다. 손가락 끝에서 세어질 정도로 미세한 떨림이었지만, 그것은 고통이 아닌 분노였다. 32명의 분노가.

"정당성?"

한유가 말했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속에는 32개의 울음이 겹쳐 있었다.

"정당성은 명령에서 나오지 않는다. 명령이 정당하려면, 그것을 거부할 수 있는 검객들이 있어야 한다."

검이 부딪혔다.

이문호의 검이 밀려났다. 한유의 기연이 발동했고, 그 속에서 황제검맥의 16번째 검객의 기억이 터져 나왔다. 그 검객은 황제의 명령으로 무고한 백성들을 죽이라는 지시를 받고, 검을 거꾸로 들어 자신의 배에 꽂았던 자였다. 그 죽음의 기억이 한유의 손을 움직였다. 이문호는 후퇴했다. 한유는 따라가지 않았다.

다시 검을 내렸다.

"당신이 묻는 이유를 안다. 당신도 혼란스러우니까."

한유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번에는 분노 때문이 아니라 고통 때문이었다. 기연을 사용한 직후였다. 몸 안에서 16명의 죽음이 아직도 울고 있었다.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 피를 토하는 소음, 마지막 숨을 쉬는 윤음. 모두가 한유의 신체를 통과하고 있었다.

이문호가 검을 거두지 않았다. 하지만 공격하지도 않았다.

"당신은 왜 검을 놓는가?"

세 번째 질문이었다.

한유는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미친 듯이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이문호는 같은 질문을 계속 던지고 있었다. 마치 자신도 그 질문의 답을 알고 싶어 하는 것처럼.

"살기 위해서다."

한유가 대답했다.

"검을 놓지 않으면, 죽음이 나를 먹어 삼킨다. 32명의 죽음이. 그것들이 나를 대체한다. 그러면 나는 더 이상 한유가 아니다. 명령을 따르는 기계가 된다. 당신처럼."

이문호의 얼굴이 굳었다. 검이 흔들렸다. 아주 작게, 하지만 명확하게.

그것을 본 순간, 백영이 움직였다. 한유가 쓰러질 것을 알았다. 기연 사용 후 오는 정신 붕괴의 조짐이 보였다. 한유의 다리가 휘청거렸고, 백영이 팔을 잡았다. 이문호는 그대로 서 있었다. 검을 내리지도, 올리지도 않은 채.

"다음에 뵙겠습니다."

이문호가 말했다. 비소(卑笑)였는지, 진심이었는지 알 수 없는 목소리로.

그는 돌아섰다.

밤거리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그의 뒷모습은 마치 자신도 어딘가로부터 도망치는 것처럼 보였다.

---

연화는 지붕 위에서 내려왔다. 한유와 백영을 발견했을 때, 한유는 이미 백영의 팔에 기대어 있었다. 얼굴은 창백했고, 입가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기연 사용 후의 반동이었다. 신체가 죽음의 기억을 토해내고 있었다.

"움직이지 마라."

연화가 말했다. 백영이 고개를 들었다. 연화의 손에는 단검이 없었다. 그것이 백영을 놀라게 했다. 황실 암살자가 무장하지 않은 채 나타난 것은 처음이었다.

"황제의 명령이 바뀌었다."

연화가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한유를 바라보고 있었다.

"죽이되 죽인 것으로 보이지 않게. 그런 명령을 받았다."

침묵이 흘렀다.

"그건 살인이 아니라, 자살처럼 보이게 하라는 뜻이다."

연화가 계속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속에는 분노가 실려 있었다.

"황제가 원하는 것은 한유의 죽음이 아니라, 한유가 스스로 죽은 것처럼 보이길 원한다. 그러면 검맥의 정통성이 죽음 속에 묻혀버린다. 어떤 저항도, 어떤 증명도 불가능하게."

백영이 한유를 더 강하게 잡았다.

"그래서 난 하지 않겠다."

연화가 단검을 땅에 내려놨다. 그것은 상징이었다. 더 이상 황실의 검이 아니라는 선언.

---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천경의 거리는 여전히 황실 검객들로 가득했다. 그들은 한유를 찾고 있었다. 곳곳의 골목에서 횃불이 흔들렸고, 검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한유는 이미 더 깊은 어둠 속으로 사라져 있었다.

백영은 한유를 옮기고 있었다. 어디로든 가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장소로. 천경의 밤거리 어딘가에 있다는 황제검맥의 비밀 도장으로. 그곳에는 또 다른 검객이 기다리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한 팔로 검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포기한 검객이라 불리는 자가.

구화.

그 이름은 아직 한유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머지않아 들을 것이었다.

연화는 지붕 위로 올라갔다. 황실의 보고를 할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무엇을 보고할지 이미 정했다. 거짓을. 한유가 죽었다고. 그가 스스로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다고. 기연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그것은 거짓이면서 동시에, 어떤 의미에서는 진실이었다.

한유는 지금 죽어가고 있었다. 32명의 죽음 속에서, 천천히.

그리고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

밤이 깊어가던 시각, 한유는 의식을 잃었다.

꿈속에서 그는 또 다른 죽음을 보고 있었다. 17번째 검객의 죽음. 그 검객은 황제의 부정의한 명령을 거부하고, 검을 내려놨던 자였다. 명령을 거부한 대가는 처형이었다. 하지만 그 검객의 죽음 직전 표정은 평온했다. 마치 자신이 정당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자의 표정이었다.

한유는 그 얼굴을 바라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것이 이문호가 던진 질문의 진정한 의미였다는 것을.

"당신은 왜 검을 놓는가?"

그것은 고발이 아니라, 질문이었다. 이문호 자신을 향한.

한유가 눈을 떴을 때, 밤은 이미 새벽으로 변해 있었다. 창밖으로는 첫 햇빛이 천경의 지붕을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한유의 손 위에는 여전히 32명의 죽음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울고 있지 않았다.

저항하고 있었다.

---

이문호는 황제 유신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한유를 놓쳤습니까?"

황제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속에는 분노가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었다.

"아닙니다. 황제폐하."

이문호가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충절의 것이었지만, 무언가가 흔들렸다.

"그럼 왜 돌아오셨습니까?"

황제가 물었다.

이문호는 입을 열었다 다시 다물었다. 그가 대답할 수 없는 것은, 자신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왜 자신이 한유를 놓아줬는지. 왜 자신이 검을 내려놨는지.

단지 그 순간, 한유의 눈빛 속에서 본 것이 있었다.

32명의 죽음이 아니라, 32명의 거부.

그것이 이문호를 멈추게 했다.

"명령을 재수행하겠습니다. 황제폐하."

이문호가 말했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황제도 알고 있었다.

황제 유신은 창 밖을 바라봤다. 천경의 아침은 여전히 평온해 보였다. 하지만 그 아래에서는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한유는 살아 있었고, 검을 들고 있었으며,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이제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 황제의 검, 거지의 손 4화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천경의 거리는 여전히 황실 검객들로 가득했다. 곳곳의 골목에서 횃불이 흔들렸고, 검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한유는 이미 더 깊은 어둠 속으로 사라져 있었다.

백영은 한유를 옮기고 있었다. 어디로든 가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장소로. 천경의 밤거리 어딘가에 있다는 황제검맥의 비밀 도장으로. 그곳에는 또 다른 검객이 기다리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한 팔로 검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포기한 검객이라 불리는 자가.

구화.

그 이름은 아직 한유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머지않아 들을 것이었다.

연화는 지붕 위로 올라갔다. 황실의 보고를 할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무엇을 보고할지 이미 정했다. 거짓을. 한유가 죽었다고. 그가 스스로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다고. 기연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그것은 거짓이면서 동시에, 어떤 의미에서는 진실이었다.

한유는 지금 죽어가고 있었다. 32명의 죽음 속에서, 천천히.

그리고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

이문호는 황제 유신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황실의 내전실. 벽을 따라 늘어선 촛불들이 일렁이며 황제의 얼굴을 밝혔다 어둡혔다를 반복했다. 그 표정은 차분해 보였지만, 눈빛 속에는 무언가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한유를 놓쳤습니까?"

황제의 목소리는 낮았다. 그것이 더 위험했다.

"아닙니다. 황제폐하."

이문호가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충절의 것이었지만, 무언가가 흔들렸다. 자신도 느낄 수 있었다. 그 떨림을.

"그럼 왜 돌아오셨습니까?"

황제가 물었다. 손가락으로 팔걸이를 두드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이문호는 입을 열었다 다시 다물었다. 그가 대답할 수 없는 것은, 자신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왜 자신이 한유를 놓아줬는지. 왜 자신이 검을 내려놨는지.

단지 그 순간, 한유의 눈빛 속에서 본 것이 있었다.

32명의 죽음이 아니라, 32명의 거부.

"명령을 재수행하겠습니다. 황제폐하."

이문호가 말했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황제도 알고 있었다.

황제 유신은 팔걸이에서 손을 떼고 이문호를 바라봤다. 그 눈빛은 차갑지 않았다. 오히려 깊은 피로감이 서려 있었다.

"이문호. 당신은 나를 위해 검을 들었습니다. 맞습니까?"

"예. 황제폐하."

"그럼 나를 위해 검을 놓을 수도 있습니까?"

침묵이 떨어졌다. 촛불이 타는 소리만 들렸다.

"당신의 정체성이 나에게 있다면, 나를 잃으면 당신은 누구입니까?"

황제가 물었다. 그것은 질문이라기보다 저주였다.

이문호는 무릎을 꿇은 채로 머리를 들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황제가 던진 그 질문이 정확히 누구에게 던져진 것인지.

자신이 아니라, 황제 자신에게.

"한유의 추적을 계속하시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자를 보내겠습니다."

황제가 말했다.

"그리고 이문호. 당신은 다시 내 곁에 있으시오. 내가 당신의 정체성을 잃게 할 수는 없으니까."

그것은 신임이 아니었다. 통제였다.

---

천경의 동쪽 거리. 낡은 선술집의 지하실.

한유는 깨어났다. 천장이 낮고 축축한 곳이었다. 흙냄새와 곰팡이냄새가 섞여 있었고, 한 구석에는 물이 고여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안전했다. 황실 검객들이 찾을 수 없는 곳이었다.

백영이 손에 진을 들고 앉아 있었다.

"정신을 잃었다. 12시간 동안."

백영이 말했다.

"32명의 기억이?"

한유가 물었다. 목이 쉬었다.

"예. 당신의 몸이 견디려고 저항했다. 의식이 깨어날 때마다 기억이 들어오려 하자, 신체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의식을 끊었다."

백영이 진을 한 모금 마셨다.

"이것이 저주의 진정한 형태입니다. 힘이 아니라 고통. 힘이 아니라 죽음. 당신이 견딜수록 당신은 죽어갑니다."

한유는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손가락 끝이 파래 있었다. 마치 시체의 손가락처럼.

"이문호가 왜 나를 놓아줬는가?"

한유가 물었다.

백영은 진잔을 내려놓고 한유를 바라봤다. 흐린 눈이었지만, 그 속에는 무언가가 보였다.

"그도 알지 못합니다. 그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하지만 그것이 더 위험합니다."

"왜?"

"자기가 모르는 행동을 한 자는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황제에게 돌아가든지, 아니면 자신이 모르는 그 무언가를 추구하든지."

백영이 일어섰다. 한 손으로 벽을 짚었다.

"이문호는 이제 혼란 속에 있습니다. 그리고 혼란한 자는 가장 위험한 검객입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무엇을 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 지하실의 입구에서 소리가 났다. 발걸음 소리. 한 명이 아닌 여러 명.

백영과 한유는 동시에 몸을 날렸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던 것은 황실 검객들이 아니었다.

한 팔을 잃은 남자가 서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 있었다. 하지만 그 눈빛은 차갑고 깊었다.

"백영이. 그리고 저 녀석이 유명한 거지 검객인가?"

구화가 말했다.

---

연화는 지붕 위에서 그것을 모두 보고 있었다.

황실로부터 받은 명령은 명확했다. 한유를 죽이되, 죽인 것으로 보이지 않게. 자연스럽게. 마치 기연의 고통으로 인한 자살처럼.

그 명령의 이상함이 연화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왜 '죽인 것으로 보이지 않게'인가? 왜 황제는 한유의 죽음을 숨기려 하는가? 만약 진정으로 한유를 제거하고 싶다면, 공개적으로 처형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검맥의 마지막 후예를 죽였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면서.

그런데 왜 숨기는가?

연화는 천경의 지붕을 타고 움직였다. 한유를 추적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찾고 있었다. 답을.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녀는 한유를 발견했다.

밤거리의 한 골목에서, 혼자서.

---

밤은 깊었다. 천경의 남쪽 거리, 폐허가 된 절터 근처.

한유가 손을 들었다.

32명의 기억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게 떠올랐다. 백영이 말했던 대로, 그들은 저항하고 있었다. 단순히 죽음의 기억이 아니라, 죽음 속에서의 저항의 기억이.

한유는 기연을 발동했다.

32명의 검기가 한 점으로 모여들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마치 자신의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 마치 자신의 영혼이 32개로 분열되는 듯한 고통.

한유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비명이 아니었다.

32명의 죽어가는 비명. 겹쳐진 목소리들이 한유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한 명이 아닌 32명이 동시에 죽어가는 그 소리. 그 고통. 그 절망.

한유의 몸이 비틀거렸다. 무릎이 땅에 닿았다. 마치 32명 모두가 동시에 쓰러지는 것처럼.

그리고 그것을 본 자가 있었다.

지붕 위에서.

연화는 한유가 발산하는 기연을 보면서 깨달았다. 그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황제가 한유를 죽이려는 이유가 힘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의 정체는 한유가 가진 그 기연이 아니라, 그 기연 속에 담긴 32명의 죽음이었다.

죽음이 증명하는 것. 저항이 증명하는 것.

황제의 불의.

연화는 손에서 화살을 놓아 버렸다. 그것을 들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화살 끝에는 정당성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유가 쓰러지려는 그 순간, 연화는 뛰어내렸다.

한유를 받아내기 위해.

그것은 명령을 거부하는 것이었다. 황제의 명령을. 그리고 동시에 그것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한유가 떨어지고, 연화가 받아낸다.

그 순간이 모든 것을 바꿨다.

---

이문호는 황제의 방에서 나왔다.

복도는 어두웠다. 촛불이 희미하게 타오르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의 손가락이 검의 자루를 만졌다. 하지만 검을 빼지는 않았다.

그 대신 그는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당신은 왜 검을 놓는가?"

그 질문이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라, 황제를 향한 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부터, 이문호는 더 이상 같은 검객이 아니었다.

그는 누군가였다. 누구인지 아직 자신도 모르는, 그리고 황제도 두려워하는 누군가.

황실 검객 수련원의 최강자는 이제 가장 위험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선택이 언제 이루어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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