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저주의 무게

황실 검객의 발소리가 골목을 헤집고 있었다.

한유는 창고의 어둠 속에서 숨을 죽였다. 발소리가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졌다. 다시 멀어졌다. 그 반복 속에서 한유는 자신의 손을 봤다.

손가락 사이로 검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것이 자신의 것인가?

골목에서 검을 휘두를 때, 한유는 자신의 손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손이 움직이는 것처럼 느꼈다. 기억 속 누군가의 팔이 자신의 팔 위에 겹쳐져 있었다. 어떤 여인의 마지막 일격. 어떤 청년의 절망적 돌진. 어떤 노인의 무거운 검. 그들의 죽음이 한유의 신체를 지나갔고, 한유의 검을 통해 흘러나왔다.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좌측 창고! 들어가는 것 같았다!"

한유는 몸을 날렸다. 창고 안쪽 어두운 곳으로, 파편과 녹슨 철재가 어지럽게 쌓인 그곳으로 몸을 굴렸다. 숨을 죽였다. 손에서 흘러나오는 검기를 억눌렀다. 검기 자체가 위치를 드러낼 수 있었다. 기억 속 무인들의 기운이 한유의 피부 아래서 맴돌고 있었고, 그것이 밖으로 새어나가고 싶어 안달하고 있었다.

창고 문이 열렸다.

"여기다!"

세 명의 황실 검객이 몸을 날렸다. 칼을 들었다. 한유는 본능적으로 일어났다. 더 이상 숨을 수 없었다.

첫 번째 검객의 칼이 내려왔다. 한유는 손을 들어올렸다. 손이 아니라, 손 위에 겹쳐진 어떤 검객의 팔이 들어올렸다. 칼이 부딪쳤다. 금속음이 울렸다.

"흐음!"

한유의 몸에서 뭔가 터져나갔다. 검기들이었다. 여러 명의 죽음이 동시에 한유의 신체를 통과했다. 첫 번째 검객은 그 충격에 날아갔다. 벽에 부딪쳤다.

"저, 저게 뭔가?"

두 번째 검객이 물러섰다. 한유의 손이 움직였다. 자신의 의지와는 별개로, 기억 속 누군가의 의지로. 검을 들지 않은 손이 검객을 친다. 창고의 벽이 부서진다. 먼지가 일어난다.

세 번째 검객이 도망쳤다.

한유는 무릎을 꿇었다. 손이 떨렸다.

그제야 느껴졌다. 몸 안의 고통. 단순한 피로가 아니었다.

기억 속 누군가가 죽음의 순간에 느꼈던 고통이 한유의 신체에서 재현되고 있었다. 칼날이 살을 가르는 감각. 독이 핏줄을 타고 흐르는 감각. 뼈가 부러지는 감각.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동시에 일어나지 않았다. 차례로, 순차적으로 흘러들어왔다.

여덟 번째 죽음. 화살이 가슴을 관통했다. 적의 창이 아니라 화살이었다. 그 검객이 마지막으로 외쳤던 이름.

아홉 번째 죽음. 어떤 여인이 독에 맞았다. 독이 척추를 탔다. 내장이 녹아내렸다. 그 여인의 비명.

열 번째 죽음. 어떤 청년이 화형을 당했다. 피부가 타들어갔다. 그 청년의 절규.

한유의 입에서 비명이 나왔다.

그것은 자신의 비명이 아니었다. 32명의 비명이 한 사람의 목구멍에서 터져나왔다. 한유는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손가락이 경련을 일으켰다. 눈이 뒤집혔다. 그 속에서 기억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그들의 죽음이.

시간이 흐른 것인지, 순간인지 알 수 없었다.

한유는 천천히 정신을 되찾았다. 창고의 어둠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천장의 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희미한 달빛. 파편. 녹. 먼지. 현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의 숨소리.

한유는 몸을 날렸다. 손에서 검기가 흘러나왔다.

"누구다!"

"진정해라."

목소리는 낮고 무거웠다. 그리고 한유의 신체를 멈추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음성이 아니라, 그 음성이 내포한 검기였다. 기억 속의 누군가도 느껴본 그런 검기. 오래된 검기. 깊은 검기.

한유는 경계를 풀지 않았다. 손에 검기를 모으며 상대를 본다.

창고의 어둠 속에서 한 인영이 천천히 드러났다. 한 눈은 흐렸고, 한 눈은 또렷했다. 나이 든 검객이었다. 손 하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자세에서는 검객으로서의 절대적 침착함이 흘러나왔다.

"당신이... 그 아이인가?"

검객이 말했다.

한유는 검기를 더 모았다. "누구인가?"

"내 이름은 백영이다."

한유의 손이 떨렸다. 기억 속에서 누군가가 "백영"이라는 이름을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다섯 번째 죽음의 기억. 여덟 번째 죽음의 기억. 그들이 마지막에 외쳤던 이름. 혹은 기도.

"백영..."

한유는 한 발 다가섰다. "당신을 알고 있다. 기억 속에서. 당신은 누구인가?"

"내가 당신을 알게 된 지는 10년이다."

백영이 대답했다. 목소리는 담담했으나 그 아래로 무언가 진동하고 있었다.

"당신이 거리를 떠돌아다닐 때부터 지켜봤다. 당신이 누구인지, 어떤 피를 받았는지는 몰랐지만. 당신의 손 속에는 뭔가 있었다. 검객으로서의 피. 하지만 죽어가는 피."

한유의 호흡이 가빠졌다.

"내 말에 대답해라. 당신은 누구인가?"

백영이 한 발을 물러섰다. 그리고 앉았다. 창고의 바닥에 앉았다. 한 눈이 흐렸기 때문에 그의 동작은 어색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항복의 의지가 아니라, 깊은 결정이 있었다.

"내가 누구인지 말해주기 전에, 당신에게 질문이 있다. 당신은 당신의 손을 본 적이 있는가?"

"무슨 뜻인가?"

"당신의 손 안에 누가 있는지. 당신의 손이 누구의 손인지."

한유는 자신의 손을 봤다. 검기가 손가락 끝에서 피어올랐다. 그 검기 속에서 여러 개의 검기가 동시에 느껴졌다. 겹겹이 쌓인 기억. 겹겹이 쌓인 죽음.

"당신의 손에는 32명의 손이 있다."

백영의 음성이 낮아졌다.

"황제검맥의 역대 무인들. 그들의 마지막 일격이 당신의 손 안에 남아 있다."

한유의 손이 떨렸다. 그 떨림은 두려움이 아니었다. 무언가 더 깊은 것이었다. 백영은 계속했다.

"나는 그들 중 한 명을 지켜봤다. 당신의 할아버지를."

한유의 호흡이 끊겼다.

"그 다음 세대. 그리고 당신의 어머니를."

"어머니?"

한유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손가락이 경련을 일으켰다.

"황제 유신이 쿠데타로 왕위를 빼앗은 지 30년. 그는 자신의 권력이 정당하다고 믿게 하기 위해 검맥을 지웠다. 32명의 무인들을. 모두. 한 사람도 남김없이."

백영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당신의 어머니는 검맥의 마지막 세대였다. 황제의 명령을 거부했다. 당신을 낳고, 당신을 지키기 위해. 그래서 황제는 당신이 태어난 지 몇 개월 만에 그녀를 죽였다."

한유는 무릎을 꿇었다. 창고의 바닥에. 손이 바닥을 쳤다.

"당신은 황제의 사생아다. 하지만 더 중요하게는, 당신은 검맥의 마지막 혈통이다. 황제는 그것을 알았다. 그래서 당신을 지우려고 했다. 황실 검객 수련원에 맡겨서. 하지만 누군가가 당신을 빼냈다."

"누가?"

한유의 질문은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나는 모른다. 하지만 당신은 거리로 나왔다. 10년을 거리에서 살았다. 검객으로서의 피를 깨우지 못한 채."

백영이 천천히 일어났다.

"하지만 당신의 손에는 여전히 32명이 남아 있었다. 그들의 죽음이 당신의 손 안에 봉인되어 있었다. 그리고 오늘, 당신이 그 봉인을 깨웠다."

백영이 한유에게 다가왔다. 천천히. 위협이 없었다. 그저 한 노인이 한 젊은이에게 다가가는 것뿐이었다.

"당신의 손을 보자."

한유는 손을 펼쳤다. 저항할 수 없었다. 그것은 거부가 아니라 수용이었다. 혼란 속에서의 항복이었다.

백영이 한유의 손을 잡았다. 한 손으로.

그 순간, 한유의 몸이 경직되었다. 손가락이 백영의 손등에 닿았을 때, 뭔가가 흐르고 들어왔다. 온기. 아버지의 손이 아닌, 어머니의 손이 아닌, 낯선 누군가의 온기. 하지만 그 온기 속에는 안정감이 있었다. 한유는 그 온기에 몸을 맡겼다.

한유의 손에서 검기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것은 고통의 검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무언가 다른 것이었다. 인정. 확인. 정당성. 한유의 손 안에서 검기가 춤을 추었다. 32명의 죽음이 아니라, 32명의 삶이. 그들이 남긴 것. 그들이 지켜낸 것.

"당신의 손에 검맥의 정통성이 남아 있다. 당신의 손이 당신을 증명한다."

백영이 말했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다. 한 눈이 흐렸기 때문에 다른 눈으로만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이 창고의 어둠 속에서 빛났다.

"드디어... 당신을 만났다. 당신이 살아 있었구나."

한유는 말하지 못했다. 그저 손을 들었다. 자신의 손을 들었다. 그 손 안에서 누군가의 온기가 느껴졌다. 32명의 온기. 그리고 백영의 온기. 거부할 수 없는 현실.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한유가 물었다. 그 목소리에는 여전히 혼란이 남아 있었지만, 더 이상 거부는 없었다.

"천경의 거리 어딘가에 검맥의 비밀 도장이 있다. 그곳에 당신이 알아야 할 것들이 모두 있다. 하지만 그곳까지 가기 위해서는..."

백영이 말을 멈췄다.

창고의 입구에서 무언가가 반짝였다.

검.

여인의 검.

---

"당신들을 잡으러 왔다. 황실의 의뢰로."

여인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울렸다. 냉정하고 담담했으나, 그 아래로 미묘한 떨림이 숨어 있었다. 여인의 검이 위로 치켜올려졌다. 그 검 끝에는 독화살 하나가 엮여 있었다.

연화였다.

한유는 백영의 손을 놓고 일어났다. 손이 떨렸다. 호흡이 가빠졌다. "당신은 누구인가?"

"나는 연화다. 천경의 암살자. 그리고 황실의 사냥개다. 오늘 밤, 당신들의 생명은 나의 손에 있다."

검이 움직였다. 독화살이 날아왔다.

한유는 본능적으로 손을 들었다. 검기를 모았다. 손이 움직였다. 기억 속 누군가의 손이. 손이 화살을 쳤다.

화살이 흩어졌다.

하지만 그 순간, 한유의 몸 안에서 무언가가 터져나왔다. 기억. 죽음. 여덟 번째 죽음이. 화살을 피하려다 화살에 맞은 그 검객의 죽음이. 가슴팍을 관통하는 날카로움이 한유의 팔을 지나갔다. 목구멍을 타고 흐르는 화끈거림이 그의 목을 조였다. 척추를 타고 내려오는 냉기가 척추뼈 하나하나를 얼려갔다.

"아... 아..."

한유가 무릎을 꿇었다.

"당신이 뭔가 아파하고 있군."

연화가 다시 손을 들었다. 또 다른 화살이 들어올려졌다. 아니, 화살이 아니라 무언가 더 복잡한 것. 독과 뼈가 섞인 것. 한유의 몸을 천천히 죽이는 것.

하지만 그 화살이 날아오는 궤적이 미묘하게 어긋났다. 한유의 왼쪽 어깨를 스쳐가야 할 화살이 오른쪽으로 조금 치우쳐 날아왔다. 그것은 연화의 손이 떨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당신을 죽이는 것이 아니다. 나는 당신을 잡는 것이다. 그리고 당신을 가져가는 것이다."

연화의 목소리가 바뀌었다. 냉정함 아래에 뭔가 다른 것이 숨어 있었다. 의심. 흔들림. 그리고 더 깊은 무언가.

"황실의 의뢰에는 특이한 조항이 있었다. '죽이되 죽인 것으로 보이지 않게'라고."

창고의 어둠 속에서 또 다른 검이 번쩍였다.

백영이 일어섰다. 한 눈으로도 충분했다.

"당신이 나의 제자가 될 수는 없겠군."

백영의 검이 연화의 화살을 맞았다. 두 검이 부딪혔다. 금속음이 울렸다.

한유는 여전히 무릎을 꿇고 있었다. 아홉 번째 죽음이 그의 척추를 타고 흘러내렸다. 열 번째 죽음이 그의 가슴팍에 칼을 꽂았다. 열한 번째 죽음이 그의 목을 조였다. 열두 번째 죽음이 그의 팔을 불태웠다.

화살에 맞은 그 검객의 비명. 칼에 베인 그 여인의 절규. 불에 탄 그 청년의 외침. 각각의 죽음이 순서대로 한유의 신체를 점령했다.

눈앞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그 어둠 속에서 한유는 무언가를 봤다. 기억 속 32번째 검객. 그 검객의 얼굴.

그것이 자신과 같은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 검객이 손을 뻗었다. 한유를 향해. 어둠 속에서.

한유의 손이 떨렸다. 움직이지 않는 손. 백영의 전투가 창고 전체를 울렸다. 연화의 화살이 바닥을 파고들었다. 한유는 그 사이에서, 자신의 손을 뻗어야 하는지 아니면 이 어둠에 빠져들어야 하는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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