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밤의 천경(天京)은 썩은 내를 풍긴다.

골목의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 무거운 것이 땅에 부딪치는 음. 한유는 먹던 밥을 내려놓고 일어섰다. 그의 귀는 10년 거리 생활에서 단련되었다. 그 소리는 시체가 떨어지는 소리였다.

한유는 소리 나는 쪽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거리의 깊은 곳은 위험했지만, 위험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시체 곁에는 항상 무언가가 있었다. 돈, 음식, 때로는 검.

골목의 끝에서 한유는 멈췄다.

중년의 남자 시체였다. 검객의 시체. 옷은 찢어져 있었고, 가슴에는 깊은 상처가 있었다. 검에 베인 상처. 최소 3일은 된 것 같았다. 부패가 시작되고 있었다.

한유는 시체를 뒤져보기 시작했다. 동전 몇 개, 낡은 부적, 그리고—

한 장의 종이.

검은 천으로 싸인 낡은 종이였다. 한유가 펼쳤을 때, 종이는 매우 오래된 것이었다. 글씨는 작고 정교했으며, 한유가 본 적 없는 문양으로 가득 차 있었다.

황제검맥(皇帝劍脈). 글씨 아래에는 도형과 숫자들이 적혀 있었다.

그 순간, 한유의 몸에 무언가가 깨어났다.

뜨거움. 가슴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뜨거움. 마치 누군가가 그의 가슴을 불로 태우는 것 같았다.

한유는 손을 놓으려 했다. 하지만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검서는 그의 손에 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검은 빛이 터졌다.

한유의 의식은 찢어졌다. 32개의 다른 의식이 그의 몸을 점령했다. 동시에 32개의 다른 죽음을 경험했다.

첫 번째 죽음: 한 검객이 황제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다. 황제는 명령한다. "백성을 죽여라." 검객은 거부한다. 그의 검은 황제의 근위대에 베어진다. 피가 옥좌 앞의 바닥에 흘러내린다.

두 번째 죽음: 다른 시대. 다른 검객. 같은 거부. 다른 황제의 명령. 같은 죽음.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한유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32개의 입이 동시에 울부짖고 있었다. 그것은 음성이 아니었다. 죽음 자체의 울음이었다.

200년의 기억이 1초 안에 압축되어 그의 뇌를 관통했다.

황제검맥의 창립. 초대 검객이 황제 앞에서 선언한다. "검은 백성을 지키기 위해 존재합니다." 황제는 그를 칭찬한다. 그 시대는 번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황제들은 변했다. 검은 황제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고 요구받았다. 검객들은 거부했다. 차례로 죽었다.

10대, 15대, 20대, 25대, 30대—

각 시대마다 한 명의 검객이 황제의 명령을 거부하고, 각 시대마다 그 검객은 죽었다. 32대의 검객. 32번의 거부. 32번의 죽음.

마지막 기억이 다가왔다.

32번째 검객. 그는 매우 젊었다. 황제의 방에서 검객은 무릎을 꿇고 있다. 황제는 말한다. "너는 나를 배반할 것이다. 나는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너를 지울 것이다."

검객의 얼굴이 보인다. 흐릿하지만 충분히 선명하다.

그 얼굴은 자신이었다.

같은 눈. 같은 코. 같은 입. 한유는 자신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검객의 검이 움직인다. 하지만 황제의 검이 더 빠르다. 검객의 가슴이 베어진다. 검객은 바닥에 쓰러진다. 그의 눈이 한유를 본다.

"죽음을 견디거라. 그것이 우리의 유일한 정의다."

검객의 입이 움직인다. 마지막 말을 남기고 죽는다.

그 순간, 한유는 깨달았다. 32번째 검객이 자신이라는 것을. 자신이 죽어가는 그 검객이라는 것을. 200년의 시간 속에서 자신이 이미 죽었다는 것을.

한유는 깨어났다.

그가 깨어났을 때,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의 목에서 나오는 비명은 인간의 음역을 벗어났다. 32개의 목이 동시에 울부짖는 소리였다.

그의 손이 펼쳐졌다.

골목의 모든 돌이 산산조각 났다. 벽이 반으로 나뉘었다. 벽 너머의 집들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한유의 손에서 흘러나오는 검기(劍氣)는 보이지 않는 칼날이었다. 공기를 가르고, 돌을 베고, 목재를 부수고, 철을 꿰뚫었다.

골목의 밤하늘이 갈라졌다.

그 속에서 32명의 울음이 들렸다. 울부짖음. 비명. 죽음의 음성. 모두가 한유의 손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한유는 손을 닫았다.

모든 것이 멈췄다. 돌들이 떨어지는 것이 멈췄고, 벽이 무너지는 것이 멈췄고, 검기가 흘러나오는 것이 멈췄다.

한유는 무릎을 꿇었다.

그의 몸이 떨렸다. 손가락이 저렸다. 가슴이 타올랐다. 32명의 죽음이 그의 몸 안에 남아 있었다. 그것들은 죽지 않았다. 계속 울부짖고 있었다.

한유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팔을 그었다. 살이 패였다. 피가 흘렀다.

통증이 깨어났다. 현재로 돌아왔다.

한유는 길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 숨 속에는 32명의 죽음이 섞여 있었다.

기억이 돌아왔다. 어린 시절의 기억. 황실 수련원에서의 기억. 누군가가 그를 데려가던 날의 기억.

"이 아이는?"

"황제 폐하의 사생아입니다. 어머니는 이미 처리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아이도?"

침묵.

"버려두십시오. 검맥 후손이 거리에서 죽으면, 그것이 가장 깨끗한 처리입니다."

그 날부터, 한유는 거리로 내려갔다. 10년을 거리에서 살았다. 거지 검객으로.

이제 그는 알았다.

자신이 죽어가는 32번째 검객의 얼굴을 본 이유를. 자신이 왜 거지가 되었는지. 자신이 왜 검을 놓을 수 없었는지.

그것은 모두 이미 정해져 있었다. 200년 전에. 32번의 죽음 속에서.

한유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골목 위쪽에서 빛이 나타나고 있었다. 황실 검객들의 횃불이었다. 한 줄, 두 줄, 세 줄. 십여 명이 골목의 입구를 막아섰다. 그들의 검은 월빛 아래 은색으로 빛났다. 황제의 검객들. 천경에서 가장 정예인 자들이었다.

"거지 검객 한유인가?"

앞장선 검객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는 한유를 내려다봤다.

한유는 대답하지 않았다.

"명령을 받았다. 너를 생포하여 황제 폐하께 바치라는 명령을."

검객의 발걸음이 한유를 향해 다가왔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그들은 한유가 저항할 거라고 예상하지 않았다. 거지 검객이 황실 검객들을 상대로 저항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첫 번째 실수였다.

한유가 일어섰다.

그의 움직임은 느렸다. 천천히. 하지만 그 움직임 속에는 이미 32명의 죽음이 담겨 있었다.

첫 번째 검객이 칼을 내려찍었다. 한유는 손가락 하나를 펼쳤다. 검기가 흘러나왔다. 그 순간 1번째 검객의 죽음이 터졌다. 한유의 의식 속에서 황제 앞의 무릎 꿇음, 거부, 그리고 검에 베어지는 감각이 스쳤다. 한유는 그것을 누르려 애썼다. 하지만 검기는 이미 흘러나왔다. 검객의 검과 팔이 동시에 베어졌다. 검객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저 놈!"

두 번째 검객이 옆에서 검을 휘둘렀다. 한유는 손을 들어올렸다. 2번과 3번의 죽음이 겹쳐 밀려왔다. 두 시대의 거부, 두 번의 황제 명령, 두 번의 칼날. 한유의 눈이 흔들렸다. 손가락 사이로 검기가 제어되지 않은 채 흘러나왔다. 검객의 검이 부러졌다. 어깨가 베어졌다. 피가 솟구쳤다.

세 번째 검객이 위에서 내려찍었다. 한유는 손바닥을 펼쳤다. 4번부터 6번까지의 죽음이 한꺼번에 폭발했다. 세 명의 검객이 동시에 황제 앞에서 거부하고, 동시에 베어지는 환상. 한유는 그것을 견디려 했지만, 검기는 이미 폭발했다. 검객의 몸이 공중으로 날아갔다. 벽에 부딪혀 쓰러졌다.

더 많은 검객들이 달려들었다. 사방에서 한유를 감싸려고 했다. 한유의 호흡이 빨라졌다. 손가락이 떨렸다. 각 검객마다 새로운 죽음이 터져 나왔다. 7번 검객의 죽음. 8번 검객의 죽음. 9번 검객의 죽음. 그들은 모두 다른 시대에 죽었지만, 모두 같은 거부로 죽었다. 한유는 그 거부들을 견디려 했다. 하지만 견딜 수 없었다.

한유의 손이 다시 펼쳐졌다. 더 강하게. 더 넓게. 검기가 골목 전체를 휩쓸었다. 황실 검객들이 공중으로 날아갔다. 벽에 부딪혔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비명이 울려 퍼졌다.

일곱 명. 열 명. 열두 명.

모두가 골목에 나뒹굴었다. 몇 명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한유는 손을 내렸다. 하지만 손이 내려지지 않았다. 32명의 죽음이 그의 손을 지배하고 있었다. 손가락이 누구의 손가락인지 더 이상 알 수 없었다. 목소리가 누구의 목소리인지 모르겠다. 32명의 비명이 자신의 비명을 덮었다. 그들의 죽음이 자신의 죽음이 되고, 자신의 죽음이 그들의 죽음이 되는 공포감이 밀려왔다.

남은 검객 한 명이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한유의 눈을 봤다.

그 눈 속에는 32명의 죽음이 있었다.

검객은 공포에 질렸다. 돌아섰다. 도망쳤다. 골목 밖으로. 밤거리로. 미친 듯이 도망쳤다.

한유는 그를 막지 않았다. 막을 수 없었다.

손을 내렸다. 비틀거렸다. 몸이 흔들렸다. 32명의 죽음의 무게가 어깨에 내려앉았다.

골목의 벽에 기대섰다.

손이 떨렸다. 가슴이 타올랐다. 32명의 비명이 아직도 귀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것들은 죽지 않았다. 살아 있었고, 죽어가고 있었고, 동시에 존재하고 있었다.

한유는 눈을 감았다.

하지만 눈을 감아도 기억은 사라지지 않았다. 32명의 죽음이 뇌 속에서 반복되고 있었다. 첫 번째 죽음. 두 번째. 세 번째. 그리고—

시각이 왜곡되었다. 골목의 벽이 물결치듯 흔들렸다. 귀에는 32명의 목소리가 겹쳐 울려 퍼졌다. 한 명의 목소리가 아니라, 32명이 동시에 말하는 것 같았다. 그들이 자신을 부르는 것 같았다. 32번째 검객이라고. 당신은 우리입니다. 당신은 우리의 죽음입니다.

어둠이 짙어졌다.

한유는 자신의 손을 봤다. 그것이 자신의 손인가?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손가락 끝에서 검기가 조절되지 않은 채 흘러나왔다. 그것을 멈출 수 없었다. 마치 32명의 손이 자신의 손을 지배하는 것 같았다.

그 속에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한 눈이 흐린 검객이었다.

백영이었다.

"일어나라."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 한유는 백영을 봤다. 그 한 눈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 눈 속에서 아무것도 읽을 수 없었다. 백영이 자신을 어떻게 발견했는지, 왜 이 골목에 있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모든 것이 불명확했다.

백영이 말했다.

"이곳은 위험하다. 따라와야 한다."

한유는 백영을 바라봤다.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검맥... 정통성이 무엇입니까?"

한유의 목소리는 부서져 있었다. 32명의 목소리가 섞여 있었다.

백영은 한 순간 침묵했다. 그의 한 눈이 한유를 관통하는 듯 봤다.

"검은 백성을 지킨다. 그것이 우리의 정통성이다. 그것이 우리가 죽어야 하는 이유다."

백영의 손이 펼쳐졌다. 그의 손에서도 검기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것은 한유의 검기와 달랐다. 더 부드러웠다. 더 오래됐다. 더 깊었다. 그리고 그 검기 속에는 32명의 죽음이 아니라, 그것들을 견딘 세월이 담겨 있었다.

"따라와라. 더 이상 이곳에 있으면 안 된다."

골목 위쪽에서 다시 빛이 나타나고 있었다. 더 많은 황실 검객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도망친 검객의 말을 들었을 것이다. 더 강한 자들을 데려왔을 것이다.

한유는 일어섰다. 다리가 떨렸다. 32명의 죽음이 아직도 몸 안에 살아 있었다. 하지만 서야 했다. 움직여야 했다.

백영이 앞으로 나아갔다. 한유도 따라갔다.

그들은 골목을 빠져나갔다. 어둠 속으로. 천경의 밤거리 속으로.

그들의 뒤에서 황실 검객들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저 놈들을 쫓아라! 살아서라도 잡아야 한다!"

하지만 한유와 백영은 이미 밤의 미로 속으로 사라졌다. 그들은 이 거리를 잘 알았다. 거리의 검객들처럼, 황실의 통제 밖의 세계를 잘 알았다.

한유는 뒤를 돌아봤다. 골목에는 쓰러진 황실 검객들이 남아 있었다. 몇 명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한유는 자신의 손을 봤다.

그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32명의 죽음을 견디어야 한다."

백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천경의 좁은 골목을 헤치며 나아가고 있었다.

"그것이 검맥의 운명이다. 그것이 너의 운명이다."

한유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자신의 손을 주먹으로 쥐었다.

주먹 안에서 32명의 울음이 울려 퍼졌다. 시각이 또 다시 왜곡되었다. 귀에는 중복된 목소리들이 겹쳐 울렸다. 자신의 목소리인지, 그들의 목소리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손가락 끝에서 검기가 조절되지 않은 채 흘러나왔다. 그것을 멈출 수 없었다.

백영은 한유를 재촉하지 않았다. 그저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그의 침묵은 무언의 확인이었다. 이것이 검맥 후손의 숙명이라는 것을. 한유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한유는 걸었다. 밤거리 속에서. 32명의 죽음을 짊어지고.

그것이 자신인지, 그들인지 더 이상 구분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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