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탄 수선실의 재가 식어가고 있었다.
라나는 검게 타버린 목재 더미 옆에 앉아 있었다. 밤이 물러나고 새벽이 찾아왔을 때, 그는 여전히 투명했다. 손가락 끝부터 팔목까지, 햇빛이 통과하는 유리처럼. 거울을 들어주었던 사람들도, 횃불을 들었던 사람들도 모두 떠났다. 남은 것은 재와 침묵뿐이었다.
올리버가 먼저 돌아왔다. 그의 수첩은 여전히 그의 가슴팍에 안겨 있었고, 페이지들은 잉크로 검었다. 그 다음 카일이. 그 다음 미르가. 마지막으로 노엘이 돌아왔다. 아이의 눈은 빨갛게 붓어 있었다.
"라나."
노엘이 불탄 목재 더미 너머에서 라나를 불렀다. 목소리가 떨렸다.
"여기야."
라나가 대답했다.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투명해진 몸에서 나오는 소리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하지만 노엘은 들었다. 아이가 조심스럽게 재 위를 밟으며 다가왔다.
올리버는 수첩을 펼쳤다. 손가락이 페이지를 넘겼다. 한 장, 또 한 장. 글씨는 작고 정밀했다.
"봄에 들어온 토끼. 옷의 왼쪽 소매가 완전히 찢어져 있었다."
올리버의 목소리가 침묵을 가르며 흘러나왔다. 라나는 그 말을 들었지만, 토끼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했다. 다만 손가락이 아직도 그 천의 무늬를 기억하고 있었다.
"여름에 들어온 젊은 여자. 검은 스카프. 목에 감긴 자국이 있었어."
라나는 그것을 기억했다. 손가락이 검은 천을 따라가는 느낌. 목에 감긴 자국의 모양. 손은 모든 것을 알았다.
올리버가 수첩을 닫았다. 그리고 라나를 향해 걸어왔다. 남은 재 위를 밟으며.
"여기 있어. 너는 여기 있어."
올리버는 수첩을 라나에게 건넸다. 라나가 받았을 때, 손가락이 투명했지만 종이를 느낄 수 있었다. 손은 여전히 존재했다.
수첩의 페이지들을 넘겼다. 모든 이야기가 거기 있었다. 토끼. 젊은 여자. 목수의 아내. 그리고 다른 많은 사람들. 그들의 이름, 그들의 상처, 그들의 변화. 모두 기록되어 있었다.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천천히 모여들었다.
토끼가 가장 먼저 왔다. 왼쪽 소매를 고쳐 입은 채로. 그 옷이 자신을 다시 만들었다는 것을 아는 듯한 표정으로. 토끼는 라나 앞에 섰다. 말 없이 손을 맞잡으려 했지만, 투명한 손가락을 붙잡을 수 없었다. 대신 토끼는 라나의 옆에 무릎을 꿇었다.
"당신이 나를 구했어요."
토끼가 중얼거렸다.
검은 스카프를 둘렀던 젊은 여자도 왔다. 목의 자국은 사라졌지만,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그 상처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는 라나를 바라봤다. 투명해지는 라나를.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나를 바꿨어요."
여자가 말했다.
다른 누군가들도 모여들었다. 라나의 손이 닿았던 모든 사람들이. 그들은 라나를 둘러싸고 섰다. 불탄 수선실의 재 주위에. 각자의 방식으로 감사를 표했다. 누군가는 눈물로, 누군가는 침묵으로.
라나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누가 누구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그들의 얼굴이 모두 희미했다. 그들의 이름이 모두 사라졌다. 다만 그들의 선택이, 그들의 변화가 라나의 손가락에 자국을 남겼다.
라나가 깨달았다.
자신이 누구인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자신의 기억이 무엇인지도, 자신의 이름이 무엇인지도. 자신이 누구인지는 타인들이 기억하는 라나에 의해 정의된다는 것을. 자신이 잃었던 모든 것이 타인들의 기억 속에서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것을.
라나의 손이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손가락이 공중을 헤쳤다. 투명한 손이. 아무것도 만지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만지고 있는 손이.
"새로운 손님이 왔어요."
누군가가 말했다.
라나는 고개를 들었다. 불탄 수선실의 입구에서 누군가가 서 있었다. 손에 옷을 들고. 찢어진 옷을 들고.
오른쪽 소매가 팔꿈치에서 찢어져 있었다. 가장자리가 불규칙하게. 그 불규칙함 속에서 누군가의 절망이 보였다. 천의 색은 회색이었고, 손끝에는 까만 자국이 가득했다. 일터에서의 흔적이었다.
라나가 일어섰다. 투명한 몸으로. 손을 내밀었다. 투명한 손으로. 그 손님의 옷을 받아들였다.
손이 천을 만졌을 때, 라나는 알았다. 이 상처는 누군가의 일터에서 났다. 손끝의 까만 자국이 그것을 말해주었다. 라나의 손가락이 천을 따라갔다. 투명한 손가락이. 옷이 라나의 손 아래에서 조금씩 변했다. 천의 결이 드러났다. 실이 옷에 스며들었다.
"들어오게."
라나가 말했다.
손님이 들어왔다. 불탄 수선실 안으로. 재가 소복이 남아 있는 그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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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은 밖에서 기다렸다.
올리버는 수첩을 펼쳤다. 새로운 페이지를 넘기며 펜을 들었다. 손끝이 까매진 소매. 누군가의 일터에서의 상처. 올리버는 적어 내렸다. '겨울의 시작. 새로운 손님. 소매가 말해주는 것은 포기가 아니라 계속함의 흔적.'
카일은 입구를 지켰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시온의 추종자들이 완전히 흩어진 것은 아니었다. 불이 꺼진 후로도 가끔 마을의 외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들은 더 이상 불을 들고 오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이 수선실 주변을 지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 이유를 카일은 알았다. 라나의 손으로 수선된 옷을 입은 누군가가, 자신의 선택을 마을 전체에 증언했기 때문이었다. 그 증언이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카일은 마을 사람들을 조직했다. 시온의 추종자들이 돌아올 때마다 그들을 막기 위해. 라나를 지키기 위해.
에스더는 마을 중심부에서 수선실을 바라보고 있었다. 호기심을 버리지 않은 채로. 카일이 그녀의 곁에 섰을 때, 에스더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카일을 마주봤다. 그 눈빛 속에는 이제 의심이 아닌 다른 감정이 담겨 있었다. 라나를 지키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눈빛이었다. 에스더는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그리고 다시 수선실을 바라봤다. 이번에는 다른 마음으로.
미르는 옆에 앉았다. 라나가 수선실로 들어가는 것을 본 미르는 한숨을 쉬었다. 또 밤새 손을 놀릴 것이다. 또 새벽이 올 때까지 움직일 것이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라나는 조금 더 희미해질 것이다.
미르는 이것을 어떻게 멈출 수 있을지 생각했지만, 답이 없었다. 라나는 멈추지 않을 것이었다. 왜냐하면 라나는 이미 자신의 정체성을 타인의 기억에 맡기기로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멈춘다는 것은 존재를 포기한다는 뜻이었다.
미르의 얼굴이 결연해졌다. 그렇다면 자신은 계속 기억해야 한다. 라나의 손을 본 것을. 라나의 목소리를 들은 것을. 라나가 자신을 구했던 그 순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노엘은 라나의 옆에 서 있었다. 손을 맞잡으려 했지만, 손가락이 투명한 라나를 붙잡을 수 없었다. 대신 아이는 라나의 곁에 앉았다. 수선실의 바닥에. 재가 남아 있는 그곳에 앉았다.
라나가 아이를 보지 않으면서 말했다.
"노엘."
"응."
"엄마를 찾으려고 했니?"
노엘의 눈이 흔들렸다.
라나의 투명한 손이 공중에서 움직였다. 노엘을 만질 수 없는 손으로. 마치 아이를 감싸려는 듯.
"엄마는 라나가 가져간 게 아니야."
라나의 목소리가 더 희미해졌다. 투명해지면서 더욱 단편적으로.
"엄마가... 선택했어."
침묵이 흘렀다. 라나가 더 말할 수 없는 침묵.
"엄마도 상처가 있었어. 엄마도 싸우고 있었어."
"...그래도 엄마가 떠났어."
"응."
라나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투명해지는 몸으로 아이의 곁에 있을 뿐이었다.
노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눈물이 흘렀다. 아이의 눈물은 여전히 따뜻했다.
라나는 노엘을 안으려 했지만 할 수 없었다. 투명한 팔이 아이의 몸을 통과했다. 라나는 단지 말했다.
"넌 혼자가 아니야. 라나가 여기 있어."
"...너는 자꾸만 투명해져."
"응. 그래도 라나는 여기 있어."
밤이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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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봉틀이 돌았다.
손가락이 천을 따라갔다. 한 바늘, 또 한 바늘. 바늘이 천을 뚫고 실이 길을 따라갔다. 찢어진 소매를 따라 천천히, 정확하게.
손끝에서 희미한 빛이 흘러나왔다.
그 빛이 저주인지 축복인지, 라나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시간이 흘렀다. 밤이 깊어졌다. 새벽이 가까워졌다. 라나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투명한 손가락이 천 위를 미끄러져갔다. 마치 이 세상에 자신이 남길 수 있는 유일한 흔적이 바늘과 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새벽 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왔을 때, 소매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찢어진 흔적도, 절망의 자국도 모두 사라졌다. 옷은 완벽했다. 마치 처음부터 손상된 적이 없었던 것처럼.
라나가 옷을 들어올렸다. 투명한 손으로. 옷이 희미하게 빛났다.
손님이 다시 들어왔다. 밤을 기다려온 손님이.
라나가 옷을 건넸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손님은 옷을 받아들였다. 손가락이 떨렸다. 마치 라나처럼.
옷을 입었다.
그 순간, 손님의 얼굴이 변했다. 눈이 과거로 향했다. 자신이 옷을 찢게 했던 그 순간으로. 그 순간의 절망으로. 손가락이 떨리기 시작했다. 호흡이 가빠졌다.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손님은 그 속에서 울었다. 옷을 입은 채로. 자신의 상처를 마주한 채로.
그리고 선택했다.
어떤 선택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하지만 손님은 옷에서 손을 떼었다. 옷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손님은 천천히 눈을 떴다. 눈물을 닦으며.
"고마워요."
손님이 말했다. 라나를 보지 않으면서.
라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정의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손님은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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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봤을 때, 라나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손가락만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얼굴은 안개처럼 흐려져 있었다. 몸도 마찬가지였다. 투명한 수준을 넘어 거의 공기처럼.
노엘이 옆에서 말했다.
"라나, 너는 누구야?"
라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손을 들어올렸다. 투명한 손을 들어올렸다. 손가락이 공중에서 움직였다.
그리고 라나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불탄 재 위에.
손가락이 재를 헤쳤다. 투명한 손이 검은 재를 밀어냈다. 천천히, 정확하게. 마치 뭔가를 그리듯이.
원이 생겼다. 재 위에 그려진 원. 그 안에 라나는 또 다른 선을 그었다. 수선실의 틀. 새로운 수선실의 기초.
손가락이 멈췄다. 투명한 손이 그 위에서 떨렸다.
"다음 계절에는 누가 올까?"
라나가 중얼거렸다.
창문의 린넨 커튼이 바람에 흔들렸다. 초록빛 이끼가 낀 간판이 삐걱거렸다. 수선실의 문은 여전히 열려 있었다.
불탄 재 위에도 불구하고.
투명해진 손 위에도 불구하고.
사라져가는 기억 위에도 불구하고.
올리버가 수첩을 덮었다. 마지막 문장을 적었다. '겨울로 접어드는 계절, 라나는 거의 투명해졌다. 하지만 손은 여전히 움직인다. 손가락이 천을 따라간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손을 기억할 것이다. 라나가 자신을 잊어도, 누군가는 라나를 기억할 것이다.'
미르가 밖에서 기다렸다. 내일도 올 것이다. 내일도, 그 다음날도. 라나가 투명해질 때까지. 라나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노엘은 라나의 곁에 남기로 결심했다. 엄마를 찾는 대신, 라나를 지킬 것이었다.
시온의 목소리는 마을의 외곽에서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수선실은 문을 열어두고 있었다.
새로운 손님을 기다리며.
또 다른 누군가의 상처를 받아들이기 위해.
그리고 라나의 손가락이 재 위의 원을 따라갔다. 다시 한 번. 또 한 번. 투명해지면서도, 계속 움직였다.
문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옷을 들고. 찢어진 옷을 들고. 라나의 귀는 여전히 그 소리를 알아챘다.
새로운 손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