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아침 햇빛이 창을 통해 스며들 때, 라나는 어제 손님의 얼굴을 떠올리려다 멈췄다.

회색 코트를 입은 그 여인. 이름을 부르려는 순간, 라나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거부했다. 마치 누군가가 그 부분만 도려낸 것처럼. 얼굴 대신 통증만 남았다. 라나는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눌렀지만, 기억은 돌아오지 않았다.

재봉틀 앞에 앉은 라나는 손가락 끝이 바늘 구멍에 닿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실을 끼웠다. 수년이 된 지금도 여전히 신중한 작업이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숲의 초록은 아침 이슬에 젖어 더욱 짙었고, 수선실의 목재 간판에 낀 이끼는 이 공간 자체가 숲의 일부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손이 떨렸다.

라나는 손을 펼쳐 들었다. 네 손가락과 엄지손가락. 흰 상처가 손등에 몇 줄 남아 있었지만, 손가락들은 여전히 가늘고 정확했다. 하지만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남의 것은 고칠 수 있지만, 자신의 것은 고칠 수 없는 손들. 마을 사람들은 라나의 손을 신뢰했다. 하지만 라나는 자신의 손을 신뢰하지 않았다.

거울을 봤다. 여우 수인답게 귀는 길쭉했고 눈가는 늘 약간 가늘었다. 얼굴은 평탄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얼굴. 마을 사람들은 이 얼굴을 신뢰했다. 이 얼굴이 말하지 않는 비밀들을 지켜낼 것이라고 믿었다.

오전 아홉 시, 라나는 수선실 문을 열었다. 얇은 린넨 커튼이 햇빛에 반투명으로 빛났다.

첫 번째 손님은 오전 열 시에 들어왔다. 입구에서 한 번 기침을 하고, 라나의 '들어오게'라는 말을 기다렸다. 여인은 너덜거리는 회색 셔츠를 내밀었다. 목 부분의 단추가 세 개 떨어져 있었고, 왼쪽 겨드랑이 부분에는 손톱자국처럼 길게 찢긴 자국이 있었다.

라나는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그 셔츠를 받아 들고 손가락으로 손상 부분을 따라갔다. 손상의 형태를 읽는 것. 그것은 글자를 읽는 것과 같았다. 이 셔츠는 누군가의 손에 의해 잡혔고, 누군가의 손에 의해 떨어졌다. 그 손길의 강도와 절망이 직물에 기록되어 있었다.

"닷새 후에 오세요."

목소리는 작았다. 빗소리보다 작은 목소리.

두 번째 손님은 오후 한 시쯤이었다. 검은 코트였다. 왼쪽 소매가 팔꿈치까지 뜯어져 있었다. 라나는 코트를 펼쳐서 재봉틀 위에 올렸다. 발로 페달을 밟는 순간, 기계가 낡은 목소리로 울어댔다. 수십 년 된 이 재봉틀은 라나의 숨처럼 규칙적이었다. 들이마시고, 뿜어내고, 또 들이마시고. 바늘이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면서 찢긴 자국이 천천히 봉합되었다.

라나의 손은 천을 안내했다. 재봉틀의 바늘은 라나의 손을 따랐다. 그들은 하나였다. 손과 기계와 천과 바늘. 모두가 하나로 움직여서, 부서진 것을 다시 온전하게 만들었다.

오후 세 시, 세 번째 손님이 들어왔다. 빨간 스커트였다. 단이 완전히 흘러내려 있었고, 허리 부분에 자국이 있었다. 라나는 스커트를 받아서 재봉실 위에 놓았다. 색이 고운 빨강이었다. 누군가의 축제 옷이었을 것 같았다.

손가락이 움직였다. 바늘에 실을 끼우는 손동작은 이미 몸에 배어 있었다. 라나는 생각하지 않고 손가락만 움직였다. 생각하면 손이 떨렸다.

"내일 오후에 와도 되나요?"

손님의 목소리가 떨렸다. 라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하지 않았다. 이곳은 침묵의 공간이었다.

오후 다섯 시, 라나는 어제 수선한 옷들을 찾아갔다. 회색 코트의 소매는 완벽했다. 검은 셔츠의 단추 세 개는 정확한 간격으로 다시 달려 있었다. 라나는 손가락으로 각 단추를 따라가며 확인했다. 한 개, 두 개, 세 개. 모두 제 위치에 있었다. 완벽했다.

그 순간, 라나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손등의 혈관이 두드러져 보였다. 라나는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과거가 떠올랐다. 어린 시절, 자신이 만들었던 목걸이가 부서졌고, 자신이 만들었던 그림이 망가졌고, 자신이 만들었던 모든 것이 허물어졌다. 아무도 그것이 라나의 탓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다. 아무도 위로하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라나의 손을 피했다. 그래서 라나는 만드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 고치기로 했다. 남의 것을 고치면 자신의 손을 증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손이 망치기만 하는 게 아니라, 고칠 수도 있다는 것을.

저녁 여섯 시, 라나는 수선실로 돌아왔다. 햇빛이 저물고 있었다. 초록빛 간판 위로 그림자가 내려앉았다. 라나는 창문 옆에 섰다. 숲이 보였다. 깊은 초록색의 숲이 마을의 경계 너머로 펼쳐져 있었다.

그때였다.

입구에서 기침이 들렸다.

라나는 돌아섰다. 햇빛이 역광으로 들어오면서 입구의 실루엣이 보였다. 작은 형태. 귀가 길쭉한 형태. 토끼였다.

토끼의 손에는 옷이 들려 있었다. 아니, 옷의 조각들이었다. 완전히 찢어진 옷. 마치 누군가가 칼로 내려친 것처럼, 혹은 야수가 할퀸 것처럼. 옷감은 여러 방향으로 뭉개져 있었다. 검은색이었던 옷은 이제 명확한 형태를 잃고 있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 토끼의 눈이었다.

토끼의 눈도 찢어져 있었다. 물리적으로가 아니라, 감정적으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고, 그 눈빛은 마치 옷처럼 찢겨진 것처럼 보였다. 절망이 그렇게 표현되는 것이구나, 라나는 생각했다.

"들어오게."

라나의 목소리가 나왔다. 작고, 부드럽고, 명령조가 아닌 초대였다.

토끼가 들어왔다. 발걸음이 불안정했다. 마치 자신이 이곳에 올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토끼는 옷의 조각들을 라나에게 내밀었다.

"이걸... 이걸 고칠 수 있나요?"

목소리가 떨렸다. 중얼거리는 목소리. 희망과 절망이 섞인 목소리. 라나는 그 조각들을 받아 들었다. 손가락이 옷감을 따라갔다. 찢긴 부분들. 이것은 분명 일반적인 손상이 아니었다. 너무 많은 방향에서, 너무 폭력적으로 찢어져 있었다.

라나의 손이 갑자기 멈췄다.

손가락이 옷감 위에서 경직되었다. 이 옷을 만지는 순간, 라나의 몸이 경고를 보냈다. 손가락이 천의 결을 따라가려다 거부했다. 마치 이미 뭔가를 알고 있는 것처럼. 위험. 깊은 위험.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라나는 옷을 들고 있던 손을 내려다봤다. 손가락이 떨리기 시작했다. 이 옷을 고쳐야 한다는 강박이 밀려왔다. 동시에 거부감이 밀려왔다. 두 감정이 라나의 몸 안에서 충돌했다.

"닷새 후에 와요."

라나가 말했다.

"이 옷을 입으면 어떻게 될까요?"

토끼가 물었다. 그 질문은 마을의 금기를 어기는 것이었다.

라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토끼의 눈을 봤다. 그 눈에는 뭔가가 흐르고 있었다. 과거. 상처. 그리고 그것으로부터의 해방을 원하는 절박함.

"닷새 후에 와요."

라나가 다시 말했다. 이번에는 더 조용히.

토끼가 나가려다가 멈췄다. 그것은 다른 손님들이 한 번도 하지 않은 행동이었다.

"저는... 누군가를 상처 입혔어요. 그리고 그 사람은 나를 떠났어요."

토끼의 목소리가 더 작아졌다.

"이 옷을 고쳐주면, 저는 다시 그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요?"

라나의 몸이 경직되었다. 토끼의 질문이 자신의 무언가를 건드린 것 같았다. 찾는다. 그 단어가 라나의 기억 속 어딘가를 흔들었다. 하지만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마치 안개 속에서 누군가를 부르는 목소리처럼, 분명하지만 얼굴이 보이지 않는.

라나는 토끼의 옷을 들고 있던 손을 내려다봤다. 손가락이 떨렸다. 이 옷을 수선해야 한다는 충동과 거부감이 뒤섞여 있었다. 손가락이 옷의 선을 따라갔다. 한 줄, 또 한 줄. 그것은 마치 치유하는 손길이었다.

동시에 라나의 머리 속에서 무언가가 울렸다. 경고음. 이 옷을 수선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 하지만 그 목소리는 누구의 것인가. 라나는 알 수 없었다.

토끼의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라나는 그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 떨림이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희망 때문인지, 아니면 더 깊은 절망 때문인지.

"닷새 후에 와요."

라나가 세 번째로 말했다.

토끼가 나갔다. 저녁 햇빛이 완전히 사라지고 있었다. 라나는 찢긴 옷을 들고 재봉실로 들어갔다. 조각들을 탁자 위에 펼쳐 놓았다. 검은색 천들이 마치 야생동물의 상처 자국처럼 보였다.

라나는 탁자 앞에 앉았다. 조각들을 맞춰 보기 시작했다. 퍼즐처럼. 아니, 퍼즐이 아니었다. 이것은 한 번 하나였던 것을 다시 하나로 만드는 작업이었다.

수십 년 된 재봉틀이 탁자 옆에 서 있었다. 라나의 할머니가 사용하던 것이었다. 라나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왜 할머니가 이것을 남겨두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했다. 기억이 흐릿했다. 마치 안개 속에서 손을 뻗어 보는 것처럼. 라나는 그 불명확함을 의식하지 않기로 했다.

바늘을 집어 들었다. 가장 긴 찢김부터 시작해야 했다. 옷의 왼쪽 소매가 완전히 떨어져 나가 있었다. 라나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처음 바느질점을 정하기 위해. 손가락의 감각이 천에 전달되었다. 올의 방향, 천의 밀도, 손상의 깊이. 모든 것이 손끝에서 느껴졌다.

실을 꿰었다. 바늘이 천을 뚫고 나왔다. 소리가 났다. 작은 소리였지만, 밤의 고요함 속에서는 분명했다. 다시. 또 다시. 라나의 손이 일정한 리듬을 만들었다.

한 시간이 지났을 때, 왼쪽 소매의 절반이 복구되었다. 라나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밤이 더 깊어졌다. 마을의 주점에서는 여전히 목소리가 들렸지만, 수선실 주변에는 침묵만 있었다. 라나의 세계는 이 작은 탁자와 찢긴 옷, 그리고 손가락의 움직임으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오른쪽 소매. 허리 부분. 앞섶. 라나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마치 쉬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처럼. 또는 쉴 수 없는 것처럼.

시간이 흘렀다. 자정을 지나고, 새벽 한 시를 넘겼다. 라나는 여전히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천의 조각들이 서서히 하나로 모여들고 있었다. 마치 살이 다시 붙는 것처럼.

그때 라나의 손이 멈췄다.

기억이 떠올랐다. 아주 오래된 기억. 누군가가 자신의 손을 잡고 있던 모습. 그 손의 온기. 그리고 그 사람의 목소리. 하지만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가 그 부분만 지워낸 것처럼.

라나는 손을 들어 올렸다. 손가락이 떨렸다. 피로 때문이 아니었다. 뭔가 다른 것 때문이었다. 기억을 잃어버린 공포. 자신이 누군가를 잃어버렸다는 느낌. 하지만 그것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라나는 다시 바느질을 시작했다. 손의 떨림을 무시하면서. 생각하지 않고, 느끼지 않고, 단지 손만 움직였다.

새벽 두 시쯤, 라나는 마지막 바느질을 완료했다. 옷이 다시 하나가 되었다. 완전하지는 않았다. 일부 자국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이 옷이 다시 입을 수 있는 형태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라나는 옷을 들어 올렸다. 검은 천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여전히 따뜻했다. 라나의 손에서 나오는 열이 옷을 데우고 있었다.

옷을 탁자에 펼쳐 놓았다. 새벽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라나는 손을 들어 올렸다. 손가락들이 떨렸다. 처음으로. 라나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마치 그 손이 방금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만들어냈는지 알고 있는 것처럼.

라나는 손을 내려다봤다. 바늘에 찔린 자국들이 손가락에 흩어져 있었다. 혈흔도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라나는 피를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프지 않았다. 손가락들이 떨릴 뿐이었다.

이 손이 망친다고 생각했던 것은 무엇이었나.

라나는 손을 주먹으로 쥐었다. 손가락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수선실의 문이 열렸다. 라나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손님이 아니었다. 손님이 오는 시간은 아니었다. 아침 해가 아직 충분하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가 들어오고 있었다. 발걸음이 들렸다. 가볍고, 조심스럽고, 마치 이곳에 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발걸음.

"라나."

목소리가 났다. 남자의 목소리였다. 낮고, 무거웠다. 라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카일이 서 있었다. 대장간의 주인. 라나는 그를 봤다. 얼굴은 알겠지만, 그 이상은 알 수 없었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기억 중 일부를 빼내 간 것처럼. 그의 이름은 알지만, 왜 그가 여기 오는지, 자신과 어떤 관계인지는 흐릿했다.

카일은 라나의 손을 봤다. 혈흔이 묻어 있는 손. 떨리고 있는 손.

"밤새 일했나?"

카일이 물었다.

"응."

라나가 대답했다.

"그 토끼가 왔나?"

카일의 질문이 이상했다. 라나는 고개를 약간 기울였다. 카일이 어떻게 알았을까. 토끼가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았어?"

라나가 물었다.

카일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라나의 손을 잡았다. 라나의 손이 더 떨렸다. 누군가가 자신의 손을 이렇게 잡은 것은 오래전이었다. 라나는 그것을 기억할 수 없었지만, 신체는 기억하고 있었다. 신체가 거부했다. 손을 빼내려고 했다.

"진정해."

카일이 말했다.

"너는 그런 일을 하면 안 돼."

"어떤 일?"

라나가 물었다. 라나는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었다. 밤새 토끼의 옷을 수선했다. 하지만 카일이 말하는 것은 그것이 아닌 것 같았다.

"사람들의 상처를 모두 받아들이는 일. 너는 그렇게 하면 안 돼."

카일의 목소리가 떨렸다. 라나는 카일을 바라봤다. 카일의 눈에는 뭔가가 흐르고 있었다. 라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것은 마치 자신의 기억 속 그 목소리와 같은 감정이었다. 하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마치 두 개의 퍼즐 조각이 맞지 않는 것처럼.

"카일."

라나가 말했다.

"난 단지 옷을 고칠 뿐이야."

"넌 그 이상을 하고 있어."

카일이 말했다.

"이미. 계속 그러고 있어."

카일은 라나의 손을 놓았다. 라나의 손이 탁자 위에 떨어졌다.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카일은 탁자 위의 옷을 봤다. 검은색 천. 수선된 옷. 하지만 여전히 뭔가 깨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옷을 입으면 어떻게 될까?"

카일이 물었다.

"모르겠어."

라나가 대답했다. 그것이 진실이었다. 라나는 정말로 모르고 있었다. 라나가 할 수 있는 것은, 옷을 고치는 것뿐이었다. 그 이후에 무엇이 일어나는지는 라나의 영역이 아니었다.

"그럼 절대 그 옷을 주지 마."

카일이 말했다. 목소리에 긴장이 감돌았다.

"왜?"

라나가 물었다. 목소리에 절박함이 묻어났다.

카일은 오래 침묵했다. 마치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처럼.

"그 옷을 입으면 기억이 더 빨리 사라질 거야."

카일이 마침내 말했다.

"토끼는 위험해. 그 옷은 더욱 위험해."

라나는 카일을 바라봤다. 카일의 말이 자신의 기억 속 무언가와 맞닿았다. 기억 소실. 그것은 자신이 겪고 있는 일이었다.

"내가 왜 기억을 잃고 있어?"

라나가 물었다. 목소리가 떨렸다. 손가락이 탁자를 집어쥐었다.

카일은 라나를 바라봤다. 오랫동안. 마치 라나를 처음 보는 것처럼. 라나는 그 시선 아래에서 불편함을 느꼈다. 자신이 뭔가 놓치고 있다는 느낌.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있다는 느낌.

"예전에... 내 대장간이 불탔을 때."

카일이 말했다.

"넌 날 구했어."

라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일의 말이 나왔을 때, 무언가가 떨렸다. 기억의 흔적. 불. 그리고 누군가의 손. 하지만 얼굴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난 너를 잊지 않았어. 그 은혜를."

카일이 계속했다.

"그래서 난 너를 지킬 거야. 계속."

카일의 말이 라나의 가슴을 스쳤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을 지키려고 했던 오래된 기억처럼. 하지만 그것도 명확하지 않았다. 라나는 자신이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누가 자신을 떠났는지 알 수 없었다.

카일은 돌아섰다. 라나를 더 이상 보지 않은 채로. 수선실의 문이 열렸다가 닫혔다. 카일이 떠났다.

라나는 혼자 남겨졌다. 손에는 여전히 떨림이 있었다. 탁자 위에는 수선된 옷이 있었다. 새벽빛이 더 밝아지고 있었다. 마을이 깨어나고 있었다. 곧 첫 손님이 올 시간이 되었다.

라나는 손을 들어 올렸다.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손가락이 옷의 선을 따라갔다. 수선된 부분들. 하지만 여전히 뭔가 깨져 있는 것 같았다.

이 손이 정말 망친다면, 지금 무엇이 망가지고 있을까.

라나의 기억 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를 부르려다 멈췄다. 노엘. 그 이름만 남았다. 입을 열어 그 이름을 부르려는 순간, 라나의 목에서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목을 막아버린 것처럼. 라나는 필사적으로 그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려 했지만, 손가락 사이로 모래처럼 흘러내렸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자신과 어떤 관계인지, 왜 그 이름만 남아 있는지. 모든 것이 안개 속에 사라지고 있었다.

라나는 손을 내려놓고, 다음 손님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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