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리 붕괴
밤 열두 시 오십팔 분.
재활 센터의 사무실 불이 아직도 꺼지지 않았다. 한지선은 책상 위의 휴대폰을 들었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화면에는 두 개의 메시지가 떠 있었다.
이준호의 어머니: *병원에 입원시켰습니다. 더 이상 센터에 가지 않겠다고 합니다.*
박수연의 팀 코치: *내일 오전 훈련 복귀 가능 여부 확인 필요. 리그전 출전 일정 조율 중.*
지선의 손가락이 굳었다. 이중 위기였다. 한쪽이 무너지고 있고, 다른 한쪽이 떠나려 하고 있었다. 전화를 걸 생각도 했지만,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몰랐다. 올림픽 경기장에서 넘어졌을 때도, 은메달을 받았을 때도 이렇게 무언가 빠져나가는 느낌을 몰랐다. 그것은 신체의 통증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새벽 여섯 시. 지선은 센터 문을 열었다. 매트 위에는 어제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박수연이 떨어뜨린 수건, 이준호가 사용하던 신경 자극 기구. 지선은 그것들을 집어 정리했다. 손이 떨렸다.
오전 아홉 시 정각, 박수연이 들어왔다.
배구팀 유니폼을 입은 채였다. 흰색 반소매 위에 "박수연 7번"이라는 글자가 또렷했다. 지선은 박수연의 얼굴을 봤다. 부었다. 밤을 새운 흔적이 눈 아래 검푸르게 맺혀 있었다.
"어제 팀에서 연락이 왔어요."
박수연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지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음 주 리그전에 출전 가능한지 묻더라고요. 팀이 저를 기다리고 있다고."
박수연이 무릎을 굽혔다 펼쳤다. 한 번, 두 번, 세 번. 움직임이 일정하지 않았다. 신경 신호가 뇌에서 완전히 해석되지 않는다는 증거였다. 근육이 명령을 받지만 동시에 거부하고 있었다.
"한 달 안에 복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박수연이 지선을 봤다. 기대와 불안이 섞인 눈빛이었다. 지선은 박수연의 무릎을 살펴봤다. 염증은 많이 빠졌다. 신경 반응도 지난주보다 나았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회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지선은 이제 알고 있었다. 최현준이 어제 검사 결과를 설명했다. 신경 신호는 통로를 찾았지만 뇌가 여전히 그것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 신체는 살아났지만 정신이 아직 죽음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
"이준호는 약했어."
지선이 말했다.
박수연이 멈췄다.
"신경 손상 진단을 받으면 누구나 처음엔 무너진다.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평생 그 자리에 머물러 있어. 이준호는 극복하지 못했고, 그래서 나갔어."
지선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자신을 설득하는 목소리였다.
"넌 다르다. 난 그걸 안다."
박수연이 다시 무릎을 굽혔다. 이번엔 천천히였다. 각도가 깊어졌다. 어제보다 십도 더 깊었다.
"훈련을 계속하자."
지선이 손을 내밀었다. 박수연은 그 손을 잡고 일어섰다. 손이 차가웠다.
오전 열 시 삼십 분. 재활실의 기계음이 울렸다. 박수연은 신경 자극 기구를 무릎에 부착했다. 전극이 피부에 닿으면서 미세한 전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신경이 죽어가지 않도록 자극하는 것이다. 박수연의 얼굴이 굳었다.
"통증이 있어?"
"네. 하지만 괜찮습니다."
박수연의 대답은 빨랐다. 지선이 아는 톤이었다—자신이 견딜 수 있다는 증명을 하려는 톤. 지선이 알아챈 것은 그 톤 뒤에 있는 것이었다. 두려움. 그리고 그 두려움을 감싸는 무언가. 죄책감.
"팀이 언제 복귀를 원하는데?"
"다음 주."
"불가능해. 넌 아직 경기장을 뛸 수 없어."
박수연의 입술이 떨렸다.
"그럼 언제요? 언제가 되면 돌아갈 수 있어요?"
지선은 대답하지 않았다. 정직하게 대답할 수 없었다. 세 달이라고 했지만, 강은비와 최현준은 수개월이라고, 수년이라고 말했다. 그들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말을 박수연에게 꺼낼 수는 없었다. 희망을 빼앗을 수 없었다.
"계속 훈련하면 돼."
"팀이 저를 기다리고 있어요."
박수연의 목소리가 떨렸다.
"저 때문에 팀이 져요. 제가 없으니까 공격 형태를 바꿔야 하고, 다른 선수들이 제 위치를 커버해야 하고... 이건 제 책임이에요."
지선이 박수연을 봤다. 눈이 흐려져 있었다.
"팀은 내 책임이 아니야. 넌 너 자신을 회복시키는 것에만 집중해."
"하지만..."
"극기의 영역에서는 그런 생각이 없어."
지선이 말했다.
"두려움이 없고, 죄책감도 없고, 책임감도 없어. 오직 지금 이 순간, 이 몸이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는 거야. 알겠어?"
박수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눈은 끄덕이지 않았다. 그 눈은 계속 떨리고 있었다.
오후 한 시. 강은비가 들어왔다. 지선은 강은비의 얼굴을 봤을 때 뭔가 다른 것을 느꼈다. 분노가 아니라 결정이었다.
"박수연을 쉬게 해야 합니다."
강은비가 말했다. 목소리가 차가웠다.
"심리 평가를 다시 했는데, 공황장애 증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신체적 통증과 심리적 두려움이 동시에 작동하는 상태예요. 이 상태에서 훈련을 계속하면 신경계 과부하가 심화됩니다."
"그건 일시적이야. 극복하면 돼."
"극복이 아니라 심화입니다."
강은비가 지선을 정면으로 봤다.
"당신은 박수연에게 극기를 강요하고 있어요. 두려움을 없애라고, 죄책감을 버려라고. 하지만 당신은 어떤가요?"
강은비가 한 발 다가섰다.
"당신은 지금 이 순간에도 떨고 있어요. 손가락도, 목소리도. 당신이 박수연에게 요구하는 극기를 당신은 이미 잃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선수에게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을 강요하고 있어요. 그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지선의 얼굴이 굳었다. 그의 입이 움직였다. 반박하려는 입이었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당신은 선수를 보지 않습니다."
강은비가 조용히 말했다.
"당신은 자신의 거울을 보고 있어요. 은메달이 아니었던 자신, 금메달이 되지 못한 자신, 그 자신을 다시 만들고 싶은 거고. 박수연이, 이준호가 그 재료예요."
지선의 호흡이 얕아졌다. 손가락이 떨리기 시작했다.
"센터를 나가세요."
"뭐?"
"나가라고 했어요."
지선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떨리지 않았다.
"당신의 역할은 끝났어요."
강은비가 지선을 봤다. 오래 봤다. 마치 누군가를 마지막으로 보는 것처럼.
"박수연이 무너질 때, 당신이 무엇을 할 건지 보고 싶었어요. 그럼 이제 알겠네요. 당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왜냐하면 당신은 이미 무너졌기 때문이에요. 자기 자신이 무너진 사람이 남을 일으킬 수 없습니다."
강은비는 문을 나갔다. 지선은 그 뒷모습을 봤다. 어깨가 움직였다. 울고 있는 건가? 아니면 그냥 걷고 있는 건가? 지선은 구분할 수 없었다.
오후 삼 시. 지선의 휴대폰이 울렸다. 최현준 의사였다.
"이준호 어머니와 대화했습니다. 아이가 입원 중인데, 신경학적 손상보다는 심리적 외상이 더 심각한 상태네요."
"그리고?"
"대한체육청 담당관이 센터를 방문하고 싶다고 합니다. 이준호 재부상 관련해서요. 내일 오전 열 시입니다."
지선의 손이 차가워졌다. 내일 오전 열 시, 자신의 실패가 공식화되는 순간이 올 것이었다. 이준호의 입원, 박수연의 이탈, 강은비의 퇴장. 모든 것이 증거가 되어 그를 고발할 것이었다.
통화가 끝났다. 지선은 휴대폰을 내려놨다. 화면에는 새로운 메시지가 들어와 있었다. 서민준이었다. *복귀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경제성 검토를 위해. 대한체육청과도 협의 중입니다. 센터의 지속 가능성 판단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지선의 호흡이 얕아졌다. 손가락이 떨렸다. 센터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었다. 서민준은 투자 수익률을 묻고 있었다. 그리고 대한체육청은 이준호의 재부상을 조사할 것이었다. 양쪽에서 동시에 압박이 들어오고 있었다.
지선이 창문을 봤다. 창 너머로는 구도심의 빌딩들이 보였다. 그 사이로 하늘이 회색으로 흐려 있었다.
오후 다섯 시. 박수연이 다시 들어왔다.
"선생님, 저..."
박수연이 말을 시작했다가 멈췄다. 무릎이 떨리고 있었다. 신경 신호의 혼란이 아니라 공포에 의한 떨림이었다.
"팀에서 또 연락이 왔어요. 내일 병원 검사를 받고, 모레 훈련에 복귀하라고."
박수연의 얼굴이 창백했다.
"저 안 돼요. 저는 못..."
박수연이 무릎을 다시 구부렸다. 펼쳤다. 구부렸다. 펼쳤다. 움직임이 불규칙했다. 신경이 신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었다. 뇌가 거부하고 있었다.
"안 돼요, 이건 안 돼요."
박수연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저 못 해요. 난 이미... 난 이미 팀에 폐를 끼치고 있고, 돌아가도 예전처럼 못 할 거고, 그럼 뭐하는 거예요?"
박수연이 앉았다. 매트 위에 그냥 앉았다.
"이준호 말이 맞았어요. 당신은 우리를 치료하는 게 아니라 당신 자신을 구하려는 거예요."
박수연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당신은 금메달을 못 받았고, 그래서 우리를 통해 금메달을 받으려고 하는 거고, 우리가 실패하면 당신이 실패하는 거니까 우리를 밀어붙이는 거예요."
지선의 호흡이 얕아졌다. 손가락이 떨렸다. 가슴이 철렁했다.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펴기를 반복했다. 박수연의 말이 계속 쏟아져 내려왔다.
"저는 배구 선수예요. 팀의 일원이에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팀 전체의 문제예요. 그래서 돌아가야 해요. 하지만 제 신체가 돌아가지 못하고 있고, 그래서 죄책감이 생기고, 그 죄책감 때문에 더 무너지고..."
박수연이 무릎을 안았다.
"이건 누구의 책임이에요?"
지선은 입을 열었다 다시 닫았다. 박수연의 눈물을 보고 있었다. 그 눈물이 자신의 눈물처럼 보였다. 자신이 만든 눈물.
"당신의 책임이에요."
박수연이 일어섰다. 비틀거렸지만 일어섰다.
"저는 센터를 나가겠습니다."
"박수연."
지선이 처음으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는 아무 힘이 없었다. 박수연은 이미 문으로 향하고 있었다.
"당신도 우리와 같은 거예요. 당신도 복귀할 수 없는 선수인 거고, 그래서 다른 선수들을 통해 자신의 복귀를 꿈꾸는 거고, 그 꿈이 깨질 때마다 우리를 밀어붙이는 거예요."
박수연이 문을 열었다.
"저는 당신의 은퇴를 위로해줄 수 없습니다."
박수연이 나갔다. 문이 닫혔다. 재활실에는 지선만 남았다.
지선의 손가락이 천천히 펴졌다 다시 굳었다. 호흡이 고르지 않았다. 가슴이 철렁했다. 강은비의 말, 박수연의 말. 그것들이 겹쳐 있었다.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자신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말들이었다.
지선은 천천히 일어났다. 재활실을 둘러봤다. 매트, 거울, 신경 자극 기구들. 모든 것이 고요했다. 박수연이 떨어뜨린 수건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이준호가 사용하던 기구도. 지선은 그것들을 집어 들었다가 다시 내려놨다. 손이 떨렸다. 시각이 흔들렸다. 귀에서 맥박 소리가 들렸다.
창밖의 하늘이 더 어두워졌다.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도시의 불빛들이 하나둘 켜져 갔다. 그 불빛들 사이로 지선의 얼굴이 비쳤다. 표정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모든 표정을 잃어버린 얼굴이었다.
사무실의 불도 아직 꺼지지 않았다. 텅 빈 재활실을 비추고 있었다. 매트 위에는 아침에 정리했던 기구들이 다시 흩어져 있었다. 그 위로 저녁 냄새가 묻어났다. 사람의 땀, 소독약, 그리고 무언가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는 것의 냄새.
지선은 책상으로 돌아갔다. 휴대폰을 들었다. 서민준의 메시지를 다시 읽었다. 대한체육청과의 협의. 경제성 검토. 단어들이 자신의 목을 조였다. 손이 떨렸다. 호흡이 얕았다. 시야가 좁혀 들었다.
내일 오전 열 시.
그 시간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한체육청 담당관이 센터를 방문할 것이다. 이준호는 왜 입원했는가를 묻을 것이다. 박수연은 왜 떠났는가를 묻을 것이다. 강은비는 왜 나갔는가를 묻을 것이다. 모두 자신의 책임이었다. 그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묻는 질문에 처음 직면했다.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아니었다. 그것은 과거였고, 그 과거는 이미 죽어 있었다. 재활 센터의 센터장? 이제 그것도 아닐 것이었다. 강은비가 나갔고, 박수연이 나갔고, 이준호는 입원했다. 남은 것은 무엇인가.
자신은 복귀할 수 없는 선수였다. 돌아갈 수 없는 자리를 향해 끝없이 손을 뻗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손을 잡아줄 누군가를 찾기 위해 다른 선수들을 이용했다. 강은비의 말이 맞았다. 박수연의 말도 맞았다. 자신은 선수를 보지 않았다. 자신의 거울만 봤다.
지선의 호흡이 가빠졌다. 손가락이 떨렸다. 가슴이 철렁했다. 그것이 깨달음이었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아는 순간이었다.
지선은 그 깨달음 앞에서 처음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책상 위의 휴대폰 화면이 밝았다. 내일 오전 열 시. 그 앞에서 자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