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의 절대 진리, 회귀의 종료
5위였다.
지호는 휴대폰 화면을 멈췄다. 손가락이 떨렸다. 스트리밍 차트, 음원 차트, 모든 플랫폼에서 '음악이 되기 전에'는 5위에 머물러 있었다. 1위가 아니었다. 2위도, 3위도, 4위도 아니었다. 정확히 5위. 180일 동안 만든 곡, 자신의 모든 이론과 박준호의 모든 직관이 녹아 있는 그 곡이.
강북 스튜디오의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빗소리는 한 시간 전부터 계속되고 있었다. 지호는 소파에 누워 있었고, 박준호는 스튜디오 한 구석에서 믹싱 장비를 정리하고 있었다. 둘 다 말이 없었다.
"5위면 충분한데?"
박준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180일 동안 강남을 버리고 이곳에서 지호와 함께 작업했던 사람의 목소리였다.
"충분하지 않아."
지호가 대답했다. 그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넌 뭘 기대했어?"
"1위를."
박준호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은 비웃음이 아니었다. 단순한, 피로한 웃음이었다.
"지호. 우리가 만든 곡 들어봤어? 정말로?"
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들었다. 수백 번 들었다. 밤새 들었다. 아침에도 들었다. 출근길에도 들었다. 퇴근길에도 들었다. 그 곡은 자신과 박준호가 만든 모든 것을 담고 있었다. 이론과 직관의 완벽한 조화. 황금비와 감정의 절묘한 교차. 세 번째 소절에서 시작되는 반음의 변화가 만드는 그 독특한 울림.
하지만 5위였다.
"강남에서 뭐라고 할 줄 알아?"
박준호가 물었다.
"모르지. 뭐라고 할 건데?"
"계산된 음악이 결국 계산된 결과를 낸다고. 1위가 아니라서 5위라고. 우리가 뭔가 틀렸다고."
지호는 고개를 들었다. 박준호의 얼굴을 봤다. 180일 동안 얼굴이 많이 변했다. 강남의 세련된 표정이 사라졌다. 대신 무언가 더 깊은 것이 생겼다. 피로감일 수도 있었고, 진지함일 수도 있었다.
"그들이 뭐라고 하든 상관없어."
박준호가 소파 옆에 앉았다.
"우리는 이 곡을 들으면서 행복했어. 밤 3시에도, 새벽 5시에도, 점심 12시에도. 우리는 이 곡을 만들면서 행복했어."
지호는 박준호를 바라봤다. 180일 전의 박준호는 이런 말을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천재는 직관을 믿고, 직관은 검증을 거부한다고 생각했던 그 사람이.
"넌 지금 뭐라고 말하는 거야?"
"넌 언제부터 음악을 만들었어?"
박준호가 역으로 물었다.
"뭐?"
"음악을. 왜 시작했어?"
지호는 대답하지 못했다. 왜 시작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28살 때는 왜 시작했을까. 38살 때는? 10년 동안 왜 음악을 했을까. 아, 맞다. 증명하려고. 자신이 재능이 있다는 것을. 거물 프로듀서들이 틀렸다는 것을. 자신이 낙오자가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강북의 허름한 스튜디오에서, 5위 차트를 바라보면서, 박준호와 함께 앉아 있으면서.
무언가가 다르게 느껴졌다.
휴대폰이 울렸다. 이수현이었다.
"형! 라디오 켜! MBC 표준FM! 지금!"
지호는 서둘러 라디오를 켰다. 유명한 라디오 DJ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정말 특이한 곡입니다. 차트에서는 5위에 머물러 있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올해 최고의 곡이라고 평가합니다. 왜냐하면 이 곡은 우리가 음악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의 의미를 다시 묻고 있기 때문입니다. 차트 알고리즘도 없고, 기획사의 마케팅도 없고, 거물 프로듀서의 '감'도 없습니다. 단지, 순수한 음악만 있습니다."
라디오는 계속됐다.
"한지호와 박준호가 만든 '음악이 되기 전에'는 이 업계가 잊고 있던 것을 상기시켜줍니다. 음악은 상품이 아니라는 것을. 감정은 계산할 수 없다는 것을. 하지만 동시에, 그 감정 안에는 완벽한 이론이 숨어있다는 것을."
박준호가 지호의 손을 잡았다.
"들었어? 우리가 뭔가 틀린 게 아니라, 우리가 뭔가 맞다고."
그 순간, 지호의 휴대폰이 울렸다. 미지의 번호였다. 그는 받았다.
"한지호 프로듀서? 저는 음악계 평론가 신준영입니다. 잠깐 시간 있으신가요?"
한 시간 뒤, 지호의 휴대폰은 폭주했다. 다섯 명의 거물 프로듀서로부터. 세 개의 대형 기획사로부터. 열 명의 음악 평론가로부터. 모두가 같은 말을 했다: 이 곡이 진정한 음악이라고. 차트 순위와 관계없이.
지호는 스튜디오 밖으로 나갔다. 빗은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강북의 거리는 젖어 있었고, 멀리 강남의 불빛이 보였다. 하지만 그 거리가 이제는 다르게 느껴졌다.
그 순간, 어머니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음악이 너를 행복하게 해준 적이 있니?"
지호는 하늘을 봤다. 빗이 얼굴에 떨어졌다.
"네, 엄마."
그가 대답했다. 비록 엄마는 듣지 못하지만.
"음악이 나를 행복하게 해줬어. 정말로."
밤 11시 59분.
지호는 스튜디오의 컴퓨터 앞에 앉았다. 새로운 파일을 만들었다. 제목은 '다음 곡'이었다. 박준호는 옆에서 악기를 정리하고 있었다.
"뭘 만들 거야?"
박준호가 물었다.
"모르겠어. 하지만 뭔가 더 나은 음악을 만들고 싶어."
"그럼 우리 함께 만들자."
그 순간, 지호의 몸이 떨렸다. 아주 미세하게. 시계는 정확히 12시 0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시간이 동결되지 않았다.
지호는 숨을 멈췄다. 그의 손이 키보드 위에 놓여있었다. 타이핑을 시작했다. 한 글자, 한 글자. 음표 기호, 음정, 리듬. 박준호는 옆에서 지호의 손을 봤다. 더 이상 떨리지 않는 손이었다.
새벽 6시.
지호는 눈을 떴다. 침대는 강북 오피스텔의 침대였다. 창밖은 새로운 아침이었다. 스물아홉 살 아침이었다.
휴대폰을 켰다. 박준호의 메시지가 있었다.
'지호, 고마워. 너 덕분에 난 처음으로 진정한 음악이 무엇인지 알게 됐어. 이제 우리 함께 더 나은 음악을 만들자. 그리고... 미안해. 내가 너의 아이디어를 도용했을 때, 넌 그걸 증명하려고 했던 거였어. 하지만 난 그걸 증명해버렸어. 지금은 이해해. 증명은 음악으로 하는 거야. 말로 하는 게 아니라.'
지호는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그것은 슬픈 눈물이 아니었다. 10년 동안 처음 흘리는 행복한 눈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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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이 지났다.
강남 테헤란로의 한 건물. 그곳은 더 이상 김태성 프로덕션이 아니었다. 새로운 간판이 붙어있었다. 'Wave & Current'. 물결과 흐름.
지호는 그 건물의 문을 열었다. 박준호는 이미 안에 있었다. 이수현도, 정유진 A&R도, 그리고 김태성도 있었다.
"준호. 정말로?"
김태성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절망이 섞여있었다.
"네, 선생님."
박준호가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나는 '감'으로 음악을 만드는 거 그만하고 싶어요. 나는 지호와 함께 '음악'으로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음악? 그게 무슨 말이야?"
"음악은 이론도 아니고, 직관도 아니에요. 그 둘의 조화예요. 우리가 만든 '음악이 되기 전에'가 그걸 증명했어요. 차트 5위였지만, 모든 사람이 인정했어요. 그것이 진정한 음악이라고."
김태성은 말이 없었다. 그의 얼굴에는 뭔가가 무너지는 표정이 있었다. 수십 년간 음악계를 지배해온 자신의 '감'이라는 무기가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다는 깨달음이었다.
박준호가 계속 말했다.
"선생님, 저 곡을 들으면서 처음 알았어요. 음악이 뭔지. 제 직관만으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곡이었어요. 지호의 이론과 만났을 때, 비로소 완성됐어요."
김태성은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선생님. 이제 음악계는 바뀔 거예요. '감'만으로는 더 이상 안 돼요. 과학과 예술의 조화. 그것이 음악의 미래예요."
침묵이 흐른다. 김태성의 손이 책상 위에서 떨렸다. 그는 지호의 이론서를 집어 들었다. 그것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나이 칠십에 가까운 거물 프로듀서가, 처음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자신의 '감'의 한계를 깨닫고, 그것을 넘어서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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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7시.
강북과 강남을 연결하는 새로운 스튜디오. 한때는 강남의 고급 장비와 강북의 혼탁한 공기가 분리되어있던 공간들이 이제는 하나로 합쳐져있었다. 음향 설계는 완벽했다. 장비는 최신식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공간에 더 이상 '계급'이 없다는 것이었다.
지호와 박준호는 스튜디오 중앙에 앉아있었다. 악보 앞에서. 새로운 프로젝트의 악보 앞에서.
"이번 곡의 제목은?"
박준호가 물었다.
"'다시 시작'."
지호가 대답했다.
"회귀?"
"아니야. 진짜 다시 시작. 새로운 시작."
그 순간, 지호의 휴대폰이 울렸다. 어머니였다.
"지호야. 라디오에서 너희 곡 또 나왔더라. '음악이 되기 전에' 이름. 엄마는 이해 못 하지만, 뭔가 좋더라. 넌 행복해?"
지호는 웃음을 지었다.
"네, 엄마. 음악이 나를 행복하게 해줬어. 정말로."
통화를 끊은 순간, 시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확히 2015년 1월 15일 오전 6시 32분. 회귀로부터 정확히 365일 12시간 32분이 흘렀다.
지호는 자신의 손을 봤다.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공포가 아니었다. 그것은 깨달음이었다.
이 1년 동안 그는 무엇을 했는가.
차트 1위를 노렸다. 거물 프로듀서들의 인정을 갈구했다. 박준호를 압도하려고 했다. 10년을 돌려받으려고 했다. 모든 것이 맞는 것처럼 보였다. 회귀의 저주라는 설명이 그의 모든 행동을 정당화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음악이 나를 행복하게 해줬어.'
그 말을 꺼낼 때, 무언가가 풀렸다.
지호는 손을 내려놓고 눈을 감았다. 박준호가 옆에서 말했다.
"지호, 넌 뭔가 알게 된 거 같은데?"
"응."
지호가 천천히 대답했다.
"차트 1위가 아니었어. 5위였어. 그런데 왜 내 마음은 1위인 것 같지?"
"왜라고 생각해?"
박준호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처음으로 그렇게 들렸다. 천재의 거만함이 없었다. 단지 뮤지션의 호기심만 있었다.
"그 곡이 나를 행복하게 해줬기 때문이야."
지호가 눈을 떴다.
"우리가 만든 그 곡. '음악이 되기 전에'. 그 곡을 들을 때, 나는 내 자신을 용서할 수 있었어. 10년을 낭비했던 나를. 재능이 부족했던 나를. 거물 프로듀서들에게 인정받지 못했던 나를. 그리고 그것이 진정한 승리라는 걸 알았어."
박준호는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나는?"
"넌?"
"그 곡을 들을 때, 난 처음으로 내가 만든 음악을 사랑할 수 있었어. 아니, 사랑한다는 표현도 이상한데. 그냥... 음악이 내게 말하는 거 같았어. '넌 충분해. 넌 좋아. 계속해.'라고."
지호는 박준호를 봤다. 그의 얼굴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넌 천재잖아."
지호가 말했다.
"그래서 더 외로웠어. 모든 게 쉬워서. 모든 게 당연하고, 모든 게 의무였어. 하지만 너와 함께 만든 그 곡에서, 나는 처음으로 음악이 '투쟁'이라는 걸 알았어. 그리고 투쟁이 아름답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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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지호의 어머니는 아들의 목소리를 다시 들었다. 이번엔 전화가 아니라 영상통화였다.
"엄마, 내가 뭔가 고백할 게 있어."
지호가 말했다.
"뭔데?"
"지난 1년 동안... 아니, 지난 11년 동안 나는 음악을 하지 않았어. 나는 증명을 하고 있었어. 내 존재 가치를 증명하려고."
어머니는 말이 없었다.
"하지만 어제, 우리가 만든 곡을 들으면서 깨달았어. 음악은 증명이 아니라 고백이라는 거. 내가 누구인지를 고백하는 거. 그리고 그걸 누군가 들어줄 때, 그 순간이 행복이라는 거."
"그래서?"
어머니가 물었다.
"그래서 이제 나는 음악을 할 거야. 증명이 아니라 고백으로."
어머니는 웃음을 지었다. 눈물을 흘리며.
"우리 지호, 정말 커버렸구나."
통화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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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
강북 스튜디오는 더 이상 '강북 스튜디오'가 아니었다. 그것은 단순히 '스튜디오'였다. 위치도 계급도 없는 순수한 음악의 공간.
지호는 박준호와 함께 새로운 곡의 악보를 그렸다. 제목은 '다시 시작'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제목이 아니었다.
이것은 약속이었다.
음악은 계속될 것이다. 더 나은 곡들이 나올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감동받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음악을 만들 때 더 이상 '증명'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이었다.
단지 '고백'만 할 것이다.
"지호."
박준호가 말했다.
"응?"
"고마워. 정말로."
"뭐가?"
"내게 음악을 가르쳐줘서. 아니, 정정. 내게 음악이 무엇인지 상기시켜줘서. 난 천재였어. 하지만 천재는 외로워. 모든 걸 혼자 해야 하니까. 하지만 넌... 넌 나와 함께 음악을 했어."
지호는 대답하지 않고 악기를 쳤다. 박준호도 따라했다.
멜로디가 태어났다.
그것은 이론도 아니었고, 직관도 아니었다.
그것은 순수한 음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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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6시.
강남의 고층 빌딩에서는 새로운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었다.
김태성은 책상 앞에 앉아있었다. 그의 손에는 '음악이 되기 전에'의 악보가 들려있었다. 그는 한 시간 동안 그것을 분석했다.
이론. 직관. 그 둘의 조화.
그는 깨달았다. 자신의 '감'이 무엇이었는지를.
그것은 거짓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은 절대적이지도 않았다.
그것은 단순히 '경험'이었다. 수십 년의 경험이 축적된 직관. 하지만 직관은 변한다. 시대가 변하면, 음악이 변하면, 청중이 변하면.
김태성은 지호의 이론서를 다시 집어 들었다. 그는 공부를 시작했다. 나이 칠십에 가까운 거물 프로듀서가, 처음으로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배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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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
음악 매체들은 특집을 내고 있었다.
[차트 5위곡 '음악이 되기 전에', 올해의 노래로 선정] [거물 프로듀서 김태성, 과학적 음악 분석에 '혁명적'이라 평가] [박준호의 선택, 강남을 떠나 강북으로 내려가다]
기사들은 하나의 메시지를 전했다.
음악계가 변하고 있다.
이론과 직관의 전쟁은 끝났고, 그 자리에 화합이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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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7시.
지호의 휴대폰에는 수십 개의 메시지가 들어와있었다.
대형 기획사에서의 제안. 음악 프로그램의 출연 제의. 심지어 해외 레이블의 접촉도 있었다.
하지만 지호는 그 모든 것을 무시했다.
대신 그는 박준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내일도 함께 곡 만들자. 그 다음날도. 그 다음다음날도.]
박준호의 답변은 즉시 왔다.
[응. 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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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59분.
지호는 강북 스튜디오의 의자에 앉아있었다. 박준호도 옆에 앉아있었다. 이수현은 차를 마시고 있었다. 정유진은 차트 분석을 하고 있었다.
지호는 시계를 봤다.
정확히 1년. 2014년 1월 15일 아침에서 2015년 1월 15일 밤 11시 59분까지.
회귀는 끝나간다.
하지만 지호는 두렵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이제 알았기 때문이다.
회귀가 끝나는 것이 저주가 아니라는 것을. 그것은 약속의 시작이었다.
그 약속은 이것이었다.
음악을 계속 만든다. 더 좋은 음악을, 더 정직한 음악을, 더 사랑스러운 음악을.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계속 발견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음악을 만들고 싶은지.
오전 12시 00분.
새로운 날이 시작됐다.
2015년 1월 16일.
더 이상 회귀의 날이 아닌, 미래의 날이었다.
지호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한 줄의 멜로디가 마음속에 떠올랐다.
그것은 어제의 계속이 아니라, 내일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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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후.
2016년 1월 15일.
강남과 강북을 잇는 새로운 음악 센터가 개관했다. 그것은 단순한 스튜디오가 아니었다. 그것은 음악 학교였다. 음악 아카이브였다. 음악 박물관이었다.
그리고 그곳의 이사는 한지호였다.
부이사는 박준호였다.
둘은 나란히 새 센터를 둘러봤다.
"넌 후회하지 않아?"
지호가 물었다.
"뭐?"
"강남을 떠난 것. 거물 프로듀서가 될 기회를 버린 것."
박준호는 웃음을 지었다.
"거물 프로듀서가 되는 건 이미 했어. 아니, 태어날 때부터 그럴 운명이었어. 하지만 음악가가 되는 건, 너와 함께여야 할 수 있었어."
지호는 박준호의 어깨를 쳤다.
"우리 함께 뭐 할까?"
"뭐 할까긴. 우리는 음악을 할 거지. 계속. 평생."
그들은 센터의 메인 스튜디오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악기들이 놓여있었다. 피아노. 기타. 드럼. 신스사이저. 그리고 수백 개의 악보.
벽에는 명언이 적혀있었다.
'음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음악은 진실을 노래한다.'
그것은 한지호가 쓴 것이었다.
"이제 시작이야."
지호가 말했다.
박준호가 악기를 집어 들었다.
"응. 이제 정말 시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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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6시.
지호의 어머니는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음악 신인 프로듀서 한지호, 새로운 음악 센터 개관 기념 공연 개최]
화면에는 아들이 보였다. 그의 옆에는 박준호가 있었다.
둘은 무대 위에서 함께 곡을 만들고 있었다. 아니, 만드는 게 아니라 연주하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었다.
그것은 음악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의식이었다.
어머니는 울음을 터뜨렸다.
"우리 지호. 정말 행복해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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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지호는 관객들을 봤다. 수천 명. 그들은 모두 이 음악을 들으러 왔다.
박준호는 지호를 봤다. 그리고 웃음을 지었다.
"넌 다시 회귀하고 싶어?"
박준호가 속삭였다.
지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제 이게 나의 현실이야."
그들은 다시 악기를 쳤다.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그것은 이론이 아니었다. 직관도 아니었다.
그것은 순수한 음악이었다.
진정한 음악. 거짓말을 하지 않는 음악.
관객들은 눈을 감고 귀를 기울였다.
그 음악 속에는 10년의 낭비가 있었다. 회귀의 저주가 있었다. 치열한 경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녹아 있으면서도, 그것은 순수했다.
순수하게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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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59분.
지호는 홀로 스튜디오에 남아있었다.
박준호도, 이수현도, 정유진도 떠났다.
단지 악기와 악보만 남았다.
그리고 지호.
그는 피아노에 손을 올렸다.
한 줄의 멜로디를 쳤다.
그 멜로디는 처음부터 여기 있었다. 1년 전, 회귀의 아침부터. 하지만 지호는 그것을 듣지 못했다. 차트 순위, 거물 프로듀서들의 평가, 박준호와의 경쟁, 10년의 원망. 그 모든 것이 음악을 덮고 있었다.
이제 그것들이 사라졌다.
단지 음악만 남았다.
지호는 눈을 감고 더 깊이 쳤다.
그 음악은 울음이었다. 하지만 슬픈 울음이 아니라, 기쁜 울음이었다.
자신을 발견한 기쁨. 음악 속에서 자신을 찾은 기쁨.
"감사합니다."
지호가 중얼거렸다.
음악에게. 그리고 그 음악을 함께 만들어준 모든 사람들에게.
특히 박준호에게.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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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
지호는 강북 스튜디오의 의자에서 눈을 떴다.
정확히 2년. 아니, 1년과 1일이 흘렀다.
회귀는 끝났다.
하지만 음악은 계속됐다.
그리고 지호는 이제 알았다.
회귀가 끝나는 것이 죽음이 아니라는 것을. 그것은 삶의 시작이었다.
진정한 삶. 음악 속에서 자신을 사랑하는 삶.
지호는 휴대폰을 들었다.
박준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도 음악 만들자. 내일도. 계속.]
박준호의 답변은 즉시 왔다.
[응. 평생. 우리의 음악으로.]
지호는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새로운 날을 맞이했다.
더 이상 저주의 날이 아닌, 음악의 날이.
회귀는 끝났다.
하지만 음악은 계속된다.
그리고 그것이 진정한 영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