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점프 탑에서 떨어지는 순간, 세상이 멈췄다.
낙하 속도 초속 15미터. 심장음이 귀를 먹었다. 이준호의 눈앞에 반투명한 창이 떠올랐다.
【이준호】 【나이: 18】 【능력 목록: (비어있음)】 【남은 수명: 72시간】
손가락으로 터치해도 반응 없었다. 하지만 중요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동시에 세계 전체를 관통하는 목소리가 울렸기 때문이다.
—72시간 후 지구는 재부팅된다. 모든 생명체는 초기화되지만, 모든 던전을 클리어한 자만 관찰자로 남을 수 있다.
급하강하는 몸으로도 준호는 그 목소리의 무게를 느꼈다. 재부팅? 던전? 의미를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만 명확했다. 자신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곧 죽을 것이라는 것.
탄성 있는 번지줄이 완벽한 각도로 몸을 잡아채 올렸다. 준호는 공중에서 몸을 굴리며 착지 존으로 방향을 틀었다. 매트 위에 부딪혔고, 천장을 보며 누웠다. 가슴팍이 철렁했다. 생존했다. 하지만 얼마나 오래?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손이 떨렸다. SNS 타임라인은 혼란으로 가득했다.
【긴급속보】 전 지구적 게임화 사건 발생, 정부 긴급회의 소집 【뉴스】 서울 강남역 지하에 던전 출현, 첫 클리어 30분 내 달성 【유튜브】 박준혁 S급 검술, 강남역 던전 솔로 클리어 영상 (조회수 432만)
준호는 자신의 상태창을 다시 봤다.
【남은 수명: 71시간 58분 43초】
72시간에서 떨어졌다. 번지점프에서 상태창이 나타났을 때 이미 시간이 깎여 있었다는 뜻인가?
카페로 향했다. 근처 편의점 위층의 작은 카페였다. 준호가 고아원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자주 들르던 곳이었다. 들어서는 순간, 여러 상태창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앞 여자: 【박유진】 【능력 목록: 회복 마법 C급, 정신 강화 D급】
옆 남자: 【임준석】 【능력 목록: 근력 강화 B급, 반사신경 B급, 염동력 C급】
준호의 능력 목록은 여전히 비어있었다.
(비어있음)
카페 TV에서 박준혁의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검술 S급. 화면 속에서 그의 검이 공중에서 빛을 그었다. 몬스터의 팔다리가 떨어져 나갔다. 던전 내부는 핏빛으로 물들었다. 실시간 댓글이 흐르고 있었다.
—이게 S급이네. 우리는 뭐 하는 건지 —박준혁 따라가는 게 최고의 생존 전략일 듯 —72시간 안에 모든 던전 돌아? 미쳤다
준호의 목이 메었다. 카페 손님들은 이미 능력을 사용하고 있었다. 회복 마법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근력 강화로 짐을 나르고, 염동력으로 물체를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시작했다.
자신만 비어있었다.
스마트폰을 내려놨다. 혹시 자신은 게임화의 대상이 아닌 걸까? 혹은 능력이 너무 약해서 상태창에 표시되지도 않는 걸까? 준호는 자신의 상태창을 다시 눌렀다.
그 순간이었다.
카페 문이 열렸고, 한 남자가 커피를 들고 들어섰다. 20대 초반으로 보였다. 그의 상태창이 준호의 눈에 들어왔다.
【최창호】 【능력 목록: 화염 조종 B급, 물질 분해 C급, 신체 강화 A급】
준호는 생각했다. 저 정도는 되어야 한다. 아니, 저 정도 이상이. 72시간 안에 모든 던전을 클리어하려면. 관찰자가 되려면.
최창호가 카페 한구석에 앉았다. 준호는 자신도 모르게 그쪽을 바라봤다. 그리고 생각했다. 저 사람의 능력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 순간, 자신의 상태창이 변했다.
【이준호】 【능력 목록: 화염 조종 B급, 물질 분해 C급, 신체 강화 A급】 【남은 수명: 70시간 58분 43초】
준호의 숨이 멎었다.
불가능했다. 최창호가 자신의 능력을 준호에게 준 적이 없다. 접촉도 없었다. 단지 자신이 그의 상태창을 보고 생각했을 뿐인데, 능력이 복제되었다. 마치 자신의 것인 양.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자신의 수명이 1시간 깎였다는 것이다.
준호는 테이블 위의 물컵을 바라봤다. 신체 강화 A급의 힘을 느껴보고 싶었다. 마음속으로 컵을 들어올리라고 명령했다.
물컵이 공중에 떠올랐다. 테이블에서 15센티미터 위로. 물이 흔들렸지만 쏟아지지 않았다. 준호의 손도 움직이지 않았다. 단지 그의 눈이 컵을 바라봤을 뿐이다.
화염 조종도 시도해보고 싶었다. 손가락 끝에 불씨를 피워올리는 것처럼. 하지만 카페 안에서는 위험했다. 대신 준호는 손을 펼쳤다. 화염이 손바닥 위에서 피어올랐다. 작은 불꽃이었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능력이 작동한다. 진짜로.
그 순간, 불꽃이 커졌다.
준호는 황급히 손을 움켜쥐었다. 불이 꺼졌다. 하지만 손가락 끝이 따뜻했다. 아니, 뜨거웠다. 피부가 살짝 그을렸다.
통제 불능이었다. 최창호의 화염 조종도, 강민준의 염동력도—준호는 멈췄다. 강민준이라는 이름을 아직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미 그의 능력을 알고 있었다. 복제했으니까.
타인의 신체를 빌려 쓰는 것처럼 어색했다. 손가락 하나를 움직이려는데 팔 전체가 경련했다.
카페 손님들이 준호를 바라봤다. 그 중 한 명이 일어섰다. 최창호였다. 그의 얼굴에는 의아함이 떠올랐다. 마치 자신의 능력이 어딘가로 빠져나간 것을 느낀 것처럼.
준호는 재빨리 자리를 떴다. 카페를 빠져나갔다.
거리는 이미 혼란으로 물들어 있었다.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공중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중력을 거스르고, 누군가는 벽을 부수며 던전을 찾고 있었다. 경찰은 통제하려고 했지만 이미 손을 쓸 수 없었다. 세계가 게임이 되었다.
준호는 강남역 방향으로 걸었다. 뉴스에서 본 첫 번째 던전이 있는 곳이었다. 자신도 던전을 클리어해야 했다. 72시간 안에. 모든 것을 클리어해야 했다.
휴대폰이 울렸다.
【정수진】
고아원에서 같이 자란 아이였다. 준호보다 한 살 어렸고, 항상 자신의 편이었다.
"여보세요?"
통화를 받자마자 정수진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준호? 너 봤어? 지금 어디야?"
"강남역 가고 있는데."
"아, 맞다. 너는 강하니까. 근데 들어봐. 고아원 선생님이 모두를 모아놨어."
준호의 발걸음이 멈췄다.
"뭐?"
"혜진 선생님이 우리 모두를 고아원에 모아놨어. 그리고 계속 너한테 물어봐. 준호가 우리를 구할 수 있냐고. 우리도 관찰자가 될 수 있냐고."
준호는 대답할 수 없었다. 자신은 능력이 없었다. 단지 타인의 능력을 훔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수명이 깎였다. 72시간. 그것뿐이었다.
"준호?"
"응. 알았어."
"정말? 그럼 혜진 선생님이—"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준호는 통화를 끊었다. 강남역 지하 입구가 보였다. 던전의 입구였다. 검은 빛이 공중에서 회전하고 있었다. 여러 플레이어들이 입구 앞에 모여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비명을 질렀다.
그 순간, 어둠이 흔들렸다. 검은 빛이 흩어졌다. 그리고 한 남자가 던전에서 걸어 나왔다. 검술복을 입은 남자였다. 손에는 검을 들고 있었다. 준호는 그를 알았다.
강민준이었다.
박준혁의 수하. 염동력 A급. SNS에서 본 그 영상 속의 남자.
강민준의 눈이 준호를 향했다.
"넌 누구야?"
물었다. 단순한 도발이 아니었다. 진정한 질문을 던지는 것처럼. 강민준의 눈동자에는 이미 준호의 상태창이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상태창에는 자신의 능력이 기록되어 있었다.
준호의 심장이 철렁거렸다. 강민준이 한 발 앞으로 나갔다.
"상태창 복제? 그런 능력은 없는데..."
강민준의 염동력이 활성화되었다. 준호의 몸이 공중에서 들렸다.
강남역 입구의 공기가 경직되었다. 준호의 발이 땅에서 떨어지는 순간, 주변 플레이어들이 재빨리 물러섰다. 강민준의 염동력 앞에서는 누구도 개입할 수 없었다.
"박준혁한테 보고해야겠네."
강민준이 중얼거렸다. 그의 눈빛은 차갑기 그 자체였다. 준호의 몸이 더 높이 들려 올랐다. 주변 사람들의 스마트폰 카메라가 켜졌다. 이미 실시간 방송으로 송출되고 있을 것이다.
그 순간, 준호의 뇌가 타올랐다.
공중에서 들려올린 몸. 떨어질 수 없는 상황. 강민준의 손아귀 안에서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자신은 능력이 없었다. 타인의 것을 빌렸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도 완벽하지 않다. 통제 불능이었다.
하지만 강민준의 상태창이 다시 명멸했다.
이미 한 번 복제했으니, 두 번째는 더 깊었다. 더 위험했다. 신경계를 직접 장악하는 것. 그의 뇌와 자신의 뇌를 연결하는 것.
준호는 떨었다. 공포가 몸을 집어삼켰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복제를 시작했다.
강민준의 염동력이 준호의 신체로 스며들었다. 그 과정은 고통스러웠다. 마치 누군가 자신의 뇌를 직접 만지는 듯한 감각. 신경이 타는 듯했다. 눈앞이 하얀 빛으로 가득 찼다. 동시에 준호의 상태창에서 남은 수명이 70시간에서 69시간으로 떨어졌다. 1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강민준의 손이 경련했다.
"뭐야? 뭐가—"
준호의 눈이 빛났다. 강민준의 염동력이 이제 준호의 것이 되었다. 그는 강민준의 손 없이도 자신을 공중에서 움직일 수 있었다. 신경계를 직접 조종하는 것처럼. 강민준이 자신을 들어올린 그 방식 그대로.
하지만 어색했다. 손가락 하나를 움직이려는데 팔 전체가 움직였다. 브레이크가 없는 기계를 다루는 것 같았다. 자신의 신체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준호가 공중에서 몸을 날렸다. 강민준을 밀어냈다.
강민준의 몸이 뒤로 튕겨나갔다. 그의 등이 던전 입구 근처의 벽에 부딪혔다. 먼지가 일었다. 주변 플레이어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강민준이 일어섰다. 그의 얼굴에는 분노와 함께 뭔가 다른 감정이 섞여 있었다. 두려움. 자신의 능력이 순간에 빼앗겼다는 두려움.
"상태창 복제? 그딴 게..."
강민준이 다시 염동력을 발동하려고 했다. 하지만 준호가 먼저 움직였다. 강민준의 신경계를 조종했다. 아주 가볍게. 마치 침으로 팔을 스치는 정도로. 강민준의 몸이 경직되었다.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준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게 강민준을 밀어냈을 뿐이다. 그의 신체가 자신의 의지를 벗어나 움직였다. 통제 불능의 공포가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다.
준호는 강남역 던전 입구로 들어갔다. 검은 빛이 그를 집어삼켰다.
입구 밖에서 강민준은 여전히 경직된 채로 서 있었다. 자신의 능력으로 자신이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에 직면한 채.
---
던전 내부는 미로였다. 통로는 일직선이 아니었다. 3차원으로 꼬여 있었다. 위아래, 앞뒤, 좌우가 모두 뒤섞여 있었다. 중력이 일정하지 않았다. 어떤 구간에서는 아래로 향하고, 어떤 구간에서는 옆으로, 또 어떤 구간에서는 위로 향했다.
준호는 강민준의 염동력을 사용했다. 자신의 몸을 공중에 띄우고, 중력을 무시하며 이동했다. 다른 플레이어들은 미로를 헤매고 있을 텐데, 준호는 수직으로 이동했다.
15분이 지났다.
던전의 통로가 점점 좁아졌다. 준호는 염동력으로 자신의 몸을 옆으로 틀었다. 벽을 스치며 통과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통제가 흐트러졌다. 어깨가 벽에 부딪혔다. 통증이 흐르면서 신경이 한 순간 끊겼다. 자신의 신체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준호는 이를 깨물고 계속 나아갔다.
25분이 지났다.
던전의 중심부에 도달했다. 그곳에는 거대한 몬스터가 있었다. 뱀 같은 형태였지만, 몸은 투명했다. 마치 유리로 만들어진 것처럼. 그 안에는 무수한 작은 구슬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몬스터가 준호를 바라봤다.
준호는 강민준의 염동력으로 자신을 던졌다. 몬스터의 몸을 관통했다. 그 과정에서 몬스터의 신경계를 조종하려고 했다. 아주 강하게.
그 순간, 이상한 감각이 밀려왔다.
누군가의 기억. 강민준의 기억이었다. 강민준이 과거에 어떤 몬스터를 죽였을 때의 기억. 피 흐르는 장면. 죽음의 냄새. 비명 소리. 타인의 신경계에 침입할 때마다 그 대상의 기억 일부가 준호에게 스며들었다.
준호는 그 감각 속에서 몬스터를 조종했다. 신경계를 장악하고,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고, 마침내 그것을 부수었다. 마치 꼭두각시를 다루듯이.
동시에 쾌감이 밀려왔다. 타인의 신체를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쾌감. 그것을 통제하는 쾌감. 하지만 그 쾌감 뒤에는 공포가 있었다. 이 능력이 얼마나 위험한지, 자신이 얼마나 통제 불능인지를 깨닫는 공포.
몬스터가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준호의 상태창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강남역 지하 던전 클리어】 【클리어 시간: 42분】 【보상: 경험치 2500】
그리고 새로운 정보가 추가되었다. 준호의 상태창에는 이제 두 가지 능력이 기록되어 있었다.
【능력 목록】 1. 염동력 A급 (강민준으로부터 복제) 2. 화염 조종 B급 (최창호로부터 복제)
준호는 던전을 빠져나갔다.
강남역 입구에 도달했을 때, 주변에는 수십 명의 플레이어가 모여 있었다. 모두 준호를 바라봤다. 그의 상태창 정보가 이미 퍼져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말했다.
"42분이면... S급 플레이어 수준이네."
다른 누군가가 덧붙였다.
"근데 저 애 누구야? 처음 봐는데?"
준호는 그들을 무시했다. 휴대폰을 꺼냈다. 이미 12개의 미스 콜이 있었다. 모두 정수진과 이혜진의 번호였다.
그 순간, 또 다른 전화가 울렸다.
【김태오】
준호는 받았다.
"안녕. 나 김태오야. 너한테 제안이 있어."
목소리는 차갑고 정확했다. 마치 모든 상황을 이미 파악한 사람의 목소리.
"누세요?"
"너는 상태창 복제 능력을 가지고 있지. 그 대신 수명을 소비한다. 72시간 안에 서울의 모든 던전을 클리어해야 관찰자가 되는 거고. 지금 넌 69시간이 남았다."
준호의 심장이 철렁거렸다. 이 남자는 어떻게 자신의 정보를 아는 걸까.
"너 혼자는 불가능해. 하지만 나와 함께라면 가능할 수도 있어. 서울의 모든 던전 정보를 가지고 있거든."
"왜 저한테?"
"넌 특별하니까."
김태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모든 플레이어가 자신의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는데, 넌 타인의 능력을 복제한다. 그건 버그야."
버그. 그 단어가 준호의 뇌에 박혔다. 설계에 없던 오류. 계획 밖의 변수. 자신이 버그라는 뜻인가. 자신의 존재 자체가 실수인가. 누군가의 설계 오류. 누군가가 만든 게임의 오류.
분노가 치솟았다. 동시에 자조가 밀려왔다. 자신이 설계 오류라니. 태어나면서부터 버그였다니.
"버그는 계획에 없었던 변수지. 변수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
통화를 끊었다.
준호는 휴대폰을 내렸다. 손이 떨렸다. 강남역에서 나가는 계단을 올라갔다. 거리는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웃고 있었고, 누군가는 울고 있었다.
준호의 휴대폰이 울렸다.
【정수진】
이번에는 답장을 해야 했다.
"여보세요?"
"준호! 너 뭐 하고 있어? 혜진 선생님이 계속 기다리고 있어. 그리고 아이들이—"
"정수진."
준호가 끊었다.
"응?"
"고아원 모든 아이들이 관찰자가 되려면... 몇 명이 클리어해야 돼?"
통화 끝에서 정수진의 숨소리가 들렸다.
"준호... 그게 뭔 소리야?"
"관찰자가 되는 방법이 뭐야?"
"모든 던전을 클리어하는 거지. 너도 알잖아. 72시간 안에."
"그럼 우리 아이들은?"
침묵이 흘렀다.
"준호... 혜진 선생님이 말씀하신데, 관찰자가 되려면 개별적으로 모든 던전을 클리어해야 해. 한 명이 여러 명을 대신할 수 없대."
준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럼 우리 아이들은..."
"재부팅되면... 사라져."
정수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준호는 휴대폰을 내렸다. 손가락이 경련했다. 남은 수명: 69시간. 서울의 던전 개수: 24개. 고아원의 아이들: 12명.
계산이 맞지 않았다.
절대 맞지 않았다.
12명이 모두 관찰자가 되려면 12명이 각각 24개의 던전을 클리어해야 한다. 불가능했다. 72시간 안에 한 명이 24개를 클리어하기도 어려운데, 12명이 모두 클리어한다고? 그 아이들이 자신처럼 능력을 복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들은 죽을 것이다. 모두 사라질 것이다.
준호의 눈이 어두워졌다. 혹시 다른 방법이 있을까. 혹은 다른 선택지가 있을까. 자신이 모르는 뭔가가 있지 않을까.
준호의 상태창에서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미션 진행률: 1/24 클리어】 【남은 시간: 69시간 47분】
시간이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