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눈이 떠지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루이제는 자신의 몸을 찾으려 했지만, 팔도 다리도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심장이 뛰고 있다는 것은 느껴지는데, 그것이 자신의 심장인지 누군가 다른 사람의 심장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손가락이 경련하고 있었다. 아니, 누군가의 손가락이 경련하고 있었다. 그 손가락이 나의 것인가?

나는 누구인가.

그 질문이 반복되었다. 마치 깊은 우물 안에서 자신의 이름을 외쳐도 돌아오는 것은 메아리뿐이었다. 루이제? 그 이름이 맞나? 전생의 기억과 이 생의 몸이 겹쳐지면서, 경계선이 흐릿해졌다. 누군가의 감정이 밀려왔다. 그것은 슬픔이었나, 두려움이었나. 아니면 사랑이었나.

"루이제."

누군가가 부르고 있었다.

"루이제, 돌아와."

목소리가 여러 개였다. 하나는 차갑고 절박했고, 하나는 따뜻했고, 하나는 낮고 거칠었다. 그 목소리들이 루이제의 이름을 계속 부르고 있었다.

세 번째 날 새벽, 눈이 떠졌다.

천장이 보였다. 연한 회색 천장. 침실의 천장. 루이제는 눈을 깜빡였다. 한 번, 또 한 번. 눈꺼풀이 무거웠다. 마치 모래주머니를 들어올리는 것처럼 힘이 들었다. 가슴을 채우던 공포가 천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침대 옆에 사람들이 있었다.

카이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얼굴이 창백했다. 수염이 자라 있었고, 눈 아래는 검게 물들어 있었다. 그는 루이제의 손을 잡고 있었는데, 손가락이 경련하고 있는 루이제의 손을 마치 부서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쥐고 있었다.

벨린다가 창가에 서 있었다. 아침 햇빛이 그녀의 옆모습을 밝혔다. 눈이 빨갛게 부어 있었다. 그녀가 울었다는 뜻이었다. 벨린다가 울다니.

레오가 문 옆에 기대어 있었다. 팔을 가슴에 모으고 있었는데, 그의 얼굴도 지쳐 있었다. 사냥꾼의 날카로운 눈이 루이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에는 무언가가 부드러워져 있었다.

루시안이 침대의 발치에 앉아 있었다. 두터운 책을 무릎에 올려놓고, 루이제가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셀레나는 침실 모서리에서 물수건을 짜고 있었다. 루이제의 이마에 그것을 올려놓으려다가, 루이제의 눈이 떠진 것을 보고 놀라 물수건을 떨어뜨렸다.

"루이제."

카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 그는 루이제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루이제, 듣고 있나?"

루이제는 입을 열려고 했지만, 목이 말라 있었다. 나는 누구인가. 그 질문이 또 떠올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목소리로 대답했다. 카이의 목소리였다. 그가 반복해서 부르던 이름. 루이제.

"나는... 루이제다."

목소리가 나왔다. 가늘었지만 확실했다.

"나는 루이제. 이 가문의... 신부."

손가락의 경련이 천천히 멎어가고 있었다. 마치 그 이름을 말하는 순간, 자신의 몸이 자신의 것으로 돌아오는 것 같았다.

"나는 버림받지 않은 마수 가문의 신부.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

루이제는 그 말을 되풀이했다. 마치 주문을 외우듯이. 마치 자신을 확인하듯이. 그리고 그 말을 할 때마다, 어둠이 조금씩 밀려나갔다.

벨린다가 창가에서 돌아섰다. 그녀의 얼굴이 눈물로 젖어 있었다. 마수 가문의 가주 벨린다가, 정론만을 숭배하던 그 여인이 울고 있었다.

"당신은 필요하다."

카이의 목소리가 떨렸다. 마수의 냉정한 신체는 감정의 떨림을 숨길 수 없었다. "당신은 필요하다. 우리 모두에게."

그는 루이제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안았다. 마치 그것이 깨질 듯한 무언가를 지키려는 듯이.

"당신은 나에게 필요하다."

벨린다가 침대로 다가왔다. 그녀의 걸음이 빨랐다. 마치 딸을 놓친 지 수십 년이 된 어머니처럼, 루이제를 향해 팔을 벌렸다. 루이제는 움직일 수 있는 팔을 들어 그녀를 안았다. 벨린다의 몸이 루이제 위에서 진동했다. 그녀의 눈물이 루이제의 목에 떨어졌다.

"내 딸. 우리의 신부."

벨린다의 목소리가 침실을 채웠다. 그것은 명령도 아니고 정론도 아니었다. 그것은 사랑이었다.

레오가 문을 떠났다. 침대로 천천히 다가왔다. 그의 발소리는 야수의 발소리였지만, 얼굴은 부드러웠다.

"형제여. 우리의 누이여."

레오가 루이제의 손을 잡았다. 카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마치 같은 높이에서, 같은 무게로 잡았다. "당신은 우리 가족이다. 그 누구도 당신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루이제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것이 자신의 눈물인지, 벨린다의 눈물인지, 그들의 감정인지 자신의 감정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그 눈물들이 섞여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했다.

루시안이 책을 닫고 일어섰다. 그는 루이제의 침대 옆에 서서, 그 광경을 바라봤다. 그의 얼굴에는 무언가가 드리워져 있었다. 마치 오랜 기다림이 끝났다는 표정.

"자신이 누구인지를 선택하는 것. 그것이 저주에서 벗어나는 길입니다."

루시안이 중얼거렸다. "당신은 그 길을 걷고 있습니다. 루이제."

셀레나가 물수건을 들고 다시 다가왔다. 그녀는 루이제의 이마를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다. 그 손길은 따뜻했다.

"우리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삼 일 밤낮을 말입니다. 카이님은 한 순간도 당신의 손을 놓지 않으셨습니다."

셀레나의 목소리에는 신뢰가 가득 차 있었다.

수 시간이 지났다. 루이제는 천천히 물을 마셨고, 죽을 먹었다. 몸이 서서히 자신의 것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손가락의 경련도 완전히 멎었다.

오후가 되자, 루시안이 루이제에게 다시 다가왔다.

"당신의 능력이 깨어났을 때, 두려웠습니까?"

루이제는 생각했다. 처음 골든핑거를 사용했을 때, 타인의 감정이 물밀듯이 밀려왔을 때, 자신과 남의 감정이 뒤섞일 때의 공포를 기억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처음엔... 네."

루이제가 대답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는 침실에 모인 모든 사람들을 바라봤다. 카이의 차가운 눈 속에 타오르는 불길을. 벨린다의 경직된 얼굴 위에 피어오르는 온기를. 레오의 야수 같은 외모 속에 깃들인 가족애를. 루시안의 현명한 침묵 속에 담긴 지지를. 셀레나의 따뜻한 손길을.

"이제는... 축복인 것 같습니다."

루이제의 목소리가 침실을 채웠다. "사람들의 진정한 감정을 읽을 수 있다는 것. 그들이 말하지 못하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저주가 아니라... 사랑이었군요."

카이가 루이제의 손을 더 단단히 잡았다.

저녁이 되자, 루이제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처음엔 다리가 떨렸지만, 카이가 그녀를 지탱했다. 그들은 침실을 나갔다.

복도는 길었다. 저택의 수직 구조 때문에 계단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루이제가 혼자가 아니었다. 카이가 옆에 있었고, 벨린다가 뒤에 있었고, 레오와 루시안, 셀레나가 함께했다. 저택의 어둠도 이제는 그리 차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들이 함께 걷는 복도는 희미한 촛불로 밝혀져 있었다.

봄 정원에 도착했을 때, 루이제는 숨을 멈췄다.

꽃이 피어 있었다. 지난 며칠간 루이제가 없는 동안, 정원은 완전히 변해 있었다. 검은 흙에서 초록 싹이 솟아났고, 그 싹들이 자라 잎사귀가 되었고, 이제는 옅은 분홍색과 하얀색 꽃들이 만개해 있었다. 마치 봄이 한 번에 몰려온 것 같았다.

"저주가 약해지고 있습니다."

루시안이 말했다. "당신의 정체성이 확립될 때마다, 저택의 감정 단절이 녹아내립니다. 꽃이 피는 것도 그 신호입니다."

루이제는 정원 한가운데 있는 오래된 벤치로 걸어갔다. 그 벤치는 한 때 누군가가 자주 앉던 곳이었을 것 같았다. 루이제가 앉으면, 카이, 벨린다, 레오가 그녀 주변에 앉았다. 루시안과 셀레나는 조금 떨어진 곳에 섰다.

아침 햇빛이 아니라 저녁 햇빛이었지만, 그것도 충분했다. 정원의 꽃들을 비추는 황금색 빛. 그 빛 속에서 가족들의 얼굴이 부드러워 보였다.

"저주가 정말 끝났을까?"

루이제가 물었다. 카이의 손을 잡고 있었다.

카이는 정원을 바라봤다. 피어난 꽃들을. 초록으로 돋아난 나뭇가지들을.

"아직 시작일 뿐이다."

카이가 대답했다. "당신이 이 가족의 신부가 되는 것. 저주에서 벗어나는 것. 모두 시작일 뿐이다."

루이제가 카이를 바라봤다. 그의 차가운 눈이 정원의 햇빛에 반짝였다.

"우리는 앞으로도 많은 것을 마주할 것이다."

카이가 계속했다. "저주의 진정한 원인도, 가문의 비밀도. 하지만 지금 우리는 함께 있다. 당신도, 나도, 모두가."

루이제의 손이 경련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종류의 경련이었다. 감정 때문의 경련이 아니라, 생명력 때문의 경련. 마치 새로운 뭔가가 깨어나려는 듯한.

그 순간, 정원의 가장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울음을 내었다. 사람의 귀로는 들을 수 없는 울음. 하지만 루이제는 들었다. 아모르의 울음. 그것은 이전의 절망적인 울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기다림의 울음이었다. 마치 뭔가가 천천히 깨어나고 있는 듯한.

루시안이 루이제를 바라봤다. 그의 눈에는 무언가가 맺혀 있었다. 마치 예언자의 눈.

"당신의 능력이 이 가문의 미래를 결정할 것입니다."

루시안이 말했다. "그것은 저주일 수도 있고, 구원일 수도 있습니다. 모든 것은 당신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루이제는 루시안을 바라봤다. 그 말의 무게가 무거웠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희망이었다.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는 희망.

정원의 꽃들이 저녁 바람에 흔들렸다. 하얀 꽃잎이 떨어져 루이제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그것은 마치 축복이었다.

"내일은 어떤 날이 될까요?"

루이제가 카이에게 물었다.

카이는 루이제의 손을 더 단단히 잡았다.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함께할 것이다."

그가 대답했다. "당신이 여기 있는 한, 우리는 함께할 것이다."

봄 정원에 저녁 햇빛이 가득했다. 피어난 꽃들이 그 빛을 받아 반짝였다. 루이제와 카이, 벨린다, 레오가 그 벤치에 앉아, 함께 정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택의 회색 돌벽도 이제는 따뜻한 색깔로 물들어 있었다.

하지만 정원의 가장 깊은 곳, 검은 흙 아래에서는 무언가가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루이제의 감정 감지 능력도 아직 완전히 닿지 못하는 곳. 아모르의 울음이 울려 퍼지는 그 깊은 곳에서.

저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단지 숨을 고르고 있을 뿐이었다.

# 봄날 아침, 새로운 시작

침실의 창문으로 봄날 햇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루이제는 눈을 떴다. 3일간의 어둠을 뚫고.

처음 느낀 것은 손가락의 경련이 멈췄다는 것이었다. 그 다음은 몸의 무거움. 마치 돌덩이가 되어 침대에 박혀 있는 것 같았다. 루이제는 손가락 하나를 움직여 봤다. 움직였다. 그 다음 손목. 팔. 천천히, 매우 천천히.

"루이제."

카이의 목소리였다. 루이제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침대 옆에 카이가 앉아 있었다. 의자에 앉은 채로, 마치 3일을 그렇게 앉아 있었던 것처럼.

"카이..."

루이제의 목소리는 모래주머니를 긁는 소리 같았다. 카이는 루이제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따뜻했다. 생생하게 살아 있는 온기.

"당신은 필요하다."

카이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우리 모두에게."

침실의 문이 열렸다. 벨린다가 들어섰다. 그녀의 눈은 빨갛게 부어 있었다. 루이제는 그것을 보고 깨달았다. 벨린다가 울었다는 것을. 시어머니가 울었다는 것을.

벨린다는 침대로 걸어와 루이제를 안았다. 조심스럽게, 마치 깨지기 쉬운 것을 다루듯이. 루이제의 어깨에 벨린다의 눈물이 떨어졌다.

"미안해. 정말로 미안해."

벨린다가 속삭였다. "당신을 믿지 않았어. 당신의 진심을 의심했어."

루이제는 벨린다의 등을 쓸어내렸다. 손가락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것도 상관없었다. 중요한 것은 만지는 것. 누군가를 안아주는 것. 그것이 루이제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레오가 침실에 들어섰다. 그는 커다란 몸을 문틀에 기댔다. 마치 루이제가 깨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형제. 우리의 형제가 깨어났다."

레오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당신은 우리 가족이다. 이제 그것은 확실하다."

셀레나는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물컵이 들려 있었다. 루시안은 창문 옆에 서 있었고, 그의 얼굴에는 무언가 깊은 것이 맺혀 있었다. 마치 예언자가 무언가를 본 듯한 표정.

루이제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았다. 벨린다가 그녀를 돕고, 카이가 베개를 등 뒤에 받쳐주었다. 루이제는 이 순간이 현실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었다. 어쩌면 여전히 저 검은 문 앞에서 정체성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손에 전해지는 온기가 현실이었다. 카이의 손. 벨린다의 손. 그들이 누르는 힘이 현실이었다.

"물을 마시겠어요?"

셀레나가 물었다. 루이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을 마시자 목이 조금 풀렸다.

"3일이었어요."

셀레나가 말했다. "당신이 의식을 잃은 지 정확히 3일입니다. 처음 하루는... 정말 무서웠어요. 당신이 깨어나지 않아서."

루이제는 자신의 팔을 바라봤다. 그 위에는 에스테르가 남긴 상처의 자국이 거의 사라져 있었다. 마수의 치유력. 그것과 또 다른 무언가의 조합. 루이제는 자신의 가슴을 만져 봤다. 그곳에서 느껴지는 것은 평온함이었다. 더 이상 저주의 감정이 아니라, 그냥 자신의 감정. 자신의 고동. 자신의 심장.

"나는 루이제다."

루이제가 중얼거렸다. 그 말을 반복했다. "나는 루이제. 마수 가문 카르도스의 신부.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

카이가 루이제의 손을 더 단단히 잡았다.

"그렇다."

그가 한 마디만 덧붙였다. "당신은 루이제다."

---

오후가 되었을 때, 루이제는 침실을 나갔다. 다리가 약해서 카이에게 기대야 했지만, 그도 상관없었다. 루이제는 저택의 복도를 걸으며 그것을 느꼈다. 저택의 감정이 변했다는 것을. 그 차갑던 회색 돌벽에서 흘러나오던 절망이 옅어졌다.

"루시안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카이가 말했다. "정원에서."

루이제와 카이가 저택의 뒤편으로 나갔을 때, 정원은 변해 있었다. 3일 전의 정원이 아니었다. 초록이 훨씬 짙었다. 하얀 벚꽃이 만개해 있었고, 그 아래로는 보라색 라일락이 피어나고 있었다. 마치 봄이 한 번에 몰려온 것 같았다.

"저주가 약해지고 있습니다."

루시안이 말했다. 그는 정원의 한 모서리에 서 있었고, 벨린다와 레오도 이미 와 있었다. 셀레나는 꽃을 들고 있었다. 마치 정원을 장식하려는 것처럼.

"당신의 정체성이 확립될 때마다, 저택의 감정 단절이 녹아내립니다. 꽃이 피는 것도 그 신호입니다."

루이제는 정원 한가운데 있는 오래된 벤치로 걸어갔다. 그 벤치는 한 때 누군가가 자주 앉던 곳이었을 것 같았다. 나무가 오래되어 색이 바래있었지만, 아직도 견고했다. 루이제가 앉으면, 카이, 벨린다, 레오가 그녀 주변에 앉았다. 루시안과 셀레나는 조금 떨어진 곳에 섰다.

아침 햇빛이 아니라 오후의 햇빛이었지만, 그것도 충분했다. 정원의 꽃들을 비추는 황금색 빛. 그 빛 속에서 가족들의 얼굴이 부드러워 보였다. 루이제는 이 순간이 자신이 원하던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누군가와 함께 햇빛을 받는 것. 누군가와 함께 봄을 맞이하는 것.

"저주가 정말 끝났을까?"

루이제가 물었다. 카이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의 손은 따뜻했다. 그리고 이제는 떨리지 않았다.

카이는 정원을 바라봤다. 피어난 꽃들을. 초록으로 돋아난 나뭇가지들을. 루이제의 손을 잡은 자신의 손을.

"아직 시작일 뿐이다."

카이가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낮았지만, 이제는 차갑지 않았다. "당신이 이 가족의 신부가 되는 것. 저주에서 벗어나는 것. 모두 시작일 뿐이다."

루이제가 카이를 바라봤다. 그의 차가운 눈이 정원의 햇빛에 반짝였다. 그 안에는 무언가 새로운 것이 있었다. 루이제는 그것을 감지했다. 카이가 자신도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을. 그것이 카이의 눈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우리는 앞으로도 많은 것을 마주할 것이다."

카이가 계속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결연함이 있었다. "저주의 진정한 원인도, 가문의 비밀도. 하지만 지금 우리는 함께 있다. 당신도, 나도, 모두가."

벨린다가 루이제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은 아직도 약간 부어 있었지만, 그 안에는 평온함이 있었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그녀의 눈에서 그 무거움이 조금씩 빠져나가고 있었다.

"나는 당신을 믿는다."

벨린다가 말했다. "진심으로."

레오가 웃음을 터뜨렸다. 큼직한 소리였지만, 그것은 기쁨의 소리였다.

"우리 가족이 다시 하나가 되는구나."

레오가 말했다. "정말로."

루이제의 손이 경련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종류의 경련이었다. 감정으로 인한 경련이 아니라, 생명력 때문의 경련. 마치 새로운 뭔가가 깨어나려는 듯한. 루이제는 그 경련을 느꼈고,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그것은 자신의 능력이었다. 골든핑거. 그것은 저주가 아니었다.

그 순간, 정원의 가장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울음을 내었다. 사람의 귀로는 들을 수 없는 울음. 하지만 루이제는 들었다. 아모르의 울음. 그것은 이전의 절망적인 울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기다림의 울음이었다. 마치 뭔가가 천천히 깨어나고 있는 듯한. 마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는 듯한.

루이제는 그 울음을 느꼈지만, 그것에 압도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카이의 손이 그녀의 손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벨린다의 온기가 그녀의 옆에 있었기 때문이다. 레오의 웃음이 그녀의 귀에 들려왔기 때문이다.

루시안이 루이제를 바라봤다. 그의 눈에는 무언가가 맺혀 있었다. 마치 예언자의 눈.

"당신의 능력이 이 가문의 미래를 결정할 것입니다."

루시안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조용했지만, 모두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명확했다. "그것은 저주일 수도 있고, 구원일 수도 있습니다. 모든 것은 당신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루이제는 루시안을 바라봤다. 그 말의 무게가 무거웠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희망이었다.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는 희망. 자신이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

"나는 선택했어요."

루이제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약했지만, 분명했다. "이 가족을 선택했어요. 이 가문을 선택했어요. 그리고 나 자신도 선택했어요."

카이의 손이 루이제의 손을 꽉 잡았다.

정원의 꽃들이 오후 바람에 흔들렸다. 하얀 꽃잎이 떨어져 루이제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그것은 마치 축복이었다. 마치 봄이 루이제를 받아들였다는 신호인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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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깊어졌을 때, 루이제는 침실로 돌아가야 했다. 몸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루이제는 이제 이것을 알았다. 회복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은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이었다.

카이가 루이제를 침실까지 데려다주었다. 그들이 복도를 걸을 때, 저택은 여전히 회색이었지만, 그 차가움이 조금 덜했다. 마치 봄 정원의 햇빛이 저택 전체를 천천히 데우고 있는 것 같았다.

침실의 문 앞에서 카이가 루이제를 바라봤다.

"내일은 어떤 날이 될까요?"

루이제가 물었다. 그녀의 눈에는 여전히 피로가 있었지만, 그 안에는 기대도 있었다.

카이는 루이제의 손을 더 단단히 잡았다.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함께할 것이다."

그가 대답했다. "당신이 여기 있는 한, 우리는 함께할 것이다."

루이제가 침실로 들어갔고, 카이도 함께 들어갔다. 그들이 침실의 문을 닫을 때, 저택의 복도는 조용해졌다. 하지만 그 조용함은 이전의 차갑고 절망적인 조용함이 아니었다. 그것은 평온한 조용함이었다. 마치 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려는 순간의 조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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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어졌을 때, 루이제는 창문을 통해 정원을 바라봤다. 달빛 아래 정원은 신비로웠다. 피어난 꽃들이 은빛으로 반짝였다. 그리고 그 정원의 가장 깊은 곳, 검은 흙 아래에서는 여전히 무언가가 울음을 내고 있었다.

루이제는 그 울음을 느꼈다. 하지만 이제는 두렵지 않았다.

"저주가 정말 끝났을까?"

루이제가 카이에게 물었다. 카이는 루이제의 옆에 누워 있었다. 그들의 손은 침대 위에서 만나고 있었다.

카이는 정원을 바라봤다. 달빛 아래 정원을.

"아직 시작일 뿐이다."

카이가 대답했다. "저주도, 우리 가족도, 당신도. 모두 시작일 뿐이다."

루이제는 카이의 말을 생각했다. 그렇다. 이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새로운 시작. 봄날의 시작. 희망의 시작.

하지만 정원의 가장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무언가가 깨어나려 하고 있었다. 아모르의 울음이 더 강해지고 있었다. 마치 그것도 봄이 왔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한.

저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단지 숨을 고르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것은 천천히, 매우 천천히 깨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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