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7층 문 앞에서 손을 뻗은 순간, 린의 귀를 가르는 음성이 울려 퍼졌다.
"린! 움직이지 마!"
카인의 목소리였다. 뒤돌아보니 계단 위에서 재윤과 카인이 대치하고 있었다. 재윤의 손에서 검은 저주가 피어올랐고, 카인은 몸을 날려 그것을 막아냈다. 그 사이로—
"격리 명령. 대상자 '린' 즉시 격리."
기억 관리국 요원들이 계단 위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검은 정장, 차가운 눈빛. 손에는 기억 소거 장치가 들려 있었다. 손가락 크기의 은색 기계. 린은 그것을 본 순간 호흡이 멈췄다.
저번에 선생님이 당했던 바로 그것이다.
심장이 자기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두두두두. 가슴팍을 내려치는 망치처럼. 손이 떨렸다. 옷깃 속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린은 노아의 팔을 더 강하게 잡았다.
"서둘러. 문을 열어."
시온이 손에 뭔가를 들고 있었다. 열쇠 모양의 기억 열쇠였다. 하지만 손이 안 움직여졌다. 이 몸이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대상자가 저항하는 중입니다."
요원 중 한 명이 말했다. 그 순간 기억 소거 장치가 켜졌다. 파란 불빛. 린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자, 자, 잠깐—"
입에서 나오는 말이 떨렸다. 이상하다. 자신은 이렇게 약한 목소리를 낸 적이 없었다.
"차분해져, 린."
에리카 박사가 계단 아래에서 천천히 올라왔다. 하얀 코트, 검은 안경. 그 뒤로는 더 많은 요원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에리카의 입가에는 미소가 피어 있었다.
"넌 선택을 해야 해."
에리카가 손을 들어 요원들을 멈추게 했다. 요원들이 발걸음을 멈췄지만 여전히 기억 소거 장치를 들고 있었다. 린은 문에 등을 붙였다. 문이 차가웠다.
"뭐... 뭘 선택하라는 거죠?"
"우리와 함께할래. 아니면 모두 잃을래?"
에리카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마치 카페에서 커피 종류를 고르는 것처럼 담담했다.
"당신이 뭔데 저한테—"
"내가 선택할 수 있어요?"
린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자신도 몰랐다. 이 말이 어디서 나온 건지. 에리카가 안경을 약간 내렸다. 그 뒤 눈이 보였다.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눈.
"당연하지. 그게 자유니까."
린은 숨을 깊게 쉬었다. 콧속으로 들어온 공기가 폐를 채웠다. 손이 여전히 떨렸다. 하지만 이제 그 떨림이 무서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기억 소거 장치의 파란 불빛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요원들의 발걸음이 들렸다. 린은 자신의 손을 봤다.
그 순간 기억이 밀려왔다.
2년 전 자신의 방. 책장 위에 쌓인 수학 문제집. 밤새 풀어낸 방정식들. 사람들의 박수. 천재라는 말. 그 말이 자신을 짓누르는 무게. 더 높아야 한다는 강박. 절대 떨어지면 안 된다는 공포.
그리고 마지막에 자신이 깨달은 진실.
난 이 무게를 견딜 수 없어.
자신이 자신을 저주했던 그 순간. 그 절망 속에서 자신이 한 선택. 자신을 지우기로 한 선택.
그런데 그 기억 속에는 뭔가 더 있었다. 자신이 저주를 걸 때, 손에서 피어나던 검은 빛. 그 빛이 자신의 것만이 아니었던 것처럼 느껴지던 순간. 누군가 다른 존재의 손이 자신의 손 위에 겹쳐져 있던 것 같은 감각.
'누구야?'
린은 그 기억 속에서 누군가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그 얼굴은 흐릿했다. 마치 의도적으로 지워진 것처럼.
린은 깨달았다.
이 순간이 진짜 선택의 순간이라는 것을.
천재 린으로 돌아가거나, 기억을 지워지거나, 아니면 셋 다 아닌 길을 가거나.
세 번째 길은 없었다. 에리카가 제시한 선택지에는 그것이 없었다. 하지만 린은 알고 있었다. 선택은 항상 주어진 것 중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린은 자신의 손에서 무언가 나오는 것을 느꼈다. 검은 빛이 아니었다. 흰 빛도 아니었다. 그냥 빛이었다. 자신이 내보내는 빛.
"나는..."
말을 시작했다.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이번엔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자신이 무엇을 하려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기억을 지우지 않겠어요."
에리카의 미소가 흔들렸다.
"그리고 나는 기억을 조작하는 능력도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거예요."
침묵이 내려앉았다. 계단 위의 카인과 재윤의 싸움도 멈췄다. 재윤의 검은 저주가 흩어졌다. 카인이 한 발 물러섰다. 모두가 린을 바라봤다.
에리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것은 분노도, 실망도 아니었다. 마치 자신의 계산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은 자의 표정이었다.
"그건 미련한 선택이야."
에리카가 말했다. 목소리에 감정이 섞여 있었다.
"알아요."
린이 대답했다.
"그럼 넌 천재로 돌아가는 거야?"
카인이 물었다. 계단을 내려오면서.
"아니야. 난 평범한 린도, 천재 린도 아닌 그냥 린이 되기로 했어."
린의 목소리에서 떨림이 사라졌다. 손도 이제 안 떨렸다. 손에 모여드는 빛이 있었다. 검은 빛도 흰 빛도 아닌, 그냥 빛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외부에서 오는 빛이 아니었다. 내부에서 발산되는 빛이었다. 선택의 빛이었다.
노아가 한 발 나섰다.
"그럼 내 기억을 찾아줄 수 없다는 건가?"
목소리가 떨렸다. 노아의 눈이 흔들렸다. 부모의 얼굴을 잊은 지 2년. 그동안 자신을 따라다니며 기억을 되찾기를 기다렸던 그 친구의 눈이.
린은 노아를 바라봤다. 그리고 손을 들었다. 노아를 향해.
손이 노아에게 닿으려 하는 순간, 린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보았다.
노아의 기억 속에서 본 어머니의 얼굴. 그 얼굴에 떠있던 미소. 아버지의 웃음소리. 그 웃음이 울려 퍼지던 거실. 따뜻한 밥상. 함께 웃던 날들.
그 모든 것이 검은 저주 속에 갇혀 있었다. 자신은 그것을 꺼낼 수 있다. 손을 대면 되니까.
손이 더 가까워졌다.
그 순간, 린은 깨달았다.
자신이 손을 대는 순간, 노아의 기억이 돌아올 것이다. 어머니의 얼굴도, 아버지의 웃음소리도. 하지만 그것과 함께 돌아올 것이 있었다. 그 기억이 왜 사라졌는지에 대한 고통. 그 기억을 잃었던 2년간의 절망. 그리고 그 고통을 견디는 방법을 모르는 노아의 절망.
린은 자신의 손을 알고 있었다. 그 손이 무엇을 하는지.
그 손은 기억을 가져올 때, 동시에 고통도 가져온다. 그것은 노아의 것이 아니라 린의 것이 된다. 린이 그 무게를 짊어진다.
그리고 린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2년 전 자신이 깨달았던 진실이 떠올랐다.
난 이 무게를 견딜 수 없어.
손이 멈췄다. 노아의 기억 속 어머니의 얼굴이 보였다. 아버지의 웃음이 들렸다. 그 모든 것을 손에 담을 수 있었다.
하지만 손을 내렸다.
"너는 스스로 찾아야 해."
"뭐?"
"내가 대신 찾아주면 안 돼. 그건 넌 거 아니야. 네 기억이야. 네 고통이야. 내가 손을 대는 순간 그건 내 것이 돼버려. 그리고 난 이제 그렇게 할 수 없어."
노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눈물이 맺혔다.
"그럼 난 영영 찾을 수 없다는 건가?"
"아니야. 넌 할 수 있어. 그냥 시간이 걸릴 뿐이야."
린은 노아의 눈을 마주했다. 그 눈에서 절망이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에 무언가가 생겨나고 있었다. 아주 작지만 확실한 무언가. 희미한 빛처럼.
노아가 돌아섰다. 어깨가 흔들렸다. 울음이 나왔다. 시온이 노아를 안았다. 시온의 표정도 흔들렸다. 그 계산적인 얼굴이 처음으로 감정을 드러냈다.
린은 그 모습을 봤다. 자신의 선택이 타인에게 미치는 무게를. 기억을 주지 않기로 한 선택이 노아에게 얼마나 큰 상처인지를.
그리고 그것을 견디기로 했다.
그 순간 계단 아래에서 발걸음이 들렸다.
"잘했어."
미스터 K였다. 선생님이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기억 관리국 국장이 서 있었다. 국장은 표정이 없었다.
"대상자 '린'에 대한 기억 저주 사건은 이제 종료된다."
국장이 선포했다. 그의 목소리는 기계적이었다.
"피해자 린의 자발적 기억 유지 의사 확인. 2년 전 저주의 시술자가 본인이라는 자백 접수."
재윤이 계단 위에서 움직였다. 국장의 눈이 재윤을 향했다. 차가운 시선.
"아카데미 학생 재윤. 당신은 이 사건에 개입했습니다. 진술이 필요합니다."
재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가 입을 열려 하자, 에리카가 손을 들었다.
"재윤은 제 지시에 따른 것입니다. 책임은 제게 있습니다."
에리카가 말했다.
"박사. 당신은 이미 보호 대상입니다. 추가 진술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국장이 말했다.
"자해성 기억 저주로 분류. 기억 관리국의 개입 대상 제외."
기억 관리국 요원들이 기억 소거 장치를 내렸다. 전기음이 꺼졌다.
"아카데미는 이 사건을 공식적으로 해결 선포한다. 모든 기록은 기밀 처리되며, 관련자들의 신상은 보호된다."
국장이 에리카를 바라봤다.
"박사. 실험 종료."
에리카가 웃음을 흘렸다. 그것은 패배의 웃음이 아니었다. 마치 게임에서 한 수를 내려놓으며 다음 수를 재는 자의 웃음이었다.
"네, 국장님. 하지만 이건 끝이 아니에요."
에리카가 천천히 계단을 올라갔다. 그 뒤를 국장과 요원들이 따랐다. 재윤도 따라올 준비를 했다.
그들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기 직전, 미스터 K가 에리카를 붙잡았다.
"박사."
에리카가 멈췄다.
"2년 전 당신이 이 아이에게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다."
미스터 K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하지만 그 속에는 결의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이 아이도 곧 알게 될 것이다."
에리카의 얼굴에 균열이 생겼다. 그 웃음이 흔들렸다. 처음으로.
"당신이 뭔데..."
"나는 그냥 이 아이의 선생일 뿐이다."
미스터 K가 말했다.
"진실은 언젠가 드러난다. 그때까지 기억해 두시길."
에리카는 한 발 물러섰다. 그리고 계단을 올라갔다. 그 발걸음이 처음으로 빨라 보였다.
국장도 따라갔다. 기억 관리국 요원들도 사라졌다. 재윤도 사라졌다. 기억 관리국의 모든 것이 사라졌다.
남은 것은 린, 노아, 시온, 카인, 그리고 미스터 K.
그 순간 지하 7층의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무거운 쇠문이 천천히 밀려나갔다.
그 순간 린의 손에서 모든 빛이 사라졌다. 검은 빛도 흰 빛도 사라지고, 대신 무언가가 돌아왔다.
기억이었다.
모든 기억이.
2년 전 자신의 방. 책장 위에 쌓인 수학 문제집. 밤새 풀어낸 방정식들. 사람들의 박수. 천재라는 말. 그 말이 자신을 짓누르는 무게. 더 높아야 한다는 강박. 절대 떨어지면 안 된다는 공포.
그리고 마지막에 자신이 깨달은 진실.
난 이 무게를 견딜 수 없어.
자신이 자신을 저주했던 그 순간. 절망 속에서 손에서 검은 빛이 피어올랐던 순간. 그 빛이 자신의 것만이 아니었던 것처럼 느껴졌던 순간.
그리고 누군가 다른 존재의 손이 자신의 손 위에 겹쳐져 있던 것 같은 감각.
그 손의 주인은 누구였을까.
린은 그 기억을 더듬으려 했지만, 그 얼굴은 여전히 흐릿했다. 마치 의도적으로 지워진 것처럼.
"왜 자신을 저주했는지 알고 있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기억 속에서. 하지만 그것은 과거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현재의 목소리였다.
린은 고개를 들었다.
카인이 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이 뭔가를 재는 듯했다. 마치 처음 본 것처럼. 마치 아직도 린이 누구인지 모르는 듯이.
그리고 카인의 입가에 아주 미묘한 미소가 피었다. 그 눈이 차가워졌다. 마치 뭔가를 결정한 것처럼.
"이제 올라가자."
미스터 K가 말했다.
"일상으로."
그들은 계단을 올라갔다. 지하 7층에서 지상으로.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린은 노아의 손을 놓지 않았다. 노아도 손을 놓지 않았다. 비록 기억을 찾아주지는 못했지만, 그 손은 여전히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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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통로는 침묵으로 가득 찼다. 계단을 올라갈수록 공기가 변했다. 지하의 차갑고 습한 공기가 서서히 따뜻해졌다. 1층, 2층, 3층...
마침내 지상층에 도달했을 때, 햇빛이 그들을 맞았다.
린은 눈을 감았다. 오래간만의 햇빛이었다. 아니, 기억 속에서는 처음인 햇빛이었다. 그 빛이 따뜻했다. 그리고 무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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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후.
평범한 교실. 평범한 책상. 평범한 수학 시간.
선생님이 칠판에 방정식을 썼다. 복잡한 식. 린은 그 식을 봤다. 손에 펜을 들었다. 풀 수 있었다. 천재 린이라면 3초면 풀 수 있는 식.
하지만 지금의 린은 다르게 풀었다. 천천히. 한 발 한 발. 실수도 했다. 지웠다. 다시 썼다. 그리고 10분 만에 완성했다.
틀렸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괜찮았다.
옆에 노아가 앉아 있었다. 여전히 같은 방정식을 풀고 있었다. 손가락을 빨며 고민 중이었다. 린은 노아의 얼굴을 봤다. 그 얼굴은 여전히 약간 흐릿했다. 기억이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제 노아는 웃었다. 정말로 웃었다. 부모의 얼굴이 없이도 웃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듯이.
"여기 좀 봐."
린이 조용히 말했다.
"이 부분 이렇게 하면 쉬워."
"오, 감사!"
노아가 웃으며 펜을 들었다. 그 웃음은 순수했다.
카인은 뒤에 앉아 있었다. 더 이상 감시하지 않았다. 그냥 같은 반 친구였다. 하지만 가끔 린을 봤다. 뭔가를 재는 듯이. 그 눈빛은 여전히 어딘가를 숨기고 있었다.
선생님이 칠판 앞에서 문제를 설명했다.
그 순간 린의 휴대폰이 울렸다. 알림음. 선생님이 눈썹을 살짝 올렸다. 린은 조용히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봤다.
메시지였다.
'당신의 기억을 복원할 수 있습니다. 기억 관리국 특별 프로그램. 관심 있으신가요?'
링크가 달려 있었다. 클릭하면 자신의 모든 기억이 돌아올 수 있다는 뜻이었다. 천재 린의 모든 것이. 그 무게도 함께.
린이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그 웃음은 완전히 편안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 웃음 속에는 선택의 무게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리고 호기심도.
화면을 내렸다.
그 순간 카인이 린을 봤다. 뒷자리에서. 책을 내려놓고.
그 눈빛이 뭔가를 재는 듯했다. 마치 처음 본 것처럼. 마치 아직도 린이 누구인지 모르는 듯이.
그리고 카인의 입가에 아주 미묘한 미소가 피었다. 그 눈이 차가워졌다. 마치 뭔가를 결정한 것처럼.
그 미소 뒤에는 무엇이 숨어 있을까. 그 눈빛이 가리키는 것은 무엇일까.
그건 누구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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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이 검게 변했다.
제1권 '기억의 균열' 끝.
2권 '진실의 거리' 예고.
검은 화면 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여성의 목소리였다.
"사실 넌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그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왜 자신을 저주했는지. 진짜 이유를."
침묵.
"그리고 난 그걸 증명해 주러 왔어."
마지막 문장이 울렸다. 마치 약속처럼.
"당신이 누구세요?"
린의 목소리가 검은 화면 속에서 들렸다.
"나? 나는..."
목소리가 끊겼다.
"넌 이미 알고 있어. 잊었을 뿐이야."
화면에 한 사람의 실루엣이 떠올랐다.
여성의 형태.
그리고 그 손에는 검은 빛이 피어올랐다.
린의 저주와 같은 검은 빛.
아니, 더 진하고 더 깊은 검은 빛.
제1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