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새벽 5시. 수술실의 조명이 가장 차갑고 맑은 시간이었다.

이준호의 손가락이 멈췄다. 완전히 멈췄다. 심실 재구성 봉합의 마지막 한 바늘. 교과서에 없는 각도, 의학 저널에도 발표되지 않은 기법. 그의 직관이 만든 또 다른 불가능의 가능화였다.

"혈류 정상화 확인."

마취과 의사의 목소리가 떨렸다. 심전도 모니터에 규칙적인 파형이 돌아왔다. 뇌사 선고를 받은 환자의 심장이, 이준호의 손에서 다시 뛰기 시작했다.

간호사들의 숨이 터져 나왔다. 몸을 굳혔던 사람들이 일제히 숨을 뱉어냈다. 최태호 부센터장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뜨지 못했다. 그것이 눈물인지 안도인지 구분할 수 없는 표정으로.

"좋아. 정말 좋아."

이준호의 음성이 수술실 전체를 점유했다. 그것은 지시가 아니었다. 확인이었다. 자신의 판단이 옳았음을 세상에 선포하는 확인.

수술실 밖. 대기 중이던 의료진 30명이 수술실 입구에 몰려 있었다. 수술 내용을 실시간으로 전달받던 전임의 한 명이 손을 들었다.

박수가 터져 나왔다.

처음에는 조용했다. 두 손을 맞추는 소리. 그 다음은 빠르고 강렬해졌다. 수술실 밖 복도에서 박수는 물결처럼 퍼져 나갔다. 인턴들까지 손을 맞추고 있었다. 누군가 중얼거렸다.

"의학의 신이다."

이준호가 수술실을 나왔다. 마스크를 내렸다. 그의 얼굴은 무표정이었다. 하지만 눈이 다르게 빛났다.

그것은 만족감이 아니었다. 자신의 능력을 검증받은 기쁨도 아니었다. 더 깊은 무언가였다. 호흡이 천천히 깊어졌다. 가슴팍이 팽창했다. 마치 공기가 아닌 권력을 마시는 것처럼. 시선이 위로 향했다. 복도의 천장 조명을 바라봤다. 그 순간 그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좌우로, 빠르게. 자신을 바라보는 모든 얼굴을 계산하듯 훑어내렸다.

"수술 기록, 3시간 내 완료. 정기 회의는 9시. 위원회는 9시 30분."

그의 음성은 여전히 차갑고 명확했다. 누구도 질문하지 않았다.

---

회의실. 9시 30분.

테이블의 양편에 의자가 배치되어 있었다. 이준호가 앉은 쪽이 한 단계 높은 위치에 있었다. 물리적 차이를 의도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건축 설계 단계에서부터 센터장의 자리는 다른 모든 위원보다 높게 설정되어 있었다.

이준호의 우측에 최태호 부센터장. 좌측에 외과 과장 이경민. 마주보는 쪽에 강신혜 윤리위원, 간호사 대표 박수진, 사회복지사 김은주.

강신혜가 의료기록 파일을 펼쳤다. 박민철. 만 41세. 심장 기능 부전 3단계. 심박 출량 25%. 여명 6개월 추정.

"의학적 긴급성으로는 1순위 기준입니다. 대기 시간도 3개월을 초과했고요."

강신혜의 음성이 제안처럼 들렸다. 하지만 그것은 질문이었다.

이준호가 기록을 넘겼다. 손가락으로 한 줄을 지적했다.

"조기 퇴직자. 2년 전."

"네, 맞습니다만..."

"가족력?"

"독신입니다. 성인 아들이 하나 있고..."

"생활 방식?"

강신혜가 침묵했다. 최태호가 시선을 내렸다. 박수진이 펜을 집었다. 놨다. 다시 집었다.

"기록에는 없습니다."

이준호가 의료기록을 다시 들었다. 눈을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였다. 읽지 않고 있었다. 생각하고 있었다.

"회복 가능성을 어떻게 봅니까?"

이경민 과장이 물었다. 그것은 동료로서의 질문이 아니었다. 이준호의 결정을 미리 예상하고 그에 맞춰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었다.

"낮다."

이준호가 대답했다. 이유는 없었다.

강신혜가 테이블을 내려쳤다. 손가락 세 개가 파일 위에 떨어졌다. 딱. 소리가 났다.

"의학적 근거를 제시해주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하지만 손가락은 미세하게 떨렸다.

이준호가 강신혜를 바라봤다. 그 시선에는 선의도, 악의도 없었다. 단지 설명이 필요 없다는 확신만 있었다.

"심장 기능 부전 3단계는 수술 후 생존율 60% 미만입니다. 그 위에 나이, 사회적 적응도, 예상 회복 기간을 고려하면..."

"센터장님, 그 데이터는 모두 평균입니다."

강신혜가 의료기록을 집었다. 한 페이지를 넘겼다. 초기 평가 기록이 나왔다.

"초기 진료 때는 '수술 적응 가능' 판정이었습니다. 이것이 변경된 근거는?"

침묵이 회의실을 채웠다. 최태호가 목을 가다듬었다. 기침이 아니었다. 침을 삼키려는 시도였다. 박수진이 강신혜의 눈을 마주쳤다. 그 순간 눈빛이 교환되었다. 작은 고개 끄덕임. 약한 움직임이었지만 명확한 신호였다.

사회복지사 김은주가 입을 열었다.

"환자의 사회적 적응도라는 표현이 모호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을 평가하신 건가요?"

이준호가 김은주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처음 직접 질문받는 것이었다. 그의 눈썹이 미세하게 내려갔다. 찰나의 동요였다. 곧 사라졌지만, 그것은 있었다.

"퇴직 후 사회 활동의 단절, 심리적 안정성 저하..."

"그것은 의료 기준이 아닙니다."

김은주가 끝까지 말하지 못하게 끊었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

"사회복지 영역에서는 오히려 그런 환자들을 더 지원해야 합니다. 의료 자원이 부족할 때 사회적 취약성을 제외 사유로 삼는 것은 생명윤리 원칙에 어긋납니다."

박수진이 덧붙였다.

"간호 현장에서 보면, 박민철 환자는 치료 의지가 매우 높습니다. 매일 재활을 성실하게 하고 있고요. 회복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됩니다."

최태호가 펜을 들었다. 손이 떨렸다.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준호를 향했다가 강신혜와 박수진을 거쳐 테이블 위로 내려갔다. 펜촉이 의료기록에 닿았다. 기록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멈췄다. 손이 다시 떨렸다. 이번에는 더 심했다. 펜을 놨다. 다시 들었다. 그의 입술이 움직였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준호가 의료기록을 집었다. 손가락으로 특정 항목을 눌렀다.

"의료진의 재평가 결과입니다. 의료법 제24조에 따라 센터장은 최종 의료 판단권을 보유합니다."

"의료 자율성이 윤리적 판단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강신혜가 섰다. 테이블을 밀었다. 의자가 뒤로 밀렸다.

"박민철 환자의 재평가 기록에 구체적인 의학적 근거가 없습니다. 심장 기능 부전 3단계, 나이 41세, 대기 시간 3개월 초과. 이 조건들은 모두 수술 적응의 기준을 만족합니다."

강신혜가 의료기록을 넘겼다. 여러 장의 파일이 테이블 위에 펼쳐졌다.

"이 환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의학적 기준은 충족하는데 '사회적 적응도'라는 모호한 이유로 제외되었습니다. 김 환자, 박 환자, 이 환자... 모두 조기 퇴직자들이고, 모두 독신이거나 가족력이 없다는 이유로 제외 목록에 올라 있습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이경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최태호의 손이 완전히 멈췄다.

"이것이 의료 자율성입니까?"

강신혜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번에는 분노 때문이었다.

이준호가 일어났다. 천천히, 의도적으로. 그의 눈이 강신혜를 내려다봤다.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이준호가 의료기록들을 한데 모았다. 한 손으로 테이블을 눌렀다.

"박민철을 포함한 상기 환자들은 제외 대기자 목록으로 이동합니다."

최태호가 펜을 들었다. 손이 떨렸다. 펜이 의료기록 위에 닿았다. 그 순간 그는 멈췄다. 펜이 공중에 떠 있었다. 종이에 닿지 않은 채로. 그의 눈이 이준호를 향했다가 강신혜로 향했다. 어느 쪽도 아닌 것처럼 보였다. 그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다. 펜을 내려 기록할 것인가, 아니면 펜을 놓을 것인가. 그 선택이 모든 것을 결정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최태호의 입술이 떨렸다. 말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펜이 여전히 공중에 떠 있었다.

박수진이 시선을 돌렸다. 천장을 바라봤다. 누군가 자신을 판단하는 것 같은 느낌으로부터 도망치려는 움직임이었다. 김은주는 의료기록을 내려다봤다. 손가락이 파일의 모서리를 집고 있었다. 놓지 않으려는 듯이.

강신혜가 회의실을 나갔다. 복도로 나서는 순간, 손가락 관절이 하얀색으로 변했다. 주먹을 쥐었다가 펼쳤다. 다시 쥐었다. 벽에 등을 기댔다. 호흡이 가빠졌다. 그제야 침착함이 벗겨졌다. 심장이 요동쳤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대가도 알고 있었다. 대학병원의 절대 권력자에 대한 정면 도전. 그것이 자신의 경력을 끝낼 수도 있다는 것을. 동료들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

오후 2시. 중환자실.

박민철이 침대에 누워 있었다.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니터가 그의 좌측에 있었다. 심박 수 92. 혈압 108/65. 모든 수치가 안정적이었다.

간호사가 수액을 확인했다. 정맥 주사선이 그의 팔뚝에 꽂혀 있었다. 투명한 액체가 천천히 흘러들었다. 그것이 그를 살리는 것이었다. 지금은.

박민철의 눈이 감겼다. 다시 떨어졌다. 천장의 형광등을 바라봤다. 그것은 움직이지 않았다. 고정되어 있었다. 마치 죽음처럼.

정오를 넘어 오후 1시쯤, 담당 의사가 회의실에서 나와 곧바로 다른 환자를 봐야 한다며 박민철의 진료를 중단했다. 진료 기록에는 '추가 평가 필요' 표시만 남겨졌다. 박민철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몸은 알았다.

모니터의 수치가 변했다. 심박 수 94. 95. 변화가 시작되었다. 미세했지만 명확했다.

간호사가 처음에는 알아채지 못했다. 다시 지나갈 때 보였다. 심박 수 97. 혈압 112/68. 상승 추세가 가팔라지고 있었다.

간호사가 모니터 화면을 응시했다. 그리고 박민철의 얼굴을 봤다. 그의 눈이 천장을 향해 열려 있었다. 동공이 확장되고 있었다.

모니터에서 경보음이 울렸다. 비비비비비— 음성이 중환자실 전체에 퍼졌다. 간호사가 버튼을 눌렀다. 의사가 달려왔다. 다른 간호사들이 모니터 주위로 몰렸다.

"심박 수 110. 혈압 128/75. 상승 중입니다."

"산소 포화도?"

"95%... 93%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박민철의 가슴이 움직였다. 호흡이 빨라졌다. 얕아졌다. 마치 물에 빠진 사람처럼 공기를 헤쳐내려는 움직임이었다.

의사가 청진기를 꺼냈다. 가슴에 대었다. 귀를 기울였다. 1초. 2초. 3초. 좌측 폐 하엽에서 미세한 수포음이 들렸다. 우측도 마찬가지였다. 습한 음성. 폐부종의 신호였다.

"흉부 X선 촬영. 지금 당장."

의사가 외쳤다. 간호사가 달려나갔다. 5분 후 필름이 돌아왔다. 의사가 조명판에 대었다. 양쪽 폐야에 하얀 그림자가 퍼져 있었다. 전형적인 폐부종 소견이었다. 심장에서 나온 혈액이 폐 모세혈관을 통과하지 못하고 역류하면서 폐포에 액체가 고이는 상태. 심장 기능이 급격히 악화된 신호였다.

의사가 의료기록을 펼쳤다. 오후 1시의 진료 중단 기록을 봤다. 그리고 그 시간 이후로 박민철의 상태 변화를 추적했다. 진료 중단 → 진료 기록 '추가 평가 필요' → 약물 조정 중단 → 심박 수 상승 → 폐부종 발작. 인과의 고리가 명확했다.

의사가 간호사에게 말했다.

"제외 결정 후 진료가 중단되었어. 그 사이 환자 상태가 악화된 거야. 의료기록에 기록해. '진료 중단으로 인한 이차 악화'로."

간호사가 의료기록에 기록했다. 펜이 종이 위를 움직였다. 글씨가 명확했다.

"강심제 준비하세요. 도파민 5마이크로그램 킬로그램 분. 산소 마스크 교체. 그리고 중환자실 담당 의사를 호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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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병원 로비.

박민철의 아내 박영숙이 이준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의료기록 한 장을 들고. 손이 떨렸다. 종이가 부스럭거렸다. 중환자실에서 나온 지 30분. 남편의 폐부종 발작 소식을 받은 지 10분. 그리고 의료기록에 적힌 한 줄의 문구를 읽은 지 5분.

'진료 중단으로 인한 이차 악화'.

이준호가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 흰 가운을 입은 채로. 목에는 청진기가 걸려 있었다. 그 자체가 권력의 상징이었다.

박영숙이 다가갔다. 발걸음이 빨랐다.

"선생님, 잠깐만요."

이준호가 멈추지 않았다. 페이스만 바뀌었다. 걷는 속도가 유지되었다.

"우리 남편이... 왜 제외 대기자가 됐어요? 방금 폐부종이 생겼대요. 진료를 중단했다고..."

박영숙의 목소리가 떨렸다. 눈가가 빨개져 있었다. 밤을 새웠던 흔적이었다. 그녀는 의료기록 파일을 펼쳤다. 손가락이 한 항목을 지적했다. '진료 중단으로 인한 이차 악화'. 글씨가 흔들렸다.

이준호의 얼굴이 변했다. 공감의 표정에서 시작했다. 눈썹이 내려갔다. 입이 약간 벌어졌다. 마치 말을 할 준비를 하는 것처럼. 하지만 그것은 연기였다. 다음 순간 그 표정이 사라졌다. 거리감이 생겼다. 눈초리가 올라갔다. 시선이 박영숙의 얼굴에서 벗어났다. 그녀의 어깨, 옷깃, 손에 들린 의료기록을 거쳐, 결국 그녀 뒤의 공간으로 향했다. 그녀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의료 결정에 대해 보호자께서 이의를 제기하실 수 있습니다. 행정 부서에 신청하세요."

이준호가 말했다. 목소리에는 감정이 없었다. 절차를 설명하는 음성이었다.

"아니, 선생님... 제외되면서 진료가 끊겼다는 거예요. 그래서 상태가 악화된 거 아닙니까?"

박영숙이 손을 뻗었다. 이준호의 팔을 잡으려고. 손가락이 흰 가운의 소매에 닿았다. 순간 이준호의 몸이 경직됐다. 그 접촉이 그에게 전기 충격처럼 작용했다. 그는 몸을 돌렸다. 동작이 빨랐다. 박영숙의 손이 공중에서 떨어졌다. 의료기록 파일이 함께 떨어졌다. 종이들이 로비 바닥에 흩어졌다.

박영숙이 무릎을 꿇었다. 종이를 줍기 위해. 손이 떨렸다. 종이 한 장, 또 한 장. 눈물이 떨어졌다. 그것이 종이 위에 떨어졌다. 글씨가 번졌다. '진료 중단으로 인한 이차 악화'. 문구가 물에 젖었다.

이준호는 이미 로비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뒤돌아보지 않았다. 뒤돌아볼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의 발걸음은 평소보다 빨랐다. 그리고 어딘가 흔들려 있었다.

---

오후 11시. 강신혜의 사무실.

조명이 꺼져 있었다. 컴퓨터 모니터의 빛만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화면에 문서가 떠 있었다. 제목: '특별 조사 신청서 - 이준호 센터장의 환자 선별 기준 재검토'.

손가락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상기 환자들의 제외 결정에 대해 의료 기록 상 구체적인 의학적 근거가 미흡하며, 이는 의료법 제24조의 '의료진 윤리'와 생명윤리법 제5조의 '공정성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있습니다. 특히 박민철 환자의 경우, 제외 결정 이후 진료 중단으로 인해 폐부종이 발생했으며, 의료기록에 '진료 중단으로 인한 이차 악화'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는 의료 과실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타이핑이 멈췄다. 그녀의 눈이 화면에서 벗어났다. 천장을 바라봤다. 정의와 자기보존 사이의 절벽. 동료에 대한 신뢰와 제도 개혁의 욕구 사이의 갈등. 그 갈등이 가슴팍을 짓누르고 있었다.

다시 화면으로 돌아왔다.

손가락이 움직였다.

"추가로, 동일한 기준으로 제외된 환자들 김○○, 박○○, 이○○의 의료 기록 전수 재검토를 요청하며, 센터 내 환자 선별 위원회의 회의록 전체 공개를 명령할 것을 건의합니다. 이들 환자의 제외 사유가 모두 '사회적 적응도' 항목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는 의료 기준이 아닌 차별적 기준으로 판단된 것입니다."

강신혜가 한 줄을 더했다.

"현재 박민철 환자는 제외 결정 후 악화된 상태로 중환자실에 입원 중입니다. 신속한 조사와 함께 의료 과실 여부에 대한 법적 검토를 강력히 요청합니다."

엔터.

문서가 저장되었다. 강신혜의 호흡이 깊어졌다. 그것은 긴장의 호흡이었다. 자신이 무엇을 시작했는지 알고 있었다. 대학병원의 절대 권력자에 대한 정면 도전. 그것이 자신의 경력을 끝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동료들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하지만 손을 떼지 않았다.

마우스를 클릭했다. '전송'.

메일이 날아갔다. 수신처: 의료윤리위원회 위원장, 병원 감시위원회, 의료분쟁조정중재원.

강신혜가 모니터를 껐다. 어둠이 다시 사무실을 감쌌다. 그녀의 손이 탁자 위에 떨어졌다.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것은 두려움의 떨림이었다. 동시에 결연함의 떨림이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박영숙의 번호였다. 통화 시간은 밤 11시 47분. 강신혜는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로 울음소리가 들렸다. 박민철의 상태가 악화되었다는 내용이었다. 폐부종은 진정되지 않고 있었다. 의료진은 더 이상의 조치를 하지 않고 있었다.

강신혜는 박영숙에게 말했다.

"변호사를 찾으세요. 내일 아침 저와 함께 고소장을 준비하겠습니다."

통화가 끝났다. 강신혜는 다시 컴퓨터를 켰다. 새로운 문서를 열었다. 제목: '의료 과실 고소 관련 법률 검토'.

밤이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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