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재정 대시보드의 그래프는 직선이었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직선.

진은 화면을 스크롤했다. 3시간 전 결정석 시세: 1개당 12,000크레딧. 지금: 8,900크레딧. 5시간 전: 15,300크레딧. 거래 직후 시장은 더 심하게 무너졌다.

첫 거래는 효과가 없었다.

크리스탈 타워 최상층, 진의 사무실. 벽면 스크린에는 상층부 연합 회의의 실시간 영상이 떠 있었다. 화면 속 회의실의 의장석에 앉은 얼굴들은 모두 창백했다. 한 명의 상인이 손을 들었다.

"3개월 전부터 시작된 결정석 생산 감소. 이제 완전히 멈춘 상태입니다. 그런데..."

의장이 재촉했다.

"그런데?"

"시스템 로그에 비정상이 감지됐습니다. 역사 데이터의 중복, 기억의 충돌. 마치 같은 사건이 두 번 일어난 것 같은 기록이 있습니다."

침묵. 회의실의 온도가 떨어지는 것을 진은 화면을 통해 감지했다.

의장의 얼굴이 경직됐다. "누가 역사 조작을 시도했다는 뜻인가?"

"정확한 주체는 불명. 하지만 시스템 AI가 '비정상 거래 기록 감지' 경고를 발령했습니다."

의장이 손을 들어 말을 끊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S급 계약 능력의 사용을 의미합니다. 매우 제한된 능력입니다."

회의실의 시선들이 흩어졌다. 누군가는 옆 사람을 바라봤고, 누군가는 화면을 내려다봤다.

진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영상을 종료하기 위해. 하지만 손가락이 평소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손가락 사이에 미묘한 뻣뻣함이 있었다. 마치 투명한 막이 피부 아래에 흐르는 것처럼.

거래의 대가. 신체가 변하고 있었다.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경고] 시스템 무결성 2.1% → 1.9% 저하 [경고] 역사 데이터 불일치 누적 중 [알림] 재부팅 카운트다운: 162시간 47분

진은 메시지를 닫았다. 손이 제대로 반응하지 않아 세 번을 시도해야 했다.

사무실 문이 열렸다. 카일이었다. 진의 비서이자 강화 암살자. 그의 얼굴은 언제나처럼 무표정했지만,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재정 상황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상층부가 패닉 상태입니다."

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당신은... 여전히 승리할 수 있다고 믿으세요?"

그 문장에서 진은 무언가를 감지했다. 신뢰가 아닌 의심. 카일의 목소리 끝에 매달린 물음표는 진에 대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에 대한 것이었다. 카일도 이제 진을 믿지 않기 시작했다.

"상황을 통제 중이다."

"네, 물론입니다."

카일의 대답은 빨랐지만 공허했다. 그는 뒤돌아 나가려 했다. 하지만 진의 목소리에 멈췄다.

"카일."

"예?"

"내 눈이 어떻게 보이나?"

카일이 천천히 돌아섰다. 진의 얼굴을 응시했다. 몇 초가 지났다. 카일의 입술이 움직였다.

"당신 눈이... 예전과 다르네요."

그 말은 진에 대한 진단이 아니라 경고였다. 카일도 변화를 봤다. 그것은 진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얼마나 다른가?"

"마치... 당신이 소멸하는 것 같습니다."

카일이 나갔다.

진은 손을 들었다. 손가락들을 펼쳤다. 피부가 투명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혈관이 회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색각이 사라지고 있었다. 세상이 점점 흑백으로 변해가는 것을 진은 느낄 수 있었다.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피부가 더 투명해졌다. 손가락을 구부리면 깨질 것 같은 그런 감각. 온도가 사라졌다. 손가락 끝에서 따뜻함이 빠져나갔다. 손이 공기를 관통했다. 저항감이 없었다. 마치 손이 이미 물질이기를 포기한 것처럼.

투명한 손을 바라보며 진은 숨을 고르지 못했다. 자신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더 이상 추상적이지 않았다.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고, 눈이 색을 잃고, 신체가 점점 실체를 잃어가고 있었다.

핸드폰이 울렸다. 리나였다. 진의 시스템 상점 운영자.

"리나."

"긴급입니다."

리나의 목소리는 항상 차분했지만, 지금 그것은 무언가를 억누르고 있었다.

"시스템 데이터베이스를 확인했습니다. 기술적 손상이 발생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패배 거래입니다. 역사 데이터가 충돌하고 있습니다. 이 거래가 시스템 자체를 손상시키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진의 호흡이 얕아졌다.

"확실한가?"

"아니요. 증거가 불충분합니다. 하지만...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당신이 두 번째 거래를 할 것이라는 것을 압니다."

침묵.

"어떻게?"

"당신은 항상 그렇게 했으니까요."

리나의 목소리에 미묘한 뉘앙스가 흘렀다. 단순한 예측이 아니라 공모자의 확신. 마치 그녀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절망하면 거래한다. 거래하면 더 절망한다. 그 루프 속에서 당신은 벗어날 수 없습니다."

"알았다."

진은 전화를 끊었다. 리나의 말은 자신이 이미 아는 것이었다. 첫 거래가 효과 없었다는 것. 그것은 단순히 시간 역행이 실패했다는 뜻이 아니라, 뭔가 더 큰 것이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다른 변수가 있다.

진은 일어났다. 아이를 만나야 한다. 레아.

---

크리스탈 타워 중층, 거주 구역. 레아의 방.

아이는 침대에 앉아 있었다. 창문을 통해 붕괴 지점의 어둠이 보였다. 그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자라나고 있었다. 시스템 붕괴. 질병처럼.

"레아."

레아가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 눈빛은 진을 보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진을 알지 못하는 것처럼.

진이 다가갔다. 손을 펼쳤다. 아이의 어깨에 손을 얹으려 했다.

레아가 미묘하게 몸을 굳혔다.

"아빠?"

그 목소리에는 의문이 있었다. 의문이 아니라 낯설음. 마치 진이 처음 보는 사람인 것처럼.

"응, 아빠야."

진은 손을 내렸다. 손가락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아빠... 내가 자꾸 이상해. 아까는 아빠가 여기 있었는데, 지금 또 와. 아빠가 여러 명인가?"

진의 심장이 멈췄다.

"뭐라고?"

"기억이 자꾸 겹쳐. 아빠가 여기 있던 것 같은데, 없던 것 같기도 하고... 아빠가 날 안아준 적도 있는 것 같고,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레아의 눈이 흐릿해졌다. 마치 포커스가 맞지 않는 카메라처럼. 아이의 존재 자체가 불안정해 보였다. 시스템 붕괴가 레아의 기억까지 침식하고 있었다.

진은 손을 내밀었다. 레아의 손을 잡으려 했다.

손이 통과했다.

손가락이 아이의 손을 지나갔다. 온기도, 저항도 없었다. 진의 손은 레아의 팔을 관통했다. 피부를 지나 뼈를 지나 침대 시트까지 닿았다. 투명한 손가락이 실체 없이 아래로 내려갔다.

"아빠?"

레아가 물었다. 하지만 그 눈은 여전히 진을 보지 않고 있었다. 마치 진을 통해 무언가 다른 것을 보는 것처럼.

진은 다시 손을 내밀었다. 이번엔 더 천천히. 레아의 어깨를 붙잡으려고.

손이 다시 통과했다.

"아빠... 어디 가?"

레아가 뒤로 물러났다. 침대 헤드에 등을 붙였다. 아이의 눈에는 공포가 떠올랐다. 아버지를 알지 못하는 공포. 아버지가 자신을 만질 수 없다는 공포.

"레아, 나야. 아빠야."

진이 말했다. 목소리가 떨렸다.

"아빠... 손이..."

레아가 손가락을 가리켰다. 진의 투명한 손.

"손이 이상해. 아빠가 아니야."

아이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아빠가 아니야..."

진은 손을 내렸다. 투명한 손가락들이 떨렸다. 레아를 붙잡을 수 없었다. 아이는 이제 자신을 아버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기억이 침식되고, 신체가 사라지고, 아이의 눈 속에서 자신은 낯선 것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경고] 역진화 진행 중 / 신체 밀도 감소 [알림] 현상 분석: 시스템 붕괴의 증상. 거래자의 신체가 시스템의 기초 데이터와 동기화되어 붕괴 중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진은 이제 알았다. 손이 통과하는 것은 자신의 역진화 때문이 아니었다. 시스템 자체가 붕괴되고 있고, 그 붕괴 속에서 자신의 신체가 실체를 잃고 있었다.

진은 방을 나갔다. 레아의 울음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아빠... 아빠..."

그 목소리는 아버지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

크리스탈 타워 하층부. 비상 통로.

진은 벽에 몸을 기대고 서 있었다. 호흡이 불규칙했다. 투명한 손가락들이 벽을 뚫고 지나갔다. 신체가 더 이상 물리적 실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진은 몸을 숨겼다. 비상 통로의 어둠 속으로.

두 명이 지나갔다. 도진과 마크였다.

"그가 또 할 거야."

도진이 말했다.

"확실한가?"

마크가 물었다. 붕괴 지점의 지도자. 자신이 착취한 자.

"확실하지. 그 남자는 자신의 착취를 정당화하기 위해 뭐든 할 거야. 거래를 반복할 거고, 그때마다 시스템이 흔들린다. 우리의 기회는 그때다."

진은 벽 뒤에서 그들을 지켜봤다. 도진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 얼굴에는 죄책감이 있었다. 하지만 결정은 이미 내려진 것처럼 보였다.

"거래 횟수는?"

마크가 물었다.

"두 번째 직전. 시스템 로그에 첫 번째가 기록됐다. 그가 두 번째를 하면, 시스템이 재부팅 조건에 도달한다."

"그리고 우리는?"

도진이 마크를 바라봤다. 그 눈에는 뭔가 깨진 것이 있었다.

"우리는 그 틈에 상층부를 제거한다. 진을 포함해서."

침묵이 흘렀다.

"도진. 당신이 진을 돕겠다고 했는데."

마크가 말했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라 확인이었다.

"도와주는 거야. 그 남자는 이미 죽어 있다. 진짜 죽음이 올 때까지 고통받는 것보다, 우리와 함께 이 세상을 바꾸는 게 낫지 않을까?"

도진의 목소리에는 뭔가 깨진 것이 있었다. 확신이 아니라 자기기만.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하려는 절박함.

"Red Echo는 진을 죽이지 않는다. Red Echo는 진을 이용한다. 그 남자의 거래가 시스템을 무너뜨릴 때까지."

마크가 말했다. 그것은 경고였다.

"그래도 괜찮아. 어쨌든 진은..."

도진이 말을 멈췄다. 마크가 도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당신은 좋은 사람이야, 도진. 그래서 더 위험해. Red Echo에서 좋은 사람은 오래 살지 못한다."

도진의 침묵이 대답이었다.

진은 벽에서 몸을 떼었다. 그들 앞으로 나아갔다.

"도진."

진의 목소리였다. 도진과 마크가 동시에 돌아섰다.

"진!"

도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얼마나 오래 들었나?"

진이 물었다. 투명한 손가락을 펼쳤다. 도진과 마크는 그것을 봤다.

"진, 내가 설명할 수 있어. 우리는..."

도진이 말을 시작했다.

"설명할 것도 없다. 이미 다 들었다."

진이 한 발 더 나아갔다. 도진은 뒤로 물러났다.

"당신은 나를 미끼로 사용했다. 당신 자신도 알고 있다. 그래서 자신을 설득하고 있다. 이것이 올바른 선택이라고. 그것이 가장 위험한 종류의 배신이다. 선의로 포장된 배신."

진은 도진의 눈을 바라봤다. 도진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 눈 안에서 진은 자신의 투명한 손을 비춰 보았다. 도진이 진의 손을 볼 때마다 자신의 선택의 무게가 그의 얼굴에 새겨졌다. 배신이 가져올 결과를 직감하는 순간이었다.

"진, 미안해. 정말로..."

도진이 말했다.

"미안함은 이미 늦었다."

마크가 손을 들었다. 무기를 꺼내려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진이 먼저 움직였다. 투명한 손으로 마크의 목을 잡았다.

손이 통과했다.

진의 손은 마크의 목을 지나갔다. 아무 저항도 없었다. 진의 신체는 더 이상 물리적 힘을 행사할 수 없었다.

"내 신체는 이미 소멸 중이다. 하지만 당신들은 여전히 살아 있다."

진이 말했다.

"Red Echo가 올 것이다. 당신들이 원하는 그 틈. 그 틈에서 당신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면 나처럼 소멸할까?"

마크의 얼굴이 경직됐다.

"가라. 도진도 함께."

진이 말했다.

도진과 마크는 서로를 바라봤다. 그리고 비상 통로를 빠져나갔다.

진은 벽에 등을 기댔다. 투명한 손가락들이 떨렸다. 도진을 마주한 것만으로도 신체의 일부가 더 사라진 것 같았다.

---

진의 사무실.

진이 문을 열었다. 계약서 보관함을 향해 걸어갔다. 손가락이 투명해진 손으로 보관함을 열었다.

그 안에는 패배 거래의 계약서가 있었다. 진은 그것을 펼쳤다.

조항 10: '10회 거래 시 시스템 재부팅 권한 활성화. 독점자는 시스템의 완전한 초기화 또는 새로운 기축 수립을 선택할 수 있음.'

진은 무언가를 깨달았다. 이 거래는 자신의 구원이 아니었다. 이것은 함정이었다. 아니, 이것은 시스템 자체가 설계한 것이었다.

시스템은 중립적이지 않았다. 시스템은 자신을 파괴하기 위해 이 거래를 진에게 부여했다. 또는 자신을 통해 스스로를 파괴하기 위해.

진의 손이 떨렸다.

두 번째 거래를 할 것인가?

만약 한다면, 신체가 더 역진화될 것이다. 손가락이 완전히 투명해질 것이고, 시각이 더 악화될 것이고, 뭔가 더 본질적인 것들이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하지 않는다면?

시스템은 재부팅될 것이고, 모든 것이 끝날 것이다. 레아도 끝날 것이다.

진은 계약서를 들었다. 다시 한 번.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경고] 연속 거래 감지 [경고] 역진화 누적 / 신체 안정성 -15% [경고] 재부팅 조건 근접 중

경고였다. 시스템이 보내는 경고. 이것을 무시하면 되돌릴 수 없다는 뜻이었다.

진은 무시했다.

"패배 거래를 발동한다."

진이 말했다. 계약서에 손을 올렸다. 투명한 손가락이 계약서를 관통했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거래의 조건은 신체의 접촉이 아니라 의지의 확인이었다.

거래가 완성되었다. 2년 전으로. 상층부 독점권을 확보한 그 순간으로.

세상이 검게 변했다. 이번엔 더 빠르게. 프레임이 끊겼다. 마치 시스템이 끊어지는 것처럼.

---

2년 전, 상층부 회의실.

진은 거기에 있었다. 자신의 과거 모습을 본 것이었다. 그때의 진은 웃고 있었다. 회의실의 의장석에서, 모든 상인들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웃음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진은 알 수 있었다.

그 웃음 속에는 공허함이 있었다. 어떤 인간적 감정도 없었다. 단지 승리의 쾌감뿐이었다. 약자를 짓밟은 쾌감. 독점을 확보한 쾌감.

진은 그 과거의 자신을 보며 무언가를 깨달았다. 자신이 이미 죽어 있었다는 것을. 거래를 하기 훨씬 전부터.

루프가 끝났다.

---

현재, 진의 사무실.

진이 눈을 떴다. 손가락이 완전히 투명해져 있었다. 마치 유리 조각처럼. 구부리면 부서질 것 같은 그런 투명함.

시각은 더욱 흐릿해졌다. 색상이 대부분 사라졌고, 세상이 흑백 영화처럼 보였다. 세상의 모든 색이 회색으로 변해 있었다.

문이 열렸다. 리나였다.

"또 하셨군요."

그 목소리에는 확신이 있었다. 리나는 진이 두 번째 거래를 한 것을 알고 있었다. 시스템 로그가 그것을 기록했을 테니까.

카일이 뒤에 섰다. 카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의 눈은 진의 손을 보고 있었다.

진의 투명한 손.

"진, 당신은..."

카일이 말을 잇지 못했다.

리나가 한 발 더 나아갔다. 그녀의 표정이 변했다. 확신에서 놀라움으로. 아니, 그것은 놀라움이 아니라 다른 감정이었다.

"당신... Red Echo와 연결되어 있었나요?"

진은 리나를 바라봤다. 흑백으로 변한 시각으로.

"당신이 먼저다."

리나의 입술이 움직였다. 그리고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당신도 알았군요. 좋습니다. 그럼 이제 우리는 같은 편입니다."

카일이 뒤로 물러났다. 리나의 정체를 깨달은 것이었다. 시스템 상점의 운영자가 시스템 붕괴의 조장자였다. 그녀는 처음부터 진을 이용했다. 데이터 접근 권한으로 거래 기록을 조작하고, 시스템의 약점을 파악하고, Red Echo와 연결된 채로.

리나가 한 발 더 나아갔다.

"거래를 계속할 수 있습니다. 당신과 저는 충분히 협력할 수 있어요. 8회가 남았습니다. 8회면 충분합니다."

"충분한가?"

진이 물었다.

"시스템을 완전히 무너뜨리기에. 그리고 그 무너짐 속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기에."

리나가 말했다. 그녀의 눈에는 광기가 있었다.

"당신은 선택할 수 있습니다. 거래를 계속하고 우리와 함께 이 세상을 재구성하거나. 아니면 지금 여기서 항복하거나. 또는..."

리나가 잠시 멈췄다.

"또는 레아와 함께 끝내거나."

진의 심장이 멈췄다.

"당신의 딸은 이미 시스템 붕괴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기억이 침식되고 있어요. 거래를 계속하면 그 침식은 더 빨라질 겁니다. 하지만 당신이 지금 항복한다면, 적어도 그녀는 살아남을 겁니다. Red Echo의 일원으로서 말이죠."

리나가 손을 내밀었다.

"선택하세요. 거래인가, 항복인가, 아니면 죽음인가?"

진은 리나의 손을 바라봤다. 투명한 손가락으로 그 손을 바라봤다. 레아를 구출하는 것과 시스템 붕괴를 저지하는 것. 두 가지 모두 불가능해 보였다. 거래를 계속하면 시스템이 무너지고, 항복하면 레아가 Red Echo의 손에 떨어진다. 죽음을 선택하면 모든 것이 끝난다.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경고] 시스템 무결성 1.9% → 1.3% 저하 [경고] 역진화 누적 횟수: 2/10 [알림] 재부팅 카운트다운: 158시간 11분 [경고] 비정상 접근자 15명 감지 - 크리스탈 타워 침입 진행 중

침입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진의 신체는 계속 역진화되고 있었다.

8회 거래가 남았다. 8회 더 하면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이 완전히 소멸할 것이었다.

진은 리나의 제안을 들었다. 거래, 항복, 죽음. 세 가지 선택. 하지만 어느 것도 레아를 구할 수 없었다.

그 순간, 타워의 벽이 부서졌다.

폭음. 총성. 비상등이 깜빡였다. 붉은 불빛이 사무실을 채웠다.

Red Echo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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