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본문

십 년 만에 강호의 변경 시장은 한운의 기억과 달랐다. 시장 입구의 파괴된 초루는 여전했지만, 그 옆에 새로운 주막이 들어서 있었고, 장사꾼들의 목소리는 더욱 드높았다. 한운은 누더기 같은 도포를 입고 시장의 한구석에 섰다. 옷의 먼지는 진짜였고, 발에서는 장거리 행군의 냄새가 났다. 겉으로는 어느 무명의 부랑객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그의 손가락 끝은 검었다.

한운은 왼손의 손가락 세 개를 도포 자락에 비볐다. 검은색이 번지지 않았다. 그것은 때가 아니었다. 천혼굴에서 나온 이후로 처음 나타난 이상 증상이었다. 손가락 끝의 검은색은 천천히 손목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마치 죽음이 신체를 잠식하듯이.

시장의 소주집 앞에서 한 명의 검객이 주사위를 던지고 있었다. 철혈방의 검은 띠를 머리에 두른 자였다. 그의 얼굴은 술에 취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옆에 앉은 상인들을 내려다보는 눈빛은 야비했다. 한운이 그를 지나가려 하자 그가 팔을 내뻗었다.

"이봐, 거기 누더기 입은 놈."

한운은 멈추지 않았다.

"야, 어디 가냐고?"

여전히 한운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철혈방 검객이 벌떡 일어났다. 주사위가 소주집 마루 위로 굴러갔다.

"검객 모르냐? 철혈방이 말을 걸었는데 대답도 안 하고?"

한운이 비로소 돌아섰다. 철혈방 검객의 얼굴이 한 치 거리에 있었다. 술 냄새가 진했다.

"지나가는 길이었습니다."

"지나가는 길? 이 시장은 철혈방의 거지. 여기서 숨 쉬려면 세금을 내야 한다."

한운은 동전 몇 개를 꺼냈다. 철혈방 검객이 그것을 손으로 후려쳤다. 동전들이 마루 위로 흩어졌다.

"이게 뭐하는 짓이냐? 눈이 없나?"

주변의 상인들이 소리 없이 몸을 날렸다.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은 이런 것이었다. 힘 있는 자가 약한 자를 짓밟는 것. 강호의 도의 따위는 이곳에서 작동하지 않았다.

"천마 종파의 잔당 같은 놈들도 여기 와 있다고 했는데, 너도 그런 놈 아니냐?"

한운의 눈빛이 변했다. 그것은 감정의 변화가 아니라 살의의 현현이었다.

"대련을 청하십시오."

한운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하?"

"대련을 청합니다."

철혈방 검객의 입가에 웃음이 떠올랐다. 다른 검객들이 주변에 모여들었다. 변경 시장에서는 이런 일이 구경거리였다.

"좋아. 그럼 여기서 한판 하자. 지는 놈이 목숨을 내놓는 거다."

한운이 검을 뽑았다. 칼집에서 나오는 그 순간, 공기가 달라졌다. 철혈방 검객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자신이 마주한 것이 무엇인지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한운의 검이 호를 그렸다.

그것은 검술이 아니었다. 그것은 죽음의 궤적이었다. 철혈방 검객의 몸이 경직되었다. 그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려 했으나, 목구멍에서 그것은 부서졌다. 그의 내공이 한 점으로 응축되었다가, 그 다음 순간 모든 경맥이 동시에 무너졌다.

한운은 검을 수습했다. 손을 떨고 있었다. 그 떨림은 공포였는가, 아니면 다른 것이었는가.

그 순간, 한운의 가슴 안쪽에서 무언가가 타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자신의 수명이 한 줌씩 불에 타고 있는 것처럼. 호흡이 가파해졌고, 경맥 곳곳에서 이상한 통증이 뚫고 올라왔다. 손가락 끝의 검은색은 손목을 넘어 팔뚝으로 빠르게 올라오고 있었다. 동시에 다른 감각이 밀려왔다. 죽음을 주는 쾌감. 그것은 죄책감과 함께 섞여 있었다.

철혈방 검객의 시신이 마루 위로 쓰러졌다. 눈은 여전히 떠 있었지만, 그 안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주변의 상인들과 검객들이 물러섰다. 누구도 그의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천혼굴의 어둠 속으로 시간이 되돌아갔다.

운혼자는 이미 죽음의 문턱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종이처럼 창백했고, 호흡은 끊어질 듯 가늘었다. 한운은 그의 옆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자신이 죽으려 하는 것도, 이 낡은 노인이 죽으려 하는 것도 이미 예정된 일이었다.

"이 공법을 받으시오."

운혼자의 목소리는 바람 소리 같았다. 그는 한운의 손을 잡았다. 그 손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이 공법이 언젠가 정파의 거짓을 깨뜨릴 도구가 되길."

운혼자의 눈이 마주쳤다. 그 안에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그 희망 아래에는 다른 것이 숨어 있었다. 한운은 그때 그것을 보지 못했다. 운혼자의 입술이 떨리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주는 것이 도구가 아니라 다른 무언가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한 떨림이었다. 그의 눈빛에는 후회가 있었고, 경고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말할 수 있는 목숨은 더 이상 그에게 남아 있지 않았다.

"기억하시오. 이것은 복수의 칼이 아니라..."

운혼자의 목소리가 끊겼다. 그의 손이 한운의 손에서 떨어졌다. 천혼굴은 다시 침묵으로 돌아갔다. 한운은 그 침묵 속에 있었다. 그가 받은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현재로 돌아오자, 한운의 손가락은 이미 손목 절반까지 검어져 있었다. 시장의 주막 주인이 한운에게 다가왔다. 그는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고 물었다.

"어디로 가십니까?"

"강남입니다."

"강남이면... 운몽파의 영역이십니다."

한운은 대답하지 않았다. 주막 주인이 물러섰다.

강호의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천정파의 본산에서는 이재옥이 자신의 방에서 차를 내팽개쳤다. 십 년 전 완벽하게 지웠다고 생각한 과거가 되살아나고 있었다.

"혈천검이라고?"

그의 목소리는 얇고 날카로웠다. 부하들이 물러섰다.

"모든 파벌에 지시를 내려라. 그 검객을 찾아라. 그리고..."

이재옥이 멈췄다. 그의 손이 책상을 집었다.

"이번에는 완전히 없애야 한다. 어떤 흔적도 남기지 말고."

강남의 운몽파 본산에서 백애림이 전령을 받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굳어졌다. 혈천검이라는 이름은 십 년 전 강호에서 사라졌어야 할 이름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다시 나타났다. 백애림은 자신이 받아온 정파의 지시들을 떠올렸다. 한운을 '악의 화신'으로 묘사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일관되어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정파 전체에게 같은 거짓말을 가르친 것처럼.

"백애림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백애림은 창밖을 바라봤다. 강남의 하늘은 먹구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폭풍이 몰려오고 있었다.

"강남 경계의 모든 검객을 소집하시오. 그리고 다른 파벌의 검객들이 우리 영역에 들어오는 것을 막아라."

"이재옥의 지시는..."

"나는 정파의 도의를 따를 뿐이다."

백애림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그녀의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변경의 산길에서 최호가 말을 탔다. 그의 얼굴은 검은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 철혈방의 추적꾼으로서 그는 발자국을 따라왔다. 변경 시장에서 죽은 철혈방 검객의 시신을 본 것은 두 시간 전이었다. 그 죽음의 방식은 최호가 본 어떤 것과도 달랐다. 내공의 완전한 소멸. 그것은 최호가 추적해온 검객이 구사할 수 있는 유일한 검법이었다.

"강남으로 가는군."

최호가 중얼거렸다. 그의 말이 빨라졌다. 철혈방의 방주 한철에게 보고해야 했다. 하지만 그 전에 다른 것이 있었다. 십 년 전 추방 사건의 공식 기록과 현장의 증거가 맞지 않는다는 것. 그 불일치를 파헤치려 했을 때, 최호는 이미 철혈방의 배신자가 되어 있었다. 그것을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강남으로 가는 길은 멀었다. 한운은 말을 훔쳤다. 변경의 주점 주인이 그것을 보고도 눈을 감았다. 강호에서는 그런 것들이 있었다.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을 알면서도, 본 것이 아니라고 하는 것. 한운의 손가락은 팔꿈치까지 검어져 있었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더 검을 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강남의 길은 비었다. 한운은 말을 몰아붙였다. 운혼자가 남긴 말의 의미를 묻고 싶었으나, 그 답은 강호에만 있었다. 그리고 강호는 이제 한운을 찾고 있었다.

뒤에서 말발굽의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하나였다. 그 다음에는 둘. 그 다음에는 셋. 강호의 여러 파벌로부터 추적자들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었다.

한운은 말을 더욱 몰아붙였다.

강남 입구의 숲에서 한운은 말을 멈췄다. 뒤따르는 발굽 소리가 세 갈래였다가, 이제는 다섯 갈래가 되어 있었다. 강호의 속도는 빨랐다. 정보의 전파도, 그에 따른 움직임도.

한운은 숲 속으로 말을 몰아 깊숙이 들어갔다. 밀림 사이의 길은 말이 지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것이 목적이었다. 추적자들이 말을 버리고 올 것이다. 그들은 그럴 수밖에 없다. 혈천검이라는 이름은 강호에서 이미 전설이 되어 있었다.

숲의 깊숙한 곳에서 한운은 말에서 내렸다. 손가락은 어깨까지 검어져 있었다. 그는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죽음과 타락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그것이 천마공의 진정한 대가였다. 운혼자는 그것을 말하려 했던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 말을 마치지 못했다.

첫 번째 추적자가 나타났다. 철혈방의 표식이 없는 검객이었다. 검은 천으로 얼굴을 가린 자. 최호였다.

"십 년 만이군."

최호의 목소리는 변하지 않았다. 감정이 없었다. 마치 기계가 말하는 것 같았다.

"당신이 한운인가?"

한운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말을 할 필요는 없었다. 자신의 존재 자체가 답이었다.

"혈천검을 봤다. 변경 시장에서. 한 검에 모든 것이 무너졌다. 철혈방의 검객이 죽었다."

최호가 한 발 앞으로 나갔다.

"그것은 이재옥의 지시인가?"

한운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당신은 누구인가?"

"철혈방의 추적꾼이었다. 지금은 아니다."

최호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균열이 생겼다. 그것은 선택이었다. 자신이 도구가 아닌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갈증. 한운은 그것을 본다.

"십 년 전 추방 사건. 공식 기록과 현장의 증거가 맞지 않았다."

최호가 천천히 검을 뽑았다. 그의 눈빛이 변했다. 한운은 최호의 표정 변화를 읽었다. 눈이 좁혀지고, 호흡이 깊어졌다. 그것은 분노였다.

"나는 그것을 알았고, 그 순간 이미 철혈방의 배신자가 되어 있었다."

최호가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당신이 왜 돌아왔는지 알고 싶다."

"복수."

"그것이 전부인가?"

한운은 대답하지 않았다. 최호의 질문이 자신의 가슴을 헤집고 지나갔다. 복수. 그것이 자신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그 말이 너무나 가벼워 보였다. 십 년 전 천혼굴에서 운혼자가 말하려 했던 것. '이것은 복수의 칼이 아니라...' 그 미완성된 경고가 지금 와서야 그의 가슴을 누르고 있었다. 혹시 자신이 지켜온 복수라는 명분이, 사실은 자신을 파멸로 이끄는 다른 무언가는 아닐까.

"강남으로 가는가?"

"그렇다."

"운몽파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천정파도."

최호가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내가 당신을 막지는 않겠다. 하지만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최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십 년 전 강호에서 지워진 것은 당신만이 아니었다. 그 추방 사건 이후, 다섯 명의 검객이 더 사라졌다. 그들은 당신과 같은 이유로 지워졌다. 누군가의 명령으로."

한운의 눈이 좁혀졌다. 다섯 명. 그 숫자가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한운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복수 명분을 흔드는 것만은 확실했다. 자신이 복수하려던 것이 정말 한 명의 원수인가, 아니면 더 큰 음모의 일부인가. 그 의문이 한운의 내면을 갈라놓았다.

"누구의 명령인가?"

"그것을 알면, 당신의 복수는 다르게 휘두르게 될 것이다. 당신은 한 명의 원수가 아닌, 강호 전체를 상대해야 할 수도 있다."

최호가 한 발 더 물러섰다.

"나는 당신의 길을 막지 않겠다. 하지만 당신 뒤에 오는 자들은 당신을 막을 것이다. 특히 백애림. 그녀는 당신을 잡아 돌려보내려 할 것이다. 정파에. 하지만 그녀도 의심하고 있다. 정파가 당신을 왜 그렇게 집요하게 지워야 했는지."

"당신은 왜 이것을 말하는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도구가 아닌."

최호가 완전히 물러섰다. 그의 검은 다시 칼집으로 돌아갔다.

"강남으로 가거라. 그 길 위에서 당신은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당신의 검을 더욱 예리하게 만들 것인지, 아니면 무디게 만들 것인지는 당신이 결정하는 것이다."

최호는 숲 속으로 사라졌다. 그의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철혈방의 추적꾼은 그렇게 사라진다.

한운은 최호가 간 방향을 바라봤다. 그 말들이 가슴 한구석에 박혔다. 십 년 전 강호에서 지워진 것이 자신만이 아니었다는 것. 다섯 명의 검객이 더. 그들은 누구였고, 왜 지워졌는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 자신이 정말 복수를 위해 돌아온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의 장기판 위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인가. 한운의 손이 떨렸다. 그것은 공포의 떨림이었다.

한운의 손가락이 더욱 검어지고 있었다. 그의 숨이 가빠졌다. 혈천검을 한 번 더 쓸 수 있을까. 두 번 더? 세 번 더? 그리고 그 검을 휘두를 때마다 자신이 조금씩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껴야 할까.

강남의 숲은 깊었다. 한운은 그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말은 필요 없었다. 강호의 길은 이미 그를 향해 열려 있었다.

운몽파의 본산으로 가는 길 위에서, 한운은 자신이 그려온 길을 생각했다. 복수의 길. 하지만 그 길 위에 다른 길도 있을 것이었다. 자신이 보지 못했던 길. 운혼자가 말하려 했던 길.

강남의 주막에서 백애림이 정보를 받고 있었다. 혈천검이 변경에서 강남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철혈방의 최호가 그 검객을 만났지만, 그를 막지 않았다는 것.

백애림은 눈을 감았다. 정파의 지시들이 떠올랐다. 한운을 '악의 화신'으로 묘사하는 그 일관된 방식. 마치 누군가가 정파 전체에게 같은 거짓말을 가르친 것처럼. 그리고 이제 그 거짓말의 주인을 찾아야 할 때가 왔다. 최호가 한운을 놓아준 것.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강호의 내부에서 누군가가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었다.

"백애림님."

한 명의 검객이 들어왔다.

"혈천검이 강남 경계에 가까워졌습니다. 한 시간이면 본산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백애림은 창밖을 바라봤다. 강남의 하늘은 먹구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를 맞이하라. 하지만 칼을 빼지 말아라."

"하십니까?"

"그 검객이 누구인지, 왜 돌아왔는지,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백애림이 검객을 바라봤다.

"그리고 천정파의 검객들이 우리 영역에 들어오려 하면, 그들을 막아라. 무기를 쓰지 않고도."

"이재옥의 지시는..."

"나는 더 이상 거짓에 따르지 않겠다."

백애림의 목소리는 차갑고 명확했다. 그것은 선언이었다.

"지금 당장 모든 검객을 소집하시오. 그리고 이재옥에게 보고하거라. 운몽파는 더 이상 천정파의 지시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검객이 물러섰다. 백애림은 다시 창밖을 바라봤다. 강남의 하늘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었다. 폭풍의 중심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한운은 강남의 숲을 빠져나왔다. 그의 손가락은 목까지 검어져 있었다. 그의 숨은 가팔랐다. 하지만 그의 눈은 더욱 명확해져 있었다. 최호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싶었다. 십 년 전의 진실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이 왜 선택되었는지.

운몽파의 본산이 보였다. 그 거대한 건물 앞에서 하나의 검객이 서 있었다. 백애림이었다.

그녀의 손에는 검이 있었지만, 칼날은 칼집에 머물러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호기심이 있었다. 적의는 아직 없었다.

"혈천검이라고 들었다. 당신이 그 검객인가?"

한운은 대답하지 않고 앞으로 나갔다.

"나는 당신을 막을 생각이 없다. 하지만 정파는 당신을 막을 것이다. 특히 이재옥은."

백애림이 한 발 옆으로 비켰다.

"당신은 왜 돌아왔는가? 정말 복수 때문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가?"

한운이 멈췄다. 백애림의 질문이 최호의 질문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달랐다. 최호는 자신의 선택을 묻고 있었다면, 백애림은 자신의 진실을 묻고 있었다.

"십 년 전 당신을 강호에서 지운 것은 정파의 결정이었다. 하지만 누가 그 결정을 내렸는지, 왜 그런 결정이 내려졌는지는 정파 내부에서도 의문이 있다. 나는 그것을 알고 싶다."

"당신도 의심하는가?"

"내가 지켜온 도의가 정말 도의인지, 아니면 다른 것을 정당화하기 위한 거짓인지. 당신을 만나기 전에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백애림이 운몽파의 본산 옆길을 가리켰다.

"그 길로 가면 강남의 외곽으로 나갈 수 있다. 정파의 추적자들이 오는 동안, 당신은 그 길로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당신은 왜 나를 돕는가?"

"당신이 돌아온 이유가 정말 복수라면, 당신도 또 다른 천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을 보고 싶지 않다."

한운이 백애림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에는 동정이 아닌 다른 것이 있었다. 공감. 자신도 강호의 거짓 속에서 헤매고 있다는 공감.

한운은 그 길로 들어갔다.

뒤에서 말발굽의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많았다. 천정파의 검객들이었다. 백애림이 그들을 맞이했다.

"혈천검을 봤는가?"

한 명의 검객이 물었다.

"봤다. 하지만 우리 영역에서는 아무도 칼을 빼지 않았다."

백애림이 대답했다.

"이재옥의 지시는 그 검객을 잡아오는 것이다."

"나는 이재옥의 지시가 아닌, 정파의 도의를 따르는 것이다. 그리고 정파의 도의는 증거 없이 누군가를 해치지 않는 것이다."

백애림이 앞으로 나갔다.

"당신들은 강남을 떠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내가 당신들을 막을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손이 검 위에 얹혀 있었다. 천정파의 검객들이 서로를 바라봤다. 운몽파의 검객들이 그들 뒤에 나타났다. 파벌 간의 긴장이 팽팽해졌다. 칼을 빼지 않았지만, 그 순간은 임박해 있었다. 백애림의 눈빛이 변했다. 그것은 결연함이었다. 정파의 지시에 맞서겠다는 선택. 운몽파 내부의 균열이 이제 표면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천정파의 검객이 말했다.

"이재옥님이 알면..."

"알게 해라. 나는 이제 정파의 도의를 따를 뿐이다."

백애림의 검이 칼집을 벗었다. 그것은 공격이 아닌 경고였다. 천정파의 검객들이 뒤로 물러섰다. 아직은 전투가 아니었지만, 그들은 이 순간이 강호의 판도를 바꾸는 순간임을 알았다.

강남의 외곽 길에서 한운은 계속 걸어가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은 온몸을 검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의 숨은 가빠져 있었다. 하지만 그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뒤따르는 발굽 소리, 앞의 미지의 길, 몸 안의 검은색. 강호는 세 방향에서 한운을 포위하고 있었다. 모든 파벌이 움직이고 있었다. 모든 검객이 그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구파일방 내부의 균열이 드러나고 있었다. 운몽파는 천정파에 저항했고, 그것은 다른 파벌들에게도 신호를 보냈다.

이재옥은 자신의 방에서 차잔을 부수고 있었다. 십 년 전 완벽하게 지웠다고 생각한 과거. 그 과거가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완전히 없애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모든 것이 무너질 것이었다. 그리고 운몽파의 배신까지 더해지면, 구파일방 전체가 흔들릴 것이었다.

한운의 손가락이 머리까지 검어졌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명확해지고 있었다. 자신이 죽음의 임계점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죽음 속에서 동시에 타락의 쾌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 천마공의 저주는 자신의 신체를 잠식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영혼까지 변화시키고 있었다. 살의가 쾌감으로 변하고, 죽음이 아름다움으로 느껴지는 그 순간들. 운혼자가 경고했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을 것이다. 복수의 칼이 아니라, 자기 소멸의 칼. 한운은 그것을 깨달으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강호의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밤 속에서 혈천검과 강호의 모든 세력이 충돌하려 하고 있었다.

다음 화 계속 보기 →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