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반전
법원 정문 앞은 기자들로 가득했다. 이준호는 이명재 변호사 옆에 서 있었다. 카메라 플래시가 연속으로 터졌다. 마이크를 잡은 손가락이 떨렸다.
"15년 전 강도살인 사건. 그 사건의 증거는 조작되었습니다."
준호의 목소리는 낮고 명확했다. 감정이 없었다.
"CCTV 타임스탐프는 위조되었고, 법의학 검사 보고서는 변조되었으며, 증인 증언은 조작되었습니다. 박준영은 범인이 아닙니다. 나는 그를 범인으로 만들었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이명재가 손을 들어 침묵을 만들었다.
"경찰청 특수범죄수사과장 오재훈. 그가 이 모든 조작을 지시했습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의 도구가 되었습니다. 내 프로파일링 능력이 높을수록, 나는 거짓 증거를 진실로 믿을 수 있었습니다."
준호는 한 장의 문서를 들어올렸다. 15년 전 자신이 작성한 프로파일링 초안이었다.
"초안에는 오재훈이 의심 대상으로 여러 번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최종 보고서에서 그의 이름은 모두 삭제되었습니다. 누가 삭제했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삭제가 없었다면 박준영은 감옥에 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카메라가 준호의 얼굴을 클로즈업했다. 15년 전의 자신감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남은 것은 회색 빛깔의 절망뿐이었다.
"나는 과학자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신앙의 도구였습니다. 내 분석이 정확했기 때문에, 나는 거짓 증거도 진실로 믿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제 가장 큰 오류입니다."
준호는 마이크에서 물러났다. 이명재가 다시 앞으로 나갔다.
"박준영 재심 신청인의 무죄를 위해 우리는 모든 증거를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법원은 항소심을 통해 이를 검증할 것입니다."
기자회견은 30분으로 끝났다. 준호는 경찰청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법무법인 사무실의 회의실에 앉아 있었다. 창밖으로 강남의 건물들이 보였다. 오후 2시였다.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경찰청 감찰실이었다.
"이준호 프로파일러? 현재 위치를 알려주십시오. 긴급 소환합니다."
준호는 법무법인의 주소를 알렸다. 30분 뒤 감찰실 수사관이 도착했다.
"박준영이 무죄 판결 직후 자살했습니다."
수사관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준호의 몸이 굳었다. 폐에서 공기가 빠져나가는 느낌만 있었다.
"법원 판결 후 48시간 이내. 서울구치소 독방에서 목을 맸습니다. 발견 시간은 어제 자정 직후입니다. 유서는 없었습니다."
준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입이 움직이지 않았다.
"재심 절차가 시작되기도 전에 끝났습니다."
수사관은 준호를 바라봤다. 그의 눈빛에는 의심이 담겨 있었다.
"박준영이 남긴 것이 있습니다."
수사관은 한 장의 종이를 꺼냈다. 검은 색연필로 그려진 거울. 거울 속에는 두 명의 인물이 있었다. 하나는 박준영 자신이고, 다른 하나는 이준호였다. 두 사람의 얼굴은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다.
그림 아래에는 글이 적혀 있었다.
'우리는 거울이다.'
준호는 그 글을 읽다가 손을 놓쳤다. 종이가 바닥에 떨어졌다.
"박준영 재심 신청인의 무죄 선고가 내려졌습니다. 항소심 판결입니다."
수사관이 또 다른 문서를 건넸다. 법원의 판결문이었다.
'피고인 박준영은 본 항소심에서 증거 부족으로 무죄를 선고한다. 한편 본 법원은 수사 과정에서의 증거 조작을 적발했으며, 이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한다.'
준호는 그 문서를 읽고 있었다. 하지만 글자들이 흐릿하게 보였다.
"이준호 프로파일러. 당신의 증언이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수사관은 준호에게 경의를 표했다. 하지만 그 말은 준호를 더 깊은 절망으로 밀어 넣었다.
"박준영이 무죄가 되었습니다. 당신이 그를 살렸습니다."
준호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은 비어 있었다.
"그는 죽었습니다."
준호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법원 판결문에는 또 다른 내용이 있었다.
'경찰청 특수범죄수사과장 오재훈에 대해 구속 영장이 신청되었으며, 본 법원은 이를 인용한다. 피고인 오재훈은 2009년 강도살인 사건의 증거 조작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다.'
준호는 그것을 읽고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그것은 웃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신체의 경련이었다. 어깨가 들렸다 내려갔다.
이명재가 들어왔다.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명재의 얼굴은 승리로 가득했다.
"박준영 무죄. 오재훈 구속. 경찰청 팀장 직무 정지. 한수진은 법의학 분야로 복직되고, 정혜경은 명예회복됩니다. 모든 것이 당신의 증언으로 가능했습니다."
준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당신은 영웅입니다."
이명재의 말이 준호의 귀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 말의 의미는 전달되지 않았다.
"박준영이 죽었습니다."
준호가 말했다.
이명재의 얼굴이 변했다.
"그것은..."
"제 책임입니다."
준호가 끊었다.
"15년 전 그를 감옥에 보냈을 때부터, 모든 것이 제 책임이었습니다. 지금도."
준호는 일어섰다. 그의 다리가 흔들렸다. 벽을 짚고 몸을 지탱했다.
"저는 경찰청을 떠나갑니다."
"잠깐..."
이명재가 손을 들었다. 하지만 준호는 이미 문을 열고 나가고 있었다.
복도는 길고 희었다. 형광등의 빛이 준호의 얼굴을 비추었다. 그는 걸으면서 자신의 손을 봤다. 손가락들이 떨리고 있었다. 그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앞의 거울에 자신의 모습이 비쳤다. 준호는 그 거울을 보지 않고 지나갔다.
거리로 나간 준호는 휴대폰을 켰다. 경찰청 인사과에서 이미 퇴직 서류를 보내놓았다. 준호의 서명만 있으면 모든 것이 끝날 것이었다.
그는 서명했다.
경찰청은 이제 준호의 것이 아니었다. 한수진은 다시 법의학 부서로 돌아갔다. 정혜경은 기록 관리실에서 복직되었다. 그들은 모두 살아남았다.
오재훈은 구속되었다. 그의 집에서 수사관들이 나온 것은 기자회견 후 2시간이었다. 그는 기소되었고, 재판에 회부되었다.
프리랜서 범죄 컨설턴트. 그것이 준호의 새로운 직책이었다. 하지만 그는 어떤 일도 받지 않았다. 그는 아파트에 앉아 있었다. 창밖으로 서울이 보였다.
밤마다 그는 박준영이 그린 그림을 들었다. 거울 속의 두 얼굴. 그들은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다.
준호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박준영이 무엇을 말하려던 것인가.
그 질문이 계속해서 그를 짓눌렀다. 왜 자살했는가. 무죄를 받았는데. 15년을 돌려받았는데.
준호는 박준영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려 했다. 15년간 감옥. 그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무죄 선고도 그 시간을 채울 수 없다. 오히려 무죄라는 것은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깨달음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15년이 거짓 위에 세워졌다는 것. 그리고 그 거짓을 만든 사람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
아니다. 오재훈은 구속되었다. 법정에 선다. 정의는 실현된다.
하지만 준호의 증언이 없었다면 오재훈도 풀려났을 것이다. 박준영의 죽음이 없었다면 준호의 증언도 없었을 것이다.
그 인과관계의 고리가 준호를 옭아맸다. 자신의 증언이 박준영을 살렸고, 박준영이 죽었다. 자신이 박준영을 죽인 것인가.
아니다. 박준영이 자신을 죽인 것이다. 무죄 선고 후 48시간 안에.
그것이 메시지였다. 거울 속의 두 얼굴. 우리는 거울이다.
준호는 그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박준영과 자신은 거울이다. 한 명이 죽으면 다른 한 명도 죽는다. 박준영이 감옥에 갔을 때 준호도 감옥에 갔다. 자신의 확신이라는 감옥에.
그리고 박준영이 죽었을 때, 준호도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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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오후 2시. 강남역 인근의 카페였다. 준호는 30분을 기다렸다. 박준영은 정확히 2시 30분에 들어왔다.
그는 변했다. 15년은 얼굴에 깊은 주름을 새겨 놓았다. 눈에는 빛이 없었다.
박준영은 준호 앞에 앉았다. 아무 인사도 없었다.
"당신이 저를 다시 살렸습니다."
박준영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당신의 15년을 돌려드릴 수 없습니다."
준호가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시간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박준영은 테이블 위에 손을 올렸다. 손가락들이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진실을 알렸습니다. 그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박준영은 준호의 눈을 봤다. 그 눈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분노인지, 감사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준호는 알 수 없었다.
"당신은 감옥에서 무엇을 배웠습니까."
박준영이 물었다.
"무죄라는 것이 무엇인지요. 나는 15년을 감옥에서 보냈습니다. 그리고 무죄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무죄는 내 시간을 돌려주지 않습니다. 그것은 내가 살았던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뜻일 뿐입니다."
박준영의 목소리에는 감정이 없었다. 그것은 진술서를 읽는 듯한 차분함이었다.
"당신도 그것을 알 것입니다. 당신도 거짓 위에 살고 있다는 것을. 당신의 확신이 나를 죽였고, 당신의 회개가 나를 다시 죽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원하십니까."
준호의 목소리는 떨렸다.
"아무것도. 이제 아무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박준영은 일어섰다. 준호도 함께 일어나려 했지만 몸이 반응하지 않았다.
"거울을 봤습니까. 감옥에서 매일 거울을 봤습니다. 거울 속의 제 얼굴은 점점 낯설어졌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것이 제 얼굴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거울 속의 것이 진짜이고, 거울 밖의 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박준영이 나갔다. 카페의 문이 닫혔다. 준호는 혼자 남겨졌다.
테이블 위에는 박준영이 남긴 것이 있었다. 손수건 크기의 종이. 펼쳐보니 그림이었다. 거울과 두 개의 얼굴. 하나는 웃고 있었고, 하나는 울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다.
준호의 손이 떨렸다. 그는 그 종이를 집어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손가락이 통제되지 않았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 숨이 얕아졌다.
박준영이 죽었다는 것을 그제야 완전히 이해했다. 무죄 선고를 받고 나온 지 48시간 만에. 자신의 증언으로 인해.
자신이 그를 죽였다. 무죄라는 판결로 그를 죽였다.
그 깨달음이 준호를 짓눌렀다. 가슴에 돌이 놓인 것 같았다. 숨을 쉬어도 산소가 들어오지 않는 것 같았다. 카페의 천장이 내려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손님, 괜찮으세요?"
카페 직원이 물었다. 준호는 고개를 저었다. 말을 할 수 없었다. 목에서 나오는 것은 음성이 아니라 신음뿐이었다.
그는 카페를 나갔다. 거리는 오후의 햇빛으로 가득했다. 사람들이 지나갔다. 그들은 모두 거울을 가지고 있었다. 휴대폰 화면이라는 거울. 그들은 계속 자신을 봤다. 그들은 자신들이 죽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준호는 강남역 지하로 내려갔다. 에스컬레이터 앞의 거울에 자신이 비쳤다. 그는 그것을 보지 않고 지나갔다. 하지만 그 거울 속의 얼굴은 자신을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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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아파트는 조용했다. 밤 11시가 넘었다. 달력은 박준영의 무죄 선고가 난 날짜를 가리키고 있었다. 3월 14일. 이제 18일이 지났다.
준호는 노트북을 켰다. 화면에 파일들이 떴다. 미해결 사건들. 10년 전의 강도. 8년 전의 살인. 5년 전의 강간. 그리고 수많은 다른 사건들.
그들 중 몇 개는 다시 검토해야 할 것들이었다. 그들 중 몇 개는 거짓 위에 세워진 것들이었다.
준호는 첫 번째 파일을 열었다. 2016년 강남구 강도살인. 현재 복역 중인 피의자 이민호. 나이 35세.
그의 프로파일링 분석 노트가 떴다. 준호는 읽기 시작했다.
'범인의 심리 패턴은 매우 정확하게 일치한다.'
그 문장을 본 순간, 준호의 손이 멈췄다.
정확한 일치. 그것은 신호였다. 위험 신호.
준호는 원본 법의학 보고서를 열었다. 혈액형. DNA. 거리상 분석.
모든 것이 일치했다. 너무 일치했다.
그것은 거짓이었다. 준호는 알았다.
그는 이명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민호 사건 파일을 가지고 있습니까."
"왜 갑자기?"
"다시 검토해야 합니다."
전화를 끊은 후, 준호는 거울을 돌려 벽으로 향하게 했다. 그는 자신을 더 이상 보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거울은 모든 곳에 있었다. 창에, 벽에, 휴대폰 화면에,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눈에.
그리고 거울 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