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제의 최후
성벽이 무너지는 순간, 검을 들 손가락에 감각이 없었다.
돌의 폭발음이 도시 전체를 울렸고, 발소리—수만 명의 발소리가 무너진 석재를 타고 올라왔다. 유스티니아니의 팔이 콘스탄틴의 팔뚝을 조였다. 그 용병의 어깨는 이미 상처로 흠뻑 젖어 있었고, 얼굴은 창백했지만 눈은 여전히 군인의 눈을 유지하고 있었다.
"철수하십시오. 황제 폐하."
콘스탄틴은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머니의 얼굴도 없었다. 현대의 사무실도 없었다. 엔지니어로서의 자부심도 사라져 있었다. 심지어 자신의 이름도 누군가 다른 사람의 이름처럼 들렸다.
하지만 한 가지는 명확했다.
자신이 성벽 위에 있다는 사실. 그리고 누군가를 지켜야 한다는 본능.
콘스탄틴은 유스티니아니의 손을 뿌리쳤다. 검이 손에 들렸다. 어디서 나온 검인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손에 맞았다.
"내려가지 않습니다."
오스만군의 첫 번째 물결이 성벽에 나타났다. 겹겹이 쌓인 투르크 전사들. 그들의 창과 칼이 햇빛에 반짝였다. 21만 명 중 처음 도시 안으로 들어올 군사들이었다.
검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았다. 손가락의 감각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것은 검이었고, 그것은 들려 있었다.
"황제 폐하!"
유스티니아니가 다시 외쳤다. 하지만 그 용병의 목소리도 이제 멀게 들렸다. 콘스탄틴은 성벽의 끝으로 나아갔다. 다리가 흔들렸다. 마치 물 위를 걷는 것 같았다. 하지만 성벽은 고체였고, 그 위에 서 있다는 것만은 명확했다.
오스만군의 첫 번째 전사가 성벽 위에 올랐다.
콘스탄틴의 검이 움직였다. 그 움직임은 계산된 것이 아니었다. 기술도 아니었다. 단순한 본능이었다. 생존과 저항의 본능.
전사가 비틀거렸다. 그의 몸이 성벽 아래로 떨어졌다.
두 번째. 세 번째. 다섯 번째.
검은 계속 움직였다. 팔은 기억을 잃었지만, 손목은 기억하고 있었다. 혹은 몸 전체가 기억하고 있었다. 어떤 기억인지는 모르지만.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아침이 되자 오스만군의 수가 늘었다. 성벽 위에 수십 명, 백 명, 그 이상이 올라왔다. 그들은 더 이상 천천히 올라오지 않았다. 뛰어올랐다. 외쳤다. 승리의 냄새를 맡았다.
콘스탄틴은 계속 물러났다. 검은 여전히 움직였다. 하지만 그 움직임은 느려지고 있었다. 팔이 무거워졌다. 어깨에 화살이 박혔다. 따뜻한 피가 흘렀다. 그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정오를 향해 가면서 콘스탄틴은 뭔가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어머니의 얼굴이 아니라, 더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흐릿해지고 있었다.
먼저 간 것은 엔지니어로서의 자부심이었다. 그 다음은 이준호라는 이름이었다. 정오가 되자 그는 자신의 신분증을 떠올리려 했다. 엔지니어 신분증. 하지만 그것을 보고 있어도 글자가 읽혀지지 않았다. 이름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손가락으로 글자를 따라가도 의미가 전달되지 않았다. 마치 외국어를 보는 것처럼.
그 순간 콘스탄틴은 유스티니아니의 철수 명령을 거부했다. 팔이 무거웠지만 검을 내려놓지 않았다. 엔지니어로서의 자부심은 사라졌지만, 무언가 더 근본적인 것이 남아 있었다. 도시를 지켜야 한다는 것. 그것만.
루카스 노타라가 성벽 위에서 나타났다. 그 귀족의 얼굴은 절망으로 가득했지만, 눈은 여전히 명확했다. 그는 콘스탄틴의 곁에 섰다. 그의 입술은 기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콘스탄틴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 기도의 의미는 알았다. 항복이 아니라 저항의 기도였다.
유스티니아니가 다시 나타났다. 그 용병의 어깨는 더욱 굽어 있었고, 팔은 더욱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검은 여전히 들려 있었다.
"함께합시다, 황제 폐하."
콘스탄틴은 유스티니아니를 바라보았다. 그 남자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그 남자의 눈은 명확했다. 같은 것을 보고 있었다. 같은 것을 지키려 하고 있었다.
둘이 나란히 성벽의 끝에 섰다.
오스만군의 파도가 계속 밀려왔다. 무한한 파도. 끝이 없는 파도.
그 순간 다비드 팔라이올로고스가 나타났다. 젊은이의 얼굴은 피로와 절망으로 가득했지만, 눈은 여전히 밝았다. 그는 콘스탄틴의 곁에 섰다.
"황제 폐하, 우리는 졌습니다."
다비드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콘스탄틴은 그를 바라보았다. 누구인지 모르는 이 젊은이. 그 젊은이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명확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저항했습니다."
다비드가 계속했다.
그 말을 들으며 콘스탄틴은 무언가를 깨달았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은 중요했다.
"우리는... 누구지?"
콘스탄틴이 물었다. 목소리는 자신의 목소리가 아닌 것 같았다.
다비드가 대답했다.
"우리는 비잔틴입니다. 황제 폐하."
그 말을 들으며 콘스탄틴은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는 것 같았다. 동시에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다. 비잔틴이든, 콘스탄틴이든, 이준호든. 그것은 모두 같은 것을 의미했다.
도시를 지키는 것.
사람들을 지키는 것.
마지막까지.
오스만군이 더욱 가까워졌다. 이제 몇 미터도 남지 않았다. 콘스탄틴은 검을 다시 들었다. 유스티니아니도 그렇게 했다. 다비드도 그렇게 했다.
검날이 어깨 높이에서 떨어지며 뜨거운 감각이 팔뚝을 타고 올라왔다. 그것은 통증이 아니었다. 그것은 생명이었다. 마지막 저항의 신호였다. 손목이 기억하지 못한 움직임을 몸이 대신했다. 검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 그것이 유일한 진실이었다.
그들 뒤에는 도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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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함락은 완성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것의 끝은 아니었다.
제노바의 마리아는 남은 주민들을 이끌고 도시의 뒷골목을 통해 나가고 있었다. 아이들과 노인들. 그들의 손을 잡고, 그들의 등을 밀어주며, 계속 나아갔다.
한 아이가 뒤돌아보았다. 콘스탄티노플의 불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마리아는 그 아이의 얼굴을 돌려 세웠다.
"앞을 봐요."
아이가 물었다.
"어디로 가는 거예요?"
마리아는 그 아이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자신의 팔에 안긴 유아의 무게가 느껴졌다. 살아있는 무게. 계속되어야 할 생명의 무게.
그 순간 뒤에서 비명이 들렸다. 한 노인이 뒤처져 있었다. 오스만 병사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마리아는 멈췄다. 그 노인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으로 말하고 있었다. 계속 가라고.
마리아는 성벽 위의 최후 저항을 본 것처럼 느껴졌다. 누군가는 여기서 지켜야 하고, 누군가는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그것이 유일한 저항의 방식이라는 것을.
마리아는 아이들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멀리. 매우 멀리. 그곳에서 우리는 이 도시를 기억할 거야. 누군가는 이 밤을 기억해야 하니까."
그들은 밤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뒤에는 불타는 도시가 남겨졌고, 앞에는 살아갈 내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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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아소피아 대성당에서는 총대주교 그레고리우스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입술은 기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그것은 두려움의 떨림이 아니었다. 그것은 신앙의 떨림이었다.
"주여, 우리의 영혼을 받으소서."
그의 기도는 대성당의 돔을 통해 하늘로 올라갔다. 그것이 천 년 뒤 어딘가로 울려 퍼질 것이라는 것을 그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대성당의 촛불들이 하나둘 꺼지고 있었다. 오스만군의 발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레고리우스는 눈을 감지 않았다. 그는 계속 기도했다.
그러던 중 한 젊은 사제가 나타났다. 그 사제의 얼굴은 갈등으로 뒤틀려 있었다. 손에는 항복 제안서가 들려 있었다. 오스만군 사령관이 보낸 것이었다. 항복하면 생명을 보장한다는 내용이었다.
사제는 그레고리우스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대성당 위에서 울려 오는 성벽의 저항음이 들렸다. 아직도 누군가가 싸우고 있었다. 아직도 누군가가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그레고리우스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저항했습니다."
그의 말이 성당 안에 울렸다. 성당 안의 모든 사람이 그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알았다. 도시는 함락되었지만, 영혼은 함락되지 않았다는 것을. 마지막 촛불이 꺼지는 순간에도, 신앙의 불은 계속 타오르고 있다는 것을.
사제는 항복 제안서를 찢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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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 위에서 콘스탄틴은 넘어졌다.
그의 몸은 돌에 부딪혔다. 피가 흘렀다. 그것이 자신의 피인지, 다른 누군가의 피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유스티니아니가 그의 옆에 누웠다. 그 용병의 검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눈은 여전히 열려 있었다.
"명예로운 죽음입니다, 황제 폐하."
그것이 유스티니아니의 마지막 말이었다.
콘스탄틴은 그를 바라보았다. 그 남자가 누구인지, 왜 자신의 곁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 남자의 죽음은 명확했다. 그것은 비겁한 죽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도망친 죽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저항의 죽음이었다.
콘스탄틴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5월 29일의 새벽. 그것이 마지막 새벽이라는 것을 그는 알았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기억은 모두 사라졌다.
어머니의 얼굴도 없었다. 현대의 사무실도 없었다. 엔지니어로서의 자부심도 없었다. 심지어 자신의 이름도 명확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남아있었다.
자신이 여기 있었다는 사실.
자신이 저항했다는 사실.
자신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
콘스탄틴은 검을 다시 들려고 했다.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팔이 반응하지 않았다. 몸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기술자로서의 마지막 자부심도 이제 사라져야 할 때였다. 손가락이 기술을 재현하지 못했다. 검을 들 수 없었다. 엔지니어로서의 마지막 능력도 소진되었다.
그 순간 누군가의 손이 자신의 손을 잡았다. 따뜻한 손. 그 손은 유스티니아니의 손이 아니었다. 이미 식어가고 있는 그 손이 아니었다.
콘스탄틴은 눈을 떴다. 그 손의 주인을 보려고 했다. 하지만 시야는 흐렸다.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다비드인가. 노타라인가. 아니면 그레고리우스인가.
하지만 그 손은 명확했다. 따뜻했다. 살아있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성벽 위에서. 도시 위에서. 천년의 제국 위에서.
그것이 누구의 목소리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것은 모든 사람의 목소리였다. 저항했던 모든 사람의 목소리였다.
콘스탄틴은 그 손을 잡았다.
단어도 없이. 형태도 없이. 단순한 호흡으로.
그리고 그는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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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내렸다.
도시는 침묵에 잠겼다. 오스만군의 포격도 멈췄다. 그들은 이미 승리했다.
콘스탄티노플은 함락되었다.
천년 비잔틴 제국은 끝났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것의 끝은 아니었다.
어딘가에서 마리아는 아이들을 이끌고 있었다. 그들은 살아있었다. 그들은 비잔틴을 기억할 것이었다.
대성당에서는 총대주교의 기도가 계속되고 있었다. 그 기도는 천년을 넘어 울려 퍼질 것이었다.
성벽 위에서는 이름 없는 사람이 누워 있었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 사람이 한 일이 중요했다.
저항했다.
마지막까지.
누군가는 그것을 기억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