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새벽 서리가 내려앉은 숲 가장자리에서 루아는 멈춰 섰다. 그레이를 찾아 나왔지만, 앞을 막은 것은 검은 안개가 아니었다.
빨간 눈.
카이가 서 있었다. 밤새 느껴왔던 검은 그림자가 인간의 형태를 갖추고, 루아의 정면에 섰다. 까만 외투를 입은 그의 얼굴은 아름다웠다. 인간처럼 보이는 얼굴이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마침내 만나네." 카이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너무 부드러워서, 더 위험했다. "루아. 그게 넌가?"
루아는 입을 다물었다. 대답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는 본능이 등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 집에서 계속 빵을 구우면서, 그들을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있지?" 카이가 한 발 다가섰다. "나도 그 빵이 필요해. 아니, 그 빵의 힘이 필요해."
"내 빵은 팔지 않아." 루아가 말했다. 목소리가 떨렸지만, 문장은 명확했다.
카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이 숲 전체를 흔들었다. 은빛 나무들이 흔들렸고, 안개가 휘몰아쳤다.
"팔고 안 파는 문제가 아니야." 카이가 루아의 얼굴을 들었다. 그의 손가락이 루아의 턱을 살짝 건드렸다. "넌 이미 알고 있잖아. 네 빵이 뭔지. 그것이 얼마나 강한지."
루아는 뒤로 물러섰다.
"이 숲의 규칙은 진심으로만 움직인다고 했지?" 카이가 천천히 따라왔다. "내가 왜 여기 갇혀 있는지 알아? 난 진심이 없어. 진심을 잃어버렸거든. 이 숲의 규칙이 그걸 알아채고 날 가뒀어. 그리고 난 그 규칙이 싫어. 이 따분한 숲의 규칙이."
"그레이를 찾아야 해."
"그레이? 그 남자는 지금 깊은 숲 속에서 자기 약점과 싸우고 있어. 넌 그를 찾지 못할 거야. 이 안개 속에서는 진심이 없는 사람만 길을 잃거든."
카이가 한 발 더 다가섰다. 루아의 등이 숲의 나무에 닿았다.
"대신 나와 거래하자." 카이의 목소리가 속삭임으로 변했다. "넌 진심 때문에 고통받아. 매번 빵을 구울 때마다, 네 감정이 드러나고, 상처받고, 또 상처를 줄까봐 두려워하잖아. 내가 그 규칙을 깨뜨려줄 수 있어. 넌 자유로워질 거야. 진심 없이도 살 수 있어."
루아의 심장이 빨라졌다.
"그리고 나도 자유로워져." 카이가 계속했다. "네 빵의 힘이 있으면, 이 숲의 규칙을 부술 수 있어. 우린 함께 인간계로 나갈 수 있고, 또는 이 숲을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있어."
"그래서 뭐?"
카이가 눈을 깜빡였다.
"네 제안이 뭐냐고." 루아가 다시 말했다. "내가 뭘 해야 한다는 거야?"
"간단해. 넌 계속 빵을 구워. 그리고 나한테 줘. 그럼 나는 규칙을 부수고, 넌 더 이상 진심으로 고통받지 않아도 돼."
루아는 카이의 얼굴을 봤다. 정말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그런데 그 눈동자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반사만 있었다. 거울 같은 눈.
"너는 왜 갇혀 있어?" 루아가 물었다.
"뭐?"
"그레이는 아내를 잃어서 두려워하니까 아이들을 통제해. 렉스는 배신당해서 누구도 믿지 않아. 루미는 세상이 무서워서 숨어. 다들 이유가 있어."
카이가 웃음을 멈췄다.
"넌 왜 갇혀 있어?" 루아가 계속했다. "뭐가 무서워서? 뭐가 외로워서?"
"나는 갇혀있지 않아. 난 그냥..."
"진심이 없으니까."
루아가 말을 끝냈다.
카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름다운 이목구비가 찢어지는 듯이 보였다.
"그럼 넌 왜 내 제안을 거절하려고?" 카이가 소리쳤다. "넌 자유로워질 수 있는데!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루아의 손이 떨렸다. 열 년을 무표정으로 살아온 몸이 반응했다. 카이의 말은 일부만 틀렸다.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건 맞았다. 하지만 그것은 루아가 원하는 자유가 아니었다. 루아는 고통 속에서도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었다. 진심 없이 혼자 남겨지는 것보다는.
"내 빵이 진심을 담으니까 좋은 거야." 루아가 말했다. 목소리가 작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고통이 아니라."
"거짓말이야."
"아니야."
루아는 한 발 물러섰다. 카이의 손이 허공을 그었다. 그 손가락 끝에서 검은 기운이 피어올랐다.
"렉스가 내 빵을 먹고 울었어." 루아가 계속했다. "그레이가 내 빵을 먹고 눈물을 흘렸어. 루미가 내 빵을 먹고 처음으로 웃었어."
"그것도 조종이야. 그것도 너의 저주야."
"아니야. 그게..."
루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손가락도 떨렸다. 하지만 이번엔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무언가 뜨거운 것이 가슴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열 년을 누르고 있던 감정이.
"그게 뭐야?"
"의미가."
그 단어가 나오는 순간, 루아의 눈빛이 바뀌었다. 무표정했던 얼굴에 처음으로 명확한 감정이 떠올랐다. 결연함이었다. 손가락 끝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지만, 그것은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니었다. 결의가 몸을 타고 흐르는 감각이었다.
루아는 카이를 바라봤다. 거울 같은 눈동자를 가진 그를. 그리고 깨달았다. 카이가 진심을 잃어버린 게 아니라, 진심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그 감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기 때문에, 그것을 완전히 버린 것이라는 것을.
"넌 진심이 없는 게 아니야." 루아가 천천히 말했다. "진심을 포기한 거야. 그래서 이 숲이 널 가둔 거고."
카이의 얼굴이 더 일그러졌다.
"그리고 난 거기 갇혀 있지 않아." 루아가 계속했다. "내 진심이 나를 자유롭게 만들어."
카이가 검은 손가락을 루아의 목을 향해 뻗어냈다. 까만 기운이 소용돌이치며 루아의 목에 닿으려던 순간—
검은 털이 소용돌이쳤다.
그레이가 나타났다. 늑대의 형태로, 전신이 은빛으로 빛나며, 카이를 향해 돌진했다. 카이는 재빨리 몸을 날렸고, 그레이의 발톱은 공기를 갈랐다. 금속음처럼 날카로운 소리가 안개 속에서 울렸다. 그레이의 어깨가 카이의 검은 기운과 부딪혔고, 은빛 털이 검은 자국으로 물들었다. 그레이는 신음도 내지 않고 다시 돌진했다. 카이의 팔을 노렸다. 카이가 몸을 날려 피했지만, 그레이의 이빨이 그의 소매를 물어뜯었다. 검은 기운이 흩어졌다. 그레이의 입가에서 검은 피가 흘렀다.
"도망쳐!" 그레이가 짖었다.
루아는 돌아섰고, 숲의 안개를 뚫고 달렸다. 뒤에서 울음소리와 으르렁거림이 들렸지만, 루아는 멈추지 않았다. 밀가루 냄새가 나는 집을 향해 달렸다. 아까 구워놓은 빵의 온기가 남아 있을 그 집을.
발이 흙 위를 친다. 숨이 가쁘다. 가슴이 격렬하게 뛴다. 이것도 감정이다. 루아는 생각했다. 이것도 진심이다.
집에 도착했을 때, 렉스와 루미가 현관에서 루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루미는 눈을 빨갛게 부었고, 렉스는 단검을 들고 있었다.
"그레이가?" 렉스가 물었다.
"뒤에... 뒤에 있어."
루아가 집 안으로 들어섰다. 렉스는 곧바로 현관 밖으로 나갔다. 루미는 루아의 팔을 꼭 잡았다.
"누님... 누님 괜찮아요?"
루아는 루미의 머리를 쓸어주었다. 손이 떨렸지만, 이제는 그 떨림이 두려움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것이라는 걸 알았다. 루미는 루아를 놓지 않았다. 두려움이 루아를 위해 변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레이가 나타났다. 인간의 형태로 돌아온 그의 어깨는 상처로 흠뻑 젖어 있었다. 팔에도, 옆구리에도 검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눈은 명확했다. 더 이상 두려움도, 통제의 욕구도 없는 눈이었다.
그레이는 루아를 안았다. 처음으로, 명확하게, 두려움 없이.
"넌 내가 지킬 사람이야." 그레이가 루아의 귀에 속삭였다. "내가 이미 한 번 놓쳤으니까."
그 목소리에는 약속이 있었다. 루아는 그것을 느꼈다. 그레이가 루아의 말을 들었다는 것을. 자신의 통제가 사랑이 아니라 두려움이었다는 것을 받아들였다는 것을.
루미가 울음을 터뜨렸고, 렉스는 단검을 들고 창밖을 바라봤다. 창문 너머 안개가 소용돌이쳤다. 검은 기운이 숲 가장자리를 맴돌았다. 카이는 아직 거기 있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렉스는 루아를 바라봤다. 그의 눈에는 결정이 있었다. 루아가 싸우기로 했다면, 자신도 함께할 것이라는 결정.
그레이는 루미를 안았다.
"안 돼. 넌 방으로 가."
루미는 울면서도 순순히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렉스는 현관에 남았다. 루아는 부엌으로 향했다.
부엌의 불을 켰을 때, 루아는 자신의 손을 봤다.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떨림은 루아를 약하게 만들지 않았다. 반대였다.
오븐을 켰다. 반죽을 치대기 시작했다. 밀가루가 공중에 흩어졌다. 루아의 손이 반죽을 누르고 말고 펼쳤다. 그 손의 온기가 반죽으로 전해졌다. 손가락 끝의 떨림이 반죽 속에 스며들었다. 한 번, 두 번. 리듬이 생겼다.
루아는 깨달았다.
카이가 진심이 없어서 이 숲을 깨뜨릴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의 빵이 진심을 담고 있다는 것을. 자신의 손이 반죽을 치대며 만드는 모든 것이, 자신의 감정을 형태로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그렇다면 반대도 가능하지 않을까. 자신의 진심이 이 숲의 규칙을 깨뜨릴 수 있다면, 자신의 진심으로 카이를 막을 수도 있지 않을까.
루아는 더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손가락의 떨림을 멈추지 말고, 그 떨림 속에 모든 감정을 담아야 한다고.
카이는 절대 이 집에 들어올 수 없다. 진심의 벽이 있는 한. 루아의 빵이 있는 한.
하지만 아침이 되면, 카이가 다시 올 것이다. 루아는 알고 있었다. 그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오히려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것을.
부엌의 불빛이 밤새 꺼지지 않았다. 루아의 손이 계속해서 반죽을 치댔다. 버터를 섞었다. 소금을 넣었다. 물을 부었다. 모든 동작이 명확했다. 모든 감정이 반죽 속에 스며들었다.
반죽이 점점 색을 바꿨다. 밀가루의 하얀색에서 황금색으로, 그리고 그보다 더 깊은 색으로. 루아의 손이 닿는 곳마다 반죽이 따뜻해졌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오븐에 반죽을 넣었다. 온도계의 바늘이 올라갔다. 불이 반죽을 데우기 시작했다. 밀가루 냄새가 집 전체를 채웠다. 하지만 그것은 전과 다른 냄새였다. 더 깊고, 더 진하고, 더 강한 냄새. 마치 진심 자체가 타는 냄새처럼.
거실에서 그레이는 창밖을 바라봤다. 렉스는 그의 옆에 섰다. 둘 다 말이 없었다. 하지만 침묵은 소통이었다.
"그 여자가..." 렉스가 처음 입을 열었다. "우리를 위해 싸우는 거야?"
"응."
"이전엔 본 적 없는 일이야."
그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루아가 자신을 안았을 때, 자신의 상처를 안았을 때 그가 느낀 것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확실했다.
루아는 이 가족을 위해 있는 사람이었다.
"내일 아침에..." 렉스가 말했다.
"응. 마지막이 될 거야."
그 말이 나가자, 부엌에서 오븐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루아가 반죽을 집어넣은 것이다. 온도계의 바늘이 올라갔다. 불이 반죽을 데우기 시작했다.
밤은 계속 깊어졌다. 집 밖의 안개는 점점 검어졌다. 카이의 웃음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하지만 집 안의 빛은 꺼지지 않았다. 부엌의 불빛은 더욱 밝아졌다.
루아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떨림은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니었다. 손가락 끝이 반죽 위에서 리듬을 그렸다. 규칙적이고 명확한 리듬. 마치 심장 박동처럼.
오븐 안의 반죽이 천천히 부풀어올랐다. 색이 점점 깊어졌다. 황금색에서 갈색으로, 그리고 그보다 더 어두운 색으로. 마치 루아의 결의를 담은 색깔처럼.
루아는 알았다. 이것이 자신의 싸움이라는 것을. 이것이 자신의 방식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 빵이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자신의 진심을 담은 최후의 무기라는 것을.
밤새 구워질 빵. 그것이 아침이 되면, 모든 것을 바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