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마지막 리바운드

오후 9시 12분. 침상 5번.

"뭐 하고 있어!"

박영준 과장의 목소리가 응급실을 가르고 내려왔다. 준호의 손이 떨렸다. 가슴이 죄어졌다. 이영희의 남편—자살 시도로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의 가슴에서 심음이 사라지고 있었다. 맥박 수 22. 혈압 74/48. 산소포화도 71%.

손가락 끝에 금빛이 피어올랐다.

5분을 되돌릴 준비였다. 침상 위 환자의 목을 다시 묶기 전으로,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으로, 아내가 남편을 발견하기 전으로. 준호는 그것을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35번 했던 것처럼, 한 번 더.

금빛이 손가락에서 팔뚝으로 확산되었다.

"환자가 죽어가!"

박영준이 다시 소리쳤다. 간호사들이 에피네프린을 준비했다. 심실세동 제세동기가 울렸다. 흉부 압박이 계속되었다. 모든 것이 표준적이었다. 모든 것이 절차적이었다. 그리고 모든 것이 실패로 향하고 있었다.

준호는 눈을 감았다.

그 순간, 금빛이 멈췄다.

손가락에서 팔뚝에서 몸 전체에서 흩어지는 빛이 한 점으로 수렴했다. 그리고 소멸했다.

"응급약 투여 완료."

준호의 목소리가 나왔다. 차분했다. 떨리지 않았다.

"심음 없음. 맥박 없음. 산소포화도 불가. 흉부 압박 계속."

그는 시계를 봤다. 오후 9시 15분. 심폐소생술을 시작한 지 3분.

"35분 계속하겠습니다."

박영준의 얼굴이 굳었다. "뭐라고?"

"35분 표준 프로토콜입니다."

준호는 이영희의 남편의 창백한 얼굴을 봤다. 남편은 이미 죽어 있었다. 준호의 능력이 없어도, 준호의 금빛이 없어도. 죽음은 이미 온 것이었다. 그리고 준호는 그것을 알았다. 처음으로 명확하게.

"환자 생존율 5%입니다. 계속해야 합니다."

장수연 간호사가 준호의 옆에 섰다. 그녀의 손이 준호의 어깨를 짚었다. 말이 아닌 터치. 이해의 언어.

"35분."

준호가 반복했다.

박영준은 준호를 바라봤다. 그의 얼굴에는 여러 표정이 겹쳐 있었다. 분노. 당혹. 그리고 무언가 더 깊은 것—계산. 박영준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그리고 돌아섰다.

"35분. 진행해."

응급실의 리듬이 계속됐다. 흉부 압박. 약물 투여. 심전도 모니터링. 그리고 시간. 끝없는, 무의미한 시간.

오후 9시 32분. 환자의 동공이 산대했다.

오후 9시 47분. 마지막 약물 투여.

오후 9시 50분. 박영준이 고개를 들었다.

"사망 선고합니다. 9시 50분."

침상 5번의 모니터는 일직선을 그렸다. 피핑음이 멈췄다. 응급실의 다른 부분에서는 여전히 소음이 났다. 다른 침상. 다른 환자. 다른 죽음들. 하지만 침상 5번은 조용했다.

준호는 손을 내렸다. 손이 떨리지 않았다. 가슴도 죄어지지 않았다. 대신 무언가 다른 것이 있었다. 무거움. 그것이 맞는 단어였다.

"기록해."

박영준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냉담했다.

"응. 해."

준호가 대답했다.

간호사들이 침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시트를 갈아 끼웠다. 모니터를 끌었다. 죽음은 치워졌고, 다음 환자가 올 준비가 되었다. 응급실의 메커니즘은 멈추지 않았다.

"준호."

장수연이 말했다.

준호는 고개를 들었다.

"이제야 의사가 됐네."

그녀의 눈에는 무언가 반짝였다. 눈물이 아니었다. 준호는 그것을 알았다. 그것은 인정의 반짝임이었다.

준호의 입가에 슬픈 미소가 떠올랐다.

---

밤 11시. 응급실 사무실.

박영준이 준호를 불렀다. 준호는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

박영준은 책상 뒤에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은 피로해 보였다. 진짜 피로가 아니라, 계산이 틀어진 피로.

"의료 윤리 위원회 신고는 불가피합니다."

박영준이 말했다.

"네."

준호가 답했다.

"당신의 비정상적 생존율. 신체 악화. 모든 것이 드러날 겁니다."

"네."

"그러면 당신은 끝입니다. 의사로서. 병원에서."

박영준의 목소리에는 동정이 없었다. 단지 사실만 있었다.

"알고 있습니다."

준호가 말했다.

박영준은 준호를 바라봤다. 뭔가 그의 계산 안에 없는 것이 있었다. 준호의 차분함. 준호의 받아들임.

"그럼 왜."

박영준이 물었다.

"왜 뭐죠?"

"왜 능력을 쓰지 않았어?"

침묵이 내려앉았다. 사무실의 불빛이 준호의 얼굴에 그림자를 그렸다. 준호의 얼굴은 이제 정말로 늙어 보였다. 55세의 얼굴. 32세의 몸에 박힌 55세의 얼굴.

"그 환자는..."

준호가 천천히 말했다.

"제가 살릴 수 없었습니다."

"능력이..."

"능력이 아닙니다."

준호가 끊었다.

"죽음은 개인의 능력으로 돌릴 수 없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박영준은 준호를 바라봤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다.

"병가 신청해. 그 다음 어떻게 될지는... 위원회가 결정할 겁니다."

---

밤 11시 47분. 응급실 복도.

민준영이 준호를 지나쳤다. 준호는 고개를 들었다. 민준영의 눈이 준호의 눈과 만날 뻔했다. 하지만 민준영은 시선을 돌렸다. 다른 방향으로. 빠르게.

그리고 박영준 과장의 방으로 들어갔다.

준호는 그 모습을 봤다. 민준영의 등. 그 등이 품고 있는 계산. 박영준의 뒤를 이을 준비. 준호는 더 이상 경쟁 상대가 아니었다. 준호는 더 이상 위협이 아니었다.

그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외로운 순간이었다.

---

오전 3시 22분. 응급실 침상 14번.

새로운 환자가 들어왔다. 심근경색. 나이 불명. 의식 없음.

준호가 접근했다. 심전도를 봤다. ST 상승. 표준적인 급성 심근경색 패턴. 그는 이미 35번 본 패턴이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하지만 금빛은 없었다.

준호는 가슴 압박을 시작했다. 정확하게. 리듬을 유지하면서. 그것이 의료였다. 금빛 없는, 능력 없는, 순수한 의료.

"카테터 준비."

준호가 말했다.

"심장내과 호출."

심음이 가슴 속에서 리듬을 되찾았다. 약한 박동이었지만, 박동이었다.

"좋아. 계속."

준호의 손이 멈추지 않았다.

---

새벽 5시 14분. 응급실 회의실.

기자 이은지가 신문사로 돌아왔다. 노트북 앞에 앉았다.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움직였다.

'기적의 의사, 그 능력의 진실'

제목을 썼다. 지우고. 다시 썼다.

'골든타임의 마술사, 응급의학의 현실'

그 제목이 더 나았다. 준호의 이야기도 중요했지만, 이 기사의 진정한 주제는 따로 있었다. 응급실의 한계. 의료진의 번아웃.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의 무게.

그녀는 타이핑을 계속했다.

'이준호 레지던트는 35회의 '시간 역행' 행위를 통해 18명의 환자 생명을 연장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의 신체는 약 3년의 수명을 잃었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구한 환자 중 상당수가 사회로 돌아가 또 다른 죽음을 초래했다는 점이다. 음주운전. 자살. 의료비로 인한 가정 파괴. 준호의 능력은 개인의 죽음을 돌렸지만, 사회적 죽음을 만들었다.'

그녀는 멈췄다. 그리고 다시 생각했다. 이 기사가 준호를 파괴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동시에 이 기사가 응급의학을 변화시킬 것도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준호 레지던트의 선택은 주목할 가치가 있다. 그는 마지막 환자 앞에서 능력을 포기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의료는 개인의 영웅 행위가 아니라 시스템의 실천이라는 깨달음. 죽음을 돌릴 수 없다는 현실의 받아들임.'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 밤새 계속됐다.

---

새벽 7시 23분. 신문이 나왔다.

'기적의 의사 이준호, 능력의 대가 밝혀지다'

제목이 1면을 장식했다. 그 아래에는 준호의 얼굴 사진이 있었다. 응급실에서 환자를 보는 모습. 피로한 표정. 늙은 얼굴.

응급실에서 준호는 신문을 읽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나왔다는 것을 알았다. 박영준이 신문을 들고 왔을 때, 준호는 이미 알고 있었다.

박영준의 얼굴은 창백했다. 준호의 얼굴은 그렇지 않았다.

"의료 윤리 위원회 조사가 공식화됩니다."

박영준이 말했다.

"네."

"당신은..."

박영준이 멈췄다.

"당신은 응급실에서 나가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준호가 가운을 벗기 시작했다.

그 순간, 김수진이 달려왔다.

"선배!"

그녀의 얼굴에는 눈물이 있었다.

"신문 봤어요. 다 봤어요. 그런데..."

김수진이 멈췄다.

"당신은 의사예요. 진짜 의사예요."

준호는 김수진을 봤다. 그 어린 얼굴에서 자신의 초심을 봤다. 모든 환자를 살리고 싶다는 초심.

"수진."

준호가 말했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도 의료입니다."

"네?"

"그것을 배워야 합니다.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으면 3년 안에 번아웃됩니다."

김수진의 눈이 떨렸다.

장수연이 준호의 옆에 섰다.

"이 아이를 잘 봐줄래? 내가 할 수 없는 것들."

"당신이 해야 할 일들."

장수연이 말했다.

"네."

---

오전 10시 41분. 응급실 밖.

준호는 병원 밖으로 나왔다. 햇빛이 얼굴을 비췄다. 따뜻했다. 그의 피부는 여전히 늙어 있었다. 회복되지 않을 것이었다. 신체의 손상은 이미 진행 중이었고, 멈추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준호는 두렵지 않았다.

---

6개월 후.

응급실 복도에서 준호는 김수진을 만났다. 수진은 이제 인턴이 아니라 거의 레지던트 수준의 역량을 갖춘 의사가 되어 있었다.

"선배."

수진이 말했다.

"후회해?"

준호는 미소했다. 슬픈 미소.

"네. 하지만 그것도 의료의 일부예요."

응급차의 사이렌이 울렸다.

준호와 수진은 응급실로 뛰어갔다.

새로운 환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심근경색. 나이 62세. 의식 있음. 혈압 낮음.

준호의 손이 움직였다. 정확하게. 리듬을 유지하면서.

손가락에서 금빛이 피어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괜찮았다. 왜냐하면 준호는 이제 알았기 때문이다.

죽음을 돌릴 수 없다는 것이. 그리고 그것이 의료의 시작이라는 것을.

"카테터 준비. 심장내과 호출."

준호의 목소리가 응급실을 가르고 내려왔다. 차분했다. 떨리지 않았다.

그것이 진정한 의료였다.

# 마지막 리바운드

응급실 침상 5번. 오후 9시 12분 47초.

이영희의 남편이 죽어가고 있었다.

심근경색 후 심실세동. 흉부 압박 35분. 혈액 검사상 젖산 수치 15.2. 동공 산대. 뇌간 반사 소실. 회복 불가능한 상태.

준호의 손이 떨렸다.

가슴 위에 올린 손가락들이 리듬을 잃었다. 맥박수 100. 110. 130. 심박이 불규칙해졌다. 자신의 심박이.

눈앞이 흐릿해졌다. 아니, 그게 아니었다.

금빛이었다.

손가락 사이에서 피어오르는 그 익숙한 금색 빛. 사망 판정 직전 5분으로 되돌아가는 신호. 준호는 그 신호를 몇십 번이나 받아왔다. 그리고 몇십 번이나 거기에 응했다.

이번에도 응할 것인가.

금빛이 더 밝아졌다. 손가락에서 팔로. 팔에서 가슴으로. 몸 전체를 휘감는 그 빛.

준호는 눈을 감았다.

5분 전.

이영희의 남편은 심근경색 초기 신호를 보이고 있을 것이다. 준호가 돌아가면 그는 아직 살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준호는 카테터를 꽂을 것이다. 혈전 제거술을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남편은 살아날 것이다.

그리고 다시 자살을 시도할 것이다.

준호의 손이 멈췄다.

금빛이 흔들렸다.

마치 물결처럼. 마치 불꽃처럼. 마치 의식이 있는 무언가처럼.

박영준이 소리쳤다.

"뭐 하고 있어! 환자가 죽어가!"

그의 목소리는 준호에게 닿지 않았다. 준호의 세계는 이미 금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금빛 속에서 준호는 본 것들을 다시 봤다.

김태호의 얼굴. 음주운전으로 3명을 살해한 그 얼굴. 정신병원 침상에서 중얼거리는 목소리: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어요.'

박민수의 손목. 끊겨 있었다. 자살 시도 후 정신과 중환자실. 살았지만 죽은 것 같은 눈.

이영희의 딸. 시체.

그 딸의 아버지. 지금 침상 5번에서 죽어가고 있는 그 남자.

준호의 손이 더 떨렸다.

금빛이 점점 희미해졌다. 마치 누군가가 스위치를 끄는 것처럼.

아니다. 준호가 끄는 것이었다.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의지로.

금빛이 사라졌다.

손가락에서 팔에서 가슴에서. 모두 사라졌다. 그 익숙한 따뜻한 빛이. 그 신기한 능력이.

남은 것은 어둠뿐이었다.

그리고 침상 5번의 심전도 모니터.

일직선.

준호의 목소리가 차분했다.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의료의 한계입니다."

박영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준호를 봤다. 이 젊은 의사의 얼굴을. 50대 노인처럼 주름진 얼굴.

"당신은..."

"사망 시각 21시 13분 52초. 기록합니다."

준호가 말했다. 마치 그 남자가 낯선 환자인 것처럼.

하지만 그것은 연기가 아니었다. 준호의 눈은 진짜로 차분했다. 그 안에는 더 이상 흔들림이 없었다.

응급실의 모든 의료진이 멈춰 있었다.

장수연이 심장박동 검사를 중단했다. 오명준 교수가 응급실 입구에서 모니터를 봤다. 민준영은 차트를 놨다.

김수진이 울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슬픔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뭔가 다른 감정이었다. 그것이 뭔지 그녀도 모를 만큼.

박영준이 신문을 집어 던졌다.

"당신은 응급실에서 나가야 합니다. 지금 당장."

"알겠습니다."

준호가 가운을 벗기 시작했다. 느리게. 하지만 확실하게.

그 순간, 김수진이 달려왔다.

"선배!"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다.

"신문 봤어요. 다 봤어요. 그런데..."

김수진이 멈췄다. 그리고 준호의 얼굴을 봤다. 그 늙은 얼굴. 그 피로한 눈. 그 결연한 표정.

"당신은 의사예요. 진짜 의사예요."

준호는 가운을 완전히 벗었다. 하얀 가운이 의자에 떨어졌다.

"수진. 들어."

준호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떨림은 공포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무언가를 놓아주는 손의 떨림이었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도 의료입니다."

"선배..."

"그것을 배워야 합니다.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으면 3년 안에 번아웃됩니다. 나처럼."

김수진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장수연이 준호의 옆에 섰다. 25년을 응급실에서 보낸 그 간호사의 얼굴에는 무언가 만족스러운 표정이 있었다.

"이 아이를 잘 봐줄래?"

준호가 말했다.

"내가 할 수 없는 것들."

"당신이 해야 할 일들."

장수연이 말했다.

"네."

준호는 응급실을 나왔다. 침상 5번의 시체 옆을 지나면서 한 번 멈췄다. 그리고 작게 중얼거렸다.

"미안합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이제 자책이 없었다. 그것은 단순한 진술이었다. 의료의 현실 앞에서의 조용한 진술.

---

응급실 밖. 오전 10시 41분.

신문이 나왔다.

'기적의 의사 이준호, 능력의 대가 밝혀지다'

제목이 1면을 장식했다. 아래에는 준호의 사진. 응급실에서 환자를 보는 모습. 피로한 얼굴. 늙은 얼굴.

이은지 기자는 밤을 새웠다. 그 기사는 단순한 스쿠프가 아니었다. 그것은 응급의학의 현실에 대한 증거였다.

'신체 나이 55세, 실제 나이 32세. 신장 기능 27%, 신부전 진행 중. 간접 사망 0.61명 per 능력 사용.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준호 레지던트의 선택은 주목할 가치가 있다. 그는 마지막 환자 앞에서 능력을 포기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의료는 개인의 영웅 행위가 아니라 시스템의 실천이라는 깨달음. 죽음을 돌릴 수 없다는 현실의 받아들임.'

그 기사는 응급의학과의 모든 의료진에게 읽혀졌다. 의료 윤리 위원회에 제출되었다. 대한의학회 회의에서 논의되었다.

그리고 준호는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두렵지 않았다.

---

6개월 후. 응급실 복도.

준호의 신체는 회복되지 않았다. 여전히 주름진 얼굴. 여전히 흰머리. 여전히 손의 미세한 떨림. 신장 기능은 22%까지 떨어졌다. 신부전은 진행 중이었다. 의사들은 그에게 투석을 권유했다. 준호는 거절했다.

"괜찮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것도 의료의 일부니까요."

응급실 복도에서 준호는 김수진을 만났다.

수진은 이제 인턴이 아니었다. 거의 2년차 레지던트 수준의 역량을 갖춘 의사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는 준호가 처음 봤을 때의 그 광기가 없었다. 대신 그곳에는 현실이 있었다.

의료의 현실.

"선배."

수진이 말했다.

응급차의 사이렌이 울렸다. 멀리서. 하지만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후회해?"

준호는 미소했다. 슬픈 미소. 하지만 그것은 절망의 미소가 아니었다.

"네. 하지만 그것도 의료의 일부예요."

응급차가 도착했다.

준호와 수진은 응급실로 뛰어갔다.

새로운 환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심근경색. 나이 62세. 의식 있음. 혈압 낮음. 흉부 통증 심함.

준호의 손이 움직였다. 정확하게. 리듬을 유지하면서. 차분하게.

손가락에서 금빛이 피어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괜찮았다.

왜냐하면 준호는 이제 알았기 때문이다.

죽음을 돌릴 수 없다는 것이. 그리고 그것이 의료의 시작이라는 것.

"카테터 준비. 심장내과 호출. 제세동기 대기."

준호의 목소리가 응급실을 가르고 내려왔다. 차분했다. 떨리지 않았다. 그 안에는 영웅 환상도 없었고, 절망도 없었다.

그것은 단순한 의료였다.

"선배, 이 환자는?"

김수진이 물었다. 그 환자의 생존 확률을 묻는 것이었다.

준호는 환자의 모니터를 봤다. 심박수 140. 혈압 88/54. 흉부 엑스레이상 폐부종.

"모릅니다."

준호가 말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됩니다."

그 환자는 살았다. 또는 죽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더 이상 준호의 문제가 아니었다.

응급실 밖에서 이은지 기자의 카메라가 깜빡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준호를 찍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그 이야기를 썼다. 그 이야기는 세상에 퍼져 나갔다. 응급의학의 현실. 의료 윤리의 한계. 그리고 한 의사의 선택.

그 선택이 무엇을 만들었는지는 아직 모를 것이었다.

하지만 준호는 알았다.

자신이 구한 모든 환자들이.

그리고 자신이 구하지 못한 모든 환자들이.

그들이 모두 같은 무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수진."

준호가 말했다. 환자의 혈관 주사를 꽂으면서.

"응."

"죽음은 실패가 아닙니다."

"네?"

"그것도 의료입니다. 받아들여야 할 의료의 일부입니다."

김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제 그녀는 이해했다.

준호가 마지막 환자 앞에서 금빛을 포기했던 이유를.

그것은 약함이 아니었다.

그것은 진정한 의료로의 첫 발걸음이었다.

응급차의 사이렌이 다시 울렸다. 또 다른 환자. 또 다른 죽음의 경계.

준호와 김수진은 준비했다.

이번에는 기적 없이.

하지만 그것도 괜찮았다.

왜냐하면 기적이 필요 없는 의료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현실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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