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새벽 응급실

새벽 2시 3분, 응급실의 침상 번호 23번.

심근경색 환자 김태호(45세, 남)는 심정지 상태로 실려왔다. 응급차 사이렌이 멈춘 지 30초가 채 되지 않았을 때 이준호는 이미 환자의 흉부에 손을 올렸다. 인턴복의 주머니 속 펜은 떨리고 있었다.

"CPR 시작합니다. 가슴 압박, 2분 교대."

준호의 목소리는 침착했다. 의대 6년, 인턴 6개월의 모든 프로토콜이 몸에 배어있었다. 손가락 끝이 환자의 가슴뼈에 닿는 순간, 그의 의식은 오직 하나로 수렴했다—생명. 압박의 리듬. 흉골 깊숙이, 분당 100~120회.

"제세동 패드 준비. 심전도?"

"VF 지속 중입니다."

간호사 장수연의 음성은 담담했다. 그녀는 25년 경력의 응급실 간호사였다. 이 목소리는 이미 수천 번의 죽음을 지나온 것이었다. 준호는 그것을 느꼈지만, 무시했다.

"200줄 충전. 모두 물러서세요."

전기 충격. 환자의 몸이 떠올랐다. 모니터는 여전히 평탄한 직선을 긋고 있었다. 준호는 다시 가슴을 압박했다. 1, 2, 3... 그의 팔에 땀이 맺혔다. 약물 투여. 에피네프린 1밀리그램. 정맥 주사 라인 확보. 기관 삽관. 모든 것이 신속하고 정확했다.

5분이 지났다. 10분. 15분.

"심전도?"

"여전히 VF."

준호의 이마에서 땀이 흘렀다. 환자의 얼굴은 창백했다. 동공이 서서히 산대되기 시작했다. 준호는 보았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20분. 25분. 30분.

"한 번 더, 제세동 360줄."

"이준호."

박영준 과장이 옆에 섰다. 58세의 응급의학과 과장은 준호의 팔을 잡지 않았다. 그저 서 있었다. 그 침묵이 모든 것을 말했다.

35분.

"박 과장..."

"동공산대. 반응 없음. 더 이상 소생 가능성 없습니다."

박 과장의 음성은 차가웠다. 임상적 진단. 감정 제거된 선언.

"사망 판정합니다. 시각 02:47."

손을 떼라는 신호였다. 준호의 손은 여전히 환자의 흉부에 있었다. 한 번 더. 한 번 더 압박하면 돌아올 수도 있다는 망상이 그를 지배했다. 하지만 손가락 끝은 이미 차가워지고 있었다.

"수술실로 옮기지 않습니까?"

준호의 목소리는 깨져 있었다.

"소생술 35분. 이상 신체 반응 없음. 의학적으로 더 이상의 조치는 의미가 없습니다."

박영준은 이미 다른 의료진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 순간 준호는 들었다. 울음소리. 침상 맞은편에서 환자의 아내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딸 손을 잡은 채로. 그 울음이 응급실의 모든 소음을 집어삼켰다.

준호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변기 앞에서 구토했다. 의료용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흰 가운의 주머니에서 나온 펜이 바닥에 굴렀다. 그의 손은 떨렸다. 의대 6년, 인턴 6개월의 모든 지식이 무력했다. 응급실에서 배운 모든 프로토콜, 모든 약물, 모든 기술이 35분 동안 이 한 남자의 생명을 구하지 못했다.

"됐다."

누군가 화장실 밖에서 말했다. 민준영 레지던트였다. 2년 선배. 그의 목소리는 냉소적이었다.

"첫 죽음 받았네. 응급실은 이래. 항상 진다."

준호는 얼굴을 들지 않았다.

---

응급실 복도. 새벽 3시 14분.

48개의 침상 중 40개가 차 있었다. 트리아주 대기실에는 중증도 낮은 환자들 20명 이상이 앉아 있었다. 감기. 복부 통증. 염좌. 그들은 기다리고 있었다. 우선순위가 낮은 생명들은 항상 기다린다.

간호사들의 얼굴은 지쳐 있었다. 3명이 한 명을 돌보고, 한 명은 차트를 작성하고, 한 명은 다음 환자를 준비했다. 그것이 응급실이었다. 부족함의 연속.

장수연이 준호 옆에 섰다. 그녀는 모니터 수치를 확인하고 있었다.

"죽음은 의료진의 실패가 아니라 생명의 한계다."

그녀의 목소리는 지루할 정도로 담담했다.

"그걸 받아들일 수 없는 의사는 3년 안에 번아웃된다. 병원을 나간다. 또 다른 곳에서도 나간다."

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눈은 대기실의 20명을 향했다. 그들 중 누가 다음일까. 누가 이 응급실에서 죽을까. 그의 손이 다시 떨렸다.

장수연은 차트를 들었다. 준호를 향해 돌아서지 않은 채로 말했다.

"의학으로 할 수 있는 게 다 있는 건 아니야."

그것이 전부였다. 그녀는 침상 1번으로 향했다. 차트에 뭔가를 기록했다. 손가락이 움직였다. 25년의 경험이 한 줄의 기록이 되었다.

준호는 그 모습을 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장수연은 자신에게 말하지 않고 있었다. 그저 보여주고 있었다.

---

박영준 과장이 준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당직실 복도에서였다. 새벽 4시 22분.

"이게 응급의학이야. 항상 이기는 건 아니야. 김태호 같은 경우는... 병원 도착 전 심정지 시간이 이미 12분이었어. 우린 그걸 알고 있었어. 35분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준호는 박 과장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았다. 돌아섰다. 눈을 마주쳤다. 그 순간 박 과장의 말이 끝났다.

"아니다."

준호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명확했다.

"나는 이기겠습니다."

그의 눈빛이 결정적으로 바뀌었다. 박영준은 그것을 보았다. 그것을 인지했다. 그것이 무엇인지도 알았다. 하지만 말하지 않았다. 그저 손을 떨어뜨리고 돌아섰다.

---

당직실. 밤 11시 47분.

준호는 혼자였다. 창밖의 야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울의 불빛들. 그 아래 몇 명이 죽고 있을까. 지금 이 순간. 심근경색. 뇌출혈. 교통사고. 응급실은 지금도 돌아가고 있었다. 다른 누군가의 첫 죽음을 경험하는 다른 누군가의 인턴이 있을 것이다.

김태호의 얼굴이 떠올랐다. 창백한 피부. 산대된 동공. 그것이 죽음이었다.

가슴이 아팠다.

준호는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떨리고 있었다. 응급실에서 느껴본 적 없는 종류의 떨림이었다. 두려움인가. 분노인가. 아니면 그 둘을 초과하는 무언가.

의료 모니터의 알람음이 울렸다. 당직 호출. 응급차가 들어온다. 새로운 환자. 새로운 위기.

준호는 일어섰다.

그 순간이었다.

가슴의 중앙에서 뭔가가 터졌다. 물리적 통증이 아니었다. 더 깊은 곳에서 오는 무언가. 심장의 박동이 갑자기 가속되었다. 맥박이 200을 넘었다. 신체의 모든 신경이 동시에 깨어났다.

금빛이었다.

준호의 몸에서 금빛이 방사되기 시작했다. 형광등 아래서 그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손가락 끝부터 팔뚝까지. 가슴에서 목까지. 금색의 빛이 피부를 통해 새어나왔다.

"뭐지?"

준호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것은 두려움이었다. 자신의 신체가 자신의 것이 아닌 듯한 낯선 느낌. 호흡이 가빠졌다. 손가락이 저렸다.

금빛은 계속 번쩍였다.

그것은 고통이 아니었다. 하지만 불편했다. 신체의 세포 하나하나가 울리는 듯한 감각. 마치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그리고 사라졌다.

3초 동안의 발광 후,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준호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가슴은 여전히 아팠다. 하지만 그 금빛은 사라졌다.

응급차 사이렌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준호는 손을 쥐었다 폈다. 반복했다. 손가락 끝에는 아직 따뜻한 감각이 남아 있었다. 금빛의 온도.

당직실의 문이 열렸다. 간호사가 고개를 쑥 내밀었다.

"준호, 빨리 나와요. 교통사고 다중 충돌, 6명 들어온다!"

준호는 일어섰다. 그의 눈은 자신의 손을 보고 있었다. 손가락 끝의 따뜻함은 여전했다.

응급실로 뛰어가면서, 준호는 생각했다.

이번엔 이길 거야.

---

응급실의 복도는 혼란의 소용돌이였다. 여섯 명. 다중 충돌이라는 단어는 이미 준호가 마주할 비극을 예고하고 있었다.

침상 1번. 운전자, 남성, 57세. 복부 둔상. 간호사들이 옷을 걷어내며 초음파 프로브를 댔다. 장기 손상 의심. 외과 호출.

침상 3번. 후석 탑승자, 여성, 34세. 두부 외상. 의식 명료하지만 오른쪽 동공이 산대되기 시작했다. 뇌 손상. 신경외과 긴급 호출.

침상 5번. 어린이, 8세 남아. 양측 다리 골절. 쇼크 상태는 아니었지만 통증으로 인한 혈압 상승. 소아과 상담.

준호는 침상 2번으로 향했다. 여기가 가장 불안정했다. 산소 포화도 88%. 호흡음 감소. 폐 손상 또는 기흉. 가슴 X-ray를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

"침상 2번, 흉부 청진을 다시 해보자."

준호는 청진기를 댔다. 왼쪽 폐음이 완전히 소실되어 있었다. 우측도 음감이 현저히 감소했다. 양측 기흉. 침상 4번의 환자보다 심각했다.

"가슴관 준비해. 흉강천자 카테터 있나?"

장수연이 이미 트롤리를 밀고 있었다. 침상 2번 옆. 14게이지 카테터. 소독. 손가락으로 늑골간 공간을 찾아 표시했다. 제5늑골간, 중액와선.

"빨리 해야 돼. 포화도가 떨어지고 있어."

준호는 국소마취도 생략했다. 상황이 상황였다. 카테터를 찔렀다. 공기음. 쉬익. 산소 포화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92%. 95%. 97%.

"좋아. 이제 X-ray 기다려."

그리고 침상 4번으로 달렸다. 여기도 기흉. 하지만 이쪽은 더 심각했다. 혈흉. 가슴에서 피가 새고 있었다. 혈압이 떨어지고 있었다. 102. 96. 88.

"중심정맥 라인 두 개. O형 혈액 다섯 단위. 외과 긴급 호출!"

준호는 팔에 손가락을 댔다. 맥박이 약해지고 있었다. 맥박압이 20mmHg 이하. 충격 상태. 이미 보상 기전이 한계에 도달했다.

"혈압?"

"78/52. 계속 떨어지고 있어요!"

준호의 손이 떨렸다. 이것은 약물로 해결할 수 없었다. 이것은 혈액이 필요했고, 시간이 필요했다. 수술이 필요했다. 하지만 수술실은 지금 가득 차 있었고, 이 환자는 지금 죽어가고 있었다.

"수액 빨리! 산소 100% 공급하고..."

준호는 흉관 삽입 준비를 했다. 하지만 이것도 시간을 벌 뿐이었다. 진짜 문제는 내부 출혈이었다. 어디서 피가 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CT도 시간이 없었다.

혈압이 72까지 떨어졌다.

"준호, 수술실이..."

"알아. 기다리지 말고 지금 바로 올려. 응급 상황이야!"

준호는 가슴을 눌렀다. 정맥 카테터를 꽂았다. 혈액 1단위, 2단위를 투여했다. 혈압이 조금 올라갔다. 78. 하지만 다시 떨어지고 있었다. 75. 70.

심전도가 변했다. 정상 동맥박에서 심실 빈맥으로.

"제세동 준비!"

준호는 제세동기의 패들을 가져갔다.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200줄.

"모두 떨어져!"

전기가 흘렀다. 환자의 몸이 들렸다.

심전도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혈압은 여전히 올라오지 않았다. 68. 65. 62.

"심정지 시작! 심폐소생술!"

준호는 가슴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한 손, 두 손. 리듬. 100에서 120. 가슴의 중앙에서 출발하는 압박. 5센티미터. 30번 압박, 2번 호흡. 표준 프로토콜.

"약물 준비!"

"에피네프린 1밀리리터!"

준호는 중심정맥 라인으로 약물을 밀어 넣었다. 심장이 다시 뛰기를 기도했다. 하지만 그것은 기도였을 뿐이었다. 심전도는 무수축 상태였다. 평면파.

2분. 3분. 5분. 10분.

장수연이 시간을 읽었다.

"시간 10분 30초."

준호는 여전히 가슴을 누르고 있었다. 팔이 무거웠다. 손가락이 아팠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한 번 더. 에피네프린 한 번 더!"

"이미 세 번 맞혔어요."

"한 번 더!"

그것은 더 이상 의료 행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절망의 손가락질이었다. 준호는 알고 있었다. 이 환자는 죽었다. 이미 죽었다. 하지만 그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15분.

심전도는 여전히 평면파였다.

"시각 02시 52분. 사망 판정합니다."

박영준 과장의 목소리였다. 언제 들어왔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준호의 손을 보며 잠시 기다렸다가 선언했다.

준호는 손을 떨어뜨렸다.

가슴 압박을 중단했다. 심폐소생술을 멈췄다. 그리고 서 있었다. 침상 옆에 서서, 죽은 환자를 바라봤다.

침상 1번의 57세 환자는 외과에서 긴급 수술로 들어갔다. 침상 3번의 여성도 신경외과로 향했다. 침상 5번의 어린이는 정형외과 병동으로 옮겨졌다.

침상 4번만 남았다.

"시신 이동 준비해."

장수연이 중얼거렸다. 준호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응급실의 규칙이야. 죽은 환자는 빠르게 처리하고, 살아있는 환자에 집중해야 해."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준호는 돌아봤다. 오명준 신경외과 교수였다. 침상 3번의 여성을 검진한 후 나오던 중이었다.

"뇌내출혈, 중증. 응급 수술이 필요해. 하지만 이 환자는..."

오 교수는 침상 4번의 시신을 흘깃 봤다.

"이 환자는 이미 끝났어. 준호, 넌 아직 배우는 중이니까 헷갈리겠지만, 응급실에서는 죽음이 자주 일어난다. 매일.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면, 넌 여기서 버티지 못해."

오명준은 떠났다. 그의 말은 맞았다. 준호는 알고 있었다. 그것이 응급의학이라는 것을.

하지만 알고 있다는 것과 받아들인다는 것은 다른 것이었다.

준호는 당직실로 돌아갔다. 새벽 5시 10분.

창밖은 아직 어두웠다. 하지만 하늘의 가장자리에는 아침이 다가오고 있었다. 희미한 주황색. 그것이 밤을 삼키고 있었다.

준호는 침대에 누웠다. 눈을 감았다.

김태호의 얼굴이 떠올랐다. 침상 4번의 환자의 얼굴도 떠올랐다. 둘 다 죽었다. 준호의 손으로도 살릴 수 없었다. 의학도 살릴 수 없었다. 오직 죽음만이 절대적이었다.

가슴이 아팠다. 그것은 의료진의 책임감이 아니었다. 그것은 무력감이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는데도 죽음 앞에서 무릎을 꿇는 경험. 그것이 준호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준호의 가슴 중앙에서 뭔가가 울렸다. 물리적 통증이 아니었다. 더 깊은 곳에서 오는 무언가. 심장의 박동이 다시 가속되었다. 맥박이 200을 넘었다.

금빛이었다.

준호의 몸에서 금빛이 방사되기 시작했다. 당직실의 어두운 공간을 밝혔다. 손가락 끝부터 팔뚝까지. 가슴에서 목까지. 금색의 빛이 피부를 통해 새어나왔다.

준호가 몸을 일으켰다. 손을 바라봤다. 금빛은 자신의 손에서 나오고 있었다. 명확했다. 환각이 아니었다.

금빛은 더 강해졌다. 손가락이 저렸다. 신경이 자극되는 듯한 감각. 신체의 모든 세포가 동시에 울리고 있었다.

그리고 준호의 눈 앞에 세상이 왜곡되기 시작했다. 침상 4번이 보였다. 당직실이 아닌 침상 4번이. 죽은 환자가 보였다.

---

침상 4번. 새벽 2시 52분.

심폐소생술이 중단되었고, 환자의 가슴은 움직이지 않는다. 심전도는 평면파다. 박영준 과장이 입을 열려고 한다. 사망 판정을 내리려고.

그 순간.

금빛이 터진다.

준호가 나타난다. 침상 4번 옆에 서 있다. 손이 환자의 가슴에 닿아 있다. 준호는 자신이 어떻게 여기에 왔는지 모른다. 당직실에 누워 있었는데.

환자의 가슴이 움직인다. 심전도가 변한다. 무수축에서 정상 동맥박으로. 산소 포화도가 올라온다. 95%. 98%. 100%.

혈압이 돌아온다. 80. 90. 100.

"뭐... 뭐야?"

박영준의 목소리가 떨렸다.

장수연은 침상 4번의 모니터를 본다. 그리고 천천히 준호를 본다. 그녀의 눈이 마주친다. 그 눈에는 놀라움이 아닌 다른 것이 있었다. 확인이었다. 예상이 맞았다는 확인.

준호는 서 있었다. 손이 여전히 환자의 가슴 위에 있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눈은 공포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환자는 살아 있었다.

"응급 수술실로. 지금 바로."

준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명령은 명확했다.

침상 4번의 환자가 수술실로 옮겨졌다. 외과 팀이 뛰어갔다. 응급 수술. 혈흉 배액 및 지혈.

응급실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준호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손을 바라봤다. 금빛은 사라졌다. 하지만 손가락 끝에는 아직 따뜻한 감각이 남아 있었다.

장수연이 준호에게 다가왔다. 가까워졌다. 매우 가까워졌다. 그녀의 눈은 준호의 손을 본다. 그리고 천천히 준호의 얼굴을 본다.

"준호."

"네?"

"나도 봤어. 그 빛을."

그녀의 목소리는 낮았다. 누구도 들을 수 없게.

"그 손으로 하는 일들, 계속하면 안 돼."

그것이 전부였다. 그녀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대신 침상 4번의 빈 자리를 본다. 그리고 차트를 들었다. 손가락이 움직였다. 25년의 경험이 한 줄의 기록이 되었다.

준호는 그 모습을 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장수연은 자신에게 경고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위험하다는 것도.

---

준호는 눈을 떴다. 당직실의 침대에 누워 있었다.

손가락 끝의 따뜻한 감각은 사라지지 않았다.

준호는 손을 들었다. 떨리고 있었다. 그 손이 죽은 환자를 살렸다. 그 손이 무언가를 했다.

준호의 눈이 빛났다. 공포와 희열이 뒤섞여 있었다. 그것은 경이로움이었다.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의 경이로움. 그리고 그것에 대한 두려움.

"나는..."

중얼거림이었다.

"나는 이길 수 있어."

그 말이 끝나는 순간, 준호는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그것은 희망이 아니었다. 그것은 선언이었다.

당직실의 창밖으로 새벽이 밀려오고 있었다.

다음 화 계속 보기 →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