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열린 질문

황제의 내실은 침묵으로 가득했다.

촛불이 타는 소리만 들렸다. 바실리우스 2세는 창문을 통해 밤의 콘스탄티노플을 바라보고 있었고, 콘스탄티노스는 그 옆에 서 있었다. 형의 어깨는 예전처럼 곧게 펴져 있었지만, 손은 탁자 위에서 떨리고 있었다. 미세한 떨림.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떨림. 하지만 콘스탄티노스는 봤다.

"당신의 기술은 훌륭했습니다."

바실리우스의 목소리는 낮았다. 황제의 목소리가 아니라, 형의 목소리였다. 콘스탄티노스는 그 차이를 느꼈다.

"카파도키아에서 반란군을 격퇴했고, 제련소는 가동 중이며, 해전 무기의 설계도까지 완성했습니다. 당신이 약속한 모든 것을 이루었다."

황제가 돌아섰다. 그의 눈은 형제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것은 황제가 신하를 보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제 당신은 제국에 위험이 되고 있습니다."

콘스탄티노스의 목이 메었다. 예상했던 말이지만, 실제로 들으니 다른 무게가 있었다.

"귀족들은 당신을 제거하기를 원합니다. 레온 말레이노스는 이미 세 번이나 사신을 보냈습니다. 발칸의 모든 가문이 당신의 기술을 중앙집권의 도구로 봅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주교 니콜라우스는 어제 다시 심문을 요청했습니다. 신성모독의 혐의로."

"형이시..."

"들으십시오."

바실리우스가 손을 들었다. 그 손이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나는 형제를 보호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국을 보호해야 합니다. 이 둘이 충돌할 때, 황제는 무엇을 선택해야 합니까?"

침묵이 내려앉았다. 콘스탄티노스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선택의 기로였다.

"당신은 제국을 떠나거나," 바실리우스가 계속했다. "자신의 모든 기술을 포기하고 평신도로 살아가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사흘 안에."

콘스탄티노스의 입술이 움직였다.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이 순간을 얼마나 오래 예상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외면했는지 깨달았다. 미카엘은 경고했다. 안나도 경고했다. 심지어 자신도 알고 있었다. 기술이 무기화되는 순간, 자신은 도구가 되고, 도구는 언젠가는 버려진다는 것을.

"형이," 콘스탄티노스가 천천히 말했다. "내가 왜 이 모든 것을 했는지 아십니까?"

바실리우스의 표정이 흔들렸다. 황제로서의 냉정함이 잠깐 균열을 드러냈다.

"알고 있습니다. 제국을 구하려고."

"그럼 제국을 구할 수 있었나요?"

황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침묵이 모든 것을 말했다. 콘스탄티노스는 그 침묵 속에서 95년의 무게를 느꼈다. 1071년 만지케르트 전투는 이미 정해진 미래였다. 자신의 기술이 몇십 년을 연장시킬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그 흐름을 바꿀 수는 없었다. 역사는 강물과 같았고, 자신은 그 흐름 속에서 손가락 하나를 움직이려 했던 것이다.

"형이시," 콘스탄티노스가 다시 말했다. "왜 나를 죽이지 않으십니까?"

바실리우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형제이기 때문입니다."

그 말이 나오는 순간, 황제는 콘스탄티노스에게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를 포옹했다. 형제의 포옹이었다. 정치가 아니라, 인간의 포옹이었다.

콘스탄티노스는 형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형의 옷에서 향료의 냄새가 났다. 황실 복장에 스며든 그 냄새. 하지만 그 아래에는 또 다른 냄새가 있었다. 두려움의 냄새. 형도 자신이 죽을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형도 이 선택이 얼마나 비정하고 불가능한 것인지 알고 있었다.

"내일 아침에 카파도키아로 떠나십시오," 바실리우스가 속삭였다. "그리고 돌아오지 마십시오."

"형이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포옹이 풀렸다. 황제와 형제는 다시 분리되었다. 바실리우스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다시 황제의 목소리였다.

"가십시오."

---

콘스탄티노스는 숙소로 돌아왔다. 밤은 더욱 깊어 있었다. 선원들의 목소리가 항구에서 들렸다. 배가 준비되고 있었다. 황제의 명령은 빨랐고, 효율적이었다. 형제를 구하는 것만큼이나 깨끗하게 제거하는 것도 빨랐다.

그의 방에는 모든 기술 설계도가 있었다. 수력 방아의 도면. 강철 제련법의 기록. 해전 무기의 상세한 스케치. 모두 자신의 손으로 그려진 것들이었다.

형의 포옹이 자꾸만 떠올랐다. 형의 눈물. 형의 떨리는 손. 형도 이 결정을 내리고 싶지 않았다. 형도 형제를 죽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도 형은 추방을 선택했다. 왜? 제국 때문인가? 아니면 자신을 살리기 위함인가?

콘스탄티노스는 설계도 더미를 바라봤다. 이것들 때문이었다. 이 도면들이 형의 손을 떨리게 했다. 이 기술이 형제를 갈라놓았다.

형이 추방을 선택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단순한 자비가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무능함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제국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자신의 기술로도 역사의 흐름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콘스탄티노스는 촛불을 집어 들었다. 불이 종이를 핥아먹기 시작했다. 검게 말려올라가는 종이. 사라지는 정보. 사라지는 기술.

한 장, 또 한 장이 불 속으로 사라졌다. 해전 무기의 설계도. 그것이 황제의 손에 넘어가면, 귀족들의 내전에 사용될 것이었다. 제국의 함대가 제국의 함대를 향해 발사될 것이었다. 그것은 막아야 했다.

제련소에서 본 노동자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수력 방아로 인해 하루의 작업량이 절반으로 줄어든 마을의 모습. 강철 무기로 무장한 제국군이 카파도키아의 반란군을 격퇴하는 장면. 그들의 목숨이 이 도면들과 맞닿아 있었다.

콘스탄티노스는 서랍을 열고 몇 개의 도면을 골라냈다. 수력 방아의 핵심 원리를 담은 도면. 강철 제련의 기본 절차를 기록한 문서. 이것들은 살려야 했다. 이것들은 사람들의 삶을 나았다.

해전 무기의 나머지 설계도를 다시 집어 들었다. 촛불 위에 가져갔다. 종이가 불에 닿는 순간, 콘스탄티노스는 형의 눈물을 다시 봤다. 형도 자신을 죽이고 싶지 않았다. 형도 선택을 강요당했다.

형이 자신을 살린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형의 약함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황제로서 할 수 없는 것들. 황제의 명령에 저항할 수 없는 무능함. 귀족들의 압박 앞에서 형제를 지킬 수 없는 무력함.

그렇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도면이 불에 타올랐다. 설계도는 재가 되어 흩어졌다. 누군가 다른 자가 악용하기 전에, 자신이 먼저 파괴했다. 그것이 형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었다.

수력 방아와 제련법의 도면만 남겨두었다. 이것들은 누군가 다시 만들 것이다. 누군가는 이 원리를 발견할 것이다. 그것이 역사였다. 하지만 해전 무기는 달랐다. 그것은 의도적으로 파괴했다. 형의 눈물을 위해.

---

새벽이 올 무렵, 콘스탄티노스는 항구에 도착했다. 배는 크지 않았다. 상인 배 정도의 크기였다. 선원들은 이미 짐을 싣고 있었다. 황제의 지시는 매우 명확했다.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다.

미카엘 프세타스가 나타났다. 장군은 배 위에서 콘스탄티노스를 바라봤다.

"아테네로 가십니까?"

콘스탄티노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테네일 수도, 이집트일 수도, 또 다른 곳일 수도 있었다. 자신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단지 콘스탄티노플에서 떠나야 한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미카엘이 배로 올라왔다. 장군의 얼굴은 피곤해 보였다.

"당신의 설계도를 모두 챙기셨습니까?"

질문이 날카로웠다. 미카엘은 이미 알고 있었다. 콘스탄티노스가 몇 개의 도면을 챙겼다는 것을.

콘스탄티노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황제 폐하께서는 당신의 모든 기술이 제국에 남기를 원하셨습니다," 미카엘이 계속했다. "그것이 추방의 조건이었습니다. 당신이 기술을 가지고 떠난다면, 그것은 황제의 명령 위반입니다. 폐하께서는 이미 귀족들에게 당신의 추방을 정당화해야 합니다. 만약 당신이 기술을 가지고 간다면..."

"그러면 형이 나를 잡아야 합니다," 콘스탄티노스가 말을 끝냈다. "추격대를 보내야 합니다. 체포 명령을 내려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귀족들이 만족할 것입니다."

미카엘의 얼굴이 굳었다.

"당신은 그것을 알면서도?"

"네."

"그렇다면 왜?"

콘스탄티노스는 미카엘의 눈을 바라봤다. 장군의 눈에는 분노와 이해가 섞여 있었다.

"카파도키아에서 벌어진 일들을 보셨습니까?" 콘스탄티노스가 물었다. "해전 무기가 사람을 어떻게 죽이는지. 반란군뿐 아니라 그 주변의 민간인들까지."

미카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침묵이 인정이었다.

"해전 무기의 도면은 모두 태웠습니다," 콘스탄티노스가 말했다. "남은 것은 수력 방아와 제련법뿐입니다. 이것들은 누군가 다시 만들 것입니다. 누군가는 이 원리를 발견할 것입니다. 하지만 해전 무기는 다릅니다. 그것은 의도적으로 파괴했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황제의 명령을 위반한 것입니다."

"네."

"그것을 알면서도?"

"형이 저를 살렸습니다. 형이 할 수 있는 최선이 추방이었습니다. 하지만 형이 정말 원한 것은 제국의 안정입니다. 귀족들의 만족입니다. 저는 형의 손을 더 이상 피로 물들일 수 없었습니다. 형이 저를 추격하도록 할 수 없었습니다."

미카엘의 표정이 변했다.

"당신은 황제 폐하를 더 깊은 곳으로 밀어 넣고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까?"

"받아들여야 합니다," 콘스탄티노스가 말했다. "형이 제 눈물을 흘렸습니다. 형도 이 선택이 비정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형도 제국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형은 저를 살렸습니다. 저는 그 선택을 헛되게 할 수 없습니다."

미카엘은 콘스탄티노스의 손에 들려 있는 도면을 바라봤다. 수력 방아의 설계도. 그것이 남은 모든 것이었다.

"당신이 이 도면을 가지고 떠난다면, 누군가는 그것을 다시 만들 것입니다. 누군가는 그것을 무기로 만들 것입니다. 당신이 파괴한 것도 결국 다시 만들어질 것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왜냐하면," 콘스탄티노스가 천천히 말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기 때문입니다. 형의 눈물을 기억하고, 그 선택을 존중하는 것. 악의적인 기술은 파괴하고, 선한 기술은 전승하는 것.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제가 결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이 선택만큼은 제 것입니다."

미카엘은 오랫동안 콘스탄티노스를 바라봤다. 그 눈에는 여러 감정이 교차하고 있었다. 분노, 이해, 그리고 무언가 다른 것.

"당신은 도구가 아닙니다," 미카엘이 마침내 말했다. "도구라면 이런 선택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장군은 배에서 내려갔다.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

배는 항구를 빠져나갔다. 콘스탄티노플은 점점 작아졌다. 궁전의 불빛도, 대주교좌의 십자가도, 시장의 소음도 점점 멀어졌다.

콘스탄티노스는 배의 난간에 기대어 서 있었다. 선원들은 돛을 올리고 있었다. 바람이 불었다. 강한 바람이 돛을 펼쳤다. 바다의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짠 냄새. 미지의 냄새.

그의 손에는 수력 방아의 도면이 있었다. 자신의 손으로 그려진 선들. 자신의 지식으로 압축된 정보들. 이것이 누군가의 손에 의해 다시 그려지고, 누군가의 손에 의해 다시 만들어질 것이었다.

그것이 좋을 것인가, 나쁠 것인가?

그것도 단지 역사의 일부일 뿐인가?

배는 검은 바다 위를 나아갔다. 별들이 위에서 타오르고 있었고, 아래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이 펼쳐져 있었다.

콘스탄티노스는 도면을 펼쳤다. 다시 한 번 그것을 확인했다. 수력 방아의 원리. 강철 제련의 절차. 이것들이 누군가에게 발견될 것이었다. 누군가는 이것을 다시 만들 것이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형의 눈물을 기억했다. 형도 자신을 죽이고 싶지 않았다. 형도 선택을 강요당했다. 형이 자신을 살린 것은 기술을 포기하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기술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다. 누군가는 이 원리를 발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악의적인 기술은 파괴하고, 선한 기술은 전승하는 것.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자신이 결정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이 선택만큼은 자신의 것이었다.

도면을 다시 접으려는 순간, 강한 바람이 불었다. 종이가 손에서 빠져나갔다. 바람에 흔들리는 도면. 콘스탄티노스는 손을 뻗었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도면은 바다로 떨어졌다. 흰 종이가 검은 파도 위에서 한 순간 빛났다가 사라졌다.

그것을 집어 올리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이미 떨어진 것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이미 풀려난 기술을 다시 묶을 수는 없었다.

배의 선원 중 한 명이 물 위의 흰 점을 바라봤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누군가는 그것을 건져 올릴 것이었다. 누군가는 그것을 다시 만들 것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역사는 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었다.

배는 계속 나아갔다. 콘스탄티노플은 이제 보이지 않았다. 뒤에 남겨진 도시. 뒤에 남겨진 권력의 중심. 뒤에 남겨진 형.

그리고 앞에는 미지의 미래만 있었다.

콘스탄티노스는 마지막 도면을 품에 안았다. 제련법의 기록. 이것도 누군가 다시 만들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상관없었다. 이미 선택했으니까.

형의 눈물. 제련소 노동자들의 얼굴. 미카엘의 마지막 말.

"당신은 도구가 아닙니다."

배는 밤의 바다를 가르며 나아갔다. 뒤에서는 누군가 흰 종이를 건져 올리고 있을 것이었다. 그것이 무엇이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콘스탄티노스는 이제 알고 있었다. 역사를 바꾸는 것은 거대한 기술도, 황제의 명령도 아니라는 것을. 그것은 선택이었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이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하는 선택.

형의 옷에 스며든 향료 냄새가 아직도 코에 남아 있었다. 형의 어깨의 무게가 아직도 손에 남아 있었다. 형의 목소리 울림이 아직도 귀에 남아 있었다. 그것이 자신을 움직이게 했다. 그것이 자신을 선택하게 했다.

배는 별빛 아래 검은 바다 위를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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