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을 뜬 순간, 세상이 산산이 부서졌다.
천장이 아니었다. 천장 위로 펼쳐진 것은 비잔티움 양식의 모자이크—금색 타일이 빛을 반사하며 만드는 기하학적 패턴이었다. 움직이지 않는 천장. 현대의 백색 석고가 아니라 1000년 전의 수작업이 만든 곡면.
콘스탄티노스는 숨을 들이마셨다가 멈췄다.
손가락을 펼쳤다. 다섯 개가 모두 있었다. 피부는 거칠고, 손목은 생각보다 가늘었다. 팔을 들어올렸을 때 느껴지는 무게감이 다르다. 현대의 자신은 더 무거웠다. 근육량이 다르다.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몸이 반응했다. 움직임이 부자연스럽지 않았다. 손가락으로 팔을 만져봤다. 촉각이 명확했다.
"주인님께서 깨어나셨습니다."
시종의 목소리가 들렸다. 비잔티움 그리스어. 콘스탄티노스는 번역 과정 없이 의미를 파악했다. 귀가 듣고 뇌가 즉시 해석했다. 하지만 자신이 대답할 때 입에서 나오는 말은 어색했다. 혀의 위치, 성대의 진동이 현대의 자신과 달랐다.
"물을... 주게."
목이 말랐다. 진짜 목이. 시종은 즉시 움직였다. 젊은 남자였다. 콘스탄티노스가 기억하는 시간대로라면 이 남자는 30년 후에 죽을 것이다. 역사 기록에는 없는 이름이었지만, 그의 얼굴은 현재였다. 살아 있었다.
물을 마셨다. 도기잔의 촉감, 물의 온도, 목을 넘어가는 액체의 감각. 모든 것이 과도하게 생생했다.
"황제 폐하께서 형제의 회복을 기뻐하신다고 하십니다."
황제. 바실리우스 2세. 형.
콘스탄티노스는 그 이름만으로도 몸이 경직되는 것을 느꼈다. 976년의 비잔티움 제국. 그는 황제의 친동생이었다. 이 신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현대적 기억은 알고 있었다. 왕실의 숨겨진 권력, 또는 시간 폭탄. 도움이 될 수도,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존재. 형이 자신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된다.
침실을 나갔다. 통로는 길었다. 돌로 만든 벽, 횃불의 불빛, 공기의 습도. 모든 것이 10세기였다. 현대의 에어컨은 없었다. 겨울의 차가운 공기가 옷 사이로 스며들었다. 자주색 실크, 금색 자수. 황족의 복장이었다.
현대의 자신은 엔지니어였다. 건설 회사의 프로젝트 매니저. 빠른 성장, 혹은 중간 정도의 성공. 그러나 지금은 비잔티움 제국의 황제의 형제였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목표를 위해 최적의 신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황제의 집무실에 도착했을 때, 바실리우스 2세는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형제여, 오랜만이군."
황제의 말은 따뜻했다. 하지만 눈은 다르다. 눈빛이 자신을 재고 있었다. 무엇이 변했는가를 확인하고, 어떤 이용 가치가 있는가를 계산하는 눈. 정치가의 눈.
"형님. 제가... 여기 있다니."
콘스탄티노스는 의도적으로 말을 흐렸다. 현재 상황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면 안 된다. 빙의의 진실은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된다. 그냥 회복된 형제로 보여야 한다. 약간 혼란스러워하는, 그러나 점진적으로 정신을 차리는 황족.
"의사들은 네 상태가 호전되었다고 했다. 전승이라고."
전승. 그것이 이 신체의 이전 소유자가 가진 상태였다. 질병. 콘스탄티노스는 자신이 누구를 대체했는지를 이해했다. 황제의 친동생인 콘스탄티노스 팔라이올로그. 이름까지 같다.
"감사합니다, 형님."
황제는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 뒤에서 콘스탄티노스는 계산을 읽을 수 있었다. 형제애는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적 이해관계는 명확하다. 건강한 황족 형제는 또 다른 권력의 중심이 될 수 있다. 또는 제거해야 할 위협이 될 수 있다.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형님."
"형제가 건강해졌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네."
거짓이었다. 황제의 눈이 말하고 있었다. 충분하지 않다. 더 필요하다.
콘스탄티노스는 궁전을 떠돌기 시작했다. 지도를 그려야 했다. 제국의 지도, 권력의 지도,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의 지도. 시종들은 그를 따랐지만, 궁전의 서고로 향할 때는 주저했다.
"주인님께서 서고에?"
"역사를 배우고 싶습니다."
이것은 진실이었다. 콘스탄티노스는 역사를 알고 있었다. 역사 교과서를 읽었다. 하지만 현재의 관점에서 다시 읽어야 했다. 현재에서 미래를 봐야 했다.
서고의 책들은 대부분 종교 경전이었다. 그러나 역사 기록도 있었다. 콘스탄티노스는 찾았다. 만지케르트 전투에 관한 기록. 날짜는 1071년. 95년 뒤. 그의 기억으로는 역사상 가장 중요한 전투 중 하나. 비잔티움의 소아시아 지배의 종말.
기록은 간단했다. 그러나 의미는 명확했다: 피할 수 없다. 역사는 이미 정해져 있다.
콘스탄티노스는 책을 내려놨다. 손가락이 떨렸다.
현대의 자신이라면 이것을 인정했을 것이다. 역사는 바뀔 수 없다. 그냥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것이 현명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만약 지금, 이 시점에서 기술을 도입한다면? 생산성을 높인다면? 군사력을 강화한다면?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없다면, 최소한 그 속도를 늦출 수는 없을까?
콘스탄티노스는 일어섰다. 결심이 몸에 들어왔다. 현대의 지식이 10세기의 신체를 움직였다.
황제 앞으로 돌아갔다.
바실리우스 2세는 여전히 집무실에 있었다. 콘스탄티노스는 종이를 요청했다. 그리고 펜을 들었다. 손이 기억했다. 설계도를 그리는 방법. 도르래, 활차, 수력 방아의 구조. 그것이 어떻게 곡물을 분쇄하고, 광석을 제련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지.
황제는 처음에는 무심했다. 그러나 그림이 나타나면서 눈이 변했다. 냉담함에서 호기심으로.
"이것이 무엇인가?"
"기술입니다, 형님. 현재 제국은 이 기술을 모릅니다. 그러나 도입할 수 있습니다."
콘스탄티노스는 설명했다. 현대의 엔지니어로서. 기술의 원리, 그것의 효율성, 그것이 가져올 변화. 황제는 진정으로 듣고 있었다. 정치가의 관심이었다. 권력의 관심.
"얼마나 걸리겠는가?"
"3개월이면 시연할 수 있습니다. 아나톨리아 테마의 강이면 충분합니다."
황제는 침묵했다. 길고 의미심장한 침묵. 그 침묵 속에서 콘스탄티노스는 황제가 계산하고 있음을 알았다. 이것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를. 어떤 권력으로 변환할 것인가를.
그리고 황제가 입을 열었을 때, 그 말은 콘스탄티노스의 희망을 정확히 흔들었다.
"기술은 권력이고, 권력은 도구다. 그렇다면 보여주게. 하지만 제국을 흔드는 일은 없도록."
의미는 명확했다. 기술을 사용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콘스탄티노스의 뜻대로가 아니라 황제의 뜻대로.
콘스탄티노스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무언가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겠습니다, 형님."
황제는 미소를 지었다. 같은 미소. 계산하는 미소.
"그럼 시작하게, 형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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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었다. 궁전의 통로는 횃불의 불빛만 남았고, 시종들의 발소리는 멀리서 희미하게 들렸다. 콘스탄티노스는 자신의 침실로 돌아가면서 생각했다.
현대의 자신은 이것을 막을 수 있었을까? 권력의 악용을. 기술의 왜곡을.
아니면 이미 막을 수 없는 것이었을까?
침실의 어둠 속에서 천장의 프레스코 그림—황제들의 초상화—이 횃불에 흔들리며 춤을 춘다. 손가락으로 공중에 설계도의 선을 그어본다. 다시, 또 다시. 도르래의 각도, 활차의 회전 반경, 수압의 분산. 모두 정확했다. 1000년이 지난 현대에서 배운 역학의 원리는 시간을 뛰어넘어도 맞다.
그런데 손이 떨렸다.
기술은 권력이고, 권력은 도구다.
황제의 말이 자꾸만 돌아온다. 콘스탄티노스는 현대의 엔지니어였다. 기술과 권력을 분리하는 것이 자신의 신조였다. 기술은 중립이고,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의도가 선하다면 결과도 선하다고 믿었다.
그런데 지금 황제의 눈을 마주쳤을 때, 그 생각이 얼마나 순진한 것인지 깨달았다.
황제는 처음부터 기술을 기술로 보지 않았다. 권력으로만 봤다. 콘스탄티노스의 손이 떨렸다. 가슴 한 중앙에 무언가가 갈라지는 느낌. 기술의 중립성에 대한 믿음이 부서지는 순간이었다.
침대에서 일어났다. 창을 통해 콘스탄티노플의 야경이 보인다. 테오도시우스 성벽 너머로 검은 바다가 펼쳐져 있고, 항구에는 달빛에 비친 배들이 떠 있다. 이 도시. 이 제국. 자신이 구하고 싶었던 것.
976년 서기. 95년 뒤 만지케르트. 그 사이에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무기를 만드는 것. 더 강한 강철로. 더 효율적인 생산으로. 군사력을 증강하는 것. 그것이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까?
아니다. 역사는 정해져 있다.
그렇다면 왜 여전히 행동하려 하는가?
답을 찾지 못했다. 현대의 합리성과 10세기의 절망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그는 단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만 알았다. 멈출 수 없었다. 이미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새벽이 올 때까지 그는 창가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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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해는 콘스탄티노플의 돔들을 금색으로 물들였다. 콘스탄티노스는 미카엘 프세타스를 찾아갔다. 군부 사령부는 궁전 동쪽, 테오도시우스 성벽 내부의 강화된 건물이었다. 무장한 근위병들이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프세타스는 이미 콘스탄티노스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황제의 지시가 내려온 모양이었다.
"황제 폐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당신의 기술에 대해 들어보라고."
프세타스는 중년의 군인이었다. 얼굴에는 과거 전투의 흉터가 있었고, 눈빛은 날카로웠다. 그러나 콘스탄티노스와 만나자 그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호기심으로.
"설계도를 보여주겠습니다."
콘스탄티노스는 밤새 다시 그린 설계도를 펼쳤다. 더 자세하게. 치수까지 포함해서. 프세타스는 오래도록 그것을 들여다봤다.
"이것이 전투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가?"
"직접적으로는 아닙니다. 그러나 생산성을 높입니다. 강철을 더 빠르게, 더 많이 만들 수 있습니다. 그것이 무기가 되고, 무기가 군사력이 됩니다."
프세타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표정은 복잡했다.
"기술만으로는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기술 없이도 질 수 있습니다."
프세타스가 미소를 지었다. 통한의 미소.
"당신은 어디서 이런 것을 배웠나?"
"책에서입니다."
이것도 진실이었다. 콘스탄티노스는 책에서 배웠다. 21세기의 책. 역사, 물리학, 공학. 모두 기억 속에 있었다.
"시연은 언제 하려 하나?"
"3개월입니다. 아나톨리아 테마의 강을 사용하겠습니다. 카이스트로스 강이 좋을 것 같습니다."
프세타스는 다시 설계도를 봤다. 침묵했다. 오래 침묵했다.
"당신은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아는가?"
"위험합니까?"
"혁신은 항상 위험하다. 누군가는 이득을 보고, 누군가는 손해를 본다. 이득을 보는 자는 기술을 지지하고, 손해를 보는 자는 반대한다. 당신의 기술이 강해질수록, 그 반대도 강해진다."
콘스탄티노스는 이 말을 들었다. 기술은 중립이고, 그것의 효율성은 객관적이지 않은가. 왜 그것이 정치가 되어야 하는가. 하지만 입으로는 다른 말을 했다.
"그렇다면 도와주시겠습니까?"
프세타스는 설계도를 다시 콘스탄티노스에게 건넸다.
"도와주겠다. 하지만 하나 기억해두게. 기술은 칼이다. 칼은 누가 쥐는지에 따라 방패가 되기도, 흉기가 되기도 한다. 나는 이전에 본 적이 있다. 새로운 기술이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 어떻게 변하는지. 50년 전, 아랍인들이 그리스 불을 얻었을 때를 말이다."
프세타스의 눈이 먼 곳을 바라봤다.
"그리스 불은 제국의 방어 무기였다. 그런데 아랍인들이 그것을 얻은 순간, 그것은 제국을 멸망시킬 수 있는 흉기가 되었다. 우리는 운이 좋아서 그들이 그것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만약 그들이 이해했다면? 콘스탄티노플은 지금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콘스탄티노스는 이 말을 받아들였다. 기술의 중립성에 대한 그의 믿음이 흔들렸다.
"그렇다면 기술을 숨겨야 합니까?"
"아니다. 숨길 수는 없다.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는 발견할 것이다. 하지만 누가 먼저 발견하는가가 중요하다. 제국이 먼저 발견한다면, 최소한 제국을 지킬 수 있다. 다른 누군가가 먼저 발견한다면, 제국은 멸망한다."
콘스탄티노스의 손가락이 설계도를 집었다. 프세타스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제 알겠다는 듯이. 기술만으로는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조언. 그것은 단순한 군사 전략이 아니었다. 기술이 누구의 손에 들어가는지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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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첫 달은 준비였다. 아나톨리아 테마의 카이스트로스 강 근처에 건설 지점을 선정했다. 콘스탄티노스는 직접 그곳으로 갔다. 프세타스와 함께. 그리고 건설을 감독할 기술자들을 선발했다. 비잔티움에는 수력 방아가 없었지만, 물레방아는 있었다. 그 원리를 응용하면 된다.
그 과정에서 처음으로 반대를 마주쳤다.
지역 귀족 레온 말레이노스의 사자가 찾아왔다. 공식적인 항의였다. "황족이 귀족의 땅에 무단으로 건설을 진행한다"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다르다고 콘스탄티노스는 직감했다.
중앙집권화의 위협. 황제의 권력이 지방 귀족의 영향력을 침해한다는 두려움. 그것이 진짜 이유였다.
콘스탄티노스는 황제에게 보고했다. 황제는 즉시 회신했다. 아나톨리아 테마는 황실 직할지다. 귀족은 관여할 수 없다. 건설을 계속하라.
그런데 황제의 회신에는 한 가지 더 있었다. "하지만 귀족들의 불만을 무시하지 말 것. 정치는 기술이 아니다."
콘스탄티노스는 이 말을 저장했다. 나중에 깨달을 무언가.
두 달째, 건설은 속도를 냈다. 나무 기둥과 돌로 수력 방아의 기본 구조를 완성했다. 도르래와 활차 시스템을 설치했다. 물이 흘러내릴 때 작동하는 방식으로 조정했다.
그 과정에서 기술자들의 저항도 있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 기존의 방식을 버리기 싫은 마음. 하지만 콘스탄티노스는 설득했다. 더 빠르게, 더 쉽게, 더 많이. 인간의 욕망은 보편적이었다.
세 번째 달 초, 시연 준비가 거의 끝났다.
그때 대주교 니콜라우스의 편지가 도착했다.
편지는 짧았다. 하지만 무거웠다:
"황족이시어,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이 기술은 제국을 파멸로 이끌 것입니다. 시연을 중단하시고, 교회의 심문을 받으실 것을 권고드립니다."
콘스탄티노스는 편지를 몇 번이나 읽었다. 신성모독. 이단. 이 단어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10세기에서는 무엇을 낳는지, 그는 현대의 지식으로는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것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교회는 경제적 기득권을 잃는 것을 두려워했다. 수력 방아가 도입되면 곡물 분쇄 수익이 줄어든다. 교회가 운영하는 방앗간의 수입이 감소할 것이다. 신성모독이라는 명분 뒤에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숨어 있었다.
그날 오후, 콘스탄티노스는 대주교를 만나기로 결정했다. 편지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느꼈다. 대주교 니콜라우스는 콘스탄티노플의 종교 지도자였다. 황제 다음의 권력이었다. 그를 설득할 수 있다면, 적어도 공개적인 반대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성당은 거대했다. 돔의 높이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콘스탄티노스는 제단 앞에서 대주교를 만났다.
니콜라우스는 나이가 많은 남자였다. 얼굴에는 신앙과 정치가 만들어낸 주름이 깊었다. 그의 눈은 콘스탄티노스를 보는 순간 경계로 가득 찼다.
"황족이시어, 영광입니다."
그것은 인사였지만, 따뜻하지 않았다.
"대주교님, 편지를 받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제 우려를 전했을 뿐입니다."
"신의 영역을 침범한다고 하셨는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니콜라우스는 한 발 물러섰다. 그것은 신체적 물러남이 아니라 정신적 물러남이었다. 자신의 입장을 재정의하는 움직임.
"기술은 신의 영역입니다. 신만이 자연을 지배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그것을 모방하려 한다면, 그것은 신을 모욕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농부가 밭을 일구는 것도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입니까? 목수가 집을 짓는 것도 그렇습니까?"
니콜라우스의 눈이 차가워졌다.
"당신은 순진합니다. 또는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농부와 목수의 일은 신이 인간에게 허락한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기술은 다릅니다. 그것은 자연의 법칙을 왜곡합니다. 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이용해 곡물을 분쇄한다? 그것은 신의 법칙에 대한 도전입니다."
"신의 법칙은 불변입니다. 물은 항상 흘러내립니다. 중력은 항상 작동합니다. 저는 신의 법칙을 이용할 뿐, 그것을 바꾸지 않습니다."
니콜라우스는 침묵했다. 길고 무거운 침묵. 그 침묵 속에서 콘스탄티노스는 대주교가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음을 느꼈다. 논리가 아닌 현실. 그가 말하려던 것은 따로 있었다.
"당신의 말이 논리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논리가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제 우려는 신학적이 아니라 현실적입니다."
"현실적이란?"
"당신의 기술이 도입되면, 교회의 방앗간 수입이 줄어들 것입니다. 교회는 가난한 자들을 돕는 데 그 돈을 사용합니다. 결국 당신의 기술은 가난한 자들을 더 가난하게 만들 것입니다."
콘스탄티노스는 이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것이 진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기술자였고, 경제학자가 아니었다. 기술의 효율성은 알았지만, 그것이 만들어낼 사회적 결과는 예측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대주교님?"
니콜라우스는 제단을 바라봤다.
"시연을 중단하십시오. 그리고 기술을 포기하십시오. 그것이 제국과 교회를 위한 길입니다."
"포기할 수 없습니다."
니콜라우스가 콘스탄티노스를 바라봤다. 그 눈빛은 동정과 경고가 섞여 있었다.
"그렇다면 교회는 이단 심문을 진행할 것입니다. 당신의 기술에 대해, 그리고 당신의 신앙에 대해."
"이단 심문입니까?"
"그렇습니다. 이것은 황족이라는 신분으로도 피할 수 없습니다. 신의 법 앞에서 모두는 평등합니다."
콘스탄티노스는 이 말이 거짓임을 알았다. 신의 법 앞에서는 평등하지 않다. 권력이 있는 자는 항상 우월하다. 하지만 니콜라우스는 그것을 말하지 않았다. 그것이 더 위협적이었다. 대주교는 황제에게 이미 알렸을 것이다. 이것이 황제의 선택이 될 것이라는 것을.
"황제에게 알리겠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황제는 이미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미 우리는 그에게 알렸습니다."
콘스탄티노스는 성당을 떠났다. 그 뒤로 니콜라우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황족이시어, 당신은 이 결정을 후회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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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에게 즉시 보고했다. 황제의 반응은 차분했다.
"대주교가 이단 심문을 진행한다고 했는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시연을 앞당기게. 3개월을 기다릴 수 없다. 2개월 안에 시연을 끝내고, 성공을 증명하라. 그 다음에는 대주교도 침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콘스탄티노스는 2개월 안에 시연을 끝낼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귀족들의 저항도 심화되었다. 레온 말레이노스는 더 이상 항의 편지만 보내지 않았다. 그는 직접 황제에게 항의했다. 아나톨리아 테마의 귀족들을 대표하여. 그들의 주장은 명확했다. 기술의 도입은 지방 경제를 파괴할 것이고, 그것은 결국 제국 전체의 불안정을 초래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황제는 그들의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콘스탄티노스는 황제의 눈에서 무언가가 변했음을 감지했다. 처음의 호기심과 지지가 정치적 계산으로 변했다. 귀족들의 반발, 교회의 반발. 그 사이에서 황제는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계산하고 있었다.
콘스탄티노스는 프세타스의 조언을 다시 생각했다. 기술만으로는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기술이 누구의 손에 들어가는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지금, 기술은 황제의 손에 들어가고 있었다. 귀족과 교회의 저항을 무시하고 기술을 도입하려는 황제의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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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연의 날이 다가왔다.
2개월의 강행군 끝에, 수력 방아는 완성되었다. 카이스트로스 강 근처의 들판에는 수백 명이 모였다. 황제의 지시로 귀족들, 군부 지휘관들, 그리고 교회의 고위 성직자들까지. 모두가 보기 위해 왔다. 이 기술이 무엇인지. 그것이 제국의 미래를 바꿀 것인지, 아니면 모두를 파괴할 것인지.
콘스탄티노스는 강 옆에 서 있었다. 손이 떨렸다. 이것이 처음이었다. 현대의 기술을 10세기에서 구현하는 것.
물이 흘러내리면서 도르래가 돌기 시작했다. 활차가 회전했다. 나무 통에 들어간 곡물이 분쇄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빨라졌다. 더 효율적이 되었다.
현장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 침묵이 깨졌다. 박수였다. 군부 지휘관들의 박수. 프세타스가 가장 크게 박수쳤다.
콘스탄티노스는 그 박수 속에서 희열을 느꼈다. 성공했다. 기술이 작동했다. 10세기의 강에서 현대의 원리가 완벽하게 구현되었다. 그 순간, 그는 모든 것을 이룬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모두가 환호하지는 않았다.
대주교 니콜라우스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의 옆에 선 성직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눈빛은 혐오로 가득 찼다. 신성모독. 마술. 악마의 기술.
그리고 귀족들. 특히 레온 말레이노스와 그의 추종자들. 그들의 표정은 더 복잡했다. 두려움과 분노가 섞여 있었다. 중앙집권화의 물결이 자신들을 밀어낼 것이라는 공포. 그리고 그것을 막을 수 없다는 분노.
바실리우스 2세는 웃고 있었다. 의미심장한 미소로.
콘스탄티노스는 그 미소를 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프세타스의 말이 무엇을 의미했는지.
칼이다. 이것은 칼이다.
그 순간, 황제가 강 위로 말을 타고 나왔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보십시오, 제 형제의 기술입니다. 이것이 제국의 미래입니다."
황제는 웃음을 멈추고 진지해졌다.
"내일부터 이 기술은 제국의 모든 테마에 도입될 것입니다. 생산력을 두 배로 높일 것이고, 군사력을 강화할 것입니다."
콘스탄티노스는 황제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무언가가 손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기술이 기술이기를 멈추고, 권력이 되는 순간. 희열이 무너졌다.
대주교가 나아왔다. 천천히. 위엄 있게.
"황제 폐하,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이 기술은 제국을 파멸로 이끌 것입니다. 즉시 이를 중단하시고, 황족의 이단 심문을 진행할 것을 요청합니다."
황제와 대주교의 눈이 만났다. 정치의 시작이었다. 그 뒤에는 귀족들의 불만과 저항이 따라올 것이다. 중앙집권 권력에 맞서는 기득권의 반격. 그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콘스탄티노스는 그 틈에서 자신이 얼마나 무력한지 깨달았다. 기술을 만들 수는 있었다. 하지만 기술이 어디로 가는지는 통제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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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밤, 콘스탄티노스는 궁전 서고로 돌아왔다. 만지케르트 전투에 관한 기록을 다시 폈다.
피할 수 없다. 역사는 이미 정해져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새로운 것이 기록에 추가되어 있었다. 누군가 손으로 쓴 글씨로. 최근에 쓰인 것 같았다:
"기술은 역사를 바꾸지 못한다. 하지만 기술이 누구의 손에 들어가는지에 따라 비극의 속도는 달라진다. 당신의 기술이 누구의 손에 들어갔는가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되찾을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누가 이 글을 썼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콘스탄티노스는 알았다. 이것이 자신을 향한 경고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기술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 기술을 누구에게 주는지,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봐야 한다는 것. 그것이 진정한 엔지니어의 책임이라는 것을.
콘스탄티노스는 글을 읽고 또 읽었다. 손이 떨렸다. 이번에는 희열이 아니라 다른 감정이었다. 책임감. 두려움. 그리고 무언가를 되돌려야 한다는 절박한 깨달음.
창밖으로 콘스탄티노플의 밤이 보였다. 황제의 도시. 기술이 도입되는 도시. 그리고 곧 변할 도시. 그 변화가 선할 것인지, 악할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콘스탄티노스는 책을 덮었다. 그리고 새로운 설계도를 그리기 위해 펜을 들었다. 이번에는 다른 것을 만들어야 한다. 기술을 통제할 수 있는 것. 기술의 힘을 제한할 수 있는 것. 또는 기술을 되돌릴 수 있는 것.
그것이 가능한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시도해야 한다.
새벽이 올 때까지 그는 펜을 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