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귀, 그리고 깨어남
법정의 형광등이 세상의 끝처럼 보였다.
판사의 목소리가 울렸다. "피고인 이준호, 최후 진술이 있으십니까?"
*"저는... 제 죽음이 시작이 아니라 끝이 되길 원합니다."*
판결문을 읽는 판사의 음성과 심장 모니터의 신호음이 겹쳤다.
—폐직. 명예 박탈. 손해배상.
—비비비비. 비비비비.
응급실의 침대. 제세동기를 준비하는 소리. 누군가의 가슴 압박. 하지만 이미 결정된 것처럼 느껴졌다.
흉부외과 의사 이준호는 죽어야 했다.
그리고 눈을 떴다.
천장이 달랐다. 낡은 병원 천장. 2024년의 LED 조명이 아니라 2014년의 형광등. 하얀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져 있고, 곰팡이 자국이 보였다.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뇌척수액이 역류하는 듯한 느낌이 목을 타고 올라왔다. 구토감이 밀려왔고, 이준호는 침대 옆 금속 대야에 얼굴을 묻었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 감각은 생생했다. 뇌 전체가 뒤틀리는 듯한 고통.
"어라, 깼네요?"
간호사가 들어왔다. 젊은 얼굴. 이준호가 알 만한 얼굴이었다. 김지현. 2014년의 김지현. 흉부외과 병동의 신입 간호사.
"네, 어디가 아프세요?"
"두통이..."
목소리가 자신의 것 같지 않았다. 10년 전의 목소리였다.
"의사 선생님, 검사 결과가 좀 이상해서요. 신경과 교수님이 오시기로 하셨어요."
간호사가 차트를 내려놓고 나갔다. 이준호는 침대에 누운 채로 천장을 바라봤다. 기억이 섞였다. 2024년의 응급실과 지금 2014년의 의료 현장이 겹쳤다.
창문 너머로 서울대병원의 로비가 보였다. 2014년의 로비. 예전처럼 밝고 한적했다. 아직 확장 공사도 시작되지 않았을 때였다.
이준호는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왔다. 다리에 힘이 없었다. 복도로 나갔다. 중환자실 밖은 조용했다.
화장실에 들어갔다.
거울 앞에 섰을 때, 손이 떨렸다.
그 얼굴은 확실히 자신의 얼굴이었다. 10년 전의 얼굴. 검은 눈동자가 선명했고, 얼굴의 주름이 훨씬 적었다. 손가락으로 목 부분을 더듬었다. 피부는 매끄러웠다.
진짜 10년 전이었다.
'회귀했다.'
입으로 중얼거렸을 때, 거울 속의 자신이 같은 말을 했다. 그것이 현실을 받아들이는 신호였다. 죽음의 법정에서 깨어난 것이 아니라, 정말로 2014년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두통이 밀려왔다. 손으로 세면대를 잡았다. 가슴이 철렁했다. 공포와 희열이 뒤섞였다. 10년을 잃었다. 아니, 10년을 얻었다. 그 사이에서 절망이 피어올랐다.
복도로 나왔다. 중환자실 입구에 최명훈 과장이 서 있었다. 2014년의 최명훈. 아직 50대 초반의 젊은 과장. 이준호가 함께 일했던 선배였다. 그리고 10년 뒤에 자신을 배신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어, 이 선생 깼어?"
최명훈이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은 친절했다. 배신자의 웃음이 아니었다.
"네, 과장님."
"기분 어때? 검사 결과 뭔가 이상한 게 있대던데."
"두통이 있고..."
"흠. 신경과에서 상세 검사를 해봐야겠네. 일단 오늘은 쉬고, 내일부터 복귀하자. 흉부외과는 일손이 모자라."
최명훈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통화를 받았고, 얼굴이 굳어졌다.
"네, 원장님... 네, 알겠습니다. 수술 건수요? 이번 달 목표가..."
이준호는 그 통화를 듣고 있었다. 원장 박영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최명훈의 표정이 모든 것을 말했다. 무리한 지시. 실적 압박. 10년 전부터 시작된 악순환.
"알겠습니다, 원장님. 이 달 안에 달성하겠습니다."
통화가 끝났다. 최명훈이 이준호를 다시 봤다. 그의 눈은 이미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그나저나 환자 기록 정렬 좀 해줄 수 있겠어? 입원 환자들 정보가 좀 꼬여 있다고 했는데."
"네, 알겠습니다."
병동 사무실로 향했다. 의료 기록실. 종이 파일들이 가득한 곳. 2014년에는 여전히 전자 기록도 불완전했다.
이준호는 입원 환자 목록을 펼쳤다. 그리고 멈췄다.
'심장 판막 수술. 환자명: 김민준. 67세, 남성. 예정일: 1월 17일.'
그 이름을 보는 순간, 모든 것이 돌아왔다. 2024년의 기억. 응급실의 모니터 음성. 의료사고. 판결문.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시작이 된 환자. 김민준. 심장 판막 수술 중 뇌졸중으로 식물인간이 된 환자.
"이번엔 살릴 수 있다."
이준호가 중얼거렸다. 10년 전의 기억과 10년 뒤의 의료 지식을 결합하면, 그 수술은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그 수술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박준성이 필요했다.
이준호가 휴대폰을 꺼냈다. 2014년의 휴대폰. 박준성의 번호를 눌렀다. 그가 응답했을 때, 이준호의 목소리는 떨렸다. 10년 전의 박준성의 목소리였다. 아직 배신하지 않은 그의 목소리였다.
"어? 이 선생? 뭐 하고 있어?"
"지금 시간 괜찮아? 카페에서 만날 수 있을까?"
"응? 지금? 수술이..."
"중요해. 꼭 만나야 해."
잠시의 침묵. 그 침묵 속에서 이준호는 2024년의 법정을 다시 떠올렸다. 박준성의 증인 신문. 그가 말한 거짓말들. 그리고 그 거짓말들이 자신의 죽음을 만든 과정.
"알겠어. 1시간 뒤 병원 지하 카페에서 보자."
통화가 끝났다.
이준호는 환자 기록을 다시 봤다. 1월 17일까지 6일이 남아 있었다. 그 6일 안에 모든 것을 바꿔야 했다.
병동의 반대편 구석, 간호실의 모니터 화면에서 이수진이 그의 움직임을 보고 있었다. 2014년의 이수진. 아직 완전히 신뢰할 수 있어 보이는 절친한 동료. 하지만 그 표정은 복잡했다. 이준호가 환자 기록을 촬영하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녀는 서서히 의자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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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동 복도에서 이수진이 나타났을 때, 이준호의 심장이 철렁했다.
"뭐 하고 있었어?"
이수진이 물었다.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눈은 그렇지 않았다. 의료진이 환자 기록을 개인적으로 촬영하는 행동은 규정 위반이었다.
"환자 데이터를 정렬하다가."
이준호가 말했다. 거짓은 아니었다. 하지만 전부도 아니었다. 이수진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 환자 특별히 중요한가?"
"아니. 그냥..."
"김민준 환자 말이야. 왜 그 기록만 따로 봤어?"
이준호가 대답하지 못했다. 이수진의 눈이 더 좁혀졌다.
"최 과장이 시킨 거야, 아니면 누가 시킨 거야?"
"아무도 안 시켰어."
"그럼 왜 그 환자를 신경 쓰는 거야?"
이준호는 침을 삼켰다. 이 순간이 중요했다. 이수진을 신뢰할 것인가, 밀어낼 것인가. 10년 뒤의 기억 속에서 그녀는 배신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4년의 그녀가 그럴 보장은 없었다. 시스템의 압박 속에서 모두가 변한다.
"1월 17일에 그 환자 수술이 있어. 복잡한 케이스야. 미리 준비해야 할 것 같아서."
"그냥 최 과장한테 말하면 되잖아."
"그게..."
이준호가 말을 끝내지 못했다. 그 순간, 복도 저쪽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빠른 걸음. 박준성이었다.
"어? 넌 뭐 하고 있어?"
박준성이 이준호에게 물었다. 그의 얼굴에는 약간의 당황이 있었다.
"그냥 환자 기록 정렬 중이었어."
이준호가 대답했다. 이수진은 여전히 그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뭔가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아는 표정이었다.
"1시간 뒤 카페 가기로 한 거 말이야. 나 좀 바빴어. 지금 할 수 있을까?"
박준성이 물었다. 이준호는 그를 바라봤다. 아직 배신하지 않은 박준성.
"지금 바로 가도 괜찮아."
이준호가 말했다.
"어? 지금?"
이수진이 끼어들었다.
"야, 뭐 하는 거야? 근무 중인데."
"금방이야. 30분만."
"30분이 아니라..."
"이수진, 미안해. 중요한 거야."
그 순간, 이수진의 눈빛이 바뀌었다. 뭔가를 결정한 듯한 표정이었다.
"좋아. 가. 근데 나도 같이 가도 돼?"
이준호의 심장이 철렁했다.
"뭐?"
"너희 뭐 하려고 하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가야 할 것 같아. 정리 차원에서."
이수진의 말은 명확했다. 나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뜻이었다. 아니면 이것을 누군가에게 보고하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박준성이 이준호를 바라봤다. 뭔가 진행 중인 일이 있다는 것을 감지한 듯했다.
"뭔데? 뭐 하려고 해?"
이준호는 몇 초간 침묵했다. 결정을 해야 했다. 이 시점에서 이수진을 밀어낼 수는 없었다. 그녀가 이미 의심하고 있었고, 막으려고 하면 더 커질 것이었다.
"환자 케이스 논의. 그것뿐이야."
"1월 17일 환자?"
이수진이 직접 물었다.
"그래."
"그럼 나도 가야지. 나도 수술에 참여할 거니까."
이수진이 가운을 벗으면서 말했다.
3명이 병원 지하 카페로 향했다.
좁은 계단을 내려가며 이준호는 생각했다. 이 만남이 어떻게 흘러갈지, 그리고 이수진의 존재가 얼마나 큰 변수가 될지.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제 혼자가 아니었다.
카페에 도착했을 때, 이준호는 테이블에 앉으며 박준성을 정면으로 마주봤다.
"1월 17일 김민준 환자 수술. 너한테 특별히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뭐?"
박준성이 물었다.
"그 수술에서 모든 변수를 기록해줘. 시간, 혈압, 산소 포화도, 그리고 내가 하는 모든 지시. 다 기록해야 해."
"왜?"
"나중에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
이수진이 끼어들었다.
"뭐가 필요한데? 이준호, 이게 뭐 하는 거야? 왜 수술 기록을 따로 남기려고 해?"
"그냥 철저하게 하려고."
"철저하게? 의료 기록은 이미 병원에서 다 남기는데?"
이수진의 질문은 직설적이었다. 이준호는 대답해야 했다.
"혹시 모르니까. 만약에 문제가 생기면..."
"문제? 수술이 잘못될 수도 있다고?"
"그럴 수도 있지. 고령 환자니까."
"그럼 수술하지 말아야지. 왜 수술을 하는데?"
이수진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카페의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쳐다봤다.
박준성이 중간에 들었다.
"잠깐, 뭐 이러는 거야? 너희 둘이 뭘 계획하고 있는 거 같은데?"
"아무것도 아니야."
이준호가 말했다.
"지금 나한테 이상하게 보이는 건 이게 아니야. 너 왜 이렇게 변했어?"
박준성이 진지하게 물었다. 그의 눈에는 진정한 의문이 있었다.
"뭐가 변했어?"
"넌 항상 혼자 수술을 완벽하게 해내던 사람이잖아. 왜 갑자기 다른 사람의 기록이 필요해? 그리고 이수진한테까지 비밀스럽게?"
박준성의 질문 속에는 예리한 관찰력이 있었다. 이준호는 10년 뒤의 박준성만 생각했는데, 2014년의 박준성은 여전히 동료였다. 아직 배신하지 않은 동료였다.
"그냥... 이번 수술이 중요해서."
"왜 중요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
"무슨 문제?"
박준성이 다시 물었다.
이수진이 테이블을 쳤다.
"이준호, 명확하게 말해줄래? 넌 지금 뭘 하려고 하는 거야? 그 환자가 뭐가 특별한데?"
이준호는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이 순간이 중요했다. 진실을 말할 것인가, 계속 숨길 것인가. 하지만 그들이 이미 의심하고 있었고, 이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다.
"그 환자... 수술이 실패할 거야. 만약 내가 지금처럼 하면."
카페가 조용해졌다.
"뭐?"
박준성이 낮게 물었다.
"그 환자는... 뇌졸중이 올 거야. 수술 중에. 그리고 그게 기록으로 남으면..."
"그럼 기록을 안 남기면 되지. 왜 굳이 기록을 남기려고?"
이수진이 물었다. 그 질문 속에는 이미 깨달음이 있었다. 이준호가 뭔가 기이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 환자를 살려야 하니까."
"뇌졸중이 오는데 어떻게 살려?"
"내가 알고 있으니까."
그 말이 나오는 순간, 두 사람의 표정이 바뀌었다. 불가능한 말이었다.
박준성이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났다.
"뭐... 뭐라고?"
"넌 이 말을 이해할 수 없을 거야. 하지만 믿어줄 수 있어?"
이준호가 말했다. 그것은 도박이었다. 완전한 도박.
"이준호, 넌 지금..."
이수진이 말을 끝내지 못했다. 그 순간, 이준호의 시야가 흔들렸다. 두통이 시작되었다.
"어?"
이준호가 테이블을 잡았다.
"뭐 해?"
박준성이 다가왔다.
"괜찮아?"
이수진도 일어섰다. 의료진으로서의 본능이 작동했다.
"두통이..."
"신경 손상? 뭐가 손상된 거야?"
이수진이 이준호의 얼굴을 들어올렸다. 그의 눈동자를 확인했다.
"병원으로 가야 해. 지금 당장."
"아니... 괜찮아. 금방..."
하지만 이준호의 시야는 계속 흔들렸다. 2014년으로 돌아오면서 겪은 극심한 고통이 다시 밀려왔다.
박준성과 이수진이 그의 양팔을 잡았다.
"응급실로 가자."
이수진이 말했다.
그들이 이준호를 일으켜 세웠을 때, 카페의 창 너머로 병원 건물이 보였다. 2014년의 서울대병원. 그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자신의 죽음을 막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제 혼자가 아니었다.
응급실 침대에 누워 있는 이준호는 천장을 바라봤다. 뇌 스캔이 준비되고 있었다. 의료진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이수진은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고, 박준성은 밖에서 뭔가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 순간, 의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뇌척수액 역류 현상이 보입니다. 신경 손상... 이게 뭐지?"
의사가 모니터를 더 자세히 봤다.
"이런 패턴의 손상은... 처음 봅니다. 어디서 외상이 있었나요?"
이준호는 대답하지 못했다.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회귀. 10년 전으로 돌아온 것. 그 과정에서 뇌가 손상된 것.
그럴 수 없었다.
"외상 없이 이런 현상이?"
의사가 계속 중얼거렸다.
"응급 MRI를 촬영해야겠습니다."
이준호는 눈을 감았다. 2014년이 이렇게 시작되다니. 자신의 죽음을 막으려고 회귀했는데, 회귀 자체가 몸을 해치고 있었다.
응급실 밖에서 박준성이 휴대폰을 들었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최 과장님? 네, 이준호가 응급실에 들어왔습니다. 뇌척수액 역류 현상이라고 했는데..."
잠시의 침묵. 그 침묵 속에서 박준성은 이준호를 돕고 싶은 마음과 조직의 일원으로서의 의무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예, 보고하겠습니다."
통화가 끝났다.
박준성은 휴대폰을 내렸다. 그의 표정은 복잡했다. 최명훈의 목소리는 명확했다. 상황을 보고하라. 그리고 그 보고는 곧 원장에게 전달될 것이었다. 이것이 10년 뒤의 배신으로 이어질 첫 번째 선택이었다. 하지만 지금 박준성은 그것을 알 수 없었다.
응급실 안에서 이수진은 여전히 이준호의 곁에 있었다. 의료진으로서의 직업 의식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동료로서의 신뢰가 더 컸다.
"이준호."
이수진이 그의 손을 잡았다.
"뭐가 일어나고 있는 거야? 진짜로."
이준호는 눈을 떴다. 천장 대신 이수진의 얼굴을 봤다.
"내가... 뭔가 알고 있어. 그런데 말할 수가 없어."
"왜?"
"믿지 못할 거야."
"그래도 말해봐."
이수진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것은 명령이 아니라 요청이었다. 함께하겠다는 신호였다.
이준호는 입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했다. 회귀. 미래의 기억. 그 모든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내가... 미래를 봤어. 정확히는 10년 뒤를."
그 말이 나오자, 이수진의 손이 더 단단해졌다.
"미래를?"
"1월 17일 그 수술에서 뭔가 일어날 거야. 환자가 죽을 거야. 뇌졸중으로. 그리고 그것 때문에..."
"때문에 뭐?"
"내가 죽을 거야. 법정에서."
침묵이 흘렀다. 응급실의 기계음만 들렸다. 심전도 모니터의 규칙적인 신호음. 산소 포화도 측정기의 소리.
"그럼 수술을 하지 말아."
이수진이 말했다.
"할 수 없어. 그 환자는 수술받아야 해. 그리고... 이번엔 다를 거야. 너 때문에. 그리고 박준성 때문에."
이수진은 그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준호의 눈을 봤을 때, 그것이 진실이라는 것을 알았다. 미친 말처럼 들렸지만, 그의 표정은 미치지 않았다. 절박했다. 간절했다.
"내가 뭘 해야 해?"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말아. 그냥 옆에 있어줘."
이수진은 그의 손을 더 단단히 잡았다. 혼자가 아니라는 신호였다.
응급실의 불빛 아래에서, 이준호는 깨달았다.
회귀는 저주였다. 하지만 그 저주 속에서도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 다였다. 그것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이었다.
응급실 밖에서 박준성은 여전히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최명훈에게 보고를 마친 상태였다. 이제 남은 것은 원장의 지시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응급실 안을 보고 있었다. 이준호와 이수진. 그들 사이에 무엇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자신의 선택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조직의 일원인가, 아니면 동료인가. 그 사이에서 박준성은 흔들리고 있었다.
응급실의 침대 위에서, 이준호는 눈을 감았다. 뇌 스캔이 시작되었다. 기계의 소음. 의료진들의 목소리. 그리고 이수진의 손.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6일이 남아 있었다. 1월 17일까지.
그 6일 안에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을까. 아니면 모든 것이 같은 방식으로 반복될까.
응급실 천장을 바라보며 이준호는 생각했다. 원장 박영준의 지시를 받은 최명훈이 무엇을 할 것인가. 박준성이 결국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리고 그 모든 선택들이 1월 17일의 수술장으로 모여들 것인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번엔 혼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만이 이 저주를 깨뜨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