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본문

고아원의 창고는 늘 어두웠다. 엘리아가 옷장을 뒤지다가 떨어진 상자를 집어 들 때, 먼지가 소복이 날렸다. 1월의 햇빛이 창을 통해 들어오는 시간대였다. 수녀가 세탁실에 있을 시간. 아무도 없을 시간.

상자 안에는 헌 옷들이 담겨 있었다. 엘리아는 손가락으로 천들을 헤쳐나갔다. 그러다 종이 한 장을 발견했다. 누렇게 바래진 종이. 글씨가 희미했지만 읽을 수는 있었다.

출생 증명서.

이름: 엘리아 몬트펠리우스. 출생년월일: 18년 전 3월 15일. 인정 사항: 공작 에드몬드 몬트펠리우스의 적출 자녀. 어머니: 마리아 몬트펠리우스 공작부인.

엘리아의 손이 떨렸다. 종이가 와드득 소리를 냈다. 몬트펠리우스. 왕국의 가장 오래된 귀족 가문. 남부 영지를 통치하는 가문. 저주받은 땅.

"거짓이야."

엘리아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확신이 없었다. 증명서 아래에는 또 다른 종이가 있었다. 펼쳐진 편지.

'내가 이 아이를 키울 수 없어서 미안하다. 가문의 이름을 지키기 위해. 용서해라.'

필체는 여성스러웠다. 곡선이 많았고 마지막 글자가 흐려져 있었다. 마치 눈물이 떨어진 듯이.

엘리아는 종이를 집어 들었다. 다시 놨다. 다시 집어 들었다. 가슴이 철렁했다. 그 감각은 너무 낯설어서 무섭기까지 했다.

"나는... 고아가 아니었나?"

그 말이 입에서 나오는 순간, 엘리아는 알았다. 이것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왜냐하면 자신이 기억했기 때문이다. 고아원에 오기 전의 것들. 흐릿하지만 분명한 기억들.

누군가의 목소리. "우리 딸이 아니야."

누군가의 팔. 자신을 내려놓던 그 팔.

누군가의 향수. 사라져 가던 그 냄새.

엘리아는 증명서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손가락으로 가슴팍을 눌렀다. 뛰는 심장이 느껴졌다. 이 심장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분노? 슬픔? 확인? 모두였다.

그리고 가장 강했던 것은, 반박할 수 없는 욕망이었다.

가서 확인하고 싶다는 욕망.

---

공작령의 경계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살아 있는 것과 죽은 것의 경계였다.

도로 한쪽은 초록빛이 감돌았고, 다른 한쪽은 회색이었다. 마치 누군가 거대한 붓으로 선을 그어놓은 듯했다. 엘리아는 그 경계선에 발을 내렸다. 공기가 달라졌다. 차갑고 무거웠다. 마치 누군가의 숨이 그곳에 갇혀 있는 것처럼.

들판은 말라 있었다. 한겨울이었지만, 이곳은 다른 종류의 황폐함을 드러냈다. 풀이 자라지 않은 것이 아니라 자라지 못한 땅. 포도밭이라고 했던 곳은 갈색 덩굴만 무성했다. 농가들은 문이 닫혀 있었고, 연기가 피어오르는 집은 드물었다. 우물은 말라 있었다.

엘리아는 계속 걸었다. 증명서가 주머니에서 무거웠다.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공작 저택은 영지의 중심부에 있었다. 한때는 웅장했을 법한 건물이었다. 석조 벽과 높은 탑들. 하지만 지금 그것들은 회색이었다. 색이 빨려 나간 상태였다. 마치 모든 것이 죽어 있는 것처럼.

엘리아는 정문 앞에서 멈췄다. 손가락이 떨렸다. 초인종을 눌렀다.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 문이 열렸고, 사내 하인이 나타났다. 그의 얼굴에 놀람이 스쳤다.

"실례하지만, 누구..."

"엘리아 몬트펠리우스입니다."

엘리아는 증명서를 꺼냈다. 손이 여전히 떨렸다. 하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잠깐만요."

문이 닫혔다. 엘리아는 추위 속에서 기다렸다. 가슴이 철렁거렸다.

문이 다시 열렸다. 이번에는 다른 사람이었다. 나이 든 여성. 공작부인이라고 추측할 수 있는 우아한 옷차림. 하지만 그 얼굴은 창백했고, 입술은 떨리고 있었다.

"엘리아..."

그 목소리는 엘리아의 가슴을 쿵 내려앉혔다. 마치 자신이 알고 있던 목소리인 것처럼. 하지만 그럴 리 없었다. 18년 전의 목소리를 어떻게 기억할 수 있겠는가.

"어머니입니까?"

그 말이 나오자마자 엘리아는 후회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공작부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눈가가 붉어졌다.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들어와."

그 목소리는 약했다. 하지만 뒤에서 다른 목소리가 울렸다.

"아니야."

그 목소리는 강했다. 결정적이었다.

공작 에드몬드가 나타났다. 엘리아는 그를 보는 순간 알았다. 저 사람이 자신을 버린 사람이라는 것을. 그의 얼굴에는 자신의 얼굴이 있었다. 눈썹의 모양. 턱선. 하지만 그 얼굴에는 차가움만 있었다.

"적출 자녀는 이 가문의 일원이 아니다. 법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엘리아는 그 말을 들었다. 자신의 가슴에 박혔다. 칼처럼.

"나는..."

공작이 손을 들었다.

"돌아가거라. 어디서 왔든 그곳으로."

공작부인이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은 떨리고 있었다. 마리아의 손가락이 남편의 팔을 붙잡으려 했지만, 에드몬드는 몸을 돌렸다.

"에드몬드, 제발..."

"안 된다, 마리아."

공작의 목소리에는 결연함이 있었지만, 그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결정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돌아설 수 없는 사람처럼.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했다. 하지만 결국 그는 입을 다물었다.

"이 아이는 우리의 딸이 아니다."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마치 자신을 설득하기 위한 말인 것처럼.

문이 닫혔다. 엘리아는 그 앞에 남겨졌다. 증명서는 여전히 손에 들려 있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증명서가 있어도 없어도, 그 결과는 같았다.

버려진 것.

엘리아는 돌아섰다. 다시 걷기 시작했다. 발이 나아가는 곳은 자신도 몰랐다. 단지 저택에서 멀어져야 한다는 본능만 있었다.

---

오두막은 영지의 입구에 있었다. 지붕이 기울어져 있었고, 창문은 깨져 있었다. 하지만 문은 열렸다. 엘리아는 그곳으로 들어갔다.

안은 생각보다 깨끗했다. 누군가 최근에 정리한 흔적이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밀가루가 조금 남아 있었고, 벽장 안에는 베이킹 도구들이 놓여 있었다. 나무로 만든 반죽기. 낡은 오븐. 밀가루 자루들.

엘리아는 그것들을 바라봤다. 손을 뻗어 밀가루 자루를 만졌다. 가루가 손가락에 묻었다. 따뜻했다.

"여기서..."

엘리아가 중얼거렸다. 자신도 모르게.

"여기서 뭔가를 할 수 있을 거야."

그 말이 나오는 순간, 엘리아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븐을 닦고, 테이블을 정리하고, 밀가루를 꺼냈다. 손은 자동으로 움직였다. 마치 누군가 자신의 팔을 움직이게 하는 것처럼.

계란. 버터. 소금. 설탕.

모두를 섞었다. 손으로 반죽을 치댔다. 그 순간, 엘리아의 손이 떨렸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 뭔가가 올라왔다. 뜨거운 것. 빨간 것. 이름을 붙일 수 없는 것.

분노. 슬픔. 거절. 버려짐.

그 모든 것이 손가락을 통해 반죽으로 흘러들어갔다.

엘리아는 멈추지 않았다. 계속 치댔다. 손이 더 떨렸다. 눈물이 흘렀다. 자신도 모르게. 그 눈물도 반죽에 떨어졌다.

반죽을 성형했다. 동그란 빵의 모양으로. 오븐에 넣었다.

기다림은 길었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엘리아는 오두막의 한 귀퉁이에 앉아 있었다. 가슴이 철렁거렸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오븐에서 냄새가 났다. 구수한 냄새. 하지만 평소의 냄새와 달랐다. 더 따뜻했다. 더 깊었다.

빵을 꺼냈다.

그 순간, 엘리아의 숨이 멎었다.

빵이 빛나고 있었다. 금빛으로. 마치 햇빛을 머금은 것처럼. 그 빛이 오두막을 부드럽게 밝혔다. 어둠을 밀어냈다.

엘리아는 그 빵을 바라봤다. 손을 뻗어 만졌다. 따뜻했다. 살아 있었다.

"내가... 이것을 만들었어?"

그 말이 입에서 나왔을 때, 엘리아는 처음으로 느꼈다. 희미하지만 분명한 감정을.

희망.

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아주 작지만 꺼지지 않는 희망.

---

다음 날 아침, 엘리아는 제과점의 문을 열었다.

차가운 공기가 들어왔다. 햇빛도 들어왔다. 그리고 무언가 더.

발소리.

엘리아는 고개를 들었다. 한 소년이 오두막 앞에 서 있었다. 나이는 열 살쯤 되어 보였다. 옷은 너덜너덜했고, 얼굴은 창백했다. 하지만 그 코는 계속 냄새를 맡고 있었다.

"어제... 어제 빵 냄새가 났어."

소년이 말했다. 목소리는 작고 떨렸다.

"오늘도... 냄새가 나."

엘리아는 어제 구운 빵 중 하나를 꺼냈다. 여전히 금빛이 약하게 남아 있었다. 소년에게 건넸다.

소년은 그 빵을 받아들었다. 한입 물었다.

그의 얼굴이 변했다. 눈이 커졌다.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그것은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다.

"따뜻해요."

소년이 중얼거렸다.

"따뜻해요. 누군가... 날 보살펴주는 것 같아요."

엘리아는 그 소년을 바라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자신이 만든 것이 단순한 빵이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아직도 알 수 없었다.

오두막 밖에서는 바람이 불었다. 여전히 황폐한 영지 위로. 하지만 오두막 안에서는, 작은 금빛이 타오르고 있었다.

소년은 빵을 다 먹을 때까지 한 자리에 서 있었다. 마지막 한 조각을 입에 넣고 눈을 감았다. 그의 어깨가 가라앉았다. 마치 무언가 무거운 것을 내려놓은 것처럼.

"고마워요."

소년이 속삭였다.

엘리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얼굴을 자세히 봤다. 창백한 피부 아래로 슬픔이 비쳤다. 하지만 지금 그 슬픔은 다르게 보였다. 녹아내리고 있는 것처럼. 누군가의 손이 그것을 어루만지는 것처럼.

소년이 돌아섰다. 오두막 밖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잠깐."

엘리아가 불렀다. 자신도 놀랐다. 자신이 누군가를 붙잡을 일이 있다는 게.

소년이 멈춰섰다.

"이름이 뭐야?"

"토마스예요."

"토마스."

엘리아가 이름을 반복했다. 입에 맛을 봤다. 낯설지만 낯익은 이름.

"내일도 올 거야?"

토마스의 눈이 반짝였다. 마치 누군가 그에게 처음으로 '내일'을 약속해준 것처럼.

"네. 올게요."

그는 달아났다. 오두막을 떠나며 뒤로 돌아보며 웃었다. 그 웃음은 이 영지에서 오래된 것 같았다.

엘리아는 문 앞에 서서 그를 바라봤다. 토마스가 황폐한 들판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있는 건가?"

중얼거린 목소리가 오두막 안으로 돌아왔다.

---

그날 오후, 엘리아는 더 많은 빵을 구웠다. 손은 여전히 떨렸다. 가슴 깊숙한 곳의 뜨거운 것은 여전히 올라왔다. 하지만 이제 그것을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을 반죽 속으로 밀어 넣었다. 의식적으로.

분노를 넣었다. 버려졌다는 분노.

슬픔을 넣었다. 인정받지 못했다는 슬픔.

외로움을 넣었다. 누군가의 품에서 자본 적 없는 외로움.

그 모든 것을 반죽에 담아냈다.

오븐에서 나온 빵들도 빛났다. 어제의 빵보다 더 밝게. 마치 엘리아의 감정이 강할수록 더 밝아지는 것처럼.

하지만 그 빛이 커질수록, 엘리아의 몸은 가벼워졌다. 무언가 자신 안에서 빠져나가는 느낌. 손가락이 저렸고, 눈이 흐려졌다. 감정을 쏟아낸 대가인 것처럼. 마치 자신이 천천히 빵처럼 구워지고 있는 것처럼.

엘리아는 벽에 기대앉았다. 손을 들어 올렸지만, 그 손이 자신의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감각이 희미해지고 있었다. 카이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순간,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여러 개의 발걸음. 한 명이 아니라.

엘리아는 고개를 들었다. 의식을 끌어올렸다.

문이 열렸다. 토마스가 들어섰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뒤따라 들어온 것은 나이 든 여인이었다. 회색 머리, 주름진 얼굴, 하지만 따뜻한 눈.

"토마스가 말했어. 여기서 빵을 구웠다고."

나이 든 여인이 말했다.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우리도... 냄새를 맡았어. 어제부터. 계속."

뒤에 서 있던 주민들이 하나둘 들어왔다. 한 명, 두 명, 셋...

엘리아는 일어났다. 일어나면서 비틀거렸다. 그 여인이 팔을 잡아줬다.

"앉아. 넌 많이 피곤해 보인다."

엘리아는 의자에 앉았다. 그 여인은 테이블 위의 빵을 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웃음을 지었다.

"오래되었군. 이 냄새. 이 온기."

여인이 빵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나누어 먹기 시작했다. 먼저 토마스에게. 그 다음 뒤에 선 사람들에게.

엘리아는 그들을 바라봤다. 하나씩 빵을 받아먹는 주민들의 얼굴이 변해가는 것을. 눈물이 흐르고, 어깨가 가라앉고, 입가에 미소가 피어오르는 것을.

마치 누군가 그들의 가슴 안의 얼음을 녹이고 있는 것처럼.

"너 이름이 뭐야?"

나이 든 여인이 물었다.

"엘리아."

"엘리아. 좋은 이름이다."

여인이 미소를 지었다.

"나는 나인이라고 한다. 이 마을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이지."

그녀는 엘리아의 손을 잡았다. 주름진 손가락이 엘리아의 손을 감쌌다. 따뜻했다. 어머니의 손처럼.

"너의 빵은... 특별하다."

나인 할머니가 말했다.

"단순한 빵이 아니야. 누군가의 마음이 담겨 있어."

엘리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이 마을은 오래 외로웠어. 저주 때문에. 하지만 저주만 때문은 아니야. 사람들이 희망을 잃었거든."

나인 할머니가 계속했다.

"그런데 어제 토마스가 왔어. 빵을 들고. 그것을 본 사람들이 입소문을 냈지. 누군가 이 영지에서 빵을 구웠다고. 누군가가 우리를 생각했다고."

여인이 잠시 멈췄다.

"처음엔 의심했어. 이게 사기 아닌가 싶었어. 하지만 토마스의 얼굴을 봤을 때... 알았어. 이건 진짜라고."

주민들 중 한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토마스 말을 들었을 때, 처음엔 안 올 생각이었어. 하지만 밤새 생각했어. 그 냄새를 맡은 사람들의 얼굴을 봤어. 그리고 왔어."

또 다른 주민이 덧붙였다.

"우리도 마찬가지예요. 토마스가 이 이야기를 퍼뜨렸고, 사람들이 하나둘 모였어요."

나인 할머니가 엘리아를 바라봤다.

"너의 빵은... 그 희망을 다시 불러오고 있어. 보이지? 이들의 눈을."

엘리아는 주민들의 얼굴을 봤다. 정말로 무언가가 변해 있었다. 회색이 걷혀가고 있었다.

"더 많이 구워 줄 수 있을까?"

나인 할머니가 물었다.

"내일? 그리고 그 다음날? 계속?"

엘리아의 가슴이 철렁거렸다. 누군가를 위해 계속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 그것은 엘리아에게 처음이었다.

"나는..."

엘리아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 순간, 오두막의 문이 다시 열렸다.

차가운 바람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바람과 함께 누군가.

남자였다. 나이는 서른 즈음. 얼굴은 차갑고, 눈빛은 예리했다. 옷은 귀족복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공작가의 옷이 아니었다. 왕국의 관료복이었다.

그의 눈이 엘리아를 스캔했다. 그 다음 주민들을. 그 다음 테이블 위의 빵들.

"이것이 소문의 제과점인가."

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날카로웠다.

나인 할머니가 일어섰다.

"손님인가?"

"손님이 아니다. 왕국의 관료, 카이라고 한다."

그는 엘리아 쪽으로 걸어왔다.

"너가 운영자인가? 엘리아라고 불리는?"

엘리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얼굴을 읽으려고 했다. 하지만 감각이 흐릿했다. 그 남자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흥미로운 활동을 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공작령의 주민들을 모아 불필요한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고."

카이가 말했다.

"이것은 왕국의 질서에 방해가 될 수 있다. 공작령은 현재 몰락 상태에 있고, 그 상태가 유지되어야 왕국의 이익이 된다. 그 점을 이해하는가?"

엘리아의 가슴이 철렁거렸다. 누군가 자신의 활동을 왕국에 고자질했다는 뜻이었다.

"이 빵들은 불법인가?"

엘리아가 물었다.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내면은 요동쳤다.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권장되지 않는다."

카이가 대답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는 엘리아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넌 법적으로 이 영지에 있을 권리가 없다. 고아원 출신이라고 들었다. 공작가와의 혈연 관계를 증명할 수 없다면..."

카이가 시계를 봤다.

"3일 내에 신분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 체포 및 추방 대상이 된다. 왕국의 법이다."

엘리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3일이요?"

"그렇다. 3일. 그 사이에 공작가로부터 인정장을 받거나, 다른 법적 증명을 제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카이는 돌아섰다.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럼 이 제과점도 폐쇄될 것이다. 불법 운영으로."

그가 떠난 후, 오두막 안은 침묵으로 가득 찼다.

토마스가 엘리아의 손을 잡았다. 작은 손이 엘리아의 손을 감쌌다.

"그 사람... 누구예요?"

"문제를 일으킬 사람이야."

나인 할머니가 답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따뜻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할 일은 그 사람 때문에 멈추는 게 아니야."

그녀는 엘리아를 바라봤다.

"내일 아침도 문을 열 거지?"

엘리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기 시작했다. 자신의 가슴 깊숙한 곳에서.

공작가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왕국에도 인정받지 못했다. 그렇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토마스의 손. 나인 할머니의 눈. 주민들의 얼굴.

그들이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것. 그것이 자신을 존재하게 해주는 유일한 것.

"네."

엘리아가 말했다.

"내일도 문을 열겠습니다."

나인 할머니가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남은 빵을 한 조각 더 집어 들었다.

"그럼 우리도 내일 올 거야. 그리고 그 다음날도."

그녀가 나머지 주민들을 바라봤다.

"이 영지의 저주는 오래되었다. 하지만 희망도 오래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

주민들이 하나둘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그날 밤은 끝났다.

하지만 엘리아의 불안은 끝나지 않았다. 카이의 말이 자꾸만 떠올랐다. '3일 내에 신분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 체포 및 추방 대상이 된다.'

공작 에드몬드는 자신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었다. 증명서가 있어도 소용없었다. 공작부인 마리아는 자신을 받아들이고 싶었지만, 남편이 거절했다. 그렇다면 루카스는 어디에 있는가? 왜 그 이름이 공작의 입에서 나오지 않았는가. 왜 가문의 이름조차 언급되지 않았는가.

엘리아는 주머니에서 공작부인의 편지를 꺼냈다. 촛불을 들었다. 희미한 글씨를 비추었다.

'루카스를 지켜줄 수 있다면...'

그 문장이 드러났다. 지워진 글씨. 눈물에 번진 글씨.

엘리아의 손이 떨렸다. 루카스. 그 이름이 왜 공작 저택에서 조심스럽게 지워져 있었을까. 그리고 어머니는 왜 이 아이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포기했을까.

엘리아는 밤새 그것을 생각했다. 토마스의 손을 놓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발은 점점 불안정해져 가고 있었다.

3일. 그것이 자신에게 남겨진 시간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엘리아는 결정했다.

내일 아침, 공작 저택으로 다시 가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에드몬드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공작부인 마리아를 만나야 한다. 그리고 루카스의 이름이 왜 그렇게 조심스럽게 지워져 있는지, 그것이 자신의 신분 증명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

루카스를 찾아야 한다. 그것이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수도 있었다.

엘리아는 창문 너머 황폐한 들판을 바라봤다. 여전히 회색이었다. 여전히 죽어 있었다. 하지만 오두막 안에서는 구운 빵의 온기가 남아 있었다. 그리고 토마스의 손은 여전히 따뜻했다.

3일 안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것은 아직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엘리아는 알았다. 자신이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을. 토마스도, 나인 할머니도, 그리고 이 영지의 주민들도.

그들을 지켜야 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지켜야 한다.

엘리아는 밤이 새도록 깨어 있었다. 루카스에 대해 생각하며. 그 이름이 가문에서 왜 그렇게 신중하게 다루어지는지. 그것이 자신의 정체성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새벽이 다가올 때, 엘리아는 다시 빵을 구웠다. 이번에는 절망이 아니라 결연함을 담아서. 그 빵은 어느 때보다 밝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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