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법 수업 시간은 항상 같은 방식으로 끝났다.
"레이, 이번엔 어떻게 된 거지?"
리안 교사는 한숨을 쉬며 채점 결과판을 내려놨다. 0점. 또 0점이었다. 마법 구현 실습에서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불꽃 하나도, 물기둥 하나도 없었다. 그저 레이의 손끝에서 나온 것은 공기뿐이었다.
"죄송합니다, 교사님."
레이는 인사를 했다. 고개를 숙이고, 가슴팍에 손을 모으고, 진지한 표정으로. 이미 수십 번 반복한 동작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이 동작이 너무 자연스러워졌는지 레이 자신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뒤에서 웃음이 나왔다. 2반 학생들이었다. 수업을 관찰하러 온 상급생들이 10반의 모습을 즐기는 듯했다. 한 명이 다른 친구에게 속삭였다. 목소리가 충분히 들릴 정도로.
"저게 정말 인간이라고 할 수 있나? 마법도 못 쓰는데."
레이는 들은 척 하지 않았다. 얼굴에 미안함을 담아두고, 마음속으로는 '너희들 좋겠네'라고 생각하는 것. 그게 10반 학생의 생존 기술이었다.
"다음 시간에 더 열심히 해봐, 레이."
리안 교사의 위로는 진심이었다. 하지만 진심이기에 더 무거웠다. 그 진심 속에는 '어차피 넌 안 되겠지만'이라는 포기가 숨어 있었으니까.
수업이 끝나고 복도로 나왔을 때, 손전등을 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의 창고는 어두웠으니까. 휴대용 마법 손전등. 재미있는 것은 레이도 이 정도는 된다는 것이었다. 손전등처럼 단순한 물건은 마법을 써서 켤 수 있었다. 다만 마법 수업에서는 왜 안 되는지 알 수 없었다.
도서관 창고로 향했다. 창고는 어두웠다. 창문이 없고, 전기 불도 제대로 켜지지 않는 곳이었다. 레이는 손전등을 켰다.
책장들 사이를 헤매다가, 레이는 그것을 발견했다.
낡은 검.
책장 뒤쪽,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숨겨둔 듯한 자리에 있었다. 칼날은 녹슬어 있었고, 손잡이는 가죽이 벗겨져 있었다. 정말로 오래된 물건이었다. 마치 백 년, 아니 그 이상을 여기 있었던 것처럼.
레이는 그것을 집었다.
그리고 그 순간, 뭔가 이상했다.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였다. 칼날을 잡는 각도를 조정했고, 손목이 검을 들어올리는 각도를 맞췄다.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이 자신의 손을 조종하는 것처럼. 하지만 이건 조종이 아니었다. 이건 자신의 손이었고, 자신의 움직임이었다.
다만, 자신이 아는 움직임이 아니었을 뿐이다.
손맛이 있었다. 마치 평생을 검을 들어온 손의 느낌. 손가락의 위치, 손목의 각도, 팔의 힘의 분배. 모든 것이 완벽하게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이 손맛은 레이의 것이 아니었다.
그 순간, 레이의 눈앞이 어두워졌다.
전장. 피로 물든 땅. 쓰러진 시체들.
누군가의 비명이 울렸다.
"다시 올 거야, 넌 영원히 나한테서..."
칼날이 적을 가르고 있었다. 검은 피로 반짝였다. 주변에는 수십 명의 시체가 널려 있었다. 하늘은 붉었다.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불 속에서 누군가가 손을 들었다. 검을 들었던 손과 같은 손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손은 떨리고 있었다.
"강해. 너무 강해서... 날 봉인해야 해."
그 목소리는 공포에 떨리고 있었다.
검이 내려쳤다. 자신이 검을 내려쳤다. 검을 휘두르는 손. 그 손은 강했다. 정말로 강했다.
하지만 그 검은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안 돼. 안 돼. 안..."
그리고 모든 게 끝났다. 검이 멈췄다. 강한 마법의 결계가 검을 막았다.
레이는 도서관 창고에 서 있었다. 손전등은 여전히 켜져 있었고, 검은 여전히 자신의 손에 들려 있었다. 하지만 이제 칼날에는 피가 없었다. 오직 녹만 있었다.
숨이 가팔랐다. 심장이 요란하게 뛰고 있었다. 마치 진짜로 전장에서 돌아온 것처럼. 손가락이 저렸다. 목이 조여 오는 듯했다. 시야가 흔들렸다.
"뭐야..."
레이는 중얼거렸다. 손이 떨렸다. 검을 다시 보았다. 녹슨 칼날, 벗겨진 가죽 손잡이. 모든 게 여전했다. 다만 이제 손잡이가 따뜻했다. 분명히 따뜻했다.
레이는 검을 들었다. 이번엔 천천히. 조심스럽게. 하지만 손가락은 여전히 저절로 움직였다. 마치 이미 알고 있는 손맛처럼. 그리고 그 순간, 레이는 깨달았다.
이건 조종이 아니다. 이건 기억이다.
누군가의 기억이 자신의 손을 빌려 움직이고 있다는 것. 그 사실이 무서웠다. 손이 내 것이 아닌데 내 것 같은 이 감각. 내가 아닌 누군가가 나를 조종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공포. 그리고 더 무서운 것은, 그 누군가가 나 자신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검을 들고 기숙사로 돌아갔다. 아무도 모르게. 복도를 지나갈 때, 몇몇 학생들이 레이를 보았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낙제생이 뭘 들고 다니든 상관없었으니까.
방에 들어간 레이는 검을 침대 밑에 넣었다. 누군가 보면 안 되니까. 그리고 누웠다. 천장을 바라봤다. 마음이 계속 요란했다. 전장의 소리가 귓가에 맴돌고 있었다.
밤이 깊어갔다. 밤중이 되었을 때, 레이는 다시 검을 꺼냈다. 밤이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무도 보지 않을 테니까.
검을 집었다.
그리고 그 순간, 방 안이 밝아졌다. 푸른 빛이었다. 칼날에서 나오는 푸른 빛.
"드디어... 깨어났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검에서. 검에서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레이는 손에서 검을 떨어뜨릴 뻔했다. 하지만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여서 검을 붙잡았다.
"누구... 누구야?"
레이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 나는..."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이상하게도 낯익었다. 마치 자신의 목소리를 깊게, 오래되게 만든 것처럼.
"나는 검신이다."
푸른 빛이 더욱 강해졌다. 레이의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여 검을 들어올렸다. 칼날이 공중에서 호를 그렸다.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이 레이의 팔을 조종하는 것처럼.
아니다. 레이는 그 감각을 안다. 이건 조종이 아니다.
이건 '기억'이다.
"진정해. 겁먹지 마."
검신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이번엔 조금 더 부드러웠다. 아니, 부드럽다기보다 지쳐 있었다. 마치 수천 년을 잠자고 깨어난 존재의 피로가 담긴 목소리.
"넌... 언제부터 여기 있었어?"
레이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자신의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손가락이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검을 천천히 돌리며, 날을 살피고, 균형을 맞추고 있었다. 평생 해본 적 없는 움직임인데, 마치 어제 한 일처럼 자연스러웠다.
"오래됐다. 정말 오래됐다. 이 검 안에 갇혀서... 누군가가 나를 봉인했다. 마법으로. 강한 마법으로."
검신의 목소리에 분노가 섞여 있었다. 레이의 손이 더욱 강하게 떨렸다.
"그리고 넌... 넌 왜 나를 깨웠지?"
"나는... 그냥 검을 집었을 뿐인데..."
"그냥? 그냥이 아니다."
검신이 끊어 말했다. 푸른 빛이 더욱 강해졌다. 레이의 눈이 아파올 정도였다.
"넌 나를 찾았다. 수백 년을 기다린 나를. 그리고 넌... 넌 내가 알던 자다."
"뭐라고?"
레이가 물었다. 하지만 검신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침묵만 흘렀다. 그 침묵 속에서 레이는 뭔가를 느꼈다. 검신이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 무언가 중요한 것을 판단하고 있다는 것.
"일단 숨어. 이 검을. 그리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숨어? 왜..."
"왜냐하면 넌 이제 추적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검신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위험스러운 톤이었다.
"내 기억을 깨우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이렇게 강하게. 그건 마법의 파동을 남긴다. 아주 특별한 마법의 파동을. 누군가는 이미 감지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이미 알았을 것이다. 특히 그들이라면."
"그들? 누구야?"
레이가 다시 물었지만, 검신은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푸른 빛이 천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칼날의 빛이 희미해졌다.
"이제 충분히 말했다. 너를 깨우는 것만으로도 내 힘을 많이 썼다. 다시 쉬어야 한다."
"잠깐, 잠깐만! 더 말해줄 게 있잖아! 넌 누구야? 그리고 나는 왜..."
"내일 밤에 다시 이야기하자. 지금은 쉬어야 한다. 그리고 넌... 조심해야 한다."
푸른 빛이 완전히 사라졌다. 검은 다시 녹슨 칼날 하나로 돌아갔다. 방은 다시 어두워졌다. 손전등만 켜져 있었다.
레이는 검을 들었다. 손가락이 더 이상 저절로 움직이지 않았다. 다시 자신의 손이 되었다. 하지만 손맛은 여전했다. 따뜻함도 여전했다. 그리고 더 이상 거부감이 없었다.
그 순간, 복도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레이는 재빨리 검을 침대 밑에 집어넣었다. 손전등도 껐다. 침대에 누웠다. 숨을 고르려고 했지만, 심장은 여전히 요란하게 뛰고 있었다.
발자국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그리고 레이의 방 앞에서 멈췄다.
목 뒤가 따끔했다. 숨이 얕아졌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는 느낌. 포식자의 시선.
복도에서 누군가의 작은 신음이 들렸다. 그리고 그 사람은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방 안의 무언가를 감지하려는 것처럼 복도에 서 있었다. 레이는 그 침묵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가 검의 파동을 찾고 있다는 것. 바로 그 파동을.
얼마나 지났을까. 발자국 소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엔 느리게, 신중하게. 마치 뭔가를 마지막으로 확인하려는 것처럼. 그리고 마침내 발자국은 복도 끝으로 사라졌다.
레이는 눈을 떴다. 천장을 바라봤다. 마음이 급해졌다. 검신의 말이 생각났다.
'누군가는 이미 감지했을 것이다.'
누군가가 방 앞에 섰었다. 그리고 뭔가를 감지했다. 검의 파동을. 레이는 침대 밑을 바라봤다. 검은 어둠 속에 숨겨져 있었다. 따뜻한 손잡이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레이는 그걸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그곳에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처럼.
'누가 방 앞에 섰던 거지? 그리고 왜 가버렸어?'
레이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검신의 기억, 푸른 빛, 그리고 이제 복도의 정체 모를 발자국까지.
평생 무능했던 낙제생이 하루 만에 얻은 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문제는, 그게 모두 위험한 것들이라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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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레이는 얼굴이 창백했다. 밤새 잠을 자지 못했다. 검신의 말이 계속 맴돌고 있었다. 추적당한다는 말. 그들이라는 정체 모를 존재. 그리고 어제 밤 복도의 발자국. 누군가가 자신을 찾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
교실에 들어갔을 때, 마법 수업이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좋아, 이번 주제는 기초 발화 마법이야. 누구든 시도해볼 수 있지."
리안 교사가 손을 들었다. 여러 학생이 손을 올렸다. 1반, 2반 학생들이었다. 10반 학생들은 손을 들지 않았다. 어차피 실패할 거라고 알고 있었으니까.
"레이, 너는 어때? 한 번 해볼래?"
리안 교사가 갑자기 레이를 지목했다. 교실이 웃음으로 가득 찼다. 낙제생이 발화 마법을 한다고? 농담도 그렇지.
레이는 천천히 일어섰다. 몸이 무거웠다. 밤새 긴장해서일 것이다.
"알겠습니다."
레이가 앞으로 나갔다. 리안 교사는 손가락으로 불꽃을 만들어 보여줬다.
"이렇게 마법력을 집중시켜서..."
레이는 손을 들었다. 마법력을 집중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였다.
'잠깐, 이건...'
레이의 손가락이 검을 쥐는 모양을 취했다. 마치 기억 속 검술의 형태처럼. 검신의 손맛이 레이의 손을 빌렸다.
손이 떨렸다. 손가락 끝이 저렸다. 마법력이 역류하는 느낌. 신체 곳곳에 통증이 흘렀다.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의 에너지가 자신의 몸을 지나가고 있는 것처럼.
그 손이 마법력을 그었다. 검신의 기억이 마법을 그었다.
그리고 그 순간, 레이의 손에서 불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그건 단순한 불이 아니었다. 불꽃이 칼날처럼 날카롭게 형성되었다. 깨끗하고, 정확하고, 제어된 형태. 마치 검술의 일격을 마법으로 표현한 것처럼.
"오!"
리안 교사가 놀라 외쳤다. 다른 학생들도 놀랐다. 하지만 교사의 눈빛이 달라졌다. 단순한 놀라움이 아니라, 뭔가를 확인한 듯한 표정이었다.
"좋아! 정말 좋아! 이게 바로 발화 마법이야!"
리안 교사가 박수를 쳤다. 다른 학생들도 따라 박수를 쳤다. 하지만 교사의 시선은 계속 레이에게 머물러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알아채려는 듯이.
그 순간, 레이는 교실 뒤쪽에서 누군가의 날카로운 시선을 느꼈다.
검은 머리, 차가운 눈빛.
2반의 시르바였다.
시르바는 레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뭔가를 분석하는 것처럼. 마치 뭔가 이상한 것을 감지한 것처럼.
목 뒤가 따끔했다. 숨이 얕아졌다. 레이는 그 감각을 알았다. 어제 밤 복도에서 느꼈던 것과 같은 감각. 포식자의 시선.
시르바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용히. 그리고 교실 뒤쪽에서 앞쪽으로 한 발 다가섰다. 마치 사냥감을 확인하기 위해.
그 움직임은 아주 작았지만, 레이는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 누군가가 자신의 정체를 파악하려 하고 있다는 것.
시르바의 입가에 아주 작은 미소가 떠올랐다. 마치 사냥감을 발견한 포식자의 미소처럼.
사냥은 이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