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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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아카데미 깊숙이의 탑 위에서 카시안 총장의 검은 빛이 번개처럼 내려쳤다.

레오는 아리아를 안은 채 몸을 날렸다. 검은 마법이 그의 발끝을 스쳤고, 대리석 바닥이 폭발하듯 갈라졌다. 금색의 다리 위에서 셀린느와 카이가 손을 모아 방어막을 세웠지만, 카시안의 힘 앞에서 그것도 순간의 버팀목일 뿐이었다.

"혼종은 두 세계의 오염이다."

카시안의 목소리는 차갑고 명확했다. 검은 눈이 빛나며 그의 몸 주위로 검은 마법이 소용돌이쳤다. 아카데미 전체가 그의 의도에 복종하듯 벽이 변형되고, 공간 자체가 휘어졌다. 마법과 현실의 경계는 무너지고 있었다.

"제거되어야 할 존재."

레오의 가슴이 철렁했다. 그의 손이 떨렸다. 아리아가 그의 팔을 더 세게 안았고, 그 감촉이 현실이었다. 따뜻하고, 실제적이고, 거짓이 아닌.

레오는 천천히 일어섰다. 셀린느가 외쳤다.

"도망쳐! 차원 균열로!"

하지만 레오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 대신 눈을 들어 카시안을 바라봤다. 자신의 눈도 빛나기 시작했다. 마법 파장과 현실의 무게가 동시에 흘러나왔다.

"난 혼종이 아닙니다."

목소리가 떨리지 않았다.

"난 두 세계의 오염이 아닙니다. 난 새로운 길입니다."

카시안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은 비웃음이었다.

"새로운 길? 그런 것은 없다. 모든 것은 순수성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만이 질서다."

"질서는 한 가지가 아닙니다."

레오가 한 발 내디뎠다. 금색의 다리가 그의 발 아래에서 울렸다.

"내가 처음 이 아카데미에 들어왔을 때, 난 마법을 감지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비정상이라고 낙인찍혔습니다. 하지만 지금 난 마법도 감지하고, 현실도 감지합니다. 둘 다 내 것입니다."

카시안의 검은 마법이 더욱 거세져 올랐다. 아카데미의 탑이 울렁거렸다.

그 순간, 셀린느가 손을 펼쳤다.

"이제 가! 모두!"

카이가 화의 마법을 방출했다. 거대한 불의 벽이 카시안과 레오 사이를 가로막았다. 아리아가 레오의 손을 잡아당겼다.

"가자, 레오!"

그들은 탑에서 뛰어내렸다. 아카데미의 벽을 뚫고, 금색의 다리를 달아나가며 어둠으로 떨어져 내렸다. 카시안의 검은 빛이 그들을 뒤쫓아왔다.

차원 균열이 보였다.

아카데미와 현실의 경계—마법의 하늘과 도시의 하늘이 겹쳐 보이는 가장 얇은 지점. 그곳에서 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마법의 빛과 현실의 빛이 섞여서.

"이곳이야."

셀린느가 뒤따라왔다. 카이도. 그들의 얼굴이 창백했다.

차원 균열 경계에 도달한 순간, 셀린느가 무릎을 꿇었다. 부총장의 몸이 떨렸다.

"내가 너 나이 때도 혼종이었다. 그것을 숨겼고, 두 세계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다. 하지만 넌 다르다. 넌 둘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셀린느의 목소리가 잠시 끊겼다. 그녀의 눈이 레오를 직시했다.

"그래서 난 너를 붙잡을 수 없어. 넌 가야 해. 둘 다를 위해."

레오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것은 약함이 아니었다. 그것은 깨달음이었다. 셀린느의 말이 그의 선택을 명확히 했다. 자신처럼 숨기고 살아온 삶이 아니라, 둘 다를 품고 나아가는 삶. 그것이 유일한 길이었다.

차원 균열이 더욱 크게 울렸다. 카시안의 검은 마법이 다가오고 있었다. 시간이 없었다.

"셀린느, 카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어?"

레오가 급히 물었다.

"이 방어막은 삼십 초. 그 이상은..."

셀린느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의 이마에서 피가 흘렀다.

"삼십 초면 충분해."

레오가 중얼거렸다.

레오는 양손을 펼쳤다.

혼종의 감각이 완전히 깨어났다. 마법 아카데미의 하늘이 보였다. 무한한 마나가 소용돌이치는 그 하늘이. 동시에 현실 세계의 하늘도 보였다. 도시의 불빛과 밤의 바람이 흐르는 그 하늘이.

두 하늘이 그의 손 안에서 공명했다.

금색의 빛이 폭발했다. 마법과 현실의 경계가 흔들리며 새로운 형태로 변했다. 그것은 닫힘이 아니었다. 그것은 열림이었다.

검은 마법과 금색의 빛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카시안의 검은 빛은 절대적이었다. 아카데미 전체를 지배하는 권력의 구현이었다. 하지만 레오의 금색은 달랐다. 그것은 두 세계를 동시에 담은 빛이었다. 마법도, 현실도 아닌 새로운 것의 형태였다.

검은 빛이 금색을 집어삼키려 했다. 그러나 금색은 검은 빛 속으로 침투했다. 두 에너지가 부딪히는 지점에서 공간이 갈라지고, 아카데미의 벽이 울렁거렸다.

"불가능하다."

카시안의 목소리가 아카데미 전체에 울렸다.

금색이 이겼다.

균열의 중심에서 레오의 몸이 흔들렸다. 혼종의 감각을 완전히 해방시키는 대가는 무거웠다. 검은 문양이 그의 팔 전체를 덮고 있었고, 가슴에서는 마법과 현실의 에너지가 교차하며 타오르고 있었다.

레오의 시야가 왜곡되기 시작했다. 마법의 하늘과 현실의 하늘이 겹쳐져 삼중, 사중으로 중첩되었다. 그의 목소리가 변조되었다. 한 순간은 청소년의 음성이었다가, 다음 순간은 마법 자체가 말하는 듯한 울림이 섞였다. 자아가 흩어지는 공포가 순간 그를 짓누르다가, 아리아의 목소리가 그를 붙잡았다.

"레오, 멈춰. 너무 많이 써."

"한 번만."

레오의 목소리는 낮고 결연했다. 그것은 청소년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경계 자체가 말하는 목소리였다.

"한 번만 더."

그는 손을 더욱 높이 들었다. 금색의 빛이 손가락 끝에서 흘러내렸고, 그것이 공간을 갈라내기 시작했다. 아카데미의 탑이 흔들렸다. 현실 세계의 도시 하늘이 균열 속에서 반짝였다.

카시안이 탑 위에서 움직였다. 그의 검은 마법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 한다는 듯 소용돌이쳤다. 하지만 그 움직임은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았다. 총장의 손이 떨렸다. 그의 검은 눈이 흔들렸다.

자신의 절대적 질서가 깨져가는 것을 목격하는 순간, 카시안의 몸 전체가 경직되었다. 그가 지키려던 순수성의 세계가 무너지고 있었다. 혼종이라 부르며 제거하려던 존재가 오히려 새로운 길을 열고 있었다. 무릎이 굽혀가고 있었다. 자신이 절대라고 믿던 권력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며, 카시안은 처음으로 자신의 한계를 직면했다.

"너 같은 불순함은 이 세계에서 허락될 수 없다."

총장의 목소리는 이미 절망으로 갈라지고 있었다.

"나는 불순하지 않아."

레오가 대답했다. 그의 검은 눈이 금색으로 변했다.

"나는 새로운 거야."

그 순간이었다.

셀린느가 움직였다. 부총장은 자신의 모든 마법을 모아 카시안의 공격 경로를 틀어냈다. 검은 빛이 미세하게 휘었고, 그 틈이 벌어졌다.

카이가 그 틈으로 달렸다. 순혈 마법사인 그가 자신의 모든 원소 마법을 방어막으로 펼쳤다. 화, 수, 토, 풍이 서로 얽혀 카시안의 다음 공격을 막았다.

그 순간 카이의 입에서 피가 흘렀다. 순혈의 우월성이라고 믿어온 자신의 한계를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자신이 얼마나 취약한지, 얼마나 제한된 존재인지를 깨닫는 고통이 그를 관통했다. 하지만 카이는 계속 서 있었다. 방어막을 유지했다. 레오를 지켜내기 위해.

"가, 레오!"

아리아가 레오의 손을 잡아 끌었다. 그녀의 혼종의 감각이 그를 이끌었다. 균열의 중심에서 가장자리로. 가장자리에서 그 너머로.

그들이 움직이는 순간, 카시안이 비명을 질렀다.

"도망치지 말아라! 혼종들은 제거되어야 한다!"

"우린 이미 제거되지 않았어."

레오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중얼거렸다.

"그래서 더 끔찍해."

카시안의 눈에서 검은 빛이 폭발했다. 하지만 그때 셀린느가 차원 자체를 틀어냈다. 공간이 흔들렸고, 카시안의 마법이 공중에서 산산조각 났다.

카이의 방어막이 흔들렸다. 그의 입에서 피가 흘렀다. 순혈 마법사가 이 정도 압박을 견디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가, 가!"

카이가 외쳤다.

레오와 아리아가 균열의 경계에 도달했다. 그곳에서 두 세계가 가장 얇게 만났다. 마법 아카데미의 공간과 현실 세계의 공간이 거의 겹쳐 있었다.

레오는 발을 멈췄다.

뒤에서 셀린느와 카이가 카시안의 공격으로부터 자신들을 지켜내고 있었다. 셀린느의 방어막이 흔들리고 있었다. 아마 십 초 안에 무너질 것이었다.

"이제 뭐 하는 거야?"

아리아가 물었다. 그녀의 손이 떨렸다.

"선택해야 해."

레오가 대답했다.

"돌아갈까, 나아갈까."

"돌아가면?"

"모두를 데리고 나간다. 그리고 여기는 닫힌다."

"나아가면?"

레오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손을 펼쳤다. 그의 손에서 나오는 금색의 빛이 차원 균열 전체를 비추고 있었다. 그 빛 속에서 레오는 선택의 순간을 맞았다.

두 세계를 동시에 품을 수 있는 문으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돌아갈 것인가.

그 선택의 사이에 있는 순간, 레오는 자신의 몸 속에서 무언가를 느꼈다. 혼종의 감각이 아니었다. 더 깊은 것이었다. 마법과 현실이 만나는 지점에서 나타나는 또 다른 감각이었다.

그것은 고통이었다.

두 세계를 동시에 감지하는 것의 고통.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할 수 없는 존재의 고통.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아름다움이기도 했다.

뒤에서 셀린느의 외침이 들렸다.

"레오! 결정해!"

카시안의 검은 빛이 방어막을 뚫고 있었다. 시간이 거의 없었다.

그 순간, 레오는 셀린느의 말을 다시 들었다.

'그래서 난 너를 붙잡을 수 없어. 넌 가야 해. 둘 다를 위해.'

숨기고 살아온 삶이 아니라, 둘 다를 품고 나아가는 삶. 그것이 셀린느가 자신에게 허락해준 길이었다.

"나는..."

레오가 천천히 말했다.

"둘 다 버릴 수 없어."

그의 손이 움직였다. 금색의 빛이 균열 전체를 관통했다. 마법 아카데미의 공간과 현실 세계의 공간이 겹쳤다. 그것은 융합이 아니었다. 그것은 공존이었다.

차원 균열이 닫혀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 희미한 빛의 선이 남았다. 마법과 현실을 동시에 담은 빛의 선이. 그리고 그 빛 너머로 또 다른 형태들이 보였다.

혼종들이었다.

차원 균열 안에 갇혀 있던 혼종들이. 마법 아카데미의 진정한 목적—혼종 능력을 시험하고, 이계의 비밀을 규명하기 위해 모아뒀던 존재들이. 수십 개의 혼종들이 그 희미한 빛 너머에 서 있었다. 마법과 현실 사이의 경계에서, 자신들의 자리를 찾던 존재들이.

"우리가... 있었어?"

아리아가 속삭였다.

"계속 있을 거야."

레오가 대답했다.

차원 균열은 완전히 닫혔다. 하지만 그 닫힘은 끝이 아니었다. 새로운 시작이었다.

레오가 몸을 돌렸다. 셀린느와 카이가 여전히 카시안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창백했고, 방어막이 갈라지고 있었다.

"이제 나갈 시간이야."

레오가 손을 펼쳤다. 이번에는 남은 모든 혼종의 감각을 써서, 아카데미 전체의 마법 흐름을 꺾었다. 순간 모든 곳의 마나가 정지했다.

카시안의 공격이 멈췄다.

그 찰나에 셀린느가 그들을 잡아당겼다. 네 명이 함께 남겨진 희미한 빛의 선으로 뛰어들었다.

카시안의 비명이 뒤에서 울렸다.

"불가능하다! 너희는 여기서 나올 수 없다!"

"우린 이미 나왔어."

레오가 빛의 선 속에서 중얼거렸다.

그들은 떨어졌다. 마법 아카데미에서. 현실 세계로. 그 사이의 경계에서.

도시의 골목에 도착했을 때, 레오의 눈은 이미 일반적인 검은색으로 돌아와 있었다. 하지만 그의 팔의 검은 문양은 여전했다. 그리고 가슴에는 금색의 빛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레오는 손을 펼쳤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두 세계 사이에서 자아를 유지하는 것이 이미 힘들었다. 조금 더 오래 그 상태를 유지하면, 그는 허공으로 떠올라 두 세계 어디에도 닿지 못할 것이었다. 그것이 혼종의 대가였다.

"우린 어디야?"

카이가 물었다. 순혈 마법사인 그는 이 현실 세계에 발을 디디고 처음으로 혼란스러워했다. 마법 없이 흐르는 공기, 마나 없는 하늘. 그의 우월성이 더 이상 의미를 갖지 않는 세계였다.

"집으로 가는 길."

셀린느가 대답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피로가 있었지만, 동시에 안도감도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시작으로 가는 길이기도 해."

레오는 말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눈이 하늘을 향했다. 현실 세계의 하늘이었지만, 그 너머로 마법 아카데미의 하늘이 희미하게 보였다. 두 하늘이 동시에.

그것은 혼종의 감각이었다.

아리아가 그의 손을 잡았다.

"우린 이제 뭐 하는 거야?"

"살아가."

레오가 대답했다.

"둘 다의 세계에서."

현실 세계의 도시는 여전히 밤이었다. 불빛이 흩어져 있고,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 골목의 어딘가에는 아직도 차원 균열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희미한 빛의 선이.

그리고 그 빛을 따라, 또 다른 혼종들이 천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덟 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먼저 나왔다. 그녀의 눈은 반은 마법의 금색, 반은 현실의 검은색이었다. 그 뒤로 십 대 중반의 소년, 스무 살 즈음의 청년이 따라왔다. 그들의 첫 발걸음은 어색했다. 두 세계 사이에서 비틀거리는 몸짓이었지만, 그들은 계속 나아갔다.

카이는 그 모습을 바라봤다. 순혈 마법사의 그가 혼종들을 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서 우월성의 확신이 사라지고 있었다. 대신 무언가 새로운 것이 자라나고 있었다.

"저들이 계속 나올 거야?"

카이가 물었다.

"응."

레오가 대답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야."

아리아는 레오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현실 세계의 골목에서, 혼종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었다. 마법 아카데미의 절대적 질서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마법과 현실이 공존하는 질서가.

그것이 바로 레오가 만든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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