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도시의 골목은 항상 그렇게 회색이었다.

레오는 벽에 기대선 채 한숨을 쉬었다. 학교 복도에서 또 그 일이 있었다. 짝 프로젝트를 위해 손을 들었을 때, 교실의 모든 시선이 자신을 피했다. 누구도 눈을 맞추지 않았다. 선생님조차 레오의 손을 무시하고 다른 학생을 지목했다. 투명한 존재. 그것이 그의 일상이었다.

혼자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혼자인 것 같은 게 아니라 정말로 혼자였다.

그날 오후, 레오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골목을 돌아다녔다. 벽돌담 사이로 점점 더 깊숙이 들어갔다. 햇빛마저 도달하지 않는 곳. 그곳이 자신과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때였다.

공간이 울렸다.

레오는 멈춰 섰다. 공기가 떨려 있었고, 그 떨림이 자신의 뼈를 타고 흘렀다. 앞의 벽면이 자신의 눈 높이에서 일그러지고 있었다. 구부러진 거울처럼, 공간이 접혀 있었다. 그 안쪽으로 금색이 흘러나왔다. 빛이 아니라 흐름이었다. 마치 물이 거꾸로 떨어지듯이, 황금색 무언가가 이 세계로 스며들고 있었다.

레오의 발이 움직였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손이 올라갔다. 손가락이 금색의 경계에 닿는 순간, 세상이 뒤집혔다.

추락했다. 하지만 아래로가 아니었다. 방향이 없었다. 중력이 여러 개였다. 위에서 잡아당기는 힘과 아래에서 밀어올리는 힘이 동시에 작용했다. 팔이 길어지고 다리가 펼쳐지고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극심한 통증이 피부를 태웠다.

눈앞에 회색과 금색이 소용돌이쳤다. 귀에는 수천 개의 음파가 동시에 울려 퍼졌다. 그것이 뇌를 진동시켰다. 레오는 입을 벌렸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끝이 났다.

레오는 대리석 바닥에 쓰러졌다. 손가락부터 발끝까지 떨렸다. 숨을 쉴 수 없었다. 폐가 타는 것 같았다. 눈을 떴을 때, 천장이 보였다. 그것은 골목의 하늘이 아니었다. 너무 높았다. 실내의 하늘. 그런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레오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손을 보았다. 손은 여전히 손이었다. 하지만 뭔가 달랐다. 피부와 공기의 경계가 흐릿했다. 공기 자체가 느껴지고 있었다. 공기의 흐름이 보였다. 아니, 감지되었다.

동시에 다른 것도 느껴졌다. 자신의 몸의 무게. 중력의 존재. 자신이 땅으로 끌려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동시에 무언가 가벼운 것이 자신을 위로 밀어올리려 했다. 두 힘이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그것이 극심하게 어지러웠다.

레오는 일어서려다 다시 쓰러졌다. 바닥이 회전했다. 혹은 자신이 회전했다.

"조심해."

목소리가 들렸다. 여자의 목소리였다. 손이 자신의 팔을 잡았다. 따뜻한 손이었다. 그 손의 온기가 레오의 몸을 고정시켰다. 회전이 멈췄다.

레오는 눈을 떴다. 여자가 서 있었다. 길고 검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머리는 은빛이었다. 은빛이 자체로 빛을 발했다. 그녀의 눈을 보는 순간, 레오의 어지러움이 더 심해졌다. 그녀의 눈 안에 무수한 선들이 얽혀 흐르고 있었다.

"숨을 천천히 쉬어."

여자가 말했다. 명령조였지만 부드러웠다. 레오는 명령에 따랐다.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공기가 폐에 들어갔다. 그 순간, 공기가 아닌 다른 것도 들어왔다. 미세한 입자들. 금색의 입자들. 그것들이 혈관을 타고 흘렀다. 몸이 따뜻해졌다. 어지러움이 조금 가라앉았다.

"여기는 어디야?"

"마법 아카데미."

여자가 답했다. 그녀는 레오를 놓지 않았다.

"마법?"

"그래. 넌 마법을 감지할 수 없는 것 같네."

여자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 눈을 통해 뭔가 흐르는 것을 느꼈다. 검사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는 셀린느야. 이곳의 부총장이다. 넌 어떻게 여기에 온 거지?"

레오는 대답할 수 없었다. 자신도 몰랐으니까. 하지만 셀린느는 그의 침묵을 이해한 것 같았다.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그 한숨에 측은함이 섞여 있었다.

"일단 일어서 봐. 넌 더 이상 평범한 세상에 속해 있지 않아."

셀린느가 레오를 일으켜 세웠다. 그 순간, 레오는 비로소 자신이 있는 곳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거대한 홀이었다. 천장은 끝이 없었다. 벽은 하얀 대리석으로 되어 있었고, 그 위에 금색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 문양들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중앙에는 분수가 있었다. 액체처럼 보이지만 빛이었다. 마법이라고 불리는 것이 시각적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주변에는 학생들이 있었다. 수십 명의 학생들. 그들은 모두 레오를 보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이 날카로웠다. 그들 모두에게서 금색의 흐름이 나오고 있었다. 마나. 그들은 모두 마나를 발산하고 있었다. 그런데 레오는 그것을 감지할 수 없었다. 아니, 감지하지 못하는 게 아니었다. 감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방식이 달랐다.

그들의 마나는 공기 중에 흐르고 있었고, 동시에 레오는 자신의 몸에 흐르는 무게를 느꼈다. 중력. 현실의 법칙. 그것과 마나가 동시에 느껴졌다. 마치 두 개의 음악이 동시에 울려 퍼지는 것처럼. 하나는 아름다웠고, 하나는 단조로웠다. 그 둘이 섞여 있었다. 어울리지도 않으면서 동시에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그것이 레오를 어지럽게 했다.

"조용히 해."

셀린느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권위가 있었다. 학생들의 수군거림이 멈췄다. 하지만 그들의 시선은 여전했다. 특히 한 명의 금발 남학생이 있었다. 그의 눈이 가장 날카로웠다. 그 눈 안에는 혐오와 두려움이 함께 있었다.

"이 아이를 즉시 총장에게 데려가."

셀린느가 다른 교수에게 명령했다. 그 교수는 중얼거렸다. 마법의 말이었다. 레오는 그것을 감지했다. 마나가 모여들었다. 순간, 공간이 휘어졌다.

"기다려."

셀린느가 손을 들었다. 공간이 멈췄다. 그녀의 눈이 레오를 바라봤다. 그 안에는 동정이 아니라 인정이 있었다. 마치 자신도 같은 것을 경험했던 사람처럼.

"조심해. 여기서는 너 같은 아이가 환영받지 않아."

그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명확했다. 그리고 그 말은 위협이 아니라 경고였다.

레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뭔지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자신이 이곳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은 명확했다.

"잠깐, 제가 뭐라고 불리는 건가요?"

레오가 물었다. 목소리는 떨렸지만 질문은 명확했다.

셀린느는 잠시 침묵했다. 그 침묵 속에는 무언가 무거운 것이 있었다.

"혼종. 마법과 현실이 섞인 것."

"그게... 나쁜 건가요?"

"모르겠어. 아직까지 본 적이 없으니까."

그 대답은 희망도 절망도 아니었다. 단지 사실일 뿐이었다.

공간이 다시 휘어졌다. 레오는 공중으로 떠올랐다. 바닥이 멀어졌다. 전이 마법을 타고 있었다. 상승했지만 어지러움은 여전했다. 중력은 자신을 끌어당기려 했고, 마법은 자신을 밀어올렸다.

그렇게 레오는 높은 탑으로 올라갔다. 탑의 꼭대기에는 거대한 검은 문이 있었다. 그 문 앞에서 레오는 내려졌다. 바닥에 닿은 순간, 문이 열렸다.

그 안에 있는 것은 사람이었다. 아니, 사람이라고 하기엔 뭔가 다른 것이었다. 얼굴이 명확하지 않았다. 마나가 그의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인간이 마나로 조각된 것처럼.

"혼종이다."

그 목소리는 깊었다. 그리고 절대적이었다. 사실의 선언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이 선고처럼 들렸다.

"격리 구역 3으로 옮겨라. 그리고 감시를 붙여라. 저것이 뭔지 알아내기 전까지 누구와도 접촉하지 못하게."

남자가 손을 올렸다. 순간, 레오의 몸에 무언가가 감겼다. 마나의 사슬이었다. 차갑고 무거웠다. 그리고 동시에 현실의 무게도 느껴졌다. 중력이 자신을 누르고 있었다. 두 힘이 동시에 작용했다. 극도로 고통스러웠다.

"루이에게 알려라. 저것을 제거하려는 어떤 시도도 즉시 보고하도록."

총장 카시안의 입에서 나온 그 명령 속에는 악의적인 것이 섞여 있었다. 마치 그것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처럼. 그리고 기대하고 있었던 것처럼.

레오는 저항하려 했다. 몸을 굳게 만들고 마법의 사슬에 맞섰다. 하지만 그것은 무의미했다. 마나는 현실의 법칙을 따르지 않았다. 레오의 몸은 공중으로 끌려갔다.

"왜 이러는 거예요? 제가 뭘 잘못했는데요?"

절망 속에서 터져 나온 목소리였다. 하지만 카시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손을 내렸을 뿐이다.

레오는 다시 옮겨졌다. 격리 구역으로. 거기는 어두웠다. 창문이 없었다. 벽은 검은 돌로 되어 있었고, 그 위에는 금색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 문양들이 레오를 감시하고 있었다. 마법의 눈이었다.

레오는 침대에 누웠다. 사슬은 풀려 있었지만 여전히 느껴졌다. 그것의 무게가.

어둠 속에서 무언가 움직였다. 벽의 금색 문양이 밝아졌다. 그리고 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자의 목소리였다. 매우 약한 목소리. 마치 먼 곳에서 속삭이는 것처럼.

"혼종이 들어왔군. 또 혼종이."

그 목소리는 레오를 깨웠다. 아직 자지 않았는데 깨어났다. 모순이었지만 현실이었다. 두 세계 사이에서, 레오는 깨어나 있었다.

검은 돌 벽의 금색 문양이 희미해졌다. 목소리는 사라졌다. 레오는 침대 위에서 일어났다. 움직일 수 있었다. 사슬은 이미 풀려 있었다. 하지만 그 느낌은 여전했다. 목에 감긴 무언가. 팔목을 조이는 무언가. 만질 수 없는 것들이 자신을 옭아매고 있다는 감각.

레오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바닥은 차가웠다. 현실의 차가움이었다. 두 세계가 섞인 장소에서 현실의 감각이 배가된 탓인지, 아니면 자신의 상태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창문이 없는 방이었다. 유일한 빛은 벽의 금색 문양에서 나왔다. 그 빛은 일정했다. 맥박처럼. 마치 이 방 자체가 살아 있는 것처럼. 레오는 벽을 만져봤다. 문양이 반응했다. 밝아졌다. 그 순간, 시각이 왜곡됐다.

그는 이 방을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었다. 마치 자신이 벽 밖에 있는 것처럼. 감시자의 눈으로. 문양들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레오는 손을 떼었다. 시각이 돌아왔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현실의 반응이었다. 마법에는 그런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현실은 두려웠다. 현실은 생존했다.

방을 돌아다녔다. 침대와 책상과 의자가 있을 뿐이었다. 책도 없었다. 펜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가구만 있었다. 감옥이었다. 정중한 감옥. 자살할 수 없도록 설계된 감옥.

레오는 침대에 다시 누웠다. 천장을 봤다. 천장도 검은 돌이었다. 그 위에도 금색 문양이 있었다. 그것들이 계속 맥박을 쳤다. 펌프처럼. 이 방의 심장이 계속 뛰고 있었다.

시간이 흘렀다.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창문이 없었고, 시계도 없었다. 오직 맥박하는 문양만 있었다. 레오는 그것을 세기 시작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것이 그를 미치지 않게 했다. 규칙성. 현실의 것.

문이 열렸다.

한 명의 사람이 들어왔다. 여자였다. 검은 제복을 입고 있었다. 아카데미의 교도관인 듯했다. 그녀는 레오를 보지 않았다. 음식을 놓고 나갔다. 트레이에 담긴 밥과 국. 현실의 음식이었다. 레오는 그것을 먹었다. 맛이 없었지만 배가 부르기 시작했다. 두 세계가 섞인 신체는 두 세계의 음식을 필요로 했다.

다시 혼자가 됐다.

레오는 일어나 앉았다. 자신이 무엇인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혼종. 그 단어는 뭐였나. 마법 감지 불가능한 아이. 그래서 뭐라고? 위험한가. 카시안은 자신을 제거하라고 명령했다. 루이에게 알리라고. 루이가 자신을 죽일 거라는 뜻인가. 그렇다면 왜 지금 살아 있나.

셀린느의 말이 떠올랐다.

"조심해. 여기서는 너 같은 아이가 환영받지 않아."

그녀는 자신을 죽이지 말라고 한 게 아니었다. 단지 경고했을 뿐이었다. 마치 자신도 같은 위치에 있었던 사람처럼. 그녀의 눈에 있던 것. 동정이 아니라 인정. 아, 그렇군. 레오는 그제야 깨달았다. 혹시 그녀도 혼종이었나. 아니면 다른 뭔가였나. 어쨌든 그녀는 자신을 죽이지 않으라고 말한 유일한 사람이었다.

벽의 금색 문양이 다시 밝아졌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들렸다.

"또 혼종이 들어왔군."

여자의 목소리. 약했다. 마치 이 벽 자체가 말하는 것처럼. 아니, 벽 안에 누군가가 있는 걸까. 다른 격리 구역. 저 너머.

레오가 벽을 두드렸다. 한 번. 반응이 없었다. 다시 두드렸다. 두 번.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세 번째. 금색 문양이 밝아졌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넌 누구야?"

레오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누군가가 있었다. 이 격리 구역 너머에. 자신 같은 누군가가.

"나는 레오야. 너는?"

침묵이 흘렀다. 오래. 매우 오래. 레오는 그 침묵 속에서 현실의 시간을 센다. 한 번, 두 번, 셋. 열 번, 스물. 오십 번. 백 번.

그리고 그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아리아야. 나도 혼종이야."

레오의 숨이 멈췄다. 자신뿐만이 아니었다. 또 다른 혼종이 있었다. 이 아카데미에. 같은 격리 구역에.

벽이 다시 맥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 그 맥박은 다르게 들렸다. 두 개의 심장이 한 번에 뛰는 것처럼.

"얼마나 있었어? 여기."

레오가 물었다.

"세 달. 아니, 네 달일 수도."

"그동안 뭐 했어?"

"기다렸어. 죽지 않기 위해."

그 대답에는 절망이 없었다. 단지 사실만 있었다.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사실.

레오는 침대에 앉아 벽을 바라봤다. 저 너머에는 누군가가 있었다. 자신처럼 혼종이라고 낙인찍힌 누군가가. 그리고 그 누군가는 살아 있었다.

"넌 살아남을 거야."

아리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예언이 아니라 명령에 가까웠다.

"어떻게 알아?"

"넌 살아남을 거야. 나처럼 죽지 않으려면."

그 말 속에는 뭔가 있었다. 셀린느의 눈에 있던 그것과 같은 것. 인정. 같은 위치에 있는 자만이 줄 수 있는 확신. 레오는 그 확신을 받아들였다.

벽이 계속 맥박했다. 하지만 이제 그 맥박은 두 개가 아니었다. 두 개가 하나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마법과 현실이 섞인 두 혼종의 심장이, 같은 박자로 뛰고 있었다.

침묵 속에서, 레오는 깨달았다. 자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자신이 처한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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