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서연우가 차 문을 열고 나가버린 지 3분 후, 이준호는 경찰청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차량 신호기는 켜지 않았다. 그가 향한 곳은 강북 수유동. 1994년부터 1998년까지 자신이 살던 집.

도로 위 신호등들이 연쇄적으로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했다. 이준호는 운전대를 잡은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지 않았다. 뇌는 이미 그 집 안을 매핑하고 있었다. 2층 침실. 거울. 어머니가 그곳에 서 있던 마지막 모습. 그 뒤로 25년간 그곳은 폐가였다.

차는 좁은 골목길로 들어섰다. 가로등 불빛이 닿지 않는 구간. 이준호는 엔진을 끄고 3분을 기다렸다. 누군가가 뒤를 따라오는지 확인하는 행동이 아니었다. 자신이 들어갈 준비를 하는 행동이었다.

집의 대문은 열려 있었다. 이미 누군가 들어가 있다는 뜻이었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이준호의 호흡이 멈췄다. 집 내부의 모든 벽에 거울이 붙어 있었다. 거울들이 서로를 비추면서 무한 반사를 만들고 있었다. 그 속에서 이준호는 수십 개의 자신을 보았다. 각각 다른 표정으로.

"여기 있었군요."

목소리가 들렸다. 침실 쪽에서. 이준호는 천천히 계단을 올라갔다. 발을 디딜 때마다 거울들이 움직이며 반사각을 바꿨다. 그 속의 자신들도 함께 움직였다.

침실의 문을 열었을 때, 이준호는 멈춰 섰다.

거울 앞에 자신과 같은 얼굴의 인물이 서 있었다. 검은 옷. 검은 장갑. 그리고 완전히 다른 눈빛.

두 이준호가 마주봤다.

"당신이 나입니다."

거울 속의 인물이 말했다. 그 목소리는 이준호 자신의 목소리였다. 정확히는 자신이 억압해온 톤. 자신이 절대 내보이지 않으려던 감정이 담긴 목소리.

"아니다."

이준호가 대답했다. 그의 손이 떨렸다.

"그렇다. 당신은 나를 만들었다. 당신이 억누른 것들. 당신이 죽이고 싶었던 것들. 당신이 느끼고 싶었던 자유. 모두 나다."

거울 속의 이준호가 한 발 앞으로 나왔다. 아니, 나온 게 아니었다. 거울의 표면이 흐릿해지더니 흐르기 시작했다. 수은처럼. 그 속에서 손가락이 나타났다. 그리고 팔. 그리고 머리.

"당신이 강남역에서 그 여자를 봤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거울 속의 이준호가 완전히 밖으로 나왔다. 이제 두 이준호가 대면하고 있었다. 같은 신장. 같은 얼굴. 다른 호흡.

"당신의 심리 프로필을 기억하시나요? 여성 혐오 성향을 가진 피해자 선택의 일관성. 통제 욕구. 자기기만적 합리화."

거울 속의 이준호가 웃었다. 이준호는 그 웃음 속에서 자신의 억압된 욕망을 들었다.

"모두 맞았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쓴 프로필은 당신 자신의 것이었으니까."

침실의 벽에 붙은 거울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니, 흔들린 게 아니었다. 깨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한 면씩. 그 속에 반사된 이준호의 얼굴들이 분열되었다. 어떤 건 울고 있었다. 어떤 건 웃고 있었다. 어떤 건 그저 공허했다.

그 순간, 이준호의 눈앞이 어두워졌다.

'내가 했다.'

깨어진 거울의 파편들이 떨어지는 소리 속에서 이준호는 깨달았다.

'내가 그 여자의 목을 졸랐다.'

그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목을 조르는 동작. 그 감각이 되살아났다. 저항하는 몸. 가늘어지는 숨. 그리고 그 모든 것 속에서 느꼈던 것—해방감. 통제. 힘.

'내가 강북 아파트에 갔다.'

그 여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34세. 칼에 찔렸을 때의 표정. 이준호는 자신의 손이 그 칼을 들고 있었음을 기억했다. 아니, 기억하지 않으려 했던 것을 이제 기억했다.

'내가 한강 공원에 갔다.'

'내가 옥상으로 올렸다.'

'내가.'

'내가.'

'내가.'

거울의 파편들이 하나로 모여 다시 하나의 큰 거울을 이루기 시작했다. 그 속에 반사된 이준호는 하나였다. 하나의 얼굴. 하나의 눈빛. 그리고 그 눈빛은 울고 있었다.

이준호는 무릎을 꿇었다. 침실의 바닥에. 거울 앞에서. 그 속의 자신을 보면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프로파일러 이준호가 절대 내보이지 않으려던 울음. 억압된 25년이 한 번에 분출되는 울음. 그 속에는 자신이 저지른 다섯 개의 살인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는 깨달음이 있었다.

'나는 나를 죽이고 싶다.'

그 생각이 들었을 때, 침실의 문이 열렸다.

서연우였다. 그 뒤로 박상목과 경찰들이 서 있었다.

이준호는 천천히 일어섰다. 거울 앞에서. 자신의 또 다른 자아가 아니라, 자신 자신 앞에서.

"나는 범인입니다."

이준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다. 그리고 불완전했다.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이 그 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정확히는, 나는 내가 범인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서연우의 얼굴이 굳었다.

"나는 다섯 명을 죽였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내 안의 다른 부분이 그들을 죽였습니다. 그것이 같은 일인지, 다른 일인지 구분할 수 없습니다."

박상목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그의 손이 권총에 닿았다.

"이준호. 당신은 체포됩니다."

이준호는 저항하지 않았다. 팔을 뒤로 한 채 수갑이 채워졌다. 찰칵. 그 소리는 명확했다. 그러나 그의 눈은 여전히 거울을 보고 있었다.

"당신의 프로필이 정확했던 이유를 이제 알겠습니다."

박상목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다.

"왜냐하면 당신은 범인을 분석하지 않았으니까. 당신은 자신을 분석했으니까요."

이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경찰들에게 이끌려 침실을 나갔다. 계단을 내려갔다. 거울들이 그의 모습을 여러 개로 분열시켰다. 각각 다른 표정으로.

경찰청 유치장. 밤 1시 23분.

이준호는 감방 안에 앉아 있었다. 침대 위. 창살 너머로 복도가 보였다. 그 복도의 반대쪽 감방에는 또 다른 용의자가 있었다.

그 용의자는 이준호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준호는 그를 바라봤다. 긴 시간 동안. 그 인물도 이준호를 바라봤다. 같은 강도로. 같은 시간 동안.

그리고 둘이 웃었다.

동시에. 같은 각도로. 같은 깊이로.

간수가 복도를 지나갔다. 그는 반대쪽 감방을 보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것처럼. 마치 그곳에 누구도 없었던 것처럼.

이준호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거울 앞에 서 있는 것처럼. 그 속의 자신을 보면서.

'내가 그를 만들었는가.'

이준호의 목소리가 속삭였다. 다른 감방의 인물도 같은 순간 같은 말을 했다.

'아니면 그가 나를 드러냈는가.'

거울이 없는 유치장의 벽이 반사되기 시작했다. 마치 거울처럼. 그 속에서 두 이준호의 얼굴이 번갈아 나타났다. 하나. 둘. 하나. 둘.

카메라가 천천히 당겨졌다.

유치장의 복도. 수십 개의 감방. 그 중 하나에는 이준호가 있었다. 반대쪽 감방은 비어 있었다. 아니, 비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준호의 손이 창살에 닿았다. 반대편도 손이 창살에 닿았다. 같은 높이. 같은 위치. 그러나 반대쪽에는 아무도 없었다.

간수가 다시 복도를 지나갔다. 여전히 반대쪽을 보지 않았다.

마지막 화면은 이준호의 얼굴로 종료되었다. 거울처럼 분열된 얼굴. 그 속에서 울음과 웃음이 동시에 흐르고 있었다.

'내가 그를 만들었는가, 아니면 그가 나를 드러냈는가.'

이준호의 목소리가 반복되었다. 끝없이. 거울 속에서처럼. 유치장의 모든 벽에 반사되며.

'내가 그를 만들었는가.'

'그가 나를 드러냈는가.'

'우리는 같은 사람인가.'

어느 것도 대답되지 않았다. 거울만 남았다. 그리고 그 속의 무한한 분열.

# 본문

경찰청 유치장의 철문이 닫혔다. 찰칵. 그 소리로 모든 것이 끝났다. 아니, 시작되었다.

이준호는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회색 담요를 무릎 위에 펼친 채. 손목에는 수갑 자국이 남아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을 자국. 마치 그것이 그의 진정한 정체성인 것처럼.

복도 너머로 간수의 발자국이 들렸다. 규칙적이고 단조로운 소리. 이준호는 그 소리를 세었다. 하나, 둘, 셋. 항상 같은 리듬이었다. 예측 가능한 세상. 자신이 수년간 추구해온 세상. 증거와 패턴과 확률만으로 이루어진.

그런데 그것마저 거짓이었다.

반대쪽 감방을 보았을 때 이준호의 호흡이 멈췄다.

그곳에 누군가 있었다.

같은 얼굴. 같은 신체 구조. 같은 방식으로 앉아 있는 자세. 그 인물은 이준호와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손목을 올렸다가 내렸다. 올렸다가 내렸다.

이준호는 일어섰다. 천천히. 감방의 창살 쪽으로. 철제 막대들이 그의 손가락 사이사이로 들어왔다. 차갑고 매끄러운 질감.

반대편 감방의 인물도 일어났다. 같은 속도로. 같은 동작으로.

둘의 눈이 만났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이준호가 물었다. 목소리가 떨렸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떨림. 이것은 프로파일링이 아니었다. 질문이 아니었다. 절규였다.

반대편의 인물이 입을 열었다. 같은 음정으로. 같은 톤으로.

"당신 자신입니다."

이준호의 다리가 흔들렸다. 창살에 손가락이 박혔다. 피가 나올 정도로. 그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아니다. 당신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당신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대편 인물이 말했다. 그리고 웃었다. 이준호와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웃음을 시작했다. 치아를 드러내고. 눈을 반쯤 감고.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이 그의 얼굴을 조종하는 것처럼.

이준호도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자신의 얼굴 근육이 명령을 받지 않은 채 움직였다.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은 그의 것인가, 아니면 반대편 것인가. 구분이 불가능했다.

"다섯 명입니다."

반대편이 말했다.

"예. 다섯 명입니다."

이준호가 응답했다. 누가 먼저 말한 것인지 모를 정도로 자연스럽게.

"여성 셋, 남성 둘. 나이는 23세부터 34세 사이. 강남역, 상계동, 한강 공원, 옥상, 숙박업소. 각 현장에서 다른 방식의 살상. 피해자 선택에는 일관성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대상이 중요하지 않았으니까요."

"행동이 중요했습니다."

"통제하는 행동."

"정복하는 행동."

이준호와 반대편 인물이 번갈아가며 말했다. 마치 하나의 문장을 두 입으로 나누어 말하는 것처럼.

"어머니가 날 통제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남을 통제하려고 했습니다."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자유라고 생각했습니다."

"같은 것입니다."

"우리는 같은 사람입니다."

이준호의 손이 창살에서 떨어졌다. 그 손이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 그 얼굴이 실제인지, 거울 속의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그러나 손가락이 닿은 것은 살이었다. 따뜻한 살. 그리고 동시에 차가운 창살.

간수의 발자국이 복도에 다시 들렸다. 이준호는 창살에서 물러났다. 자신의 침대로 돌아갔다. 반대편 감방의 인물도 같은 동작을 했다.

간수가 지나갔다. 반대쪽 감방을 보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것처럼.

간수가 완전히 사라진 후 이준호가 다시 반대쪽을 보았다.

감방은 비어 있었다.

아무도 없었다. 침대도, 변기도, 그 어떤 것도. 그저 빈 공간만 있었다. 회색 벽. 철제 창살. 아무것도 없는 공간.

이준호의 눈이 찢어질 정도로 떠졌다. 그의 손이 입을 막았다. 울음을 삼키기 위해. 그러나 울음은 새어 나왔다. 어깨가 떨렸다.

"내가 만들었나?"

그가 속삭였다. 아무도 들을 수 없게.

"아니면 나 자신을 본 것인가?"

거울이 없는 유치장의 벽이 반사되었다. 그 반사 속에서 두 개의 이준호가 나타났다. 하나는 울고 있었다. 다른 하나는 웃고 있었다.

그 둘이 하나가 되었다.

마지막 화면은 거울 속의 이준호의 얼굴로 채워졌다. 얼굴이 분열되고 있었다. 각각의 조각 속에는 다른 표정이 있었다. 웃음. 울음. 분노. 절망. 모든 것이 동시에.

'내가 그를 만들었는가, 아니면 그가 나를 드러냈는가.'

이준호의 목소리가 오버랩되었다. 여러 톤으로. 여러 속도로. 거울에 반사되는 모든 것처럼 무한히 반복되며.

이전화목차마지막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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