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산길의 추격

산길을 내려오는 마차의 바퀴가 자갈을 깨물며 울린다. 박준호는 몸을 앞으로 숙여 창문 너머 뒤쪽을 재본다. 여전히 들린다. 말의 발굽 소리, 그리고 그것을 태운 자들의 숨소리까지.

"속도를 높여!"

마부의 채찍이 말의 등을 맞는다. 마차가 한 순간 공중에 떠올랐다가 내려앉으며 모두를 흔들어놓는다. 오서연이 임재욱의 팔을 잡아 몸을 지탱한다. 이준구는 시계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한다.

"저들이 얼마나 가깝습니까?"

임재욱이 검을 빼든다. 칼날이 창문의 햇빛을 받아 번쩍인다.

"충주까지 10리. 그곳을 지나면 산길이 끝난다."

박준호는 더 이상 뒤를 보지 않는다. 대신 무릎 위의 종이 묶음을 펼친다. 각 지역의 장시 위치, 현지 거상들의 이름, 예상 거래량. 손글씨는 떨리지 않는다.

오서연이 남편의 손을 본다.

"당신이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그게 더 무섭다."

박준호는 종이를 들어올린다.

"무서움과 준비는 다르다."

충주에 도착했을 때 해는 이미 중천이었다. 마차에서 내린 일행을 맞이한 것은 한양에서 온 편지였다. 이재성의 봉인이 찍혀 있었다. 박준호가 뜯어 읽는 동안 임재욱은 객잔의 뒷문을 점검하고, 이준구는 창틀에 기대 외부를 감시했다.

편지의 내용은 간단했다. *'개경으로 가라. 거기 상인 이학주를 찾아라. 그자는 나의 친척이다. 당신의 제안을 들을 것이다. 하지만 조심하라. 한명준의 자객들도 이미 길을 나섰다.'*

"이재성이 우리를 돕는 건가, 아니면 우리를 덫에 몰아넣는 건가?"

이준구가 물었다. 박준호는 답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개경으로 가는 길을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었다.

---

개경에 도착한 것은 사흘 뒤였다. 객잔의 뒷방에서 박준호는 이학주를 만났다. 거상은 50대 중반으로 보였고, 손가락에는 옥 반지가 여러 개였다. 하지만 눈빛은 낡아 있었다. 많은 거래를 해본 사람의 눈.

"당신이 박준호인가?"

"그렇습니다."

"이재성이가 편지를 보냈다고?"

"그렇습니다."

이학주가 담배를 피운다. 연기가 방 안을 가득 채운다.

"한양에서의 일들을 들었다. 복식부기라는 것을 썼다고?"

박준호가 무릎을 꿇고 종이를 펼친다. 그것은 지난 3년간 대동상회의 모든 거래 기록이었다. 수입, 지출, 순이익, 각 부서별 손익. 숫자들이 촘촘하게 적혀 있었고, 그 모든 것이 일치했다.

이학주가 종이를 집어든다. 처음에는 흘깃 보다가 점점 집중한다. 5분. 10분. 담배재가 바닥에 떨어진다.

"이것은... 사기가 아닌가?"

"확인해보십시오."

박준호가 또 다른 종이를 펼친다. 그것은 이학주의 거상 조직이 지난 5년간 거래한 기록을 박준호가 직접 조사해 정리한 것이었다. 근거 없는 수익, 설명할 수 없는 손실, 부하들의 횡령. 모든 것이 보였다.

이학주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당신이... 나를 조사했다는 말인가?"

"조사가 아닙니다. 분석입니다. 이 시스템을 쓰면, 당신은 더 이상 속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당신도 거래처를 속일 수 없습니다."

"그게 왜 장점이 되는가?"

박준호가 무릎을 펼친다.

"당신이 정직하면 거래처가 3배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이 시스템은 정직을 증명합니다. 그러면 더 많은 거래처가 당신을 찾아옵니다. 더 많은 상인들이 당신과 손을 잡습니다. 그 결과, 당신의 이익은 3배가 됩니다."

이학주가 다시 종이를 본다. 이번에는 다르게 본다. 손으로 계산을 하고, 입술을 움직인다.

"만약... 이 시스템을 모든 거상이 쓴다면?"

"신분의 벽이 무너집니다."

말이 나온 순간 방이 조용해진다. 이학주는 창문 너머 개경의 거리를 본다. 그곳에는 양반 상인들의 점포가 줄을 섰다.

"나는 이 일을 할 수 없다. 나는 나이가 많다."

이학주가 종이를 돌려준다. 손가락이 떨린다.

"하지만... 당신의 이 시스템에 우리 개경의 상인 30명을 소개하겠다."

박준호의 얼굴에 움직임이 없다. 하지만 손가락이 종이를 쥐는 힘이 강해진다.

다음날 박준호는 개경의 대표 거상 5명을 만났다. 각자 다른 물품을 다루었다. 쌀, 포목, 소금, 약재, 종이. 그들 앞에서 박준호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복식부기. 분업화. 계약서. 투명성.

첫 번째 거상은 거절했다. "이것은 사학이다. 조정에 알려지면 역모죄다."

세 번째 거상은 경계했다. "당신은 한양의 평민이다. 개경의 상인들을 통제할 수 없다."

다섯 번째 거상은 웃었다. "좋다. 하지만 나를 속이면 당신의 목을 베겠다."

그리고 손에 도장을 찍었다.

계약서였다. 박준호의 복식부기 시스템을 개경에서 시행하고, 3개월 후 손익을 나누기로 하는 계약서. 그것도 법적 효력이 있는 계약서.

5명 중 3명이 도장을 찍었다.

개경을 떠날 때 박준호의 손에는 새로운 거래처 명단이 들어 있었다. 부산의 해상 상인, 대구의 면포 거상, 전주의 쌀 유통상. 각각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사람들이었다.

대동상회는 이제 한양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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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잔의 방으로 돌아온 박준호 앞에 이준구가 앉아 있었다. 손에는 한양에서 온 또 다른 편지가 들려 있었다.

"무엇입니까?"

"한명준이 조정에 청원을 올렸다. 당신의 상회가 신분제를 위반한다고."

박준호가 편지를 받아 읽는다. 내용은 예상대로였다. 평민이 양반과 같은 규모의 상회를 운영하는 것은 신분제 모독이며, 즉시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장.

"조정의 반응은?"

"이재성이 반박했다. 상업 영역에서는 신분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준구가 말을 멈춘다.

"하지만?"

"왕이 결정을 유보했다. 당신이 전국 규모의 상회를 만들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의미다. 만약 당신이 성공하면, 신분제 폐지는 불가피할 것이다. 만약 실패하면, 당신은 사형당할 것이다."

박준호가 편지를 놓는다. 그의 손가락이 테이블 위에서 가볍게 두드린다. 그것은 생각하는 신호였다.

"당신은 왜 나와 함께하는가?"

이준구가 일어난다. 창문으로 나가는 햇빛이 그의 얼굴을 가로지른다.

"신분제는 조선을 죽이고 있다. 양반들은 상업을 무시하고, 평민들은 노예처럼 일한다. 하지만 당신은 다르다. 당신은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 시스템은 신분의 벽을 무너뜨린다."

이준구가 박준호를 본다.

"나는 양반이지만, 신분제를 원하지 않는다. 내 형이 죽었기 때문이다."

박준호가 이준구를 바라본다. 이것이 처음 드러나는 개인사였다.

"형이?"

"양반 신분 때문에 관직을 거절했다. 그 관직을 받으면 평민 상인들을 억압해야 했기 때문이다. 형은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 벼슬을 거절했고, 조정은 형을 역모죄로 몰았다. 형은 죽었다."

이준구의 목소리가 차갑다.

"나는 형의 뜻을 이루려고 한다. 당신이 상업을 혁신하면, 나는 정치를 혁신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신분제는 무너진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신분제는 자동으로 무너진다."

박준호가 일어난다. 두 사람의 눈이 만난다.

"당신이 그것을 할 수 있습니까?"

"모르겠다."

이준구가 웃음을 터뜨린다.

"하지만 당신도 모르지 않은가? 당신이 한양을 바꿀 수 있을지."

박준호의 입가에 미세한 웃음이 생긴다.

"그렇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함께 시도해야 한다. 당신은 경제를 장악하고, 나는 관료 사회를 장악한다. 그러면 조선은 변한다."

이준구가 손을 내민다. 박준호가 그것을 잡는다.

"대동상회를 공식으로 출범시킬 준비가 되었습니까?"

"됐습니다."

두 사람이 악수를 푼다. 그 순간,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난다. 빠르고 절박한 발걸음.

임재욱이 문을 연다. 뒤에는 한 명의 상인이 서 있다. 얼굴은 창백하고, 옷은 먼지로 덮여 있었다.

"박준호 상인을 찾습니다. 긴급한 정보가 있습니다."

박준호가 일어난다.

"무엇입니까?"

상인이 숨을 고르며 말한다.

"명과 청, 일본을 연결하는 해상 무역로가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왕실이 독점했지만, 조정의 진보파가 당신에게 그 권리를 주려고 합니다. 거기를 장악하면..."

상인이 말을 멈춘다. 박준호의 눈이 날카로워진다.

"거기를 장악하면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상업 제국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그곳은 이미 왜구와 해적들의 소굴입니다. 당신이 그곳으로 가면, 당신은 전쟁을 벌여야 할 것입니다."

상인이 종이 한 장을 내민다. 그것은 해안선 지도였다. 부산, 제주, 여수. 그 위에 빨간 X자가 그려져 있다.

박준호가 지도를 본다. 손가락이 지도 위를 따라간다. 한양에서 시작된 대동상회의 길이 이제 바다를 가로질러 대륙으로 뻗어 나가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길 위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임재욱이 창문을 통해 밖을 본다. 어둠이 내려오고 있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말의 발굽 소리가 다시 들린다.

오서연이 박준호의 손을 잡는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습니까?"

박준호가 대답하지 않는다. 그의 눈은 해상 무역로의 지도에 고정되어 있다.

"이 지도는 어디서?"

박준호의 목소리가 차갑다. 상인은 한 발 물러난다.

"조정의 진보파. 이재성 대신이 제게 전달하라고 했습니다. 당신이 이것을 본다면, 그들은 당신이 해상 무역을 추진할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입니다."

"시간은?"

"3개월입니다. 3개월 내에 부산 항구를 장악하면, 조정은 공식적으로 당신에게 해상 무역권을 인정할 것입니다. 대신..."

상인이 입술을 깨문다.

"대신?"

"대신 당신은 왕실을 위해 명과 청과의 무역에서 수익금의 30%를 상납해야 합니다. 그리고 일본과의 거래는 왕실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준구가 지도 위로 몸을 굽힌다. 그의 손가락이 부산을 가리킨다.

"부산은 이미 한명준의 영향력 아래 있습니다. 저 거상은 남해 해적과 손을 잡고 있고, 그들의 물류를 관리해주고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부산으로 간다면, 한명준은 당신을 바다에서 죽일 것입니다."

박준호가 지도를 접는다. 손가락이 종이의 주름을 따라간다.

"한명준이 해적과 연결되어 있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이준구가 대답한다.

"하지만 그것은 상식입니다. 부산의 모든 해상 거래는 한명준을 통해 흐릅니다. 그리고 남해 해적은 한명준의 배를 절대 건드리지 않습니다."

오서연이 박준호의 옆에 선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하다.

"당신의 성공은 결국 누군가의 몰락을 의미합니다."

그녀가 이전에 던진 경고가 다시 되살아난다.

"부산으로 가려면, 한명준을 제거해야 한다는 뜻입니까?"

박준호가 묻는다.

"아니면, 그를 설득해야 합니다."

이준구가 말한다.

"그는 설득할 수 없는 자입니다. 신분제의 이익으로 살아가는 자입니다. 신분제가 무너지는 것은 그의 죽음을 의미합니다."

박준호는 침묵한다. 한명준을 제거하는 것. 그것은 단순한 상업 경쟁이 아니라 살인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를 죽여야 한다는 말인가?"

박준호의 목소리에 거슬림이 섞인다.

"아닙니다."

상인이 다시 입을 연다.

"한명준을 죽일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은 그를 무력화하면 됩니다. 그의 해적 연결을 끊으면 됩니다. 그러면 그는 자동으로 몰락할 것입니다."

"어떻게?"

"부산에 당신의 거점을 세우기 전에, 먼저 전국의 주요 도시를 장악해야 합니다. 개경, 대구, 전주, 광주. 각 도시에서 현지 상인들의 신뢰를 얻으면, 당신은 한명준의 독점 구조를 깨뜨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방 양반 지주들과 연결되면, 당신은 한명준을 고립시킬 수 있습니다."

박준호가 지도를 다시 펼친다. 이번에는 부산뿐 아니라 전국의 장시들이 보인다. 점들로 표시된 도시들. 각 점 사이에 그어진 선들. 그것은 네트워크였다.

"전국 장시 진출. 얼마나 걸립니까?"

"6개월에서 1년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3개월의 시간이 있습니다."

박준호가 지도를 내려놓는다.

"동시에 진행하면 됩니다."

이준구가 제안한다.

"당신이 전국의 주요 도시로 가는 동안, 나는 조정 내에서 진보파의 지지를 확보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지방 양반들과 연결되는 동안, 나는 그들에게 대동상회의 가치를 설득합니다. 그렇게 되면, 3개월 뒤 부산으로 갈 때 당신은 이미 전국의 상인들과 지방 양반들의 지지를 받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한명준은?"

"한명준은 고립됩니다. 그의 해적 연결도 무력화됩니다. 왜냐하면 남해 해적도 결국은 상인들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들도 돈이 필요합니다. 당신이 그들에게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면, 그들은 당신을 선택할 것입니다."

박준호가 임재욱을 본다. 호위 책임자의 얼굴은 무표정하다. 하지만 그의 눈은 날카롭다. 그는 이미 이 계획의 위험을 감지하고 있다.

"이 계획이 실패하면, 우리는 모두 죽습니다."

박준호가 말한다.

"당신은 조정의 진보파의 배신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나는 한명준의 암살자들에게 추격당할 것입니다. 그리고 지방으로 내려가는 길은 매우 위험합니다."

"맞습니다."

이준구가 대답한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우리는 천천히 죽을 것입니다. 한명준은 계속 우리를 압박할 것이고, 조정은 우리를 감시할 것이고, 윤지훈은 우리를 추격할 것입니다. 대신 우리가 빠르게 움직이면, 우리는 그들을 능가할 수 있습니다."

박준호가 창문으로 나간다. 밖에서 말의 발굽 소리가 계속 들린다. 윤지훈의 자객들은 아직도 산길을 따라 내려오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이제 더 이상 박준호를 잡을 수 없다. 마차는 이미 산 아래로 내려왔고, 앞에는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다. 하지만 그들은 계속 따라올 것이다.

오서연이 박준호의 옆에 선다.

"당신은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박준호가 대답하지 않는다. 그의 눈은 지도에 고정되어 있다. 지도 위의 점들. 개경, 대구, 전주, 광주, 부산. 각 도시는 새로운 기회를 의미했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위험을 의미했다.

"우리는 전국으로 내려갑니다."

박준호가 마침내 말한다.

"개경부터 시작합니다. 거기서 첫 번째 거점을 세우고, 현지의 상인들을 만납니다. 복식부기와 분업화의 가치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들을 대동상회의 가맹점으로 만듭니다."

"얼마나 걸립니까?"

오서연이 묻는다.

"1개월. 개경에서 한 달을 투자하면, 우리는 그곳의 상인 네트워크를 완전히 장악할 수 있습니다."

박준호가 이준구를 본다.

"당신은 조정에서 무엇을 합니까?"

"나는 이재성 대신과 만납니다. 그리고 당신의 계획을 설명합니다. 조정의 진보파가 당신을 지지한다면, 한명준은 더 이상 공식적인 압박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준구가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위험합니다. 만약 진보파가 당신을 버린다면, 당신은 즉시 역모죄로 체포될 것입니다."

"그 위험은 우리가 이미 감수하고 있습니다."

박준호가 말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입니다. 한 가지는 한양에 머물러서 한명준의 압박에 항복하는 것입니다. 다른 한 가지는 전국으로 나아가서 우리 자신의 왕국을 만드는 것입니다."

박준호가 지도를 접는다.

"나는 두 번째를 선택합니다."

상인이 무릎을 꿇는다.

"그렇다면 이것을 받으십시오."

상인이 또 다른 종이를 내민다. 그것은 명단이었다. 개경, 대구, 전주, 광주의 주요 상인들의 이름과 주소. 그리고 그들 각각의 배경, 현재의 재산, 그들이 가진 인맥들.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었다.

"이재성 대신이 준비했습니다. 당신이 각 도시에 갔을 때, 이 명단의 상인들을 찾아가면 됩니다. 그들은 이미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박준호가 명단을 받는다. 손가락이 이름들을 따라간다. 개경의 거상 최상봉. 대구의 포목상 김태산. 전주의 곡물상 이윤호. 광주의 약재상 박영수. 모두 각 지역의 주요 인물들이었다.

"왜 그들은 나를 기다립니까?"

"왜냐하면 그들도 한명준 같은 거상들에게 억압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복식부기 시스템은 그들의 구원입니다. 투명한 거래, 법적 보호, 조직화된 네트워크. 그것들이 그들을 한명준 같은 거상들로부터 해방시킬 것입니다."

박준호가 명단을 내려놓는다. 그의 얼굴이 진지해진다.

"우리는 내일 새벽에 출발합니다."

박준호가 선언한다.

"임재욱, 당신은 호위 조직을 이끌고 우리를 보호합니다. 이준구, 당신은 한양으로 돌아가 조정을 설득합니다. 오서연, 당신은 나와 함께 개경으로 갑니다."

임재욱이 고개를 끄덕인다. 검에 손을 얹는다. 그의 눈빛이 바뀐다.

"호위 조직은 20명으로 구성하겠습니다. 창칼을 갖춘 검술 고수 10명, 궁술에 능한 자 5명, 정찰과 후방 지원을 담당할 자 5명입니다. 부산까지 가는 길은 한명준의 자객들뿐 아니라 산적까지 노려올 테니, 대비는 철저히 하겠습니다."

오서연이 박준호의 손을 잡는다.

"당신이 이 길을 가면, 돌아올 수 없을 것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박준호가 대답한다.

"하지만 우리가 멈추면, 우리는 이미 죽은 것입니다."

밖에서 새벽이 밝아오고 있다. 말의 발굽 소리는 이제 들리지 않는다. 윤지훈의 자객들도 결국 산길에서 길을 잃었거나, 아니면 새로운 명령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박준호는 더 이상 그들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눈은 앞을 향해 있다. 개경. 대구. 전주. 광주. 부산. 각 도시는 새로운 전쟁터였다. 그리고 각 전쟁에서 승리해야만, 그는 조선의 상업을 뒤바꿀 수 있다.

마차 바퀴가 돌아간다. 박준호와 오서연, 그리고 임재욱을 태운 마차가 산길을 내려간다. 뒤를 따르는 것은 임재욱의 호위 조직이다. 갑옷을 입은 기마병들, 등에 칼을 찬 전사들. 그들의 말발굽이 땅을 울린다.

그들은 한양을 떠난다. 그리고 전국의 장시를 향해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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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경에 도착했을 때, 이미 3일이 지나 있었다.

박준호는 먼저 명단의 첫 번째 이름을 찾아갔다. 개경의 거상 최상봉. 그는 포목과 비단을 다루는 상인으로, 개경에서 두 번째로 큰 상회를 운영하고 있었다.

최상봉의 상회는 한양의 대동상회보다 훨씬 컸다. 건물이 크고, 직원도 많았다. 하지만 구조는 혼란스러웠다. 출입장부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고, 각 부서 간의 연락이 단절되어 있었다.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데, 정확히 얼마가 남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박준호가 그 장부를 본 순간, 그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았다.

"당신의 문제는 간단합니다."

박준호가 최상봉에게 말한다.

"당신은 돈을 버는 것을 알지만, 돈을 관리하는 법을 모릅니다."

최상봉이 웃음을 터뜨린다.

"상인이 무엇을 더 알아야 하는가? 돈을 버는 것이 전부다."

"아닙니다."

박준호가 최상봉의 장부를 가리킨다.

"당신의 상회는 매달 얼마를 버는가요?"

"약 500냥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그 중 얼마를 개인적으로 가져가는가요?"

최상봉이 답하지 못한다. 그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돈이 들어오고 나가고, 직원들에게 급여를 주고, 상품을 사고, 세금을 내고. 하지만 정확히 얼마가 남는지는 알 수 없다.

"이것입니다."

박준호가 명단을 펼친다.

"복식부기 시스템. 모든 거래를 기록하고, 각 거래의 출처와 목적지를 명확히 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당신은 매일 당신의 상회가 얼마를 벌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박준호가 펜을 들고 종이에 그림을 그린다. 복식부기의 기본 구조. 자산, 부채, 자본, 수입, 지출. 각각의 항목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설명한다.

최상봉이 그 그림을 본다.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박준호가 설명하면서, 그것이 자신의 상회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자, 최상봉의 눈빛이 바뀐다.

"이것을 사용하면, 내 상회는 더 커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상봉이 말한다.

"그렇습니다."

박준호가 대답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당신은 더 이상 한명준 같은 거상에게 속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왜요?"

"왜냐하면 당신이 정확히 얼마를 버는지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누구도 당신의 돈을 빼앗을 수 없습니다."

최상봉이 박준호의 손을 잡는다.

"당신은 누구인가?"

"나는 박준호입니다. 한양에서 상회를 운영하던 상인입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전국의 상인들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을 모두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왜요?"

"왜냐하면 신분제는 상인들을 억압합니다. 그리고 나는 그 억압에서 상인들을 해방하고 싶습니다."

박준호가 최상봉을 본다.

"당신도 이 길에 함께하시겠습니까?"

최상봉이 잠시 생각한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함께하겠습니다.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당신이 정말로 이 시스템을 조선 전체에 펼칠 수 있다면, 나도 함께할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실패한다면?"

최상봉이 말을 멈춘다.

"만약 당신이 실패한다면, 나는 당신과 관계없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내 상회와 나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박준호가 웃음을 터뜨린다.

"공정한 조건입니다. 나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박준호와 최상봉이 손을 잡는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개경에서의 첫 번째 만남은 성공했다.

그 다음은 대구였다. 박준호가 대구에 도착했을 때, 명단의 두 번째 이름을 찾아갔다. 대구의 포목상 김태산. 그는 개경의 최상봉보다 더 큰 상회를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돈을 버는 것은 알지만, 돈을 관리하는 법을 모르고 있었다.

박준호가 그에게 복식부기를 설명했을 때, 김태산의 반응은 더욱 강했다.

"이것은 신기술입니다."

김태산이 말한다.

"이것을 사용하면, 나는 한명준뿐 아니라 모든 양반 거상들로부터 독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박준호가 대답한다.

"당신이 투명성을 확보하면, 거래처들은 당신을 신뢰합니다. 그리고 신뢰는 가장 큰 자산입니다."

김태산이 도장을 찍었다. 계약서에 서명했다.

전주에서는 곡물상 이윤호를 만났다. 그도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었고, 같은 해결책을 원했다.

광주에서는 약재상 박영수를 만났다. 그는 처음에는 의심했지만, 박준호가 보여준 한양의 대동상회 기록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

한 달이 지났을 때, 박준호는 개경, 대구, 전주, 광주의 주요 상인 4명과 계약을 맺었다. 각각 자신의 지역에서 복식부기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서로 연결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개경의 최상봉이 대구의 김태산과 거래를 시작했다. 전주의 이윤호가 광주의 박영수와 협력하기로 했다. 각 지역의 상인들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이기 시작한 것이다.

대동상회는 이제 한양을 벗어나 전국으로 뻗어나가고 있었다.

박준호가 한양으로 돌아왔을 때, 이준구가 기다리고 있었다.

"조정의 반응은?"

박준호가 물었다.

"좋습니다."

이준구가 대답했다.

"이재성 대신이 왕에게 당신의 계획을 설명했습니다. 왕은 당신이 3개월 내에 전국 규모의 상회를 만들 수 있다면, 신분제 논쟁을 인정하겠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그것은 당신이 성공하면, 신분제는 자동으로 무너진다는 의미입니다. 왜냐하면 신분제는 상업 활동을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평민이 양반과 같은 규모의 상회를 운영할 수 있다면, 신분제는 더 이상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박준호가 지도를 펼친다. 이제 지도 위에는 4개의 도시가 표시되어 있다. 개경, 대구, 전주, 광주. 그리고 각 도시 사이에는 선이 그어져 있다. 거래 흐름을 나타내는 선들이었다.

"부산은?"

박준호가 묻었다.

"부산은 아직입니다."

이준구가 대답했다.

"한명준이 여전히 그곳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지방의 상인들을 모두 확보하면, 한명준은 자동으로 고립될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부산도 당신의 손에 들어올 것입니다."

박준호가 창문으로 나간다. 한양의 거리가 보인다. 상인들이 물건을 팔고, 양반들이 말을 타고 지나간다. 표면적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내면적으로는 모든 것이 변하고 있었다.

"이제 우리는 부산으로 가야 합니다."

박준호가 말한다.

"부산을 장악하면, 우리는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상업 제국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신분제는 더 이상 우리를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서연이 박준호의 옆에 선다.

"당신은 정말로 그것을 할 수 있습니까?"

박준호가 오서연을 본다. 그녀의 눈에는 여전히 두려움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희망도 있다.

"모르겠습니다."

박준호가 대답한다.

"하지만 우리는 시도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시도하지 않으면, 우리는 이미 패배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밖에서 말의 발굽 소리가 들린다. 윤지훈의 자객들이 다시 나타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박준호는 두렵지 않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전국의 상인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내일 부산으로 떠납니다."

박준호가 선언한다.

"임재욱, 당신은 호위 조직을 이끌고 우리를 보호합니다. 이준구, 당신은 조정에 우리의 계획을 알립니다. 오서연, 당신은 나와 함께 부산으로 갑니다."

밤이 깊어간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대동상회의 최종 장이 열리려 하고 있다. 부산. 해상 무역로. 동아시아 전체. 박준호의 꿈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는 한명준을 제거해야 할 것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그는 한명준을 무력화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을 것이다.

박준호가 창문으로 나간다. 밖에서는 여전히 말의 발굽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이제 그 소리는 더 이상 도망의 신호가 아니다. 그것은 전진의 신호였다.

임재욱이 칼을 갈기 시작한다. 날카로운 소리가 밤을 가른다. 그것은 전쟁의 준비였다.

오서연이 박준호의 손을 잡는다. 그녀의 손은 따뜻하다. 그리고 그 따뜻함이 박준호에게 용기를 준다.

"당신이 가는 곳이면, 나도 가겠습니다."

오서연이 속삭인다.

"우리는 함께 이 길을 갈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박준호가 아내의 손을 잡는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알게 된다. 진정한 힘은 돈이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새벽이 밝아온다. 마차 바퀴가 돌아간다. 박준호와 오서연, 그리고 임재욱을 태운 마차가 부산을 향해 나아간다. 뒤를 따르는 것은 임재욱의 호위 조직이다. 갑옷을 입은 기마병들, 등에 칼을 찬 전사들. 그들의 말발굽이 땅을 울린다.

그들은 한양을 떠난다. 그리고 부산으로 향한다.

그 길 위에서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그것은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박준호는 두렵지 않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자신의 길을 정했기 때문이다.

대동상회의 전국 진출. 그것은 단순한 상업 확장이 아니었다. 그것은 신분제를 무너뜨리는 혁명이었다. 그리고 그 혁명의 중심에는 박준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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