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시골 마을의 아침은 조용했다. 루나는 도끼질을 멈추고 하늘을 바라봤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색이 그녀의 얼굴에 반사되었다. 10년을 이렇게 살았다. 도끼질, 물 긷기, 채소 심기, 밥 짓기.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으려고 애썼다.
황제의 칙령은 오후 3시쯤 도착했다.
황금색 문장이 수놓인 붉은 종이, 황실의 인장, 그리고 성에서 출발한 기사들. 마을 이장은 벌벌 떨며 루나를 찾아왔고, 루나는 조용히 도끼를 내려놓았다. 내일은 없을 것이라고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차는 해가 질 때쯤 황궁의 남쪽 문으로 들어섰다.
루나는 창문을 통해 바깥을 봤다. 기억은 정확했다. 흰색 대리석 기둥들이 끝없이 이어지고, 연못 위의 다리들이 무지개처럼 굽어져 있고, 정원의 분수에서는 물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10년 전과 똑같았다. 하지만 그때는 이곳이 집이라고 생각했었다.
기사가 마차 문을 열었다. 루나는 발을 내디뎠다.
황궁의 복도는 기억보다 길었다. 어린 루나는 이 길을 뛰어다녔으니까. 지금의 루나는 천천히, 주의깊게 걸었다. 하얀 벽을 따라 움직이는 자신의 그림자를 바라보며.
"이쪽입니다."
황실 내시가 앞장섰다. 루나는 그를 따랐다. 복도는 자꾸 남쪽으로 향했다. 루나는 알았다. 지금 어디로 가는지. 동쪽 누각. 버려진 인물들이 머물던 곳. 10년 전 자신이 마지막으로 본 황실의 일각이었다.
계단을 올랐다. 그리고 또 올랐다. 창문 너머로 황궁의 중심부가 점점 멀어졌다. 중앙 광장의 황제의 궁전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곳은 황궁의 가장자리였다. 끝이었다.
"이것이 당신의 방입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벨을 누르세요."
루나는 방 안으로 들어섰다. 내시는 말을 마치자마자 떠났다. 인사도 없이.
방은 작았다. 침대, 책상, 한 개의 창문. 창문 너머로 보이는 것은 궁전의 벽이었다. 루나는 침대에 앉았다. 손가락이 떨렸다.
알현은 저녁 7시였다.
황제의 침실 옆 방. 루나는 그곳에서 시온을 만났다. 오빠는 책상에 앉아 있었고, 루나가 들어오자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 검은 머리, 차가운 눈. 10년 전과 같았다. 하지만 이마에는 더 깊은 주름이 새겨져 있었다.
"오빠."
루나의 목소리는 작았다. 하지만 그 안에는 10년이 담겨 있었다.
시온은 루나를 바라봤다. 1초. 2초. 3초.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무언가를 인식하는 순간의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차가운 얼음처럼 굳어진 표정이 돌아왔다.
"정령사는 황실의 위협이다."
시온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루나의 얼굴이 경직되었다. 심장이 한 박자 멈췄다.
"너는 이곳에서 조용히 있어라. 누구도 만나지 말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아라. 그것이 너를 위한 최선이다."
루나는 시온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의 입술이 움직일 때마다 자신의 심장이 깎여 나가는 듯했다. 호흡이 얕아졌다. 10년 전 그 날의 감각이 되살아났다. 버림받은 날. 결함이라고 낙인찍힌 날.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그때는 아이였지만, 지금은 알았다.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제 가거라."
루나는 입을 열려다 닫았다. 말할 것이 있었지만, 말할 수 없었다. 시온의 눈에는 이미 결정이 내려져 있었다. 자신을 보는 그 눈빛에는 딸이 아닌 위협만 있었다.
몸이 움직였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다리가 움직였고, 몸이 돌았고, 복도로 나갔다. 뒤에서 들리는 것은 문이 닫히는 소리뿐이었다.
밤이 깊어졌을 때, 루나는 동쪽 누각의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천장을 바라봤다. 천장에 금이 가 있었다. 작은 금, 하지만 분명한 금. 마치 자신의 마음처럼.
그때였다.
희미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루나의 눈이 떠졌다. 소리는 벽 아래쪽, 더 깊은 곳에서 나오고 있었다.
루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벽 쪽으로 걸어가며 귀를 기울였다.
울음소리가 더 명확해졌다.
그것은 바람 소리가 아니었다. 쥐의 울음도 아니었다. 루나는 알았다. 그 소리가 무엇인지. 10년 동안 듣지 않으려고 애써온 그 소리. 정령의 울음. 고통 속에서 누군가를 부르는 목소리.
황궁의 공기 전체가 미세하게 진동했다.
루나의 피부에 소름이 돋았다. 온몸이 떨렸다. 10년간 잠자던 능력이 깨어나고 있었다. 그것은 쾌감이었다. 마치 오랫동안 얼어있던 손이 따뜻해지는 것 같은. 동시에 공포였다. 마치 제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자신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
루나는 천천히, 조심스럽게 숨을 쉬었다. 정령의 울음은 계속되고 있었다. 점점 더 크게.
밤이 더 깊어졌을 때, 루나는 참을 수 없는 충동에 이끌렸다. 침대에서 나왔다. 방의 문을 열었다. 복도는 어둠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루나는 길을 알았다. 정령의 울음이 길을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발걸음이 자동으로 움직였다. 의지와 무관하게. 계단 아래로. 더 아래로. 황궁의 더 깊은 곳으로.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루나의 몸은 더 무거워졌다. 마치 누군가 그녀의 팔목을 잡아 당기는 저항감이 있었다. 하지만 발은 멈추지 않았다. 정령의 울음이 더 크게 울려 퍼졌기 때문이다.
루나는 그 소리의 근원을 따라가고 있었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마치 어떤 거대한 손에 이끌려가는 것처럼. 하지만 그 손은 적대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간절했다. 마치 오랫동안 기다려온 누군가를 맞이하는 손처럼.
복도 끝에 문이 있었다. 검은색 문. 그 위에는 황실의 인장이 새겨져 있었고, 그 아래에는 금지를 의미하는 붉은 글씨가 적혀 있었다.
루나는 손을 들었다. 문의 손잡이는 차가웠다.
손잡이를 움켜쥔 순간, 루나의 손가락이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루나는 숨을 고르며 손을 내렸다. 정령의 울음은 여전히 들렸지만, 이번엔 다른 음색이 섞여 있었다. 두려움. 절박함. 그리고 간절한 청유.
'가지 마. 가면 안 돼.'
루나는 아무도 말하지 않은 말을 들었다. 그것은 정령의 목소리였다. 아니, 여러 목소리였다. 하나가 아닌 많은 정령들이 동시에 루나를 말리고 있었다.
루나는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그 순간, 복도 위쪽에서 횃불의 빛이 흔들렸다.
"루나 마님?"
목소리는 낮고 조심스러웠다. 루나는 고개를 들었다. 황실의 내시가 계단 위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10년 전 그녀를 황궁에서 내보낼 때 호위했던 내시 중 한 명이었다.
"이곳은... 가면 안 되는 곳입니다."
내시의 목소리는 두려움으로 떨렸다. 그는 루나의 얼굴을 직시하지 못했다. 대신 그녀의 뒤, 검은색 문을 바라봤다.
"지하 7층 봉인실입니다. 황제 폐하께서도 함부로 드나드시지 않는..."
"정령들이 있나요?"
루나의 질문이 내시의 말을 끊었다. 내시는 입을 다물었다.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마님께서 그런 말씀을..."
"정령들이 있다는 걸 알아요."
루나의 목소리는 놀랍도록 차분했다. 하지만 그 차분함 아래에는 확신이 흐르고 있었다. 정령의 울음은 계속되고 있었다. 루나의 몸 안에서, 벽 너머에서, 그리고 루나 자신의 심장에서.
내시는 한 발 더 내려왔다. 횃불의 빛이 루나의 얼굴을 비추었다. 그 순간 내시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루나의 눈을 봤기 때문이다. 그 눈은 예전의 루나의 눈이 아니었다. 더 오래되고, 더 깊고, 더 슬픈 무언가가 그 안에 있었다. 마치 다른 누군가의 눈이 루나의 눈 위에 겹쳐진 것처럼.
"황제 폐하께서는 마님께 분명히 말씀하셨을 겁니다."
내시는 한 발 물러섰다.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조용히 있으라고. 누구도 만나지 말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루나는 내시의 말을 듣고 있었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 말 뒤에 숨겨진 것들이 보였다. 황제의 두려움. 황실의 비밀. 그리고 자신이 왜 버려졌는지에 대한 진실. 루나의 손가락이 떨리기 시작했다. 호흡이 가빠졌다. 정령의 울음이 자신을 침식하려는 듯한 공포감이 밀려왔다.
루나는 내시를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돌아가겠습니다."
내시는 눈에 띄게 안도의 숨을 쉬었다. 하지만 루나의 다음 말에 그 안도감은 사라졌다.
"다만, 황실의 지도를 받고 싶습니다. 이 궁전의 구조를 알아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 오래 있을 테니까."
내시는 주저했다. 황제의 명령은 '조용히 있으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도를 주는 것이 그 명령을 어기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루나의 목소리에는 거부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제가... 제가 알아봐야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하나만 더 여쭤봐도 될까요?"
내시가 고개를 들었다. 루나의 눈을 마주칠 수 없었지만.
"지하 7층이 정말 마지막인가요? 더 아래는 없나요?"
내시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 반응 자체가 이미 답이었다.
루나는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슬픈 미소였다. 마치 누군가 자신의 가슴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이 더 고통스럽다는 것을 아는 사람의 미소.
루나는 돌아섰다. 계단을 올라갔다. 내시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루나의 발걸음은 천천했지만, 그 안에는 확고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복도를 올라가며 루나는 생각했다. 정령들이 왜 울고 있는지. 황실이 왜 그들을 이렇게 깊은 곳에 가두어 두었는지. 그리고 오빠가 왜 자신을 버렸는지.
그리고 루나는 알았다. 자신이 이 황궁에 온 이유. 정령사라는 자신의 능력이 왜 깨어나고 있는지.
황실이 자신을 원한 이유는 자신의 능력이 아니었다. 정령들을 통제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을 더 깊이 가두고, 더 완전히 봉인하기 위해. 루나라는 도구를 사용하기 위해.
하지만 루나는 도구가 아니었다.
그 순간, 루나의 손가락 끝에서 은빛이 흘러나왔다. 미세하고, 부드럽고, 거부할 수 없는 빛. 루나는 손을 바라봤다. 맥박이 빨라졌고, 호흡이 얕아졌다. 정령화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정령들과 연결되고 있는 것인가? 그 경계가 어디인지 루나는 알 수 없었다. 그 빛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들—이름 모를 정령들의 목소리들—이 루나를 부르고 있었다. 마치 자신들을 찾아온 누군가를 기다렸던 것처럼.
루나는 손을 움켜쥐었다. 빛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것은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루나의 몸 속에 자리 잡은 것이었다.
동쪽 누각에 돌아온 루나는 침대에 누웠다. 하지만 잠은 여전히 오지 않았다. 창문을 열었다. 황궁의 밤 하늘이 보였다. 별들이 흩어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 던져 놓은 눈물 같은.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어.'
그 목소리는 어디서 나왔는가? 루나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목소리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했다. 누군가 다른 것. 더 오래되고, 더 깊고, 더 절박한 것.
루나는 창문을 통해 밤하늘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의 눈빛이 변했다. 차가운 회색에서 부드러운 은빛으로.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의 눈빛이 루나의 눈 위에 겹쳐지는 것처럼.
루나는 자신의 손을 들었다. 손가락 끝에서 미세한 빛이 흘러나왔다. 은색의, 부드러운, 정령의 빛. 이것이 무엇인지는 알았지만, 왜 일어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자신이 정령화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정령들과 연결되고 있는 것인가? 그 경계가 어디인지 루나는 모르겠다. 그 빛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들이 루나를 부르고 있었다. 이름 모를 정령들의 목소리들. 마치 자신들을 찾아온 누군가를 기다렸던 것처럼.
루나는 손을 움켜쥐었다. 빛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것은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루나의 몸 속에 자리 잡은 것이었다.
아침이 올 때까지, 루나는 창문 앞에 서 있었다. 정령의 울음을 듣고 있었다. 그리고 그 울음에 답하는 자신의 몸을 느끼고 있었다. 두려움과 함께.
그것은 시작이었다.
무언가 거대하고 복잡한 것의 시작. 황실의 비밀을 깨우는 것의 시작. 그리고 루나가 자신이 누구인지를 다시 발견하는 것의 시작.
내일, 루나는 황실의 일과를 시작해야 했다. 황태후를 알현해야 했고, 루엘을 만나야 했고, 황제의 칙령에 따라 움직여야 했다. 하지만 밤사이 무언가가 달라졌다.
루나는 더 이상 버려진 여자가 아니었다. 정령들이 부르고 있었으니까. 누군가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루나는 그들의 울음을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의 이름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들의 절박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울음에 답할 수 있는 것은 루나뿐이었다.
동틀 무렵, 루나는 침대에 누웠다. 정령의 울음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루나의 심장 속에 자리 잡은 것이었다. 마치 오랫동안 기다렸던 누군가가 마침내 집에 온 것처럼.
창문 너머로 햇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새로운 날이 오고 있었다. 황궁의 새로운 하루. 그리고 루나의 새로운 삶.
루나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 마지막 생각은 이것이었다.
'아이들을 찾아야 해. 아이들이 울고 있어.'
그리고 그 생각과 함께, 루나의 몸에서 미세한 빛이 흘러나왔다. 은색의, 부드러운, 정령의 빛.
황궁의 벽을 통해 그 빛이 전달되었다. 아래로, 더 아래로. 지하 7층까지.
그곳에서, 정령들이 그 빛을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