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구의 밤하늘이 터졌다
폭발의 불길이 신월의 몸을 집어삼켰고, 그 연기 속에서 철천과 공상의 검이 부딪혔다. 주경의 손가락은 여전히 마비 상태였다. 초침을 쥘 수 없었다. 석혜가 주경의 팔을 잡아당겼지만, 주경은 움직이지 않았다.
신월이 쓰러졌다. 그의 피가 포구의 돌바닥에 흘러내렸다.
"가야 해!"
석혜의 목소리가 먼 곳에서 울려 왔다. 주경의 귀는 여전히 폭발음의 울림으로 가득했다. 철천의 검이 공상의 칼을 튕겨냈다. 두 사람 모두 주경을 향해 돌아섰다. 철천의 눈빛은 차갑고 명확했다. 공상의 입가에는 광기 어린 웃음이 떠있었다.
"시침을 놓쳐라, 주경."
공상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그것이 더 위험했다.
"네 능력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이제 안다. 그 비무를 내게 주면 살려주겠다. 신월처럼 죽을 필요는 없다."
주경의 손가락이 떨렸다. 마비된 손가락이 아니라 다른 손가락이. 초침을 쥔 손이 아직 남아있었다. 그것을 움직일 수 있는 손이.
철천이 한 발 내디뎠다. 그의 신체에서 검은 기운이 피어올랐다. 철신공. 전생의 기억 속에서 주경은 그것을 수백 번 본 적이 있다. 그것에 죽음을 맞이했다.
"결정하거라. 지금."
시간이 멈추었다.
아니다. 시간이 멈춘 것이 아니었다. 주경이 멈추게 만든 것이었다.
초침이 주경의 손 안에 있었다. 언제부터? 손가락이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 마비 상태를 뚫고 초침을 움켜쥔 손가락들.
주경의 시야 속에서 세 개의 길이 동시에 펼쳐졌다.
초침을 철천에게 던지면 공상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신월은 죽고, 석혜는 살아나고, 주경도 살아남는다. 하지만 강호는 여전히 철혈맹의 손에 있다.
초침으로 시간을 역행하면 신월을 살릴 수 있다. 폭발 전으로 돌아가 그를 밀어낸다. 신월은 살아나지만, 류해가 죽는다. 포구는 전쟁터가 된다.
초침으로 공상을 정지시키고 철천에게 맞서면 복수를 이룰 수 있다. 하지만 주경도 죽는다. 초침의 월 제한을 초과하면 돌이킬 수 없는 대가가 따른다.
주경의 손이 떨렸다.
석혜의 손이 자신의 팔을 놓지 않고 있었다. 류해의 눈빛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신월이 목숨을 걸고 폭발을 일으켰다.
초침을 내려놓는 순간, 주경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았다.
"달려."
주경이 말했다. 그 목소리는 복수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가문 복구의 욕망으로 가득한 목소리도 아니었다. 살아있음의 목소리였다.
주경이 초침을 손에서 놓았다. 돌바닥으로 떨어진 초침이 굴러갔다.
"뭐 하는 거야?"
석혜의 목소리가 떨렸다.
주경은 석혜를 밀어냈다. 석혜가 달렸다. 주경도 달렸다. 포구의 어둠 속으로 두 사람이 사라졌다.
철천이 손을 뻗었다. 공상의 검이 공중을 가르며 쓸려 내려왔다. 하지만 이미 그들은 없었다.
뒤에서 류해의 목소리가 들렸다.
"가거라!"
주경이 뒤를 돌아봤다. 류해가 포구의 입구에 서 있었다. 그의 검이 철천과 공상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류해의 입에서 혈흔이 흘러내렸지만, 그의 눈은 주경을 따라갔다.
"이미 결정되었다."
류해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있었다. 류해는 이 순간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사찰 계곡의 죄인으로서, 자신의 과거를 씻을 마지막 기회가 이것임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가거라, 주경."
류해의 검이 철천의 검과 부딪혔다. 불꽃이 튀었다. 그 빛 속에서 주경은 류해의 마지막 모습을 봤다.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그의 몸이 철천과 공상을 가로막았다. 더 이상 뒤를 볼 수 없었다.
주경과 석혜는 계속 달렸다.
포구를 벗어났다. 북쪽으로. 사찰 계곡의 방향으로. 주경의 숨이 가빴다. 손가락이 여전히 마비되었다. 어깨는 혈흔으로 젖어있었다. 하지만 주경은 멈추지 않았다. 석혜의 손을 놓지 않았다.
뒤에서 철천의 함성이 들렸다. 공상의 비웃음이 들렸다. 하지만 주경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앞만 봤다. 살아가는 길만 봤다.
사찰 계곡 아래의 집에 도착했을 때, 주경의 다리가 접혔다. 석혜가 주경을 붙잡았다. 주경의 무게가 실렸다.
"숨을 쉬어. 주경."
석혜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우리가 살았어. 살았어."
주경은 대답할 수 없었다. 초침을 사용했을 때의 대가가 그의 몸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수명이 깎여나갔다. 한 호흡마다.
집의 문이 열렸다. 지법사가 나타났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했다.
"들어오거라."
지법사의 목소리는 낮았다. 주경과 석혜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지법사가 문을 닫았다.
주경의 몸이 흔들렸다. 초침의 월 제한을 초과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세 번의 시간 역행. 그것은 인간의 몸이 견딜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 주경은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지법사가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따뜻한 기운이 주경의 가슴에 흘러들었다. 주경의 호흡이 천천히 정상을 찾았다. 하지만 몸 안의 공허함은 남아있었다. 마치 자신의 일부가 사라진 것처럼.
"내가 무엇을 한 거지?"
주경의 목소리가 떨렸다.
"강함과 약함의 경계를 건넜다."
지법사가 대답했다.
"당신은 강함을 택할 수 있었다. 그 초침으로 철천을 죽일 수 있었다. 공상을 영원히 멈출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신은 달렸다."
주경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자신이 왜 그렇게 했는지 알 수 없었다. 초침을 버렸을 때의 순간이 기억 속에 있으면서도, 동시에 그 이유가 완전히 사라져있었다.
아니다. 이유는 있었다. 주경은 느낄 수 있었다. 석혜의 손. 류해의 눈빛. 신월의 희생. 그 모든 것이 주경의 가슴에 새겨져 있었다.
"사람은 혼자 강할 수 없다."
지법사가 말했다.
"당신은 석혜와 함께 달렸다. 류해가 당신을 막아냈다. 신월이 당신을 지켰다. 당신의 가문은 이미 복구되었다. 당신이 살아있다. 그것이 가문의 복구다."
주경의 가슴이 철렁했다. 약함을 인정한다는 것. 전생의 주경은 절대 할 수 없었던 것. 자신이 혼자 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주경의 시야가 흐릿해졌다. 이번에는 거부할 수 없었다. 죽음이 가까워오고 있었다. 초침을 여러 번 사용했다. 월 제한을 초과했다.
"당신은 다시 태어날 것이다."
지법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초침의 월 제한을 초과한 대가는 죽음이다. 하지만 당신의 죽음은 끝이 아니다."
주경은 지법사의 얼굴을 봤다. 노인의 눈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기억을 잃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의 손은 기억할 것이다. 당신의 몸은 기억할 것이다."
지법사의 목소리가 더 가까워졌다.
"당신의 강함은 비무가 아니라, 당신 자신이 되는 것이다.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매번. 계속."
어둠이 주경을 감쌌다.
그 어둠 속에서 주경은 떠있었다. 시간이 흘렀다. 얼마나 오래인지 알 수 없었다. 주경은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죽고 있다는 것을. 동시에 다시 태어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누군가가 손을 뻗었다.
주경의 눈이 떠졌다.
햇빛이 들어왔다. 흰 천장이 보였다. 낯선 방이었다. 벽에는 기계 부품들이 놓여있었다. 초침, 시침, 분침. 모두가 정지되어있었다.
주경이 몸을 일으켰다. 팔에 힘이 없었다. 머리가 무거웠다. 기억이 없었다.
문이 열렸다.
한 남자가 들어왔다. 나이 많은 남자였다. 그의 얼굴은 낯설었다. 하지만 주경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다시 깨었군."
남자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주경이 물었다.
남자가 웃음을 흘렸다. 따뜻한 웃음이었다.
"당신이 알아야 할 사람이다."
남자가 초침을 들어 올렸다. 시계 부품이 빛을 받았다. 주경의 손이 그 움직임을 따라갔다. 손가락이 자동으로 움직였다.
"이제부터 시작이야."
주경의 손이 떨렸다. 초침을 보는 순간, 손가락이 움직였다. 자신이 그것을 어떻게 만드는지 알고 있다는 듯이. 자신이 이미 그것을 몇 번이나 만들었다는 듯이.
하지만 주경은 기억할 수 없었다.
강호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고 있었다.
초침이 다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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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침의 귀향
주경의 손이 떨렸다. 초침을 보는 순간, 손가락이 움직였다. 자신이 그것을 어떻게 만드는지 알고 있다는 듯이.
하지만 주경은 기억할 수 없었다.
그 남자—류해는 초침을 다시 책상 위에 놓았다. 햇빛 아래에서 그것은 천천히 회전했다.
"당신의 손은 기억하고 있다."
류해가 말했다.
"몸이 기억하는 것들이 있다. 머리가 잊어버린 후에도."
주경은 자신의 손을 들었다. 손가락들이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약했다. 마치 여러 번 죽었다가 다시 태어난 것처럼.
"얼마나 있었어?"
주경이 물었다. 목이 쉬어있었다.
"사흘."
류해가 대답했다.
"당신은 사흘 동안 깨어나지 않았다."
주경은 그 말을 받아들이려 했지만, 자신의 감각이 그것을 거부했다. 사흘이 아니라 훨씬 더 오래였던 것 같았다. 마치 몇 년을 거쳐왔던 것처럼.
"신월은?"
"살아있다. 상태는 안정적이지만, 깨어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류해가 창밖을 봤다.
"석혜는?"
"밖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계속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주경의 가슴이 철렁했다. 석혜. 그 이름을 들었을 때, 무언가가 떠올랐다. 밤하늘. 포구. 누군가의 손. 함께 달렸던 기억. 하지만 그 이상은 없었다. 마치 누군가가 그 기억의 가장자리를 깎아낸 것처럼.
"지법사는?"
"가셨다. 사찰 계곡으로. 당신이 깨어나기 전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떠나셨다."
류해가 침대 옆의 작은 상자를 가리켰다.
"당신에게 전할 것이 있다고 했다."
주경이 상자를 들었다. 가벼웠지만 무거웠다.
주경이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오래된 시계의 심장이 있었다. 태엽과 바퀴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기계 장치. 그것과 함께 종이 한 장.
주경이 종이를 펼쳤다.
글씨는 주경 자신의 필체와 유사했다. 마치 누군가가 주경의 필체를 흉내 낸 것처럼. 또는 주경이 그 글씨를 쓰는 방법을 배운 것처럼.
글귀는 짧았다.
'당신이 초침을 버렸다. 그것이 진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다. 시침은 여전히 움직인다. 분침도.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당신이 멈추지 않는다면.'
주경의 손이 떨렸다.
"이것을 누가?"
"지법사가 남겼다."
류해가 대답했다.
"당신이 초침을 버리는 순간, 지법사는 이것을 적으셨다고 했다. 당신이 깨어날 때를 대비해서."
주경은 종이를 다시 읽었다. 읽을수록, 그 글씨가 더 익숙해졌다. 마치 자신이 이미 읽어본 것처럼. 여러 번. 다른 시간대에서.
"강호는 어떻게 됐어?"
주경이 물었다.
류해가 창문을 열었다. 경성의 거리가 보였다. 아침 햇빛 아래에서 경성은 평화로워 보였다.
"철혈맹은 철천의 사망으로 분열 중이다. 공상은 행방불명이다. 신기관은 신월의 복구를 기다리고 있다. 황실은 개혁파와 보수파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다."
류해가 말했다.
"강호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누가 그것을 이끌 것인가. 그것이 지금의 문제다."
주경은 그 말을 들었지만, 깊게 이해하지 못했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이 있다."
류해가 주경을 봤다.
"당신의 몸과 마음 모두 회복해야 한다."
주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문이 열렸다.
석혜가 들어왔다. 그녀의 얼굴에는 피로가 짙게 베어있었다. 하지만 주경을 보는 순간, 그것이 모두 사라졌다.
"깨었어!"
석혜가 주경에게 달려왔다. 주경은 그 움직임을 본 순간, 무언가가 떠올랐다. 밤하늘. 손. 함께 달렸던 기억. 그 기억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몸이 알고 있었다.
"어떻게 느껴? 몸은 괜찮아?"
석혜가 웃음을 흘렸다. 그 웃음은 주경의 가슴을 울렸다.
"내 이름은?"
주경이 물었다.
석혜의 웃음이 멈췄다.
"주경. 당신의 이름은 주경이야."
주경은 그 이름을 반복했다. 주경. 주경. 마치 그것이 자신을 부르는 주문인 것처럼.
"기억은 없어?"
석혜가 물었다.
주경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것도 거짓이었다. 기억이 있었다. 단지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을 뿐.
"괜찮아."
석혜가 주경의 손을 잡았다.
"우리가 있으니까."
주경은 그 손을 봤다. 석혜의 손. 따뜻했다. 살아있었다. 현재였다.
"시간이 걸릴 거야."
류해가 말했다.
"당신의 기억은 천천히 돌아올 것이다. 또는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지금 여기 있다는 것이다."
주경은 창밖을 봤다. 경성의 거리. 그곳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변화. 새로운 시대의 움직임. 그것을 만들어야 할 누군가.
하지만 주경의 손은 알고 있었다.
초침을 만드는 방법. 그것을 어떻게 조작하는지. 그것을 통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 모든 것이 손가락 끝에 있었다. 마치 몇 번이나 반복된 삶 속에서 배워온 것처럼.
"지법사의 말이 있어?"
주경이 물었다.
류해가 잠시 침묵했다.
"당신의 진정한 여정은 지금부터 시작된다고."
주경은 그 말을 들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이해했다. 자신이 죽었던 것이 아니라, 다시 시작된 것이라는 것. 자신의 삶이 끝난 것이 아니라, 새로이 시작된 것이라는 것.
초침이 다시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강호의 새로운 시대가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리고 주경은 그 문을 열어야 했다.
손에 쥐어진 초침의 무게를 느끼며, 주경은 다시 일어나기로 결심했다.
이번에는 다르게. 혼자가 아니라 함께.
시침이 또 다시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