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을 때 첫 것은 통증이었다.
목이 찢어지는 듯한 질식감. 가슴팍에 박힌 비수의 감각이 생생했다. 주경은 벌떡 일어나려 했으나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였다. 하지만 이 몸은 자신의 몸이 아니었다. 가늘고 약한 팔. 어린 손가락들. 차가운 목재 위에 누운 자신을 내려다본 주경은 현실을 의심했다.
경성, 자금성 언덕의 저택. 정치 암투의 한복판에서 자신은 철혈맹의 살수들에게 죽었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런데.
주경의 눈이 천천히 초점을 맞췄다. 낡은 목재 천장. 그 위에 거미줄. 창밖으로 흐르는 경성의 야경이 아니라, 좁은 골목길의 흐린 등불. 공방의 냄새—기름과 금속과 나무의 향. 향로골목. 이곳은 자신이 알던 시계 공방이 아니었다.
'어디... 여기가...'
목소리도 어린 것이었다. 도제의 목소리. 주경은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더듬었다. 부드러운 뺨. 가는 눈썹. 남루한 도제복. 전생의 기억은 명확했으나, 현생의 몸은 철저히 낯선 것이었다. 마치 누군가 자신의 영혼을 다른 그릇에 부어넣은 것 같았다.
주경이 일어나 앉았다. 움직임이 어색했다. 전생에서는 능숙하던 몸짓도 이 약한 팔다리에서는 어색했다. 자신의 강력한 내공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물속에 잠긴 듯 모든 감각이 둔해져 있었다.
공방을 둘러봤다. 시계들이 벽면에 걸려 있었다. 태엽시계, 회중시계, 괘종시계들. 그 중 일부는 자신의 전생 가문이 만들던 모델과 비슷했다. 정밀함이 묻어났다. 바닥에는 도구들이 흩어져 있었고, 작업 책상 위에는 미완성의 시계 부품들이 놓여 있었다. 이곳은 분명 시계 공방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알던 공방은 아니었다.
주경의 손이 자동으로 움직였다. 책상 위의 시계 부품을 집어 들었다. 초침 메커니즘. 태엽. 복잡한 톱니바퀴들. 전생의 기억이 흘러나왔다. 손가락이 부품을 맞추고, 분리하고, 다시 맞추는 동작을 반복했다. 이것만큼은 낯선 몸이라도 기억이 살아 있었다.
그 순간, 손가락이 초침을 만졌다.
세상이 멈췄다.
'어?'
주경의 눈이 크게 떠졌다. 공방의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벽의 여러 시계들이 동시에 울던 똑딱거림도, 골목길의 밤거리 소음도, 자신의 호흡도 들리지 않았다. 오직 침묵만 있었다.
공포가 밀려왔다. 자신의 몸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다음 순간, 주경은 천천히 일어섰다. 움직인다. 자신만 움직인다.
책상 위의 도구들이 그대로였다. 공중에 떠 있는 먼지 입자들도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세상 전체가 그려진 그림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주경은 한 발 내디뎠다. 그 다음 발. 또 다른 발. 자신의 몸이 이렇게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공포는 어디로 가고, 그 자리를 경이로움이 채웠다.
초침을 놓은 손가락이 아직도 그 위치에 있었다. 주경은 다시 만져봤다. 초침은 여전히 정지된 상태였다. 그리고 자신은 계속 움직일 수 있었다.
얼마나 오래 이런 상태가 지속되는가? 주경은 세는 것을 시작했다. 호흡으로. 한 호흡. 두 호흡. 세 호흡.
세 호흡이 끝날 무렵, 세상이 갑자기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똑딱. 똑딱. 똑딱.
시계들의 소리가 돌아왔다. 골목길의 바람 소리. 먼 곳에서 들리는 밤거리의 목소리들. 모든 것이 원래대로 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경의 몸은 그렇지 않았다.
코에서 뜨거운 액체가 흘러내렸다. 손가락으로 집어 본 것은 피였다. 주경의 손이 떨렸다. 피의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자신의 생명이 무언가에 의해 깎여나갔다.
극심한 피로감이 몸을 짓눌렀다. 전생에서 경험해본 적 없는 종류의 피로였다. 마치 자신의 영혼 자체가 빨려나가는 듯한 감각. 주경은 책상에 비틀거리며 앉았다. 호흡이 가빠졌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었다.
'이... 이게 무엇인가?'
주경은 손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그리고 자신의 손을 들어 올렸다. 초침의 기억이 선명했다. 초침을 만진 순간 시간이 멈췄다. 그 안에서 자신만 움직였다. 그리고 대가가 있었다. 생명력. 자신의 생명이 깎여나갔다.
주경의 입술이 움직였다. 전생에서 배웠던 무술 경전의 문구들이 흘러나왔다. 시간을 지배하는 비무. 초침의 귀향.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자신이 깨워낸 것이 무엇인지는 느껴졌다.
"이것이... 강호의 정점으로 가는 길이다."
주경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피로함이 밀려왔지만, 그보다 강한 것이 있었다. 복수의 불길. 철혈맹을 향한 증오. 자신을 죽인 자들을 향한 갈증. 이 약한 몸으로도, 이 비무로도 충분할 것이라는 확신.
공방의 문이 열렸다.
"소년. 일어났나?"
낡은 목소리였다. 주경은 고개를 들었다. 나타난 것은 흰 수염의 노인이었다. 얼굴은 주름투성이였고, 손은 시계 부품으로 얼룩져 있었다. 노인의 눈이 주경을 내려다봤다. 그 눈빛은 깊었다.
"코에서 피가?"
노인이 더 다가왔다. 주경은 본능적으로 한 발 물러섰다. 이 노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의 기억에는 이런 인물이 없었다. 하지만 공방은 자신이 알던 것과 비슷했고, 이곳에서 일어난 일은 명확했다. 자신은 이 노인의 도제였고, 지금 막 비무를 각성했다.
"괜찮은가?"
노인이 물었다. 주경은 대답하지 않았다. 노인을 응시하기만 했다. 노인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의 눈이 주경을 유심히 살펴봤다. 마치 처음 보는 사람을 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넌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
노인이 중얼거렸다.
주경의 몸이 경직됐다. 그 말 속에 담긴 의미를 파악할 수 없었지만, 자신의 정체가 들킬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밀려왔다. 동시에 이 노인을 향한 이상한 감정이 솟아올랐다. 신뢰인가, 경고인가. 전생의 기억과는 맞지 않는 낯선 감정이었다.
주경의 입이 움직였다. "저는... 그냥 도제입니다."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필요했다.
노인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저 주경을 바라봤다. 그 시선 속에는 뭔가가 있었다. 연민? 경고? 아니면 시험? 주경은 알 수 없었다.
"밤이 늦었다. 쉬어라."
노인이 돌아섰다. 그의 발걸음이 공방의 뒤쪽으로 사라졌다. 주경은 혼자 남겨졌다. 극심한 피로감이 여전히 몸을 짓누르고 있었다. 주경은 책상 위의 담요를 집어 들고 바닥에 누웠다.
창밖의 경성이 보였다.
자금성 언덕 위에는 철혈맹의 검은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그 아래 서점가 거리에는 신기관의 등불이 희미하게 떠 있었다. 그보다 아래로는 포구 지대에서 해상연맹의 배들이 정박해 있었다. 세 세력이 경성을 삼각형으로 나누고 있었다. 자신이 알던 시대와 다르지 않았다. 같은 대립. 같은 음모. 같은 강호.
하지만 자신은 다른 사람이 되었다.
주경의 눈이 감겼다. 피로가 의식을 빨아들였다. 그 순간, 목소리가 들렸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할 수 없는 곳에서.
"그 능력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다."
주경의 눈이 벌떠졌다. 하지만 공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노인의 발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오직 시계들의 똑딱거림만 있었다. 주경은 창밖을 봤다. 경성의 야경은 그대로였다.
혹시 자신이 꿈을 본 것일까?
주경의 눈이 다시 감겼다. 이번에는 꿈을 꾸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피로는 거절할 수 없었다. 자신의 생명력이 깎여나간 대가는 너무 컸다.
새벽이 가까워올 무렵, 공방 밖의 골목길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여러 명의 발소리였다. 빠르고 정확한 움직임. 무인들의 발걸음.
"이 근처라고 했나?"
낮고 차가운 목소리.
"향로골목의 시계 공방. 누군가 여기서 비무를 각성했다는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다른 목소리. 더 높았다.
"신기관의 첩자들인가?"
"그렇습니다."
공방 안에서 자고 있던 주경의 눈이 벌떠졌다. 누군가 자신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찾아오고 있었다.
주경의 손이 재빠르게 일어났다. 누군가 자신을 찾아오고 있다는 사실이 모든 피로를 한 순간에 밀어냈다. 심장이 요동쳤다. 자신의 비무 각성이 이미 강호에 알려졌다는 뜻이었다. 불가능했다. 겨우 몇 시간 전의 일인데.
공방의 어둠 속에서 주경은 숨을 고르려 했지만 실패했다. 전생의 기억 속에서도 이런 상황은 없었다. 적어도 그렇게 빨리 포위되지는 않았다. 누군가 자신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었다. 아니면 처음부터 자신이 이곳에 있을 것을 알고 있었다.
"공방 불을 꺼두었나?"
바깥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예. 내부에 누군가 있지만,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주경의 호흡이 더 가빨라졌다. 그들이 자신을 감시하고 있었다. 공방의 불이 꺼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관찰하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주경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바닥에 누워 있던 자세에서 벗어나 웅크린 자세를 취했다. 공방의 구석으로 몸을 숨겼다. 노인이 있는 뒤쪽 방으로 가야 했다. 하지만 그곳으로 가는 길목이 창문과 가까웠다. 밖의 신기관 첩자들에게 보일 수 있었다.
주경은 시계 부품들이 가득한 책상 아래로 기어 들어갔다. 작은 나사, 톱니바퀴, 용수철들이 손에 닿았다. 이런 것들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전생에서 자신은 이런 물건들을 무기로 사용해본 적이 없었다. 시계공은 장인이지, 전사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약한 몸이라는 사실이 자신을 약하게 만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이 자신을 더욱 날카롭게 만들었다.
주경의 손이 움직였다. 책상 위의 작은 수건을 집어 들고, 그 안에 무거운 톱니바퀴들을 넣기 시작했다. 아주 정교한 톱니바퀴들이었다. 무게가 제법 있었다. 이것을 던지면 상대의 얼굴에 맞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들어가자."
바깥에서 명령하는 목소리.
발걸음이 가까워졌다. 공방의 문이 밀려 열렸다. 주경은 책상 아래 더 깊숙이 몸을 숨겼다. 심장이 터질 듯 요동쳤다. 시침의 귀향을 다시 사용할 수 있을까? 하지만 아직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다. 전신이 극심한 피로감으로 짓눌려 있었다.
"여기다."
한 명의 신기관 첩자가 공방 안으로 들어섰다. 주경은 그의 실루엣을 볼 수 있었다. 키가 크고 어깨가 넓은 사나이였다. 손에는 단도를 들고 있었다.
"비어 있나?"
두 번째 첩자가 뒤에서 따라 들어왔다. 더 작은 체구였다.
"아직 기척이 없다. 저쪽을 확인해봐."
첫 번째 첩자가 공방의 뒤쪽을 가리켰다. 두 번째 첩자가 그쪽으로 걸어갔다. 주경은 그 순간을 기다렸다.
첫 번째 첩자가 공방의 가운데로 들어왔다. 그의 시선이 책상 쪽으로 향했다. 주경은 숨을 죽였다.
"뭔가 있다."
첩자가 중얼거렸다. 그의 손이 책상 위의 부품들을 헤쳤다. 그 순간, 주경의 팔이 폭발적으로 움직였다.
수건에 담긴 톱니바퀴들이 첩자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어?"
첩자가 반사적으로 몸을 날렸다. 톱니바퀴 중 일부가 그의 뺨을 스쳤다. 따뜻한 피가 튀었다.
"누군가 있다!"
두 번째 첩자가 비명을 질렀다. 그가 단도를 들고 뒤쪽에서 달려왔다.
주경은 책상 아래에서 몸을 날렸다. 공방의 다른 쪽으로 몸을 굴렸다. 그의 동작은 어색했다. 현생의 약한 몸이 전생의 명령에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잡아!"
첫 번째 첩자가 외쳤다. 두 명이 주경을 향해 달려왔다.
주경의 손이 공방의 벽에 있는 물건들을 집어 들기 시작했다. 시계 틀, 무거운 망치, 작은 나사통. 모든 것이 무기가 될 수 있었다.
"이 녀석, 도제 치고는..."
첫 번째 첩자가 혀를 찼다. 하지만 주경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자신의 몸이 움직이는 대로 움직였다. 피로감은 여전했지만, 생존의 본능이 그것을 덮어버렸다.
주경이 들고 있던 망치를 첫 번째 첩자에게 던졌다. 첩자는 쉽게 피했다. 그들은 명백히 훈련받은 무인들이었다. 주경의 동작들은 너무 느렸다.
공방의 벽이 망치의 충격으로 갈라졌다. 먼지가 일어났다. 주경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먼지 속으로 몸을 날렸다. 두 번째 첩자의 단도가 주경이 있던 자리를 베어냈다.
"이 녀석!"
두 번째 첩자가 외쳤다. 주경은 공방의 반대편으로 몸을 날렸다. 책상들 사이를 헤집고, 벽의 시계들 아래를 통과했다.
첫 번째 첩자가 주경의 경로를 예측했다. 그의 단도가 주경의 앞을 가로막았다. 주경은 순간적으로 방향을 바꿨다. 어색한 동작이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예측을 벗어났다.
주경의 코에서 다시 피가 흘러내렸다. 시침의 귀향을 사용해야 할까? 하지만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한 번 더 사용한다면 자신의 생명이 얼마나 깎여나갈지 알 수 없었다.
주경은 공방의 문을 향해 달렸다. 두 첩자가 뒤를 따랐다. 하지만 주경은 이미 문 앞에 도달했다. 그가 문을 밀어냈다.
향로골목의 밤거리가 주경 앞에 펼쳐졌다. 좁은 골목길, 낡은 건물들, 그리고 경성의 야경. 주경은 숨을 쉬기 위해 멈췄다.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두 첩자가 공방에서 나왔다.
"이 쪽이다!"
그들이 외쳤다. 주경은 다시 달렸다. 골목길을 따라, 건물들을 돌아, 어둠 속으로. 하지만 그 순간, 다른 방향에서 또 다른 발소리들이 들렸다. 여러 명. 많은 수.
주경은 멈췄다. 앞쪽 골목길의 입구에서 검은 옷을 입은 사내들이 나타났다. 적어도 5명 이상. 그들의 손에는 모두 검이 들려 있었다.
철혈맹의 깃발.
주경의 눈이 확대되었다. 신기관의 첩자들도 있었고, 이제 철혈맹의 살수들까지 나타났다. 자신이 이곳에 있다는 것이 강호의 모든 세력에 알려진 것이었다.
주경은 옆길로 달렸다. 또 다른 골목길. 그곳도 막혀 있었다. 남쪽으로, 북쪽으로, 모든 방향이 포위되어 있었다.
주경이 멈추고 뒤를 봤다. 신기관의 첩자 2명, 철혈맹의 살수 5명, 그리고 더 많은 발소리들이 들려오고 있었다. 사방이 막혔다. 도망칠 길이 없었다.
주경의 손이 떨렸다. 약한 몸으로 강호에 맞설 수 있을까? 이 몸은 전생의 자신이 아니었다. 강력한 내공도 없었고, 훈련받은 무술도 없었다. 오직 이 비무뿐이었다.
시침의 귀향을 다시 사용할 수 있을까? 하지만 자신의 몸은 이미 극한에 도달했다. 코에서 흘러내리는 피는 멈추지 않았고, 손가락도 떨리고 있었다. 한 번 더 사용한다면 자신의 생명이 얼마나 깎여나갈지 알 수 없었다.
주경은 선택지 앞에 섰다. 항전할 것인가, 도주할 것인가. 아니면 시침의 귀향을 다시 한 번 사용할 것인가.
그 순간, 주경의 가슴 속에서 이상한 감정이 솟아올랐다. 전생의 기억 속 강호의 정점이라는 욕망. 그리고 생명이 깎여나간다는 공포. 두 감정이 충돌했다.
주경의 손이 떨렸다. 한 번 더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얼마나 더 깎여나갈까?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그것만이 유일한 길이었다.
주경은 공방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곳에 시계가 있었다. 초침이 있었다. 자신의 힘이 있었다.
그 순간, 공방 쪽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그만해라."
노인의 목소리였다. 주경이 돌아봤다. 공방의 입구에 노인이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낡은 검이 들려 있었다.
노인의 눈빛이 어두웠다. 마치 깊은 밤하늘 같은 눈빛이었다. 그의 호흡은 고르고 침착했다. 검을 드는 손가락도 떨리지 않았다. 모든 것이 정적함을 담고 있었다.
노인이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그의 움직임만으로도 골목길의 공기가 바뀌었다. 철혈맹의 살수들과 신기관의 첩자들이 본능적으로 물러섰다.
"저 아이는 내 도제다."
노인의 목소리가 골목길에 울렸다. 그 말 속에는 어떤 의문의 여지도 없었다. 마치 천명 같은 확신이 담겨 있었다.
"누가 건드리는가?"
노인의 검이 천천히 올라갔다. 그 검의 움직임은 느렸지만, 그 안에 담긴 무게는 엄청났다. 마치 산이 움직이는 듯한 압박감이 골목길을 가득 채웠다.
주경은 그 순간을 느꼈다. 이 노인이 누구인지, 어떤 인물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영혼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가 울렸다. 신뢰인가, 운명인가. 전생의 기억과는 맞지 않는 낯선 감정이었다.
마치 자신이 이미 알고 있던 사람을 다시 만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