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정한 자신으로, 거듭나다
드래곤의 날갯짓이 하늘을 가득 채웠다.
레이나는 시온의 손을 놓지 않은 채 위를 바라봤다. 황제 직속의 드래곤 나이트들이 대형포진을 그리며 내려오고 있었다. 갑옷이 햇빛을 반사했고, 기사들의 창은 꼿꼿하게 들려 있었다. 드래곤의 등에는 어머니 리리안이 타 있었다. 손을 뻗어 무언가를 외치고 있었지만 거리가 멀어 말이 들리지 않았다.
레이나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제까지 연기해온 '악역 영애'의 가면이 벗겨지는 순간이 왔다. 그 가면 뒤에 있던 진정한 자신—악하지도 착하지도 않은, 단지 자유로운 존재—을 세상에 드러내야 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이 오면, 돌아올 수 없을 것이었다.
신부 빅토르 칸은 성수병을 들고 한 발 물러섰다. 혼란이 그의 얼굴을 가득 채웠다. 레이나가 자신의 착각을 폭로했을 때, 세인·카일·에드먼드가 성수의 영역을 벗어났을 때, 신부의 절대 선악관에 균열이 생겼다. 레이나가 악마가 아니라면, 자신이 그토록 확신했던 신앙의 기초는 무너지는 것이었다.
그 깨달음이 신부를 짓누르고 있었다.
신부의 입이 움직였다.
"어둠의 마력 사용자 체포. 어둠의 마력 체포."
기계적인 반복. 신앙은 이미 논리를 넘어섰다. 흔들린 신념을 붙잡기 위해 교리만을 되뇌고 있었다. 손가락이 성수병을 놓으려 했다가 멈췄다. 신앙이 아직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신부는 몸을 돌려 기숙사를 떠났다. 신앙이 완전히 붕괴되기 전에, 그 붕괴를 직시하지 않기 위해.
레이나는 시온을 뒤로 밀었다. 가볍게, 하지만 확실하게.
"시온. 엄마한테 가."
"누나……"
"가."
시온의 손이 레이나의 손가락에서 미끄러져 나갔다. 그 순간, 레이나는 자신의 몸 안에서 무언가가 폭발하려 한다는 것을 느꼈다. 이제까지 억눌러온 어둠의 마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더 근원적인 것이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싶다는 욕망.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절박함.
레이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눈을 떴다.
검은 눈이 아니었다. 그 속에 흰색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검은색과 흰색이 뒤섞여 회전하며, 마침내 자신의 진정한 색깔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느 쪽도 아닌, 둘이 함께 존재하는 색.
"나는 악하지도 않고, 착하지도 않다."
레이나의 목소리가 명확했다. 오랫동안 묻혀 있던 진정한 자신이 처음으로 표면에 올라오는 순간처럼.
"나는 그냥 나다."
레이나의 몸 주위로 검은 마력이 소용돌이쳤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누군가를 착각하게 만드는 마력이 아니었다.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형상화하는 마력이었다. 어둠도 빛도 아닌, 선택과 자유의 색깔.
신부 빅토르 칸이 뒤로 물러섰다. 성수 주문이 그의 입에서 멈췄다. 기숙사 주변에 모여 있던 신부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자신들이 대면하고 있는 것이 교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악마의 흔적도 없었다. 타락의 증거도 없었다. 그저 한 소녀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었다.
하늘에서 드래곤 나이트 대장이 내려왔다. 황제의 직속 기사였고, 제국의 법을 대표했다.
"어둠의 마력 사용자 레이나 베르그란트. 황제 폐하의 소환을 받으신다."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없었다. 자신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레이나가 고개를 들었다. 검은색과 흰색이 조화를 이루며 제3의 색깔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저는 가겠습니다.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빛의 교단의 추적이 중단되어야 합니다."
레이나가 한 발 앞으로 나섰다. 마력이 그녀의 주변을 감싸며 더욱 강해졌다.
"저는 악마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떤 종교 단체도 저를 강제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제국의 법이 아닌가요?"
기사 대장이 잠깐 침묵했다. 그 침묵 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아카데미의 결계가 복구되고 있었다. 어머니 리리안이 드래곤 위에서 무언가를 시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베르그란트 가문의 상징이 아카데미 위에 나타났다. 금색과 검은색이 어우러진 문장.
"베르그란트 가문이 공식적으로 딸의 편에 섭니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하늘을 가르고 내려왔다. 선언이 아니라 선택이었다. 레이나는 그 목소리에서 자신의 어머니가 드디어 자신을 택했다는 것을 느꼈다. 가문의 명예가 아니라, 자신의 딸을.
황제의 기사 대장이 명확한 목소리로 선언했다.
"빛의 교단의 강제 영혼 구원 프로그램은 제국의 법적 절차에 의해 중단됩니다. 해당 학생은 제국 법원의 판정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이는 황제 폐하의 직접 명령입니다."
기사 대장의 선언이 끝나자, 신부들의 발걸음이 멈췄다. 황제의 직접 명령. 그들이 거역할 수 없는 권력. 신부 빅토르 칸은 한 번 뒤를 돌아봤다. 레이나의 눈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 속에는 악의 흔적이 없었다. 오직 자신의 진정한 모습만이 있었다.
신부는 떠났다. 하지만 그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신앙이 흔들렸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평생 이 순간을 기억할 것이다. 자신이 악이라고 확신했던 것이 실은 선택의 자유였다는 것을.
기숙사 거실에는 침묵이 내려앉았다.
세인이 처음으로 움직였다. 그는 무릎을 꿇었다. 착각 속에서의 무릎이 아니라, 진정한 선택으로서의 무릎.
"난 널 구원하려고 했어. 착각 속에서."
세인의 검은 눈이 원래 색깔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 풀렸다는 뜻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날 구원한 건 너야."
그것으로 충분했다.
카일은 천천히 일어섰다. 그의 논리적인 눈이 레이나를 재분석하기 시작했다. 이전의 집착과는 다른 무언가였다. 이제 그것은 진정한 이해의 욕망이었다. 손을 내밀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지금은 선택이 아니라 진실이야."
레이나가 그의 손을 잡았다.
에드먼드는 마지막이었다. 왕실의 황태자가 천천히 일어섰다. 검은 눈이 사라지고, 원래의 금색이 돌아왔다. 왕실의 후계자가 다시 왕실의 게임으로 돌아간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의 표정 속에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그가 왕실 반지를 빼기 시작했다.
"난 널 자유롭게 해줄 수 없어. 왕실에 속한 이상."
반지가 그의 손가락에서 벗겨졌다.
"하지만 넌 이제 자유야.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그는 반지를 책상 위에 내려놨다. 왕실의 권력을 일시적으로 내려놓는 선택. 레이나 앞에서 한 남자로서 서기 위한 선택.
어머니 리리안이 드래곤에서 내려와 기숙사로 들어왔다. 눈물이 그녀의 얼굴을 타고 흘렀다.
"미안해. 내가 너를 버렸어."
리리안이 딸을 안았다.
"아니야. 엄마는 나를 선택했어. 나중에, 하지만 선택했어."
레이나가 어머니를 안아줬다.
그리고 기숙사의 거실은 그렇게 채워졌다. 세인, 카일, 에드먼드, 그리고 시온. 모두가 다른 이유로 레이나 주변에 있었지만, 이제는 같은 이유로 남아 있었다. 그들은 모두 진정한 레이나를 사랑할 수 있었다. 착각이 아닌, 착각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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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 지났다.
루미나 아카데미의 졸업식 무대에 레이나가 섰다. 검은 마력을 다루는 자로서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빛의 교단은 더 이상 그녀를 추적하지 않았다. 제국의 법원은 어둠의 마력을 '악마의 힘'이 아니라 '선택의 자유'로 해석했고, 그 해석은 제국 전역에 퍼져나갔다. 베르그란트 가문의 위치는 상승했다. 더 이상 '의심받는 파벌'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가문'으로.
세인은 황제의 근위대에 들어갔다. 그는 레이나를 보호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위치를 선택했다.
카일은 대마법사 협회에 입회했다. 어둠의 마력을 연구하는 것을 계속했지만, 이제는 그것을 지배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이해하려는 목적이었다.
에드먼드는 왕실로 돌아갔다. 여전히 황태자였고, 정치 게임 속에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 속에는 이제 다른 빛이 있었다. 레이나를 통해 배운 자유의 빛.
그리고 레이나는 베르그란트 가문의 정당한 상속자가 되었다.
졸업식이 끝나고, 레이나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새로운 저택의 방. 베르그란트 가문의 본가. 거울이 그곳에도 있었다.
레이나는 거울 앞에 섰다.
그 속에는 이제 완전히 자신이 보였다. 검은 마력도 보였고, 밝은 기운도 보였다. 더 이상 모순이 아니었다. 조화였다.
"넌 이제 누구인가?"
레이나가 자신에게 물었다.
거울 속의 자신이 웃었다.
"그건 나만 알아."
검은 마력과 밝은 빛이 조화를 이루며, 레이나의 몸 주위에서 영원히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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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이 더 지났다.
루미나 제국의 정치 지형은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빛의 교단은 더 이상 절대적 권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베르그란트 가문은 제국 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다섯 가문 중 하나가 되었다. 그 중심에는 레이나가 있었다.
하지만 레이나는 권력을 탐하지 않았다.
제국의 한 빈민가에서, 레이나는 한 여인과 마주앉았다. 그 여인은 평생을 남편의 명령에만 따라왔다고 했다. 레이나가 그 여인의 손을 잡자, 자신의 능력이 발동했다. 그 여인의 진정한 욕망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자신의 가게를 여는 것. 레이나는 베르그란트 가문의 자본으로 그것을 도와주었다.
또 다른 날, 귀족 청년이 레이나를 찾아왔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정해준 길을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레이나가 그 청년의 손을 잡는 순간, 진정한 욕망이 드러났다. 학문이었다. 레이나는 대마법사 협회의 카일에게 그 청년을 소개했다.
한 평민 여성은 자신의 가게에서 손님들을 맞이했다. 귀족 청년은 마법 서적에 둘러싸여 웃음을 지었다.
평민들이 자신의 진정한 욕망을 알 수 있도록. 귀족들이 자신의 진정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그리고 어둠의 마력을 가진 모든 아이들이 자신들이 악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레이나는 그렇게 움직였다.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며, 그들의 손을 잡으며.
세인은 여전히 그녀 곁에 있었다. 황제의 근위대 대장으로서. 하지만 그의 진정한 직책은 따로 있었다. 레이나의 선택을 지키는 자. 레이나의 자유를 보호하는 자.
카일은 계속 연구했다. 어둠의 마력의 본질에 대해. 그 과정에서 레이나와 만났다. 아카데미 졸업 후 처음으로, 순전히 학문적 목적이 아닌 이유로. 레이나는 그의 연구에 기꺼이 협력했다. 자신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어둠의 마력 사용자들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에드먼드는 왕실에서의 위치를 점점 강화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권력은 레이나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았다. 대신 그것을 지키는 데 사용되었다. 왕실의 게임 속에서도 레이나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레이나는 마침내 깨달았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상대를 자신의 욕망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자유를 지키는 것이었다. 세인이 한 것처럼. 카일이 한 것처럼. 에드먼드가 한 것처럼.
그 세 남자가 모두 다른 방식으로, 하지만 같은 마음으로 레이나를 사랑했다면.
레이나도 그들 모두를 사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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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의 정원에서, 검은 꽃들이 만발했다.
레이나는 그 꽃들 사이를 걸었다. 세인, 카일, 에드먼드. 세 남자가 각각 다른 거리에서 그녀를 따랐다.
세인은 그녀의 바로 옆에 섰다. 황제의 근위대 제복을 입은 채, 눈빛은 오직 레이나만을 향했다.
카일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녀를 관찰했다. 여전히 연구하는 눈으로, 하지만 이제는 지배하려는 눈이 아니라 이해하려는 눈으로.
에드먼드는 가장 뒤에 서 있었다. 왕실의 황태자로서 그녀의 자유를 존중하는 거리에서.
세상이 레이나에게 물었다.
"넌 이제 누구인가?"
레이나가 대답했다.
"그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
그녀가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중요한 건 내가 누구이기를 원하는가야."
검은 마력이 그녀의 몸을 감쌌다. 하지만 이제는 착각을 만드는 마력이 아니었다. 선택을 돕는 마력이었다.
그 마력 속에서, 세인이 무릎을 꿇었다. 진정한 선택으로서의 무릎.
"난 너를 지키기로 선택했어. 너의 자유를 지키는 것으로."
카일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
"난 너를 이해하기로 선택했어. 지배하지 않고, 그저 이해하는 것으로."
에드먼드가 왕실 반지를 내려놨다. 상징적 행동이었다. 왕실의 권력을 일시적으로 내려놓고, 한 남자로서 레이나 앞에 서는 것.
"난 너의 자유를 지키기로 선택했어. 왕실의 게임 속에서도."
세 남자의 선택이 모두 달랐다.
하지만 그들이 사랑하기로 선택한 것은 같았다.
레이나를 사랑하기로. 그것이 자유라는 것을 알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