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304호의 공기가 정지했다.
판사 김혜민의 목소리는 침착했지만, 그 말 한마디 한마디는 13년의 시간을 가르고 지나갔다.
"피고인 이수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합니다."
이수현의 손가락이 떨렸다. 떨림은 손목으로 전해졌고, 팔뚝으로 번졌다. 심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박동이 시작되는 것 같았다. 무죄. 13년을 사형대 앞에서 기다리던 그 말이, 마침내.
"13년 전의 판결은 오류였습니다. 당시 증거 수집 과정에서 검찰의 조작이 있었으며, 진범은 당시 형사 이재훈입니다."
검사석에서 박준호가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의 옆자리는 비어 있었다. 한석우는 이미 구속 수사 단계에 들어갔다. 박준호도 곧 같은 길을 걸을 것이었다. 그들이 13년 전 짜 맞춘 그 증거들—지문, 혈흔, 신문현이 준 선물—모두 거짓이었다.
그런데 판사의 목소리가 다시 떨어졌다.
"다만, 피고인이 본 재판 과정에서 증인의 기억에 대한 불법 침탈 및 증거 조작을 행한 사실도 명확합니다."
이수현의 떨림이 멈췄다.
"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재판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법정은 모든 거짓을 용인할 수 없습니다. 진실을 위한 거짓도, 정의를 위한 범죄도."
법정의 기록관이 서류를 정렬했다. 그 소리가 유리잔이 깨지는 것처럼 들렸다.
이수현은 피고인석에서 일어났다. 무죄인가. 그런데 왜 가슴이 더 무거워지는가. 13년을 사형대에서 기다렸을 때보다, 지금이 더 차갑다.
손가락을 움직여보자.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가.
손가락 끝에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다시 시도했다.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면, 그 익숙한 감각—대뇌의 신경망에 접근하는 따끔거림, 증거를 재구성하는 쾌감—이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눈을 뜨는 순간, 법정의 조명이 너무 밝아 보였다. 마치 처음 보는 색깔들처럼. 시야의 가장자리에서 금색의 금이 사라진 것을 느꼈다. 거울을 본 적은 없지만, 알 수 있었다. 눈동자가 다시 평범한 갈색으로 돌아갔다는 것을.
법정을 나가며 이수현은 한 발 한 발을 의식했다. 마치 처음 걷는 것처럼. 13년 전에도, 교도소에서 깨어났을 때도 이렇게 무거웠나. 아니다. 그때는 분노로 충만했다. 그때는 목표가 있었다.
지금은 없다.
복도로 나온 순간, 박준호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파괴되어 있었다. 13년 동안 쌓아올린 확신이 한 번에 무너진 사람의 표정이었다. 눈 주변에는 검은 그림자가 졌다. 아마 며칠을 잠들지 못했을 것이다.
"당신의 무죄는 증명되었습니다."
박준호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그리고 저도 제 죄를 인정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수현은 그를 바라보았다. 13년 전 그 법정에서 그를 처음 본 이후로, 그의 얼굴만큼 많은 감정을 담은 것을 본 적이 없었다. 확신, 의심, 분노, 두려움, 죄책감. 그 모든 것이 한 사람의 얼굴에 겹쳐 있었다.
"감사합니다."
이수현이 말했다.
말을 꺼내고 나서 자신의 목소리가 얼마나 낮은지 깨달았다. 그것이 감사인지, 아니면 작별인지 자신도 몰랐다.
"우리가..."
박준호가 말을 이으려 했다. 하지만 이수현은 그 앞을 지나갔다. 돌아보지 않고. 그의 말을 완성하도록 두지 않고.
법정 복도의 벤치에는 신지은이 앉아 있었다.
13년 전 그 어린 딸은 이제 28세의 여인이 되어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13년의 세월이 모두 새겨져 있었다. 이수현을 바라보는 눈빛도 13년 전과는 달랐다. 증오는 여전했지만, 그 아래에는 혼란이 있었다.
신지은이 일어섰다.
"당신이 무죄라니."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거의 들릴 듯 말 듯했다.
"내 아버지를 죽인 사람은 경찰이었어요. 그리고 검사도. 그들이 당신을 죽으려고 했어요."
이수현은 말을 하지 않았다.
"13년을 잘못 원망했어요."
신지은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럼 이제 누굴 원망해야 해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없었다. 법정에서 판결이 내려진 것은 박준호와 한석우, 이재훈이었다. 하지만 13년의 시간을 돌려줄 수 있는 판결은 세상에 없었다. 신지은의 아버지도 돌아오지 않았다. 이수현의 13년도 돌아오지 않았다.
"이제 우리는 진실을 알았습니다."
이수현이 말했다.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신지은은 이수현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용서는 아니었지만, 무언가가 끝났다는 신호였다.
복도를 따라 이수현은 계단으로 내려갔다. 로비의 대리석 바닥이 발 아래로 펼쳐졌다. 13년 만에 밟는 이 건물의 로비. 그 옛날 이곳에서 그녀는 검사였다. 법을 집행하는 자였다. 지금은?
복도의 벽에 붙은 거울에 자신의 모습이 비쳤다.
이수현은 멈춰 섰다.
거울 속의 여인은 누구인가. 그녀의 눈동자는 평범한 갈색이었다. 그 속에 더 이상 금빛이 없었다. 능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이제 확실하게 느꼈다. 손가락을 움직여도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익숙한 전율도, 대뇌를 관통하는 감각도, 기억을 재구성하는 쾌감도.
모두 사라졌다.
13년을 죽음으로 살았고, 다시 살아났고, 그리고 다시 죽었다.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당신의 능력이 사라졌군요."
뒤에서 이현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수현은 거울에서 눈을 떼고 돌아섰다. 그녀의 변호인은 법정을 나오며 피곤한 표정을 지고 있었다. 13년을 함께한 친구의 얼굴도 이제는 낡아 보였다.
"네. 느껴집니다."
이수현이 말했다.
"평범한 인간이 되었어요."
"그게 가장 강한 것입니다."
이현준이 그녀의 옆에 섰다.
"당신이 증거를 조작했을 때, 당신은 또 다른 거짓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진실을 위한 거짓도, 정의를 위한 범죄도 결국 또 다른 판결의 오류가 될 뿐입니다."
이수현이 그를 바라보았다. 4화에서 이현준이 한 경고가 떠올랐다. '당신의 능력은 법정에서도 범죄입니다.'
그때 이수현은 반박했다. '진실을 위한 것이 아닌가요?'
하지만 지금 그녀는 그 말을 다시 할 수 없었다. 법정에서 박준호가 자백했을 때, 이수현은 자신의 능력으로 조작한 증거를 보고 있었다. 박준호의 기억 속에서 CCTV 영상이 삭제되는 장면, 이재훈의 얼굴이 카메라 앞에서 변하는 장면, 최민정의 지문이 현장에서 발견되는 장면.
모두 거짓이었다.
박준호의 자백이 없었다면, 그 거짓들은 진실로 남았을 것이다. 법정은 그것을 믿었을 것이다. 이재훈은 형을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진범은?
진범은 이미 적발되었다. 이수현의 동생 이수진이었다.
교도소에서 이수현은 몇 번이나 이수진과 만났다. 하지만 그녀는 말하지 않았다. 자신의 여동생이 신문현을 죽였다는 것을. 그 대신 다른 누군가를 범인으로 만들려고 했다. 능력으로.
로비의 벤치에 이수현은 앉았다.
"새로운 재판이 있을 겁니다. 당신이 법정에서 저지른 증거 조작에 대해서."
이현준이 그녀 옆에 앉았다.
"판사는 당신의 무죄 판결에 선처를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재판은 있을 것입니다."
"형량은?"
이수현이 물었다.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이 자발적으로 고백했기 때문에, 감형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수현은 웃음을 흘렸다. 그것이 웃음인지 한숨인지 자신도 몰랐다.
"13년을 더 받는다 해도, 상관없습니다."
"그건 거짓말입니다."
이현준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살고 싶어합니다. 평범하게. 법조인으로서 다시 시작하고 싶어합니다. 내가 틀렸나요?"
이수현은 답하지 않았다.
로비 밖으로 나가는 길, 이수현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이수진이었다.
이수현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신 화면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동생을 만나야 한다. 신문현을 죽인 이유를 들어야 한다. 13년 전 그 밤이 무엇이었는지 알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법정 304호에서 나온 이수현은 서울 중앙지방법원의 계단을 내려갔다. 햇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었다. 13년 만에 받는 햇빛이었다. 그것이 따뜻한지 차가운지 구분할 수 없었다.
"이수현."
뒤에서 박준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수현은 계단을 멈추지 않았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그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있었다. 13년의 죄책감이 한 문장에 담겨 있었다.
이수현은 돌아보지 않았다.
"모르겠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우리 둘 다 새로운 삶을 시작할 시간입니다. 당신도, 저도."
계단을 내려가며 이수현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 손에서 더 이상 은색의 빛이 나오지 않았다. 평범한 손이었다. 어떤 능력도 없는, 어떤 거짓도 만들 수 없는 손이었다.
그것이 저주인지 축복인지 여전히 알 수 없었다.
법정의 문이 닫혔다.
서울 중앙지방법원 304호의 불이 꺼졌다. 다음 사건이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 법은 멈추지 않는다. 정의도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항상 올바른 것은 아니다.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안개가 걷혀가는 아침이 도시를 덮었다. 그 안개 속에서 이수현은 처음으로 평온함을 느꼈다. 승리하지 못했지만, 패배하지도 않았다. 자유로워졌지만, 여전히 무언가에 묶여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인간이었다.
13년을 죽음으로 살았던 그녀는 이제 인간으로 다시 살아간다. 완전하지 않은, 불완전한 정의 속에서. 그러나 진정한 무죄로 인정받은, 그 무게 속에서.
이수현은 걸어갔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법정의 소리도, 박준호의 목소리도 더 이상 듣지 않으면서.
무죄는 증명되었다.
하지만 정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 무죄, 그리고 그 이후
법정의 문이 닫혔다.
서울 중앙지방법원 304호의 불이 꺼졌고, 다음 사건이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 법은 멈추지 않는다. 정의도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항상 올바른 것은 아니다.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안개가 걷혀가는 아침이 도시를 덮었다. 로비의 벤치에 이수현은 앉았다. 손가락 끝이 떨렸다. 무죄. 그 단어가 현실이라는 것을 아직도 받아들이지 못했다.
"새로운 재판이 있을 겁니다. 당신이 법정에서 저지른 증거 조작에 대해서."
이현준이 그녀 옆에 앉았다. 그의 얼굴은 피로로 가득했다. 13년을 함께한 변호사는 이제 다른 역할을 해야 했다. 그녀를 법정에서 보호하되, 그녀의 죄도 인정해야 했다.
"판사는 당신의 무죄 판결에 선처를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재판은 있을 것입니다."
이수현은 손가락을 펼쳤다 오므렸다를 반복했다. 평범한 손이었다. 더 이상 은색의 빛이 나오지 않는 손이었다. 거울을 봤을 때, 눈동자의 금도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능력을 잃었다. 혹은 능력이 벌을 준 것일 수도 있다. 정의의 이름으로 거짓을 만들었던 자에게.
"형량은?"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이 자발적으로 고백했기 때문에, 감형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3년에서 7년 사이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수현은 웃음을 흘렸다. 그것이 웃음인지 한숨인지 자신도 몰랐다. 13년을 받고, 다시 3년에서 7년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아니, 우스꽝스럽지 않다. 정의로웠다. 완벽하게.
"13년을 더 받는다 해도, 상관없습니다."
"그건 거짓말입니다."
이현준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당신은 살고 싶어합니다. 평범하게. 법조인으로서 다시 시작하고 싶어합니다. 당신의 이름으로 다시 법정에 서고 싶어합니다. 내가 틀렸나요?"
이수현은 답하지 않았다. 대신 로비 전체를 둘러봤다. 방청객들이 하나둘 빠져나가고 있었다. 신지은은 어디에 있을까. 그 여자는 13년간 자신을 증오했다. 그리고 그 증오가 정당했다고 믿었다. 지금 그 여자의 기분은 어떨까. 자신의 무죄가 결정되었을 때.
로비 밖으로 나가는 길, 이수현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이수진이었다.
이수현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신 화면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동생을 만나야 한다. 신문현을 죽인 이유를 들어야 한다. 그 밤이 무엇이었는지 알아야 한다. 13년 전, 이수현이 죄인으로 살아가는 동안, 이수진은 무엇을 했을까. 죄책감 속에서 살았을까. 아니면 자신의 언니를 위해 침묵했을까.
전화는 울다가 끝났다.
"아직 준비가 안 됐나요?"
이현준이 물었다.
"네."
이수현이 대답했다.
"아직 아닙니다."
법정 304호에서 나온 이수현은 서울 중앙지방법원의 계단을 내려갔다. 햇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었다. 13년 만에 받는 햇빛이었다. 그것이 따뜻한지 차가운지 구분할 수 없었다. 피부가 반응하지 않았다. 마치 자신이 여전히 죽음 속에 있는 것처럼.
"이수현."
뒤에서 박준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수현은 계단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걸음의 속도가 느려졌다.
"당신의 무죄는 증명되었습니다."
박준호가 그녀의 옆에 섰다. 그의 얼굴은 회색이었다. 13년의 죄책감이 한 사람의 얼굴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저도 제 죄를 인정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수현은 계단 아래를 바라봤다. 법원의 계단은 끝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감사합니다."
그녀가 말했다.
그 말에는 감정이 없었다. 마치 법정에서 판사의 질문에 답하는 피고인처럼. 형식적이고, 정중하고, 공허했다.
박준호는 그녀의 옆에 서서 계단을 함께 내려갔다. 그는 말을 더하지 않았다. 다만 함께 걸을 뿐이었다.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계단의 끝에서 이수현은 멈췄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박준호가 물었다.
이수현은 돌아봤다. 그의 눈에는 간절함과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자신이 거부할까 봐. 자신이 떠날까 봐.
"모르겠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우리 둘 다 새로운 삶을 시작할 시간입니다. 당신도, 저도."
박준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이수현이 걸어가는 것을 바라봤다. 그녀가 태양빛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법원 밖의 거리는 조용했다. 이른 아침이었다. 도시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이수현은 거리를 걸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가야 할 곳이 있었지만, 아직 갈 준비가 되지 않았다.
편의점 앞에 있는 거울을 봤다.
자신의 얼굴이 거울에 비쳤다. 눈동자에는 금이 없었다. 완전히 사라졌다. 평범한 갈색 눈이었다. 어떤 초능력도, 어떤 거짓도 만들 수 없는 눈이었다.
그것이 저주인지 축복인지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이수현?"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이수현은 돌아봤다. 신지은이 서 있었다. 13년 전부터 알고 있던 그 여자. 피해자의 딸. 자신을 증오해야 했던 그 여자.
신지은의 얼굴은 창백했다. 마치 자신도 판결을 받은 것처럼.
"당신의 무죄가 증명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신지은이 말했다. 하지만 축하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그것은 고백이었다. 13년간 잘못된 사람을 증오해왔다는 고백.
"당신의 아버지를 죽인 사람을 찾았습니까?"
이수현이 물었다.
"네. 찾았습니다."
신지은이 대답했다.
"그리고 이제 그 사람을 용서해야 한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을 증오했던 13년이 제 인생을 얼마나 망쳤는지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이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신지은은 이수현의 손을 잡았다. 그것은 증오의 제스처가 아니었다. 용서의 제스처였다. 아니, 그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함께 상처 위에서 살아가는 두 사람의 제스처였다.
"우리는 모두 피해자입니다."
신지은이 말했다.
"그 사건 때문에."
이수현은 신지은의 손을 밀어내지 않았다.
"네. 우리는."
그 순간, 이수현의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이수진이었다.
이번에는 이수현이 전화를 받았다.
"언니. 지금 어디야?"
이수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떨리는 목소리였다.
"정의를 찾고 있어."
이수현이 대답했다.
"아니, 지금은 정의를 찾고 있는 게 아니야. 나를 찾고 있어."
"그래. 너를 찾고 있어."
이수현이 말했다.
"그래서 물어보고 싶어. 신문현을 왜 죽였어?"
전화 너머의 침묵이 깊었다.
"내가 말할 기회는 법정에서 있을 거야. 당신의 새로운 재판처럼."
이수진이 말했다.
"그 전에는, 우리는 그냥 자매가 아니라 타인이야. 당신도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전화가 끝났다.
이수현은 휴대폰을 내렸다. 신지은은 여전히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다.
"새로운 재판이 있나요?"
신지은이 물었다.
"네. 당신의 아버지를 죽인 사람의 재판이 아니라, 제가 법정에서 저지른 증거 조작의 재판이 있을 겁니다."
이수현이 대답했다.
"그건 공정하지 않습니다."
신지은이 말했다.
"그건 정의입니다."
이수현이 말했다.
"저는 법정을 믿지 않습니다. 정의도 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법을 어겼습니다. 그래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 그것이 완전하지 않은 정의이지만, 유일한 정의입니다."
신지은은 이수현을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놨다.
"살아갈 용기가 있으신가요?"
신지은이 물었다.
"모르겠습니다."
이수현이 대답했다.
"하지만 살아가야 합니다."
이수현은 걸어갔다. 거리의 안개 속으로. 아직 완전히 걷혀지지 않은 새벽의 안개 속으로.
법정 304호에서는 다음 사건의 준비가 한창이었다. 법은 멈추지 않는다. 정의도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완전한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불완전한 법의 심판만이 있을 뿐이다.
이수현이 거리 모퉁이에서 멈췄다.
뒤를 돌아봤다. 법원은 이미 안개 속에 사라지고 있었다. 박준호도, 신지은도, 이현준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새벽의 햇빛만 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그녀는 다시 걸어갔다.
목적지 없이.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13년을 죽음으로 살았던 그녀는 이제 인간으로 다시 살아간다. 완전하지 않은, 불완전한 정의 속에서. 그러나 진정한 무죄로 인정받은, 그 무게 속에서.
휴대폰이 울렸다.
이재훈이었다.
이수현은 전화를 받았다.
"이수현, 나야. 당신을 법정에서 만났어. 나를 범인으로 만든 증거. 그건 거짓이었지. 당신이 만든 거짓."
이재훈의 목소리가 들렸다. 분노와 절망이 섞여 있었다.
"네. 거짓이었습니다."
이수현이 대답했다.
"그럼 나는 누명을 쓴 거네. 당신 때문에."
"네."
이수현이 말했다.
"그래서 제 새로운 재판이 있습니다."
"그게 무슨 소용이야. 내 인생은 이미 망가졌어. 당신의 능력으로. 당신의 거짓으로."
전화가 끝났다.
이수현은 휴대폰을 내렸다. 그 말이 맞았다. 자신의 능력으로, 자신의 거짓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의 인생이 망가졌는가. 박준호의 13년. 이재훈의 명예. 신지은의 13년. 자신의 동생 이수진의 비밀.
그리고 자신의 인생.
새벽이 완전히 밝았다.
안개는 완전히 걷혔다. 서울의 도시는 깨어나고 있었다. 출근하는 사람들이 거리를 채우고 있었다.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도 자신처럼 불완전한 정의 속에서 살고 있을까.
이수현은 지하철역으로 들어갔다.
목적지는 교도소였다. 교도소에서 함께 지낸 친구 김지영을 만나기 위해. 그녀에게 자신의 무죄를 알려주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새로운 죄를 고백하기 위해.
지하철 안에서 이수현은 거울 같은 창문에 자신의 얼굴을 비추고 보았다.
눈동자에는 금이 없었다.
평범한 얼굴이었다. 어떤 초능력도, 어떤 거짓도 만들 수 없는 얼굴이었다. 13년 만에 얻은 자유였다. 하지만 그 자유는 또 다른 감옥을 열어주었다.
정의의 감옥.
법의 감옥.
그리고 자신의 양심의 감옥.
무죄는 증명되었다.
하지만 정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임을 이수현은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