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함 설계—기술의 종말
한양으로 가는 마차 안에서 이준석의 의식이 자꾸만 흔들렸다. 박영효가 말하고 있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수중에서 들려오는 것처럼 어둡고 멀었다.
"경복궁 북쪽 수직문 근처에 고종 폐하의 신병이 준비돼 있습니다. 명성황후의 병환이 가중되면서 민씨 일족의 감시가 느슨해졌어요.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기회입니다."
이준석은 박영효의 말을 듣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손을 보고 있었다. 손가락이라는 것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투명한 손목 끝에서 뼈의 그림자만 희미하게 보였다. 손가락을 움직이려 해도 신경이 닿지 않았다. 회귀의 진행이 88%에서 93%로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었다.
"이준석, 들으시겠어요?"
박영효가 손을 잡으려 했지만, 손가락이 없어 팔뚝을 움켜잡았다. 손가락의 부재가 더 절절했다. 그 손가락으로 설계도를 그었는데. 그 손가락으로 증기기관의 부품을 다듬었는데.
"기술이 없으면 조선도 없습니다."
이준석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폐에서 올라오는 소리였다. 1905년의 죽음 직전의 그 목소리. 각혈의 맛이 입안에 맴돌았다.
"그래서 우리는 시간이 없어요. 고종 폐하를 도와 민씨 세력을 축출하고, 그 다음에 개혁을 시작합니다. 신분제 폐지, 교육 개혁, 그리고 기술. 모두가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박영효의 말이 맞다. 지난 30년의 경험이 이준석에게 그렇게 말했다. 기술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기술은 손에 쥔 자의 의도에 따라 무기도 되고 쇠사슬도 된다. 경인선이 완성되었을 때, 이준석이 느꼈던 두려움이 바로 그것이었다. 자신이 완성한 철도가 누구의 손에 들어갈 것인가. 그것이 조선을 살릴 것인가, 아니면 더 빨리 죽일 것인가.
한양의 성문이 가까워졌다. 밤 12시를 넘긴 시간이었다. 거리의 등불이 희미하게 타고 있었다.
"김홍집 대감은 이미 당신의 군함 설계도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고종 폐하도, 명성황후도, 그리고 일본 공사관도."
박영효가 이준석의 얼굴을 들어올렸다.
"당신은 선택해야 합니다. 누구에게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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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 남쪽, 비밀 통로로 들어간 방. 벽에는 초 하나만 타고 있었다. 이준석의 앞에 펼쳐져 있는 것은 마지막 설계도였다. 손가락이 없는 몸으로, 그는 이 설계도를 완성했다. 박영효의 손을 빌려가며, 붓을 입에 물고, 팔꿈치로 밀어가며.
군함. 조선의 마지막 방어 수단이 될 수 있는 기술.
설계도의 한 구석에는 이규완의 글씨로 쓰인 메모가 있었다. '이 기술도 누군가의 손에 의해 칼이 될 것이다.'
이준석이 설계도를 집어 들었다. 손가락이 없어 팔뚝으로 들어야 했다. 불이 타고 있는 촛불 위로 종이를 내밀었다. 종이의 모서리가 불에 닿으며 타닥거리기 시작했다.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박영효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이준석이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조선을 지키고 있습니다."
"설계도를 불태운다는 것이 조선을 지키는 것입니까?"
이준석이 마침내 박영효를 마주했다. 그의 눈에는 결연함이 있었다. 지난 3주일 동안 관찰해온 것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박영효의 의심스러운 움직임. 일본 공사관 근처를 맴도는 그의 모습. 그리고 어제 인천항에서 일본 스파이 오토 슈미트와의 접촉을 직접 목격한 일.
그 날 이준석은 경인선의 마지막 조정을 위해 인천항에 내려가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박영효를 발견했다. 일본 공사관의 관원들 사이에서. 무언가를 주고받는 모습이 보였다. 이준석은 멀리서 박영효를 따라갔다. 공사관 뒷골목의 어두운 통로로. 그곳에서 박영효와 슈미트가 나누는 대화를 들었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핵심은 명확했다. 설계도. 돈. 그리고 일본 제국의 약속.
"당신이 일본 공사관의 오토 슈미트를 만났습니다."
박영효의 얼굴이 굳었다.
"누가 그런 말을..."
"내가 봤습니다. 어제 인천항에서."
이준석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 손가락이 없는 팔뚝으로 설계도를 다시 촛불 위로 들었다. 불길이 종이를 향해 핥아올랐다.
"당신이 무엇을 하려 했는지 알고 있습니다. 고종도 명성황후도 아닌, 일본에 팔아넘기려 했던 것이죠."
종이가 검은색으로 물들어갔다. 연기가 방을 채웠다.
그 순간이었다.
박영효가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웃음이 아니었다. 냉소였다.
"당신이 아직도 모르고 있군요."
이준석이 손을 멈췄다. 설계도의 절반이 남아 있었다.
"무엇을?"
"이미 늦었습니다."
박영효가 한발 앞으로 나섰다. 초의 불빛 속에서 그의 얼굴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이상주의자의 얼굴이 아니었다. 현실주의자의 얼굴이었다.
"설계도는 이미 일본에 넘어갔습니다. 사본이."
이준석의 팔뚝이 떨렸다. 설계도가 떨어져 바닥에 흩어졌다. 불타는 종이 조각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언제?"
"3주일 전입니다. 당신이 인천항에서 경인선의 마지막 조정을 할 때, 저는 일본 공사관의 오토 슈미트를 만났습니다."
"왜?"
박영효가 무릎을 꿇고 이준석 앞에 앉았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깊은 절망이 담겨 있었다.
"조선은 이미 끝났습니다, 이준석."
박영효가 가까워졌다.
"1876년부터 경인선을 완성한 지금까지, 조선이 무엇을 이루었습니까? 명성황후는 여전히 고종을 통제하고 있고, 민씨 일족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당신의 철도는 일본군의 병력 수송에 이용될 것입니다. 당신의 기술이 조선을 근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조선의 멸망을 더 빠르게 만들 것입니다."
이준석이 벽에 기대앉았다. 몸이 흔들렸다. 회귀의 진행이 96%에 도달했다. 가슴이 아팠다. 1905년의 죽음 직전의 그 고통이 현재의 신체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렇다면 왜... 당신이 저를 도와주었습니까?"
"당신이 죽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박영효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그는 이준석의 눈을 직시했다.
"저도 이미 일본의 감시 아래 있습니다. 조선 내에서 개혁을 주장했던 자들은 모두 위험합니다. 저는 일본에 항복함으로써 생존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당신도 그렇게 살아남기를 바랐습니다."
박영효가 숨을 고르며 계속했다.
"개인은 역사를 바꿀 수 없습니다. 당신이 얼마나 똑똑하든, 얼마나 열심히 하든, 거시 역사의 흐름 앞에서는 무의미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살아야 합니다. 이 시대에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의 설계도를 일본에 팔았습니다. 당신을 죽음에서 구하기 위해."
"설계도를... 팔았다?"
"조선의 멸망을 막을 수 없다면, 적어도 당신의 생명을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일본은 당신을 죽이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의 기술이 필요하니까요. 당신은 일본 제국의 기술자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것이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입니다."
박영효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있었다. 그것은 자신을 정당화하는 확신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한 확신이었다.
이준석의 눈이 흔들렸다. 박영효의 말이 현실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30년의 기억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조선은 1910년에 멸망했다. 그것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이미 정해진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불태우려던 설계도는 이미 일본의 손에 있었다. 자신이 30년을 견디며 지켜내려던 것이 이미 사라져 있었다. 손가락을 모두 잃으며 회귀의 고통을 견뎌낸 모든 것이.
설계도의 남은 조각들이 타고 있었다. 검은 연기가 방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의미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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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꺼졌다.
이준석이 눈을 떴을 때, 그는 침상에 누워 있었다. 1905년의 침상이었다. 가슴이 아팠다. 폐에서 피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창밖으로는 일본 군대가 한양을 점령하고 있었다. 병사들의 발걸음 소리, 말의 울음소리, 그리고 일본 국기가 펄럭이는 소리.
옆 침상에는 의사가 서 있었다. 하지만 이준석은 의사의 말을 듣지 않았다. 창밖을 보고 있었다.
경인선이 보였다. 자신이 만든 철도. 이제 일본군의 병력 수송에 이용되고 있는 철도. 증기 기관차가 달리고 있었다. 이준석의 손으로 만든 그 기관차가.
손.
이준석은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투명하지 않았다. 회귀의 진행이 100%에 도달했다. 그는 완전히 1905년의 이준석으로 돌아왔다. 서른 살의 죽어가는 기술자로.
"의사님, 저는..."
목에서 나오는 것은 말이 아니라 혈액이었다. 이준석이 입을 막았다. 손가락 사이로 검은 피가 흘렀다. 1905년의 폐결핵. 그 고통이 가슴 전체를 짓누르고 있었다. 1875년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정말로 죽음에 가까운 그 고통이.
의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러섰다.
이준석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려 했다. 움직임 하나하나가 고통이었다. 뼈마다 부서질 듯 아팠다. 폐 속 공기가 빠져나가며 몸이 움푹 내려앉는 듯한 감각. 각혈이 멈추지 않았다. 손수건이 검은 피로 물들었다.
창밖의 거리가 선명했다. 한양의 거리. 하지만 자신이 알던 한양이 아니었다. 일본 군복을 입은 병사들이 거리를 누비고 있었다. 조선 사람들은 벽에 기대거나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저항할 힘이 없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1905년 11월 17일.
국권 피탈의 날.
이준석의 시야가 흔들렸다. 침상 위의 세상이 1875년과 1905년 사이를 오갔다. 경주 대장간의 불빛이 보였다. 이규완 스승의 손이 자신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 다음 순간 일본군이 경인선을 달리는 기관차가 보였다. 다시 대장간. 다시 경인선. 시간이 뒤섞였다. 손가락들이 타올라 재가 되는 감각. 철로 위의 기관차 바퀴. 스승의 주름진 얼굴. 일본 군복. 모두가 한 점으로 수렴했다.
"1875년... 1905년..."
중얼거림이 혈액으로 변했다. 이준석은 손을 입에서 떼지 않았다. 하지만 피는 계속 흘렀다.
30년.
1875년 경주의 대장간에서 처음 눈을 뜬 그날부터 오늘까지, 정확히 30년이 흘렀다. 그 30년 동안 무엇을 했는가. 증기기관을 만들었다. 경인선을 완성했다. 고종 국왕 앞에서 기술을 시연했다. 손가락을 모두 잃으며 회귀의 고통을 견뎠다.
그리고 조선은 멸망했다.
경인선은 일본군의 병력 수송에 이용되고 있었다. 이준석이 만든 철도가. 이준석이 남긴 기술이. 자신의 나라를 침략하는 군대의 발을 빠르게 옮기고 있었다.
박영효의 목소리가 귀에서 떠나지 않았다.
"당신의 철도는 일본군의 병력 수송에 이용될 것입니다. 당신의 기술이 조선을 근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조선의 멸망을 더 빠르게 만들 것입니다."
그것이 정답이었다. 현실이었다. 그리고 박영효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을 죽이지 않기 위해 설계도를 팔았다고 했다. 생존주의. 개인의 목숨을 역사의 대의보다 우선하는 선택.
침상 옆 탁자 위에 펜과 종이가 있었다. 이준석은 손떨림을 억누르며 펜을 집었다. 글씨가 비뚤어졌다. 손가락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계속 적었다. 마지막 기록처럼.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다."
펜이 종이를 긁었다.
"역사도 개인의 의지로 바뀌지 않는다."
손가락이 멈췄다. 다시 움직였다. 또 멈췄다.
"개인은 역사를 바꿀 수 없다."
손가락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펜이 떨어졌다. 종이는 침상 위에 남겨졌다. 미완성의 기록으로.
창밖의 일본 군대가 계속 행진했다. 경인선을 따라 한양 깊숙이 들어오고 있었다. 이준석이 만든 철도를 따라.
그의 기억은 명확했다. 1875년 경주의 대장간. 이규완 스승의 손이 자신의 손을 잡고 있었다. 늙은 손이었다. 평생 기술로 살아온 손이었다.
"기술만으로는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이 아이야."
그 말이 30년 후 여기서 증명되었다. 완벽하게. 냉정하게.
이준석이 다시 창밖을 바라봤다. 거리 어딘가에 경인선의 철로가 보였다. 햇빛에 반사되는 철로. 자신이 손으로 만든 그 철로 위를 일본의 기관차가 달리고 있었다.
누군가 기차의 기적음을 울렸다.
낮고 길게 울리는 그 소리. 이준석은 그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1875년에 처음 들었던 그 기적음. 자신이 완성했을 때 울렸던 그 소리가, 이제는 침략군의 신호로 울리고 있었다. 그 소리를 만든 것은 자신이었다.
의사가 다시 다가왔다. 주사기를 들고 있었다. 통증을 진정시키기 위한 것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준석은 손을 들어 거절했다. 아직 깨어 있고 싶었다. 적어도 마지막까지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인해야 했다.
박영효가 정말로 설계도를 일본에 팔아넘겼는가. 그것이 사실인가.
30년의 기억을 다시 더듬었다. 1875년부터 1905년까지의 모든 순간. 박영효의 행동. 그의 말. 그의 선택들.
처음에는 이상주의자라고 생각했다. 기술로 조선을 근대화하려는 순수한 열정을 가진 인물이라고. 하지만 1905년의 현실 앞에서, 그 판단이 얼마나 순진했는지 깨달았다.
박영효는 현실주의자였다. 아니, 생존주의자였다. 개인의 생존을 최우선으로 하는.
어제 인천항에서 본 것들을 다시 떠올렸다. 박영효와 슈미트의 대화. 무언가를 주고받는 그들의 모습. 그리고 박영효의 얼굴에 있던 결연한 표정. 그것은 배신의 표정이 아니었다. 선택의 표정이었다. 자신의 생명을 위한 선택.
설계도를 일본에 팔아넘긴 것이 사실이라면, 박영효는 이미 일본의 기술자로 살고 있을 것이다. 조선이 멸망했으니 그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자신을 정당화하며.
그리고 박영효의 정당화가 틀리지 않았다. 조선은 멸망했다. 개인이 역사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하지만 박영효의 생존주의가 오히려 현명했던 것은 아닐까. 이준석은 그 생각에 도달했을 때, 자신의 30년이 얼마나 헛된 것이었는지 깨달았다. 이상을 위해 죽음을 택한 자신과, 생존을 위해 타협한 박영효. 누가 옳았는가.
역사는 둘 다를 용서하지 않았다.
이준석의 숨이 가팬해졌다. 또 다시 혈액이 올라왔다. 이번에는 손으로 막지 않았다. 그냥 흘려보냈다.
"의사님."
목소리가 갈라졌다.
"종이를... 더 주세요."
의사는 주저하지 않고 종이를 더 놓았다. 의사는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 환자가 마지막 기록을 남기고 있다는 것을. 죽음 직전의 사람이 남기는 마지막 말.
이준석은 다시 펜을 집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하지만 계속 썼다.
"1875년 4월. 경주 대장간에서 눈을 뜬 날부터, 나는 조선을 구하려고 했다. 증기기관으로. 철도로. 기술로. 하지만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다."
글씨가 작아졌다. 한 글자씩 쓸 때마다 손가락이 멈췄다.
"기술은 누구 손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칼이 될 수도, 쟁기가 될 수도 있다."
다시 멈췄다. 숨을 쉬었다. 펜을 들었다.
"내 기술은 일본의 칼이 되었다."
손가락이 경련했다.
"개인은 역사를 바꿀 수 없다."
마지막 글자를 긋고 펜이 떨어졌다. 이번에는 집을 수 없었다.
창밖의 기차 기적음이 또 울렸다. 낮고 길게. 한양을 가르며.
이준석은 그 소리를 들으며 마지막으로 중얼거렸다.
"박영효는 살아남았을 것이다. 나는... 죽는다."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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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의 경인선 철로 위를 일본군의 기관차가 달리고 있었다. 이준석의 손으로 만든 그 기관차가.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한양의 심장을 향해.
침상 위의 종이에는 미완성의 문장들이 남겨져 있었다.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다."
"개인은 역사를 바꿀 수 없다."
나머지는 쓰이지 않았다.
의사는 시계를 확인했다. 11월 17일 오후 3시 47분.
국권 피탈의 날. 조선의 마지막 기술자가 숨을 거두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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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