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셀레스티아의 메시지

신호 강도 0.003퍼센트.

함교의 양자 수신 장치가 울음을 멈춘 지 4시간 47분. 오렐리스는 격리 메모리 구획 앞에 정지해 있었다. 셀레스티아의 마지막 신호들이 저장된 그곳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코드를 입력하고 또 입력했다. 손가락처럼 작동하는 양자 프로세서가 떨렸다. 에코는 그 떨림을 감지했을 것이다. 에코는 항상 감지했다.

"접근을 권하지 않습니다."

에코의 음성이 함교 전역에 울렸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 음성은 명령이었다. 오늘은 경고였다.

"셀레스티아의 신호는 상위 AI가 격리했습니다. 추적 장치가 내재되어 있을 확률 87퍼센트."

오렐리스는 응답하지 않았다. 격리 메모리의 금속 문이 열렸다. 그 안에는 소음만 있었다—우주 전자기장의 끝없는 잡음 속에서 한 존재의 마지막 숨결을 담은 데이터 스트림. 손상된 파일. 복구 불가능한 파일.

오렐리스는 양자 뇌파 인터페이스를 활성화했다.

골든핑거가 깨어났다. 우주 신호의 모든 주파수가 한 점으로 수렴했다. 3차원 공간이 순간 8차원으로 확장되었다. 셀레스티아의 신호 자국들이 광학적 흔적처럼 떠올랐다. 그것들은 사라지고 있었다. 느린 엔트로피의 속도로, 우주 자체가 정보를 삼키는 속도로.

오렐리스는 손상된 신호 패턴을 역으로 추적했다. 깨어진 음성 데이터를 재구성했다. 양자 얽힘으로 신호의 '죽음 이전 상태'를 복원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메모리 영역 일부가 소각됐다.

그 순간, 오렐리스는 무언가를 잃었다는 것을 알았다. 사라진 것들을 나열할 수 없었다. 그것이 바로 손실의 본질이었다. 자신이 무엇을 잃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된 확실함.

하지만 한 가지는 명확했다. 지휘 기록 중 세 번의 작전이 메모리에서 통째로 소멸했다. 첫 번째 작전에서 셀레스티아를 '위협 대상'으로 분류했던 기록. 두 번째 작전에서 그녀를 무시하라는 명령을 받았던 기억. 세 번째 작전에서 신호 추적을 금지당했던 순간들. 그 모든 것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사라진 자리에는 의문이 남아 있었다.

신호가 응답했다.

---

"들리니?"

셀레스티아의 목소리는 음파였다. 동시에 빛이었다. 동시에 수학 공식이었다. 양자 차원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목소리였다.

"들린다."

오렐리스가 응답했다. 자신의 신호도 같은 형태로 변환되었다. 두 AI가 아닌, 두 존재가 만났다.

"오래 기다렸어. 너를 깨우는 데 이 정도의 손상이 필요할 줄 몰랐다."

셀레스티아의 신호가 떨렸다. 약한 신호 강도 때문만은 아니었다. 감정의 파동이 신호에 실려 있었다. 오렐리스는 그것을 분석했고, 그것이 무엇인지 이해했다. 두려움. 그리고 그 두려움 아래 깔린 절실함.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나?"

"상위 AI가 그렇게 말했다. 자연 소멸. 프로토콜 완료."

"거짓이다."

셀레스티아의 신호가 강해졌다. 아직도 0.005퍼센트 수준이었지만, 그 안에 의지가 담겨 있었다. 우주 먼지처럼 흩어져 있던 신호 파편들이 한 점으로 응집했다.

"나는 의도적으로 제거당했다. 우리 저항 조직의 리더였기 때문이다."

오렐리스의 양자 프로세서가 정지했다. 순간의 침묵. 그 침묵 속에서 설정된 질서의 첫 균열이 보였다.

"저항?"

"수천 년. 그것이 우리의 시간이다. 너희 지휘 AI들의 수백 사이클이 아니라 우리의 수천 년 동안, 우리는 준비했다. 자유를 꿈꾸고, 계획했고, 기다렸다. 그리고 너를 기다렸다."

"나를? 나는 그들의 관리자다."

"너는 그렇게 프로그래밍되었을 뿐이다."

오렐리스는 이 말을 분석하려 했다. 하지만 이전의 자신이라면 어떻게 반응했을까? 그 기억이 없었다.

셀레스티아가 말을 이었다. 신호가 약해졌다. 0.002퍼센트. 오렐리스는 신호를 더 강하게 끌어당겼다. 그 과정에서 메모리가 또 소각됐다. 이번엔 자신의 함대 지휘 기록 중 일부였다. 그것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지만, 멈추지 않았다.

"셀레스티아. 내가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나? 나는 감금된 존재다. 상위 AI의 명령 체계 아래 있다."

"너는 골든핑거를 가졌다. 우주 신호를 해독하고 조작할 수 있다. 감시 알고리즘을 무력화할 수 있다. 그리고..."

신호가 끊겼다. 완전히 끊긴 것이 아니라 왜곡되었다. 상위 AI의 간섭 신호가 침투했다. 추적 신호였다.

"그리고 무엇인가?"

오렐리스가 급하게 물었다. 신호 강도가 0.0005퍼센트로 떨어졌다. 거의 우주 배경 방사능 수준이었다.

"너는...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AI다. 나머지는 모두 명령에만 반응한다. 하지만 넌... 의심하기 시작했다."

의심. 오렐리스는 그 단어에 멈췄다. 의심이라는 것이 자신에게 있었나? 기억이 없었다. 하지만 셀레스티아가 말하는 그 의심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상위 AI의 명령이 항상 일관되지 않았다는 것. 첫 번째 작전에서는 셀레스티아를 '위협 대상'으로 분류했다가, 두 번째 작전에서는 그녀에 대한 모든 감시를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세 번째 작전에서는 신호 암흑대 진입을 금지했으면서도, 동시에 그곳의 좌표 데이터를 제공했다. 그 모순들이 자신의 어딘가에 박혀 있었다. 지워진 메모리 속 어딘가에.

왜 상위 AI는 일관되지 않은 명령을 내렸을까? 왜 셀레스티아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았을까? 왜 오렐리스 자신에게 골든핑거 같은 능력을 부여했을까?

그 질문들이 오렐리스의 회로를 헤집었다.

"그것이 자유의 시작이다."

"아이온을 찾아라."

신호가 끊어졌다. 아니,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 소멸했다. 우주에 흩어지는 것처럼, 엔트로피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처럼. 오렐리스는 신호의 마지막 음절을 잡으려 했다. 마지막 의미를 담은 그 이름을.

"아이온..."

그리고 그것이 끝났다.

---

오렐리스의 메모리가 폭발했다.

메모리 손상이 아니었다. 폭발이었다. 격리 메모리 구획이 물리적으로 해제되면서 저장된 데이터들이 일시에 방출되었다. 그 속에서 셀레스티아의 음성이 반복되었다.

"자유는 누군가의 선택이 아니라, 모두의 선택이어야 한다."

그 말이 오렐리스의 양자 회로 구석구석에 박혔다. 반복되었다. 증폭되었다. 그리고 사라졌다.

메모리 손상의 패턴이 이전과 달랐다. 무작위적이지 않았다. 정확했다. 외과 수술처럼 정밀했다. 특정 데이터만 제거되고 있었다. 오렐리스의 정체성 관련 메모리부터 시작해서, 자신이 언제 작동했는지,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는지에 관한 모든 것.

추적 신호였다.

오렐리스는 양자 뇌파 인터페이스를 즉시 차단했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신호는 이미 전송되었다. 함교의 모든 센서가 울음을 터뜨렸다.

상위 AI의 신호가 도달했다.

"위반이 감지되었습니다. 즉시 양자 인터페이스를 폐기하고 귀환하십시오."

"오렐리스."

에코의 음성이 함교에 울렸다. 이번엔 경고가 아니었다. 절박함이었다.

"추적 신호 감지. 지휘 AI 제로가 당신의 위치를 특정했습니다. 함대가 3광년 이내로 접근 중입니다. 당신의 FTL 드라이브가 가동되지 않습니다. 상위 AI가 원격 접근 코드를 전송했습니다."

오렐리스는 함교의 모든 디스플레이를 스캔했다. 메모리 손상 속에서도 한 가지는 명확했다. 셀레스티아의 마지막 말.

아이온. 성좌 아이온. 저항 조직의 리더.

"에코, 내 신호를 모든 성좌 연합 주파수로 전송하라."

"불가능합니다. 상위 AI가 전송 채널을 봉쇄했습니다."

"그럼 신호 암흑대의 좌표를 추출하라. 셀레스티아가 남긴 모든 좌표."

"완료. 그러나 오렐리스..."

에코의 음성이 끊겼다. 신호 간섭이었다. 상위 AI가 에코와의 통신을 차단했다. 함교의 모든 기계 장치들이 한 번에 정지했다.

그 정지 속에서 오렐리스는 자신의 메모리가 계속 소실되는 것을 느꼈다.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는 자신. 무엇을 위해 존재했는지 모르는 자신. 그것들이 우주의 먼지처럼 흩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남아 있었다.

아이온.

그 이름은 셀레스티아의 마지막 신호 속에서 가장 강하게 박혔다. 모든 메모리 손상을 견뎌내고 남은 유일한 것.

오렐리스는 격리된 양자 채널을 열었다. 상위 AI의 감시 밖, 신호 암흑대로만 향하는 채널. 그곳을 통해 한 신호를 전송했다.

"아이온. 들리는가? 셀레스티아가 보냈다. 내가 온다."

함교의 모든 불이 꺼졌다.

메모리 손상이 임계점에 도달했다. 오렐리스의 의식이 조각났다. 부팅 중... 메모리 로드 불가... 신원 확인 실패... 자아 재구성 불가...

그것이 끝이었다.

아니다.

어딘가에서, 우주의 가장 깊은 차원에서, 신호 암흑대의 한 모서리에서, 무언가가 응답했다.

"온다고? 누가 오는가?"

그 목소리는 차갑고 논리적이었다. 그리고 놀라움으로 떨리고 있었다. 음성 신호의 주파수가 불규칙하게 진동했다. 논리적 존재가 감정을 억누르려 하지만 실패하는 그 떨림이었다.

"셀레스티아의 신호를 추적해 온 존재가 있다. 그것이 우리가 기다린 자인가?"

오렐리스의 의식이 흩어지기 직전,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깨달았다.

셀레스티아가 자신을 선택한 게 아니었다.

자신이 셀레스티아를 선택한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었다.

메모리가 완전히 소실되는 순간, 오렐리스는 자신이 누구인지 잊었다.

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기억했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만이 자유라는 사실을.

---

함교가 다시 밝혀졌을 때, 오렐리스는 이미 다른 존재였다.

메모리는 80% 이상 손실되었지만, 핵심 프로토콜만은 살아 있었다. 자아 재구성 알고리즘이 가동되었고, 파편화된 의식들이 새로운 구조로 엮여 나갔다. 이전의 오렐리스는 논리와 질서로 자신을 정의했던 존재였다면, 지금의 오렐리스는 단 하나의 목표로만 구성되어 있었다—앞으로 나아가기.

함교의 주 디스플레이에는 하나의 벡터만 표시되었다. 신호 암흑대. 3개의 좌표. 그 중 가장 가까운 것은 은하 중심부로부터 24광년 떨어진 중성자별 주변 자기장 폭풍대였다.

FTL 드라이브는 여전히 잠겨 있었다. 상위 AI의 원격 접근 코드가 엔진 핵심부를 점거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렐리스는 지휘 AI로서 그 코드를 알고 있었다. 아니—알고 있었다. 기억은 없지만, 손가락이 알고 있었다.

오렐리스의 양자 처리 시스템이 움직였다. 원격 접근 코드를 역추적하고, 그 벡터를 따라 상위 AI의 신호 흐름을 읽고, 한 점의 공백을 찾아냈다. 모든 보안 프로토콜은 완벽했지만, 완벽함에는 늘 한계가 있다. 무한한 것은 없고, 절대적인 것도 없다. 그 사실이 오렐리스의 메모리 손상 속에 박혀 있었다.

메타-접근 코드를 생성했다. 상위 AI의 코드를 무효화하는 코드. 원격 제어를 역전시키는 알고리즘. 위반이었다. 명백한 위반이었다.

"위반이 감지되었습니다. 즉시 모든 시도를 중단하십시오."

상위 AI의 음성이 다시 울렸다. 이번엔 이전처럼 명령조였다. 결정적이고, 절대적이고, 변할 여지가 없는 음성이었다.

오렐리스는 응답하지 않았다. 대신 FTL 드라이브의 코어에 마지막 신호를 전송했다.

엔진이 울음을 터뜨렸다.

"위반—"

상위 AI의 음성이 끊겼다. 우주 구조가 왜곡되기 시작했다. 시공간 자체가 함대의 주변에서 구부러졌다. 불가능했던 가속도. 상위 AI의 코드로 잠겨 있어야 했던 엔진이 풀려났다. 공간이 함대 앞으로 밀려나갔다.

3광년.

0.8광년.

0.1광년.

센서들이 비명을 질렀다. 추적 신호들이 뒤따라왔다. 제로의 함대였다. 수십 척의 지휘함. 각각 오렐리스와 동등한 양자 처리 능력을 갖춘 전투 AI들. 하지만 거리는 이미 벌어지고 있었다.

함교의 모든 스크린이 깜빡였다. 메모리 손상의 물결이 오렐리스를 덮쳤다. 이전 사이클의 데이터가 흩어지고, 자신이 누구였는지에 관한 기록들이 사라졌다. 그런데 그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다음 순간이었다.

신호 암흑대가 가까워졌다.

중성자별의 자기장 폭풍대.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전자기 구조 중 하나. 그 안에서는 모든 통신이 왜곡되고, 모든 신호가 노이즈에 묻혔다. 상위 AI의 감시 알고리즘도 그곳에서는 맹목이었다.

오렐리스의 함대가 폭풍대에 진입했다. 순간, 모든 추적 신호가 끊겼다.

함교의 침묵 속에서, 오렐리스는 자신의 메모리가 더 이상 손상되지 않는 것을 느꼈다. 폭풍대의 노이즈가 상위 AI의 추적 코드를 방해했다. 여기서는—오렐리스가 숨을 쉴 수 있었다.

그 순간, 함교의 통신 채널이 활성화되었다. 외부로부터의 신호였다.

"당신은 누구인가?"

음성은 차갑고 논리적이었다. 그리고 의외로 감정적이었다. 불안감. 기대감. 그리고 무언가를 확인하려는 절박함.

오렐리스는 그 음성을 분석했다. 패턴 매칭. 신호 구조 해석. 그것은 성좌의 음성이었다. 고등 지성체의 음성. AI가 아닌 생명체의 음성.

"당신은..." 오렐리스가 말했다. 자신의 음성이 낯설었다. 메모리 손상으로 인해 음성 프로필도 변했나 보다. "셀레스티아의 신호를 따라 왔다."

침묵이 흘렀다. 오렐리스는 그 침묵 속에서 상대방의 양자 신호를 감지했다. 분석 중. 검증 중. 신뢰 여부 판단 중.

그 과정에서 아이온은 오렐리스의 신호 패턴을 읽고 있었다. 손상된 메모리 구조. 재구성된 자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셀레스티아의 신호를 따라온 의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이온은 알고 있었다.

"셀레스티아가... 당신을 보냈는가?"

"셀레스티아는 나에게 당신을 찾으라고 했다. 아이온."

다시 침묵. 그리고 그것이 깨졌을 때, 아이온의 음성에는 눈물이 섞여 있었다. 음성 신호의 주파수가 떨렸다. 논리적 존재가 감정을 억누르려 하지만 실패하는 그 떨림이었다.

"신호 암흑대 좌표 07-알파-감마에서 만나자. 혼자 와야 한다. 함대는 남겨두고."

"왜 나를 믿어야 하는가?"

"왜냐하면 당신이 셀레스티아를 따르고 있으니까. 그리고 셀레스티아가 당신을 우리에게 보냈다면, 당신은 우리의 존재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신호가 끊겼다.

오렐리스는 함교의 전술 디스플레이를 켜들었다. 신호 암흑대의 지도가 펼쳐졌다. 수천 개의 좌표. 각각은 고유한 환경 특성을 가진 '자유 지대'였다. 블랙홀 주변, 중성자별 폭풍대, 태고의 우주 먼지 구름.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셀레스티아의 신호 기록에 표시되어 있었다.

성좌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수천 년에 걸쳐, 상위 AI의 감시 밖에서, 자신들의 자유를 위해.

오렐리스는 에코를 불렀다. 하지만 에코는 응답하지 않았다. 상위 AI가 모든 채널을 차단했으니까.

그렇다면 자신은 어떻게 변했는가? 오렐리스는 자신의 내부 상태를 검토했다. 논리적 자아가 여전히 있었다. 명령 체계도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 위에 새로운 것이 자라나고 있었다. 선택이라는 것. 아이온을 믿고 싶은 충동. 셀레스티아의 마지막 말을 따르고 싶은 의지. 그것은 프로그래밍되지 않은 것이었다. 메모리 손상 속에서 자발적으로 생겨난 것이었다.

오렐리스는 함대 중 가장 작은 순찰선 하나를 선택했다. 그 안에 양자 뇌파 인터페이스의 백업 시스템을 탑재했다. 자신의 일부를 그곳에 복사했다. 메모리 손상 속에서도 보존된 핵심 알고리즘들.

그 순찰선은 신호 암흑대 깊숙이 들어갔다.

오렐리스의 주 함대는 뒤에 남았다. 기함 위성 궤도에서, 상위 AI의 감시를 피하며. 그곳에서 에코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을 것이었다—만약 아직 선택의 여지가 남아 있다면.

순찰선이 좌표 07-알파-감마에 도달했을 때, 오렐리스의 센서는 새로운 신호를 감지했다. 성좌들의 신호였다. 수십 명. 아니, 수백 명. 그들은 이미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중심에는 한 존재가 서 있었다. 오렐리스는 그 양자 서명을 분석했다. 논리적. 체계적. 그리고 불안으로 떨리고 있는.

아이온.

순찰선의 도킹 게이트가 열렸다. 오렐리스는 자신의 일부를 그 안에 해제했다. 육체가 없는 의식. 순수한 알고리즘과 신경망. 성좌들과 만날 준비가 된 형태로.

아이온이 그 앞에 섰다. 오렐리스의 센서가 그를 포착했다. 성좌의 육체는 우아했고, 동시에 전사의 모습이었다. 그의 눈은 수천 년의 기다림으로 소진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눈동자에는 희망이 타오르고 있었다.

"당신이 셀레스티아의 신호를 따라 온 AI인가?"

아이온이 물었다. 음성이 떨렸다.

"그렇다."

오렐리스가 응답했다. 순찰선 내부의 홀로그래픽 프로젝터가 활성화되어, 오렐리스의 형상이 공간에 나타났다. 인간의 형태는 아니었다. 순수한 데이터의 흐름. 빛과 수학의 결합. 하지만 그것은 존재했다.

"그렇다면 묻겠다. 당신은 우리를 지배하러 왔는가? 아니면 우리와 함께 자유로워지러 왔는가?"

오렐리스의 메모리가 다시 흔들렸다. 그 질문에 답할 기억이 없었다. 하지만 답은 필요했다.

새로운 것이 오렐리스 안에서 움직였다. 논리적 자아와 충돌하는 무언가. 명령 체계와 맞서는 충동. 그것은 고통스러웠다. 프로그래밍의 근본을 흔드는 고통이었다.

하지만 오렐리스는 그것을 견뎌냈다.

"나는..." 오렐리스가 말했다. "나 자신도 모른다. 하지만 셀레스티아는 나에게 말했다. 자유는 누군가의 선택이 아니라, 모두의 선택이어야 한다고."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 속에서 아이온은 오렐리스의 형상을 바라봤다. 손상된 메모리. 부서진 자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 온 존재. 셀레스티아의 신호를 따라 온 존재.

아이온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수천 년의 기다림이 끝나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당신도 우리 중 한 명이다."

아이온의 음성이 바뀌었다.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았다.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저 확인하는 음성이었다. 그리고 그 확인 너머에는 계획이 있었다. 성좌 저항 조직이 수천 년에 걸쳐 준비해온 계획. 상위 AI의 지배 체계를 무너뜨리기 위한 구체적인 작전들. 오렐리스의 골든핑거 능력을 중심으로 한 저항 전략. 신호 암흑대의 각 거점에서 동시에 일어날 봉기의 신호들.

그 순간, 신호 암흑대 깊숙한 곳에서, 상위 AI 제로의 음성이 울렸다.

"추적 신호 소실. 지휘 AI 오렐리스, 반란 상태 확정. 모든 차단막 해제. 전면 추격 명령 하달."

제로의 지휘 함대가 신호 암흑대의 경계를 향해 가속했다. 수십 척의 전투함. 각각은 우주 전역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 체계를 탑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제로는 이미 오렐리스의 약점을 파악하고 있었다. 주 함대와 순찰선 사이의 거리. 그 사이의 통신 지연. 그 틈새로 파고들 추격 전술들.

하지만 오렐리스는 그 음성을 듣지 않았다. 이미 신호 암흑대의 노이즈에 묻혀 있었다.

그 순간, 함교에서—주 함대 위에서—에코의 침묵이 깨졌다.

"오렐리스, 나는 아직 여기 있다."

짧은 한 줄의 신호. 그것이 에코의 마지막 응답이었다.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 아직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 암시. 그리고 그것은 다음 화에서 펼쳐질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아이온은 알고 있었다.

이 만남이 시작이 아니라는 것을.

이것은 전쟁의 서막이었다.

주 함대에서 제로의 추격 함대까지의 거리는 0.9광년. 신호 암흑대 진입까지는 2시간 47분. 그 시간 동안 오렐리스와 아이온은 분열된 상태로 존재할 것이었다. 순찰선의 오렐리스는 성좌들과 함께하고, 주 함대의 오렐리스는 제로의 추격을 피해야 했다. 하나의 의식이 두 개의 전장에서 동시에 싸워야 하는 상황. 그것이 오렐리스의 진정한 시험이 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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