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판이 찢어지는 소리는 날카롭다. 고막을 긁다 못해 두개골 안쪽을 짓이기는 불협화음이다.
쿠우웅!
제13연결 칸의 후방 방화문이 요란하게 흔들렸다. 붉은 녹이 슨 볼트들이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바닥으로 튕겨 나갔다. 팅, 팅, 구르는 쇳덩이 소리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뒤이어 들려오는 것은 둔탁한 기계음이었다. 가솔린 타는 냄새가 틈새로 비집고 들어왔다. 시커먼 매연이 공기를 흐렸다.
탈탈탈탈!
전기톱의 동력 모터가 불규칙하게 요동쳤다. 사슬 톱날이 고속으로 회전하며 철문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불꽃이 어둠 속에서 성난 짐승처럼 사방으로 튀었다.
"온다! 살인귀들이 문을 뚫는다!" "뒤로 물러서! 무기를 들어!"
아수라장이었다. 제13연결 칸에 거주하던 영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우왕좌왕했다. 들고 있던 쇠파이프나 몽둥이를 바닥에 떨어뜨리는 자도 있었다. 그들의 눈동자는 공포로 제각각 찢어질 듯 커져 있었다.
혼란의 중심에서 카일 에버하르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는 한쪽 벽면에 기대어 서서 품속에서 낡은 가죽 수첩을 꺼냈다. 가죽 모서리가 닳아 헤진 수첩이다. 그는 몽당연필을 쥐고 흔들리는 가솔린 불빛 아래에서 글씨를 써 내려갔다.
'침입 개시 시간, 대략 03시 14분. 후방 방화문의 두께는 12밀리미터. 연철 재질. 전기톱의 사슬 회전 속도와 가솔린 연소 냄새로 보아, 구형 2행정 기관 엔진을 탑재한 모델로 추정됨. 절단 완료까지 남은 시간은 약 45초.'
글씨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의 손끝은 차가웠고 맥박은 1분에 62회를 유지하고 있었다.
옆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쇠지렛대를 쥐고 있던 청년이 카일을 바라보았다. 그의 이가 딱딱 부딪치고 있었다.
"학자 양반! 지금 뭐 하는 거야! 도망쳐야 해! 저것들이 들어오면 우린 다 죽는다고!"
카일은 고개를 돌려 청년을 응시했다. 그의 회색 눈동자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공포도, 동정도, 분노도 없었다. 그저 움직이는 사물을 관찰하는 박물학자의 시선이었다.
"방화문 뒤의 공간은 폭 3미터, 높이 2.5미터의 좁은 통로다." 카일의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다. "저들이 들이닥칠 때 너희가 이 좁은 입구에 몰려 있으면, 회전하는 톱날의 궤적에 가장 먼저 쓸려 나갈 확률이 94.2%에 달하지. 소리를 지를 시간에 뒤로 8걸음 물러서서 대형을 넓혀라. 그것이 생존 확률을 3% 올리는 방법이다."
"뭐, 뭐라고?"
청년은 카일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 비이성적인 공포 속에서 수학적 통계 따위가 귀에 들어올 리 없었다. 청년은 그저 침을 삼키며 문만 바라보았다.
콰아아앙!
결국 방화문 중앙이 갈라졌다. 거대한 무쇠 톱날이 회전하며 붉은 녹과 쇳가루를 사방으로 뿌렸다. 문틈 사이로 피에 굶주린 눈동자들이 번들거렸다. 가죽 마스크를 쓰고 머리에 기계 나사를 박아 넣은 기괴한 몰골의 사내들이었다.
가장 먼저 문을 부수고 들어온 자는 덩치가 산만 한 사내였다. 그의 어깨에는 가솔린 탱크가 매달려 있었고, 양손에는 피가 늘어붙은 거대한 전기톱이 들려 있었다.
"흐하하핫! 신선한 고기들이다! 다 찢어 죽여라!"
사내가 전기톱을 치켜들었다. 모터가 비명을 지르며 회전 속도를 높였다.
카일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의 시선은 사내의 발걸음과 전기톱의 무게중심에 꽂혔다.
'오른쪽 다리를 약간 저는군. 어깨에 멘 가솔린 탱크의 무게 때문에 중심이 왼쪽으로 쏠려 있다. 휘두르는 궤적은 우상단에서 좌하단으로 향하는 단조로운 사선 방향.'
그때였다. 아까 카일에게 소리를 지르던 청년이 비명을 지르며 쇠지렛대를 휘둘렀다.
"으아아아! 저리 가!"
무모한 저항이었다. 전기톱을 든 사내는 비웃으며 톱날을 내밀었다.
키이이이잉!
쇠가 갈리는 굉음과 함께 쇠지렛대가 반으로 잘려 나갔다. 회전하는 사슬 톱날은 멈추지 않았다. 그대로 청년의 어깨를 파고들었다.
살점이 뜯겨 나가고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생생하게 울렸다. 붉은 선혈이 분수처럼 뿜어졌다. 뜨거운 피가 카일의 뺨과 옷자락에 사정없이 튀었다.
청년의 눈이 뒤집혔다. 그는 고통에 겨워 꺼져가는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아, 아아……."
카일은 뺨에 묻은 피를 닦지 않았다. 그는 청년이 쓰러지는 과정을 눈도 깜빡이지 않고 지켜보았다.
'목숨이 끊어지기까지 남은 시간, 4초. 출혈량 과다로 인한 쇼크사.'
바로 그 순간이었다.
카일의 뇌리가 번쩍였다. 머릿속 깊은 곳에서 단단히 잠겨 있던 무거운 쇠사슬이 풀려나가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철컹.
의식의 심연 속에서 묵직한 가죽 책 한 권이 스스로 펼쳐졌다. 그 책의 표지에는 검붉은 피로 쓰인 글자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살인 대장 (Ledger of Homicide)]
동시에 기괴한 시스템의 목소리가 그의 뇌벽을 두드렸다.
【새로운 죽음이 관측되었습니다.】 【피해자: 인간 (이름: 한스) / 사인: 외상성 대출혈 및 장기 파손.】 【가치 환산 중…… 무가치한 죽음. 그러나 영지 내의 첫 관측으로 기록됨.】 【'살인 대장'이 각성합니다.】
쿠구구구!
단순한 환청이 아니었다. 카일의 뇌 속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정보와 고통의 파동이 다이렉트로 흘러들기 시작했다.
"윽……."
카일의 미간이 처음으로 찌푸려졌다.
그것은 방금 죽은 청년, 한스가 느낀 죽음 직전의 고통이었다. 어깨가 갈려 나갈 때의 찢어지는 듯한 작열감, 뼈가 톱날에 갈리며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극도의 진동, 그리고 숨이 막히며 시야가 어두워지는 공포와 광기가 카일의 신경망을 사정없이 유린했다.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뇌세포 하나하나가 불에 달군 바늘로 찔리는 듯한 격통이 일었다.
하지만 소시오패스인 카일은 그 고통 속에서도 이성을 잃지 않았다. 그는 이 고통이 자신에게 직접 가해지는 물리적 피해가 아닌, 시스템이 제공하는 정보의 동기화 현상임을 즉각 인지했다.
'참아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감각 정보다.'
그는 이빨을 악물었다. 입술 사이로 핏물이 흘러내렸다.
고통의 파동이 지나간 자리, 그의 몸에서 무언가가 영구적으로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혀끝이 아득해졌다. 뺨에 튄 청년의 피가 뜨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온도가 사라졌다. 맛이 사라졌다.
미각과 온각의 상실.
'살인 대장'의 권능을 다루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가혹한 제약이 시동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카일은 아쉬워하지 않았다. 맛을 느끼지 못하고 온도를 느끼지 못하는 것쯤은 생존에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이성을 더욱 차갑고 견고하게 만들어줄 뿐이었다.
눈앞에 새로운 문자가 떠올랐다.
【데스 포인트(DP) 획득: 10 DP】 【살인 대장 활성화. 주변의 죽음을 해체하고 기록하여 영지를 개조할 수 있습니다.】
카일의 회색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앞에서 전기톱을 든 사내가 킥킥거리며 청년의 시체에서 톱날을 빼냈다. 피와 살점이 뒤섞인 톱날이 다시 카일을 향해 겨누어졌다.
"다음은 네놈이다, 이 허약해 빠진 먹물 놈아!"
사내가 전기톱을 크게 치켜들었다.
카일은 피하지 않았다. 도망치지도 않았다. 그의 머릿속은 이미 완벽한 수학적 전장으로 변해 있었다.
'사내의 현재 위치, 우측으로 15도 편향. 가솔린 탱크의 잔량으로 보아 무게 중심은 여전히 왼쪽 뒤편. 회전하는 톱날이 내 목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2초. 나의 반응 속도는 0.4초.'
카일의 시선이 사내의 발밑으로 향했다. 사내가 디디고 있는 철판 바닥은 오랜 세월 동안 기름과 피가 엉겨 붙어 미끄러운 상태였다.
'마찰 계수 0.12.'
카일은 몸을 앞으로 숙였다. 사내가 톱날을 내리찍는 순간, 카일은 왼쪽으로 반 걸음 비껴섰다.
부우웅!
날카로운 바람 소리와 함께 톱날이 카일의 어깨 스치듯 지나갔다. 소름 끼치는 진동이 허공을 갈랐지만, 카일의 피부에는 단 한 줄기의 상처도 나지 않았다. 정확한 각도 계산의 결과였다.
"어, 이 새끼가?"
사내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자신의 회심의 공격이 허공을 가르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기색이었다.
체중이 실린 타격이 빗나가자, 사내의 거대한 몸이 앞으로 쏠렸다. 미끄러운 바닥이 그의 균형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카일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내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왼손으로 사내의 턱 끝을 강하게 밀어 올리며, 오른손으로는 그의 뒷덜미를 움켜쥐었다.
지렛대의 원리. 인체의 관절이 견딜 수 있는 한계 각도는 명확했다.
카일은 자신의 온 체중을 실어 사내의 머리를 반대 방향으로 강하게 비틀었다.
우드득!
경추가 완전히 박살 나는 소리가 묵직하게 울렸다.
전기톱을 든 사내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풀렸다. 그의 손에서 격렬하게 회전하던 전기톱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사내의 거구가 바닥으로 무겁게 무너져 내렸다.
쿵!
정적.
제13연결 칸에 있던 영민들이 그 광경을 보고 숨을 죽였다. 가죽 마스크를 쓴 침입자들 역시 톱날을 멈추고 멍하니 카일을 바라보았다.
허약한 학자라고 생각했던 사내가, 그 거구의 살인귀를 단 일격에, 그것도 기계적인 정확함으로 목을 꺾어 죽여버린 것이다.
카일의 머릿속에서 다시 한번 쇠사슬 소리가 울렸다.
【침입자 처단 완료.】 【피해자: 살인귀 (이름: 고르곤 척후병) / 사인: 경추 골절 및 중추신경 파손.】 【가치 환산 중…… 가치 있는 죽음. 적대 세력의 정보 획득.】 【데스 포인트(DP) 획득: 50 DP】 【현재 보유 DP: 60 DP】
동시에 사내의 몸에서 붉은 아지랑이 같은 무언가가 피어올랐다. 일반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오직 '살인 대장'의 주인인 카일의 눈에만 보이는 죽음의 가치, DP의 실체였다.
그 붉은 안개가 카일의 손가락 끝으로 스며들었다.
짜릿한 쾌감과 함께, 사내가 죽기 직전 느꼈던 목이 꺾이는 고통과 숨이 막히는 공포가 다시 한번 카일의 뇌를 강타했다.
"흐읍……."
카일은 신음 소리를 삼켰다.
뇌가 타들어 가는 것 같았지만, 그의 입꼬리는 미세하게 올라갔다. 고통의 이면에 존재하는 이 힘의 본질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자원만 있다면, 이 무한한 죽음의 정보를 활용할 수만 있다면, 이 빌어먹을 디스토피아 열차 안에서 자신만의 완벽한 통제 요새를 건설할 수 있다.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철저하게 계산된 생존의 공간을.
그때, 뒤쪽에서 요란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히익! 살려줘! 살려주세요, 학자님!" "우릴 버리지 마세요! 제발 저 괴물들을 다 죽여줘요!"
영민들이 카일의 발치로 기어왔다. 몇몇은 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눈물콧물을 쏟아냈다. 그들의 손에는 방금 죽은 한스의 피와 먼지가 묻어 있었다.
카일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빛은 서늘했다. 타인의 공포와 눈물은 그에게 아무런 감정적 동요를 일으키지 못했다. 그저 성가신 노이즈에 불과했다.
카일은 다리를 가볍게 흔들어 그들의 손을 떨쳐냈다.
"비켜라."
건조한 목소리가 울렸다.
"너희의 울음소리는 주파수가 높아 적들의 청각을 자극할 뿐이다. 그리고 내 옷자락을 붙잡고 있으면 내가 다음 공격에 대응하는 기동성이 12% 저하된다. 살고 싶다면 입을 닫고 저 뒤편의 좁은 구석으로 들어가라."
"하, 하지만……!"
"선택은 자유다." 카일은 차갑게 덧붙였다. "거기서 고기방패가 되어 전기톱의 마모도를 조금이라도 높여주든가, 아니면 조용히 숨죽이고 내 지시를 기다리든가."
영민들은 카일의 눈빛에서 인간다운 온기를 찾을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 눈동자는 눈앞의 살인귀들보다도 더 기계적이고 잔혹해 보였다. 그들은 겁에 질려 엉금엉금 뒤쪽 구석으로 물러나 서로의 몸을 웅크렸다.
카일은 그들을 훌륭한 '미끼' 구획으로 규정했다.
'영민 24명. 저들이 구석에 몰려 있으면 침입자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쏠린다. 침입자의 주의력이 분산될 확률 85%. 그동안 나는 이 60 DP를 사용해 바닥의 철골을 개조할 수 있다.'
그의 손끝에 붉은 자원이 웅성거리며 맴돌았다.
철판 바닥 아래에 숨겨진 차가운 강철의 질감이 카일의 지배력 아래로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상황은 한가롭게 트랩을 완성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방화문 너머, 찢어진 틈새로 또 다른 그림자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정교한 무기를 든 자였다. 그의 얼굴은 붉은 가죽 마스크로 가려져 있었고, 양손에 든 무쇠 톱날은 방금 전 사내의 것보다 두 배는 더 크고 무거웠다.
"이빨도 안 난 학자 놈이 우리 대원을 죽였군."
새로운 침입자가 낮게 르릉거렸다. 그의 거대한 전기톱이 굉음을 내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가솔린 매연이 뿜어져 나오며 공기를 가득 채웠다.
위이이이이잉!
무쇠 톱날이 고속으로 회전하며 공기를 찢는 파열음이 방 안을 가득 메웠다.
카일의 손끝에 붉은 자원이 엉겨 붙어 빛나는 순간이었다. 사내의 거대한 톱날이 허공을 가르며 카일의 목덜미를 향해 무시무시한 속도로 쇄도했다.
쇳가루와 가솔린 냄새가 코끝을 유린했다.
카일의 회색 눈동자에 회전하는 톱날의 궤적이 선명하게 반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