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검붉은 아지랑이가 지독한 피비린내를 풍기며 심문실 바닥의 갈라진 틈새를 따라 기어 올랐다.

"이건…… 리온의 마력이 아니야."

칼리스가 검을 뽑아 들며 낮게 신음을 뱉었다. 그의 푸른 눈동자가 일찍이 본 적 없는 경계심으로 서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방금 전까지 대공저를 뒤흔들던 파란 광풍은 온데간데없었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고대 흑룡의 음산한 혼령이 뿜어내는 질척한 어둠이었다. 품에 안긴 리온의 이마에서 검은 뿔이 완전히 박살 나 바스러진 순간, 그 파편들은 공중에서 기괴한 궤적을 그리며 흑색 마정석의 사슬로 변해 아기의 작은 발목을 단단히 옭아맸다.

- 나의 파편을 돌려받으러 왔다.

허공을 찢고 울려 퍼지는 거대한 목소리는 뇌막을 직접 짓개는 듯한 고통을 동반했다. 리온의 연약한 몸이 그 검은 사슬에 이끌려 허공으로 둥실 떠오르려 했다.

"으, 으앙……! 유모오……!"

정신을 잃어가던 리온이 본능적으로 내 옷자락을 쥐려 버둥거렸다. 고사리 같은 손가락이 허공에서 파르르 떨리는 모습을 본 순간, 내 안에서 차가운 이성이 번쩍 불을 켰다.

감히 내 아기 용을 누가 데려가려고?

[경고! 고대 흑룡의 '멸망의 낙인'이 발동되어 대공저 지하 하부의 고대 제단과 동조하기 시작합니다!] [마력 유출 임계치 돌파까지 남은 시간: 3분!] [영지 전체가 마력 폭사할 위험도: 99.8%]

내 눈앞에 떠오른 '정령 치유 관리 수첩'의 화면이 핏빛보다 붉은 검은색으로 점멸하며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울려댔다. 가뜩이나 시한부 판정을 받아 간신히 연명하던 내 영혼이 그 무시무시한 압박감에 짓눌려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

하지만 나는 길바닥 고아 출신이다. 가질 수 없다면 빼앗고, 버려지기 전에 판을 엎어버리는 것이 내가 살아남은 방식이었다.

"레이나, 물러서십시오! 이건 당신이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칼리스가 검에 서린 빙한 마력을 뿜어내며 검은 사슬을 베어내려 했다. 그러나 챙강, 하는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그의 얼음 검기가 검은 연기 속으로 허무하게 흩어졌다. 고대 흑룡의 혼령은 물리적인 공격도, 단순한 빙한 마력도 비웃듯 흡수하고 있었다.

"아니요, 대공 전하. 제가 해결할 수 있습니다. 아니, 오직 저만 할 수 있어요."

나는 품에서 손때 묻은 가죽 수첩을 꽉 움켜쥐었다. 머릿속의 태엽이 무서운 속도로 맞아떨어지기 시작했다.

이 폭주의 근원은 단순히 리온의 이마에 돋아났던 검은 뿔만이 아니었다.

"줄리어스 경!"

심문실 구석에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던 수석 행정관 줄리어스가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예, 예! 레이나 님!"

"경이 숨기려 했던 그 북부 봉인 영지의 기형적인 석탄 수입 과다 영수증, 기억하시죠? 그 막대한 양의 석탄이 대체 어디로 흘러갔는지 이제야 확실해졌네요."

줄리어스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그, 그것은…… 지하 결계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내려가서, 그걸 유지하기 위해 난방용으로……."

"아니요. 엘가 남작부인이 지하 결계 제어 장치 근처의 빙한 마정석을 강제로 녹이려고 석탄을 비정상적으로 연소시킨 흔적이었어요. 마정석이 녹아내리면서 결계에 균형이 깨졌고, 그 틈을 타 대지 하부에 잠들어 있던 고대 흑룡의 의식이 리온의 검은 뿔과 동조해 깨어난 겁니다!"

수첩의 통계 기능과 이전에 분석해 둔 장부의 데이터가 머릿속에서 완벽한 지도를 그려냈다. 과다한 석탄 연소로 인해 결계의 맥이 약해진 지점은 정확히 대공저 지하 3층의 마력 통로였다.

그리고 또 하나.

나는 소매 안쪽에서 묵직하고 차가운 아티팩트 하나를 꺼내 들었다. 연한 하늘빛을 띠는 육각형의 얼음 결정 모양 보석, 바로 엘가 남작부인이 보물창고에서 훔치려다 내게 압수당했던 고대 아티팩트 '겨울의 숨결'이었다.

"엘가가 이걸 훔치려 했던 건 탈출용 결계 작동기가 아니었어요. 흑룡의 마력을 역으로 제어해 대공가를 통째로 집어삼키려 했던 조율 장치였지."

나는 '겨울의 숨결'을 칼리스에게 던졌다.

"전하! 그 아티팩트에 전하의 빙한 마력을 최대치로 주입해 지하 3층의 결계 균열 지점으로 쏘아 보내세요! 석탄열로 약해진 마정석을 순식간에 재동결시켜야 흑룡의 혼령이 대지로부터 받는 마력 공급을 끊을 수 있습니다!"

칼리스는 단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보석을 낚아챘다.

"알겠습니다. 1분만 버텨 주십시오."

그의 몸이 은빛 눈보라가 되어 지하 통로를 향해 번개처럼 쏘아져 나갔다.

이제 남은 것은 내 몫이었다.

허공에 떠오른 리온의 작은 몸에서 검붉은 불꽃이 파지직 소리를 내며 타올랐다. 아기의 뽀얗고 말랑하던 뺨이 마력 역류로 인해 붉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이대로 두면 리온의 영혼은 물론, 내 수명도 여기서 끝이었다.

내가 어떻게 얻은 진짜 보금자리인데. 누구 좋으라고 이걸 포기해?

나를 절대 버리지 않을 유일하고 안전한 진짜 가족. 내 평생의 꿈인 스위트홈이 바로 내 눈앞에 있었다.

"시스템, 남은 생명력 80일을 전부 담보로 건다."

[경고: 생명력 담보 역전 정산을 실행하면 시술자의 수명이 임시로 0일이 되며, 정화 실패 시 즉사합니다. 정말로 진행하시겠습니까?]

"진행해. 전부 정령 마력으로 환산해서 치유 심장에 쏟아부어."

[승인되었습니다. 초월적 정화 모드 가동.]

웅웅거리는 이명과 함께 내 심장 부근에서 찬란한 연분홍빛 빛무리가 피어올랐다. 피치 마스카포네 크림처럼 부드럽고 달콤한 색채의 마력이 차가운 심문실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리온, 유모 봐봐. 착하지?"

나는 검은 불꽃 속으로 거침없이 발을 내디뎠다. 살가죽이 타들어 가는 듯한 극심한 화염의 마력 역류가 전신을 덮쳤다. 뼈마디가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에 비명이 터져 나오려 했지만, 나는 이빨을 악물고 버텨냈다.

"우우…… 으앙! 유모, 아파아……!"

"응, 우리 아기 아프지. 조금만 참아. 유모가 다 낫게 해줄게."

나는 허공으로 손을 뻗어 리온의 작은 발목을 옥죄던 검은 사슬을 맨손으로 움켜쥐었다.

치이익하는 소리와 함께 내 손바닥에서 라벤더색 정령 마력과 검붉은 흑룡의 마력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손끝에서부터 느껴지는 타는 듯한 고통에 눈물이 핑 돌았지만, 나는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뽀작이 리온, 유모랑 칭찬 도장 찍기 놀이 해야지? 이거 다 나으면 유모가 딸기 사탕 백 개 줄게."

내 심장에서 발현된 정화의 마력이 폭풍처럼 회오리쳤다. 연분홍빛과 청량한 청록색 빛바람이 사방으로 흩뿌려지며 기괴하고 칙칙한 검붉은 마력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 순간, 대지 하부에서 흘러나오던 검은 기운이 뚝 끊겼다. 칼리스가 지하 결계를 재동결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 분명했다.

"지금이야!"

나는 남은 생명력 80일의 정수를 전부 쥐어짜 리온의 이마, 검은 뿔이 부서진 자리로 밀어 넣었다.

스르륵, 사그락.

폭주하던 고체 마력이 달콤한 솜사탕처럼 하얗고 부드러운 눈송이로 변해 공중에서 포슬포슬 흩날렸다. 기괴한 검은 문양들이 연분홍빛 빛의 그물망에 갇혀 순식간에 정화된 분수처럼 아름답게 흩어졌다.

"으응……."

리온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더니, 이내 검붉은 기운이 완전히 사라진 맑은 호수 같은 푸른 눈동자가 드러났다. 아기는 거짓말처럼 평온한 얼굴로 내 품에 쏙 안겨들며 쌔근쌔근 숨을 쉬기 시작했다.

[정화 성공! 아기 용 리온의 마력 포화도 10%로 안정화!] [돌발 상황 '멸망의 낙인'을 완벽히 정화하였습니다!]

성공했다.

긴장이 풀리는 순간, 전신을 엄습하는 것은 타들어 갈 듯한 열병이 아니었다.

어마어마한 한기(寒氣)였다.

"어……?"

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생명력을 전부 담보로 밀어 넣은 대가는 너무나 가혹했다. 내 몸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며 손끝에서부터 새하얀 서리가 끼기 시작했다. 입김을 내뱉자 하얀 얼음 가루가 부스러져 내렸다. 체온이 바닥을 치며 심장 소리가 점점 느려졌다.

쿵…… 쿵…… 쿵…….

시야가 서서히 파스텔톤의 분홍빛에서 차가운 잿빛으로 변해갔다. 이대로 심장이 멈추는 건가. 결국 나는 진짜 가족을 얻지 못하고 이렇게……?

"레이나!!!"

그때, 철문을 부수듯 열고 들어온 칼리스가 나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의 얼굴은 평생 한 번도 보여준 적 없을 정도로 처절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안 됩니다! 눈을 감지 마십시오, 레이나! 제발!"

그가 나를 거칠게 끌어안았다. 하지만 내 몸은 이미 얼음 조각처럼 차갑게 식어 있었다. 칼리스의 전신을 감싸고 있던 차가운 얼음 마력이 내 몸에 닿자마자, 오히려 내 체내의 정령 마력과 기이한 공명을 일으켰다.

"내 목숨을 넘겨서라도…… 당신을 살릴 겁니다. 그러니까 제발 나를 두고 가지 마십시오!"

칼리스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려 내 뺨에 닿았다.

북부의 냉혈한 대공, 괴물이라 불리던 남자의 눈물.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얼음 속에서 피어난 가장 뜨거운 생명의 정수였다.

그가 자신의 가슴팍을 움켜쥐더니, 이내 그의 입술 사이로 찬란하게 빛나는 푸른빛의 결정이 흘러나왔다. 대공 가문의 가주만이 지닐 수 있는 생명의 근원, '빙한의 심장 결정'이었다.

그는 주저 없이 그 결정을 내 입술 사이로 밀어 넣었다.

차가우면서도 지독하게 달콤하고 깊은 생명력이 혈관을 타고 폭포수처럼 흘러들었다. 멈춰가던 내 심장이 쿵쾅거리며 다시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그의 온 마력이 내 전신을 감싸 안으며 얼어붙던 몸을 녹여내렸다.

따뜻했다.

차가운 얼음 대공의 품이, 세상 그 어떤 난로보다도 다정하고 따뜻하게 나를 품어주고 있었다.

정신이 아스라해지는 와중, 내 눈앞에 믿을 수 없는 찬란한 황금빛 시스템 창이 폭죽처럼 터져 올랐다.

[초월 업적 완료: 시한부 병약 효과 영구 해제 및 무한 생명 정산 성공!] [시스템 자율 관리 안착: 더 이상 생명력 제한을 받지 않는 완벽한 주체적 정령사로 거듭납니다.] [특수 보상: 칼리스 von 윈터할과의 영구적 마력 순환 결계 형성.]

머리 위로 흩날리는 금빛 메시지들을 바라보며, 나는 칼리스의 품속에서 마침내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이제 아무도 나를 이 집에서 쫓아낼 수 없어.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나는 깊고 평온한 어둠 속으로 스르륵 빠져들었다.

따끈따끈한 밀크티를 마신 것처럼 뱃속에서부터 몽글몽글한 온기가 피어올랐다. 칼리스의 심장 결정이 내 체내에 녹아들며, 차갑게 얼어붙던 혈관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새하얗게 질려 있던 내 손끝에 다시 발그레한 벚꽃색 핏기가 돌기 시작했다.

"하아……."

막혔던 숨이 터져 나오며 칼리스의 어깨에 이마를 기대었다. 그의 가슴팍이 거칠게 들썩이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나를 품에 안은 그의 팔에는 한 치의 틈도 없이 강한 힘이 들어가 있었다. 마치 조금이라도 힘을 빼면 내가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릴까 봐 두려워하는 소년처럼.

"살았습니다…… 레이나, 당신이 다시 숨을 쉽니다……."

칼리스의 목소리가 젖어 있었다. 평생 차가운 얼음 가면을 쓰고 살아가던 대공 전하가, 내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채 잘게 어깨를 떨었다. 그의 눈물방울이 내 쇄골 위로 톡, 톡 떨어져 내릴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간지러우면서도 뻐근하게 아려왔다.

이 남자가 나를 위해 영혼의 결정을 내어주었다.

비즈니스니, 계약이니 하는 차가운 단어들로 내 마음의 빗장을 꽁꽁 걸어 잠그려 해도, 이 끈적하고 따뜻한 온기 앞에서는 모든 방어 기제가 속절없이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정말이지…… 반칙이야, 이런 건.'

나는 속으로 작게 투덜거리며 리온을 품에 꼭 안았다. 리온은 내 품에 뺨을 비비며 "웅냐아……" 하고 기분 좋은 잠꼬대를 흘렸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해결된 줄 알았다. 이제 따뜻한 대공저로 돌아가, 리온에게 달콤한 딸기 사탕을 쥐여주고 나 역시 푹신한 침대에서 귤을 까먹으며 휴식을 취하면 되는 줄 알았다.

콰아앙—!

그 순간, 심문실의 굳건한 철문이 굉음과 함께 뜯겨 나가듯 바깥으로 날아갔다.

"……!"

칼리스가 순식간에 나를 등 뒤로 숨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전신에서 방금 전의 애절함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살벌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먼지 구름을 헤치고 나타난 이들은 대공가의 기사들이 아니었다.

가슴팍에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 문양을 새긴 황금빛 갑옷. 제국 황실 직속의 최고 무력 집단인 '태양 기사단'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삼엄한 호위를 받으며, 레몬빛 금발을 오만하게 찰랑이는 사내가 저벅저벅 걸어 들어왔다.

황실 특별 감찰관, 루벤 후작이었다.

그의 어깨 너머로 비쳐 드는 외부의 태양광은 레몬을 거칠게 으깬 듯 오만하게 번뜩였고, 그 아래로 대공저의 얼어붙은 민트색 얼음 벽이 스산하게 반사되어 기묘한 대조를 이루었다.

"이게 무슨 무례인가, 루벤 후작."

칼리스의 목소리가 지하 감옥의 공기보다 더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의 손끝에서 검푸른 빙한의 마력이 파지직 소리를 내며 얼음 가시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루벤 후작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오만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시선은 칼리스를 지나, 내 품에 안겨 잠든 리온에게로 향했다. 정확히는 리온의 이마에 검은 뿔이 부서져 나간 자리를 집요하게 응시하고 있었다.

"무례라니요, 대공 전하. 황명을 받들어 제국의 안위를 지키러 온 충신에게 하실 말씀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루벤이 품에서 붉은 밀랍으로 봉인된 황제 전령의 서한을 꺼내 들었다.

"북부 대공가에서 고대 흑룡의 부정한 마력을 지닌 재앙의 씨앗을 몰래 육성하고, 제국 결계를 위협했다는 고발이 접수되었습니다. 방금 전 발생한 대폭주의 파동이 황도에 있는 마력 관측소에 그대로 기록되었지요."

루벤의 눈동자가 잔인하게 빛났다.

"이에 황명에 따라, 대공가의 가신 엘가 남작부인의 자백과 증거를 토대로…… 저 아기 용을 황실 감찰부로 압수 및 이송하겠습니다. 아울러 윈터할 대공, 귀하 역시 반역 혐의로 조사를 받으셔야겠습니다."

"닥쳐라."

칼리스가 한 걸음 나아가는 순간, 사방의 공기가 순식간에 영하로 빙결되며 서리가 돋아났다. 당장이라도 황실 기사단의 목을 통째로 얼려버릴 듯한 기세였다.

하지만 루벤 후작은 비열하게 웃으며 손에 쥔 황금빛 지팡이를 가볍게 땅에 쾅, 하고 찧었다.

그 순간이었다.

내 품에 안겨 있던 리온이 "아우으……!" 하며 고통스러운 신음을 뱉었다. 아기의 몸에서 다시금 미세한 검붉은 마력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어……?"

황금 지팡이의 끝에 박힌 붉은 보석이 불길하게 공명하고 있었다. 그것은 리온을 조종하려던 고대 흑룡의 마력 파동과 정확히 일치하는 파형이었다.

[경고! 황실 감찰관 루벤 후작의 아티팩트에서 고대 흑룡의 역방향 공명 주파수가 감지되었습니다!] [분석 완료: 엘가 남작부인에게 '겨울의 숨결'을 훔치도록 사주하고, 리온의 이마에 흑룡의 낙인을 심은 진짜 흑막은 황실 내부의……]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미친 듯이 울려 퍼졌다.

이 모든 폭주 사건의 진짜 판을 짠 배후가 바로 눈앞의 황실 감찰관, 그리고 그 뒤에 선 황실 세력이었다. 그들은 리온의 폭주를 빌미로 대공가를 통째로 집어삼키려 덫을 놓은 것이었다.

"리온을…… 내놓으시지요, 유모."

루벤 후작이 나를 향해 사납게 손을 뻗었다. 황실 기사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 들며 칼리스를 포위했다.

다시 한번 리온을 빼앗길 위기. 그리고 대공가 전체가 반역의 덫에 걸려들기 직전의 일촉즉발의 상황.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흐려지는 와중에도, 내 손가락은 리온의 옷자락을 놓지 않았다.

감히 내 밥그릇과, 내 따뜻한 스위트홈을 망치려 드는 쓰레기들이 누구라고?

비록 몸은 움직이지 않고 의식은 암전되어 갔지만, 내 안의 생계형 유모의 투지가 마지막 불꽃을 태우며 수첩의 화면을 강제로 고정시켰다.

'두고 봐…… 내 집 건드린 놈들은 뼈도 못 추리게 해줄 테니까.'

[돌발 퀘스트: 황실의 음모로부터 아기 용과 대공가를 사수하라!] [퀘스트 실패 시 패널티: 대공저 압류 및 강제 추방]

그 불길한 붉은색 퀘스트 창을 마지막으로, 나는 완전히 의식을 잃고 칼리스의 품으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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