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천공(天空)이 갈라진다. 기압의 급변으로 발생한 삭풍(朔風)이 온 누리를 휘감는다. 대지(大地)가 오열하듯 진동한다.

구파일방(九派一帮)의 검수들이 손에서 명검을 떨군다. 천하를 오만하게 굽어보던 마교(魔敎)의 광인들조차 일제히 무릎을 꿇는다. 백가장(白家莊)의 중심부가 통째로 융기한다. 무적의 기계 성채, ‘천공 비공정(天空飛空艇)’이 지상에서 이탈하여 마침내 하늘로 솟구친다.

그것은 신화의 재림이자 불타는 강철의 세례다. 이 거대한 천공성이 허공을 종횡하는 원리는 간단하다. 내부의 초고온 융해로가 기밀 합금 격실 내의 공기 밀도를 대기보다 극도로 낮추어 막강한 부력(浮力)을 형성한다. 동시에 후방에 부착된 다단 스팀 터빈이 고압 누출 가스를 분사하며 자이로 침과 맞물려 천공성을 추동한다.

중원의 강자들은 기겁한다. 기맥(氣脈)조차 느끼지 못하는 거대 무쇠가 천공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무림맹주가 떨리는 눈으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가솔들은 감히 신의 권능에 대항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갑판 위에는 거대 기갑거병(機甲巨兵)들이 도열해 서 있다. 내부의 증기 유압 장치가 백색 김을 토해내며 야수 같은 구동음을 낸다. 지상의 모든 문파를 단숨에 분쇄할 수준의 압도적인 물리력이다.

당신은 비공정 함교(艦橋)의 난간에 선다. 대기의 매서운 칼바람이 바람막이 외투를 사납게 뒤흔든다. 당신의 시선은 추호의 흔들림이 없다. 발아래의 중원은 지극히 좁고 초라하다. 한 뼘의 영토와 한 줄의 허황된 초식 비급을 바라고 가벼이 목숨을 거는 구시대의 잔재들이다.

그 구차한 투쟁의 전장을 내려다보며 당신은 깊은 냉소를 던진다. 박제된 무림의 역사는 이 순간으로 완전히 종말을 고했다.

"전 함대, 기적(汽笛)을 울려라."

당신의 낙뢰 같은 지시에 비공정이 육중한 포효를 지른다. 수십 척의 수송 함선과 호위함들이 대형을 나란히 맞추기 시작한다. 최종 가동지는 저 지평선의 너머, 전설로만 구전되던 미지의 외대륙(外大陸)이다. 그 미답의 토지에서 현대 첨단 과학의 찬란함을 한계 없이 꽃피울 것이다.

천공의 대지주가 된 당신은 직접 조타륜을 움켜쥔다. 거대한 기계의 방주가 태양 빛을 반사하며 대공중함대의 선두에 선다. 찬란한 강철의 궤적이 하늘을 가른다. 백가장의 거대한 비공정단이 경외와 경악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새로운 문명을 건설하기 위해 저 먼 창공을 향해 장엄하게 날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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