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장의 하늘 성채에 흑연이 자욱하다. 거대한 치륜(齒輪)이 서서히 맞물려 돌아간다. 철과 화염의 냄새가 비강을 매섭게 찔러온다. 이곳은 하룻밤 사이에 요새화된 철옹성이다. 지하광산에서 채굴한 마석이 동력원에서 붉게 끓어오른다.
성벽 내부의 포신들이 일제히 활개를 편다. 이 기계 장치들은 기체의 열역학 법칙에 기반한다. 밀폐된 도관 내부에서 물이 마석의 열로 인해 급팽창한다. 부피가 극대화된 고압 증기가 포탄에 막대한 가속도를 유도하는 구조다.
성문 앞 황야에 거대한 장막이 드리운다. 무림맹의 황금 검기가 무겁게 바람을 가른다. 맹주 독고황이 백마를 타고 진형 선두에 섰다. 그의 뒤로 천하 오대세가의 정예가 진을 친다. 만여 명의 무인이 내뿜는 무형의 살기가 대지를 뒤흔든다.
"백가장은 똑똑히 들으라!" 맹주의 웅장한 목소리가 깊은 내공을 타고 전해진다. "사특한 천공 기계를 파쇄하고 전원 투항하라." "오직 무(武)의 도리만이 천하의 천리(天理)다." 그들의 안광에는 이 찬란한 기계 문명이 그저 마도로 보일 뿐이다.
성벽 위에서 당신은 구리로 된 조종간을 잡는다. 압력계의 바늘이 성난 야수처럼 붉은 선을 넘나든다. 증기 밸브를 개방하면 기계 거병들이 전장으로 진격한다. 그것은 무림맹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전쟁의 시작이다. 압도적인 기계의 화력으로 저 오만한 고수들을 단숨에 분쇄할 것인가.
대안은 아직 존재한다. 이 강대한 기술적 가치를 저들에게 탐식품으로 제공하면 어찌 될까. 천하 무림을 기계화할 철혈 공장 조약서가 당신의 소맷자락에 숨겨져 있다. 맹주의 칼날 같은 시선이 성벽 위의 당신에게 꽂힌다. 바야흐로 강호의 침묵을 깨뜨릴 선택의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