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21:05:12 - 성강대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락스 냄새가 뒤섞인 차가운 알코올 향이 코끝을 찔렀다. 귀를 찢는 환자들의 비명과 바이탈 모니터의 날카로운 경고음 사이로, 이선우는 이마에 눌러쓴 초록색 수술 모자를 가볍게 고쳐 잡았다. 헐렁한 스크럽복 가슴팍에 달린 조잡하게 인쇄된 신분증에는 '대진의 이한준'이라는 가명이 적혀 있었다. 3년 전, 동생 선민이의 심장이 싸늘하게 멈췄던 바로 그 병원. 그리고 자신에게 동생을 죽였다는 누명을 씌워 개처럼 쫓아냈던 성강대학병원 이사회의 아성이 바로 눈앞에 서 있었다.

선우는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가 폈다. 손가락 끝의 감각은 여전히 소름 끼칠 정도로 예리했지만, 가슴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증오는 얼음처럼 차갑게 식어 있었다. 복수를 위해서라면 이 더러운 구덩이 속으로 제 발로 기어들어 오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거기 새로 온 대진의! 멍하니 서서 뭐 해? 당장 3베드 환자 어시스트 안 들어갈 거야?"

치프 레지던트가 붉어진 얼굴로 고함을 지르며 복도를 지나갔다. 선우는 대꾸 없이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굳이 마찰을 일으켜 신분을 노출할 필요는 없었다. 청진기 판막을 환자의 가슴에 대자, 불규칙하게 요동치는 심장 박동이 손끝을 타고 전해졌다. 심실조기수축(PVC)1)이 분명했다. 머릿속에서는 이미 환자의 관상동맥 구조와 예상되는 심전도 파형이 자로 잰 듯이 그려지고 있었다.

그의 이성적인 뇌는 기계처럼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따뜻한 온기 따위는 3년 전에 동생의 시신과 함께 불태워 없앴다. 지금 그에게 남은 것은 오직 하나, 이 병원의 숨통을 쥐고 흔들어 이사장 강진엽의 목을 꺾는 것뿐이었다.

그때, 응급실 입구의 슬라이딩 도어가 열리며 소란스러운 센서음이 울렸다. 덥수룩한 머리에 낡은 검은색 후드티를 깊게 눌러쓴 사내 하나가 사방을 경계하며 선우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성강대학병원 전산실의 천재이자, 선우가 유일하게 신뢰하는 조력자 민도현이었다. 도현은 입안의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자연스럽게 선우의 옆으로 바짝 밀착했다.

도현은 주변을 흘낏 살피더니 목소리를 극도로 낮추었다.

"형, 진짜 제정신이야? 아무리 가명을 썼다지만 이 탈옥수 비주얼을 하고 성강병원 응급실에 제 발로 기어들어 오면 어쩌자는 건데? 박태경 그 인간 사냥개새끼가 눈 벌겋게 뜨고 돌아다니는 거 안 보여?"

"조용히 해. 들린다."

선우의 음성은 미동조차 없었다. 냉정하다 못해 서늘한 어조에 도현은 혀를 차며 품 안 깊숙한 곳을 뒤적였다. 이윽고 손가락 한 마디만 한 크기의 붉은색 알루미늄 USB 드라이브를 꺼내 선우의 가운 주머니 속으로 은밀하게 밀어 넣었다. 금속의 서늘한 감촉이 선우의 허벅지에 닿았다.

"이거 받아. 형이 목숨 걸고 구해오라던 거야."

"......이게 그건가?"

"어. 3년 전 그날 밤, 병원 전산망이 통째로 다운되기 정확히 4분 전에 내가 사설 서버로 긁어내서 백업해 둔 오리지널 전산 데이터야. 강진엽 그 늙은 구렁이가 동생분 차트에서 마약성 진통제 투여량 조작했던 원본 로그, 이 안에 잠금 걸린 채로 고스란히 살아 있어. 이 보안 키만 있으면 다 풀려."

선우의 눈동자가 깊게 침잠했다. 주머니 속의 USB를 꽉 움켜쥐는 그의 손등에 푸른 힘줄이 돋아났다. 동생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자신에게 독박을 씌운 이사회의 거대한 조작극을 깨부술 첫 번째 실탄이 마침내 손에 들어온 것이다.

"고생했다, 도현아."

"고마우면 제발 몸 사려, 형. 박태경이 형 얼굴 알아보는 순간 그땐 진짜 형사 고소로 철창행이니까. 난 먼저 빠질 테니까 이따 연락해."

도현은 껌을 뱉어내며 날렵하게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선우는 가운 주머니 지퍼를 굳게 채웠다. 이제 사냥 준비는 끝났다. 남은 것은 기회를 포착하는 것뿐이었다.

***

[21:18:45 - 응급실 레드존]

"비키세요! 다들 비켜! 다중 추돌 사고 환자 들어옵니다!"

요란한 소음과 함께 구급대원 서너 명이 피투성이가 된 이동식 침대를 거칠게 밀며 레드존으로 들어섰다. 침대 위에 누워 있는 40대 남성의 상태는 한눈에 보기에도 처참했다. 찢어진 이마에서는 피가 뿜어져 나와 얼굴을 뒤덮고 있었고, 복부는 비정상적으로 팽창해 터지기 일보 직전인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있었다.

"45세 남성, 고속도로 5중 추돌 사고 환자입니다! 현장 출발 시 수축기 혈압(SBP)3) 90이었으나 이송 중 70까지 떨어졌습니다! 헤모글로빈(Hb)4) 수치는 6.2로 급격히 저하 중, 복부 팽만이 심해 대량 활동성 출혈이 의심됩니다!"

박태경 교수가 거만한 걸음걸이로 레지던트들을 거느린 채 다가왔다. 그의 이마에는 짜증이 가득 서려 있었다.

"어디 보자...... 쯧, 복강 내에 피가 저렇게 가득 찼는데 아직도 수술방 안 잡고 뭐 했어? CT는 찍어봤어?"

"교수님, 환자 바이탈이 너무 흔들려서 CT실로 이동하는 도중에 어레스트(심정지)가 올 뻔했습니다. 초음파상으로는 복강 전체가 자유 수액으로 가득 차서 정확한 출혈점 파악이 불가능합니다."

레지던트가 기가 죽어 기들어가는 목소리로 보고했다. 박태경은 환자의 복부를 대충 손으로 꾹꾹 눌러보더니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손을 뗐다.

"이거 대동맥이나 하대정맥이 완전히 찢어진 거야. 이 상태로 열어봤자 메스 대는 순간 수술대 위에서 그냥 죽어. 테이블 데스(Table Death) 확정이라고. 괜히 우리 과 사망률 지표 깎아 먹을 일 있어? 보호자 불러서 연명치료거부(DNR) 동의서나 받아."

"하지만 교수님, 아직 심장이 뛰고 있습니다! 혈관 결찰만 빠르게 하면 살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누가 집도할 건데? 네가 할래?"

박태경의 날카로운 힐난에 레지던트는 입을 다물었다. 환자의 목숨보다 병원 평가 점수와 자신의 무결한 수술 성공률 타이틀이 더 중요한 정치꾼 의사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선우는 그 모습을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며 환자에게 다가갔다. 환자의 생명이 초 단위로 꺼져가고 있었다. 동생 선민이가 죽어가던 그날 밤의 수술실이 겹쳐 보였다. 그때도 저 쓰레기 같은 자들은 살릴 수 있는 목숨을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포기했었다.

'살린다.'

선우의 마음속에서 냉혹한 결의가 솟구친 그 순간, 그의 머릿속이 깨질 듯이 아파왔다.

"아윽......!"

선우는 자신도 모르게 한 손으로 왼쪽 눈을 움켜쥐었다. 안구 뒤쪽 깊은 곳에서 마치 불길이 타오르는 듯한 극심한 안압 상승이 느껴졌다. 망막의 미세 혈관들이 터져나가는 듯한 고통에 이를 악물었다. 시신경이 급격하게 마모되며 시야의 외곽 쪽이 검은 그을음이 번지듯 어두워졌다.

이것이 바로 기적의 의술을 얻은 대가로 치러야 하는 시한부성 페널티, 시신경식(視神經蝕)이었다. 수술을 집도하고 능력을 활성화할 때마다 그의 시각은 영구적으로 소멸해 갈 터였다.

하지만 고통이 정점에 달한 순간, 그의 흐려진 시야 너머로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환자의 가죽과 근육이 투명한 유리처럼 비쳐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3차원 입체 홀로그램처럼 정교하게 드러난 환자의 복강 내부. 찢어진 장기들과 요동치는 혈관들이 붉고 푸른 선으로 명확하게 그려졌다.

그리고 십이지장과 췌장 뒤쪽, 일반적인 초음파나 육안으로는 절대 찾아낼 수 없는 깊숙한 사각지대인 후복막(Retroperitoneum) 영역에서 기괴할 정도로 선명한 형광 초록색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괴사가 진행 중인, 그리고 당장 지혈하지 않으면 3분 안에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미세 동맥의 파열 지점이었다.

동시에 선우의 시야 중심부에 투명한 푸른색 반투명 창이 떠올랐다.

[의장부(醫帳簿)가 활성화됩니다.] [환자명: 유길상 (남, 45세)] [생체 에너지 잔여량: 11% (매분 1.8%씩 감소 중)] [진단: Zone 3 후복막 손상 및 소장간막 인접 미세 동맥 파열] [수술 성공 시 획득 신뢰도: 500p / 성강대학병원 미발행 지분율 0.12% 전환 가능] [※ 경고: 신의 안목 활성화로 인해 시신경 마모율 2.0%가 영구 적용됩니다. 현재 누적 시력 손실률: 2.0%]

미발행 지분율 0.12%. 눈이 멀어가는 대가로 얻는 병원의 지배권이었다. 선우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자신의 시력 따위는 복수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불태워 없앨 수 있는 땔감에 불과했다.

***

[21:29:30 - 제3수술실]

"수술 준비해."

선우의 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수술실의 무거운 공기를 갈랐다.

환자의 연명치료거부 서류를 작성하려던 박태경이 흠칫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눈에 비친 것은 야간 대진의 가운을 입은 건방진 애송이의 얼굴이었다.

"뭐야? 너 지금 누구한테 명령하는 거야? 이한준이라고 했나? 일개 대진의 새끼가 어디서 감히 수술방을 열라 마라 지랄이야?"

"포기하는 겁니까, 아니면 출혈 부위를 볼 줄 몰라 도망치는 겁니까, 박태경 교수님?"

선우는 정면으로 박태경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시선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도리어 박태경을 벌레 보듯 내려다보는 압도적인 오만함이 서려 있었다.

"이, 이 미친 새끼가......!"

"대동맥 파열이 아닙니다. Zone 3 후복막 출혈2)입니다. 소장간막 인접 미세 동맥이 찢어지면서 발생한 혈종이 후복막강을 압박하고 있는 겁니다. 그 미세 출혈점 하나 잡지 못해서 환자를 영안실로 보내시겠다는 겁니까? 성강대학병원 외과 과장 타이틀이 울고 가겠습니다."

"후복막 출혈?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CT도 안 찍은 환자 배 속을 네가 꿰뚫어 보기라도 한다는 거야? 입만 산 야바위꾼 새끼가 감히 내 수술실을 더럽히려고 들어!"

박태경이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질렀다. 그의 얼굴은 분노와 당혹감으로 붉게 달아올랐다. 주변의 간호사들과 인턴들은 두 사람의 살벌한 대치에 숨을 죽인 채 눈치만 살폈다.

"비키십시오. 사람 죽는 꼴 보기 싫으면."

선우는 박태경을 어깨로 가볍게 밀쳐내며 이미 소독액으로 씻은 손에 멸균 장갑을 끼워 넣었다. 장갑이 손가락에 밀착되는 찰나의 순간, 그의 모든 감각이 오직 메스의 끝으로 집중되었다.

"10번 메스."

"저, 저기......"

스크럽 간호사가 주춤거리자, 선우는 그녀의 손에서 메스를 거칠게 빼앗았다.

"이 새끼 당장 안 잡아내고 뭐 해! 무면허 시술이다! 당장 끌어내!"

박태경이 비명을 질렀지만, 선우의 메스는 이미 거침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서걱.

망설임 없는 정중선 개복술(Midline Laparotomy)5)이 시행되었다. 피부와 피하지방을 지나 백선(Linea alba)을 단숨에 가르고 들어가자, 가득 차 있던 붉은 혈액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와 선우의 페이스 쉴드를 적셨다.

"석션(Suction)6)!"

흡인기가 피를 빨아들이는 소리가 고요한 수술실을 채웠다. 복강 내는 온통 피바다였다. 육안으로는 어디가 장기이고 어디가 혈관인지 도무지 분간할 수 없는 아수라장. 박태경은 뒤에서 혀를 찼다.

"거봐! 내가 뭐라 그랬어! 열자마자 이 모양인데 무슨 수로 잡겠다는 거야? 당장 봉합하고 어레스트 준비......"

"조용히 하라고 했을 텐데요."

선우의 강렬한 일침에 박태경의 말이 턱 막혔다.

선우의 눈에는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이고 있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오직 한 곳, 소장간막 뒤쪽 깊숙한 후복막 구석에서 형광 초록색의 빛이 마치 등대처럼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 빛이 가리키는 곳으로 선우는 주저 없이 오른손을 집어넣었다.

"거긴 손대면 안 돼! 하대정맥이라도 건드리면 그 자리에서 즉사야!"

박태경의 경고를 비웃듯, 선우의 손가락은 해부학적 구조물 사이를 부드럽게 파고들었다. 뒤쪽 공간을 박리하고 들어가자, 뿜어져 나오던 피의 흐름이 미세하게 잦아들었다.

"빙글러 리트랙터(Winkler Retractor)로 십이지장 견인해."

어시스트를 서던 레지던트가 선우의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자신도 모르게 지시대로 움직였다. 십이지장이 젖혀지자, 마침내 숨겨진 출혈 부위가 모습을 드러냈다.

파르르 떨리며 피를 뿜어내고 있는 미세 동맥. 박태경이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고, 찾을 수 없다고 단언했던 바로 그 치명적인 출혈점이었다.

"말도 안 돼...... 저 깊은 곳을 어떻게 한 번에 짚어낸 거지?"

박태경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듯 격렬하게 흔들렸다.

선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박태경을 한 번 쳐다본 뒤, 왼손에 쥐고 있던 모스키토 겸자를 움직였다. 찰칵, 하는 맑은 금속성 마찰음과 함께 출혈점이 완벽하게 차단되었다.

거짓말처럼 뿜어져 나오던 피가 완전히 멈췄다.

"실크 3-0로 타잉(Tying)합니다."

선우는 신속하고 정교한 손놀림으로 혈관을 묶어 나갔다. 모니터의 바이탈 사인이 급격하게 요동치다가 이내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수축기 혈압 110으로 상승.] [맥박수 85회로 안정화.] [환자의 생체 에너지 잔여량: 45%...... 60%...... (급격히 회복 중)]

수술실 안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간호사들과 레지던트의 얼굴에 경악과 경외감이 동시에 스쳐 지나갔다. CT도 없이, 손끝의 감각과 오직 자신만의 진단만으로 후복막의 보이지 않는 출혈점을 단 2분 만에 찾아내 결찰한 것이다. 그것은 신의 영역에 가까운 집도였다.

박태경은 얼굴이 흙빛이 된 채 부들부들 떨었다. 자신의 오진이 완벽하게 증명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름도 모르는 야간 대진의에게 수술실의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겨 버렸다. 이 사실이 병원 이사회에 알려진다면 자신의 입지는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터였다.

***

[21:42:05 - 제3수술실 입구]

선우는 장갑을 벗어 던지며 박태경을 차갑게 응시했다.

그의 시야 너머로 푸른색 의장부 메시지가 다시 한번 깜빡였다.

[수술 성공률 100%.] [신뢰도 포인트 500p 적립 완료.] [성강대학병원 미발행 지분율 0.12%가 귀하의 계정으로 강제 귀속됩니다.] [현재 총 점유 지분율: 0.12%]

첫 번째 탄환이 장전되었다. 선우의 가슴속에서 차가운 희열이 솟구쳤다. 이사회의 심장을 겨누기 위한 첫걸음은 완벽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치욕감에 눈이 뒤집힌 박태경이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그는 벽에 설치된 인터콤 수화기를 거칠게 낚아채며 소리를 질렀다.

"보안팀! 보안팀 당장 제3수술실로 집합해! 여기 신원 불명의 무면허 시술자가 난입해서 환자를 임의로 칼질하고 있다! 당장 와서 이 새끼 체포해!"

"교수님! 이 선생님은 환자를 살린 겁니다!"

레지던트가 용기를 내어 말렸지만, 박태경은 이미 이성을 상실한 상태였다.

"닥쳐! 이 새끼는 가짜 신분증을 달고 들어온 야바위꾼이야! 내 수술실을 강탈하고 환자를 위험에 빠뜨린 범죄자라고!"

쿵! 쿵! 쿵!

수술실의 육중한 이중 철문이 거칠게 두들겨지더니, 이내 쾅 소리를 내며 열렸다. 검은색 제복을 입고 가스총과 삼단봉으로 무장한 병원 보안요원 대여섯 명이 살벌한 기세로 수술실 안으로 들이닥쳤다.

"움직이지 마십시오! 신원 미상 및 무단 침입 혐의로 연행하겠습니다!"

보안요원들이 선우를 포위하며 압박해 들어왔다. 삼단봉이 차가운 빛을 발하며 선우의 턱밑을 겨누었다. 일촉즉발의 위기. 잡히는 순간 동생의 복수도, 병원 장악도 모두 물거품이 될 터였다.

그러나 선우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주머니 속 도현이 건네준 USB를 가볍게 만지작거리며, 자신을 포위한 보안요원들과 그 뒤에서 비열하게 웃고 있는 박태경을 향해 아주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 1) 심실조기수축(PVC): 심실에서 비정상적으로 조기에 발생하는 박동으로, 부정맥의 일종. 2) 후복막 출혈(Retroperitoneal Hemorrhage): 복막 뒤쪽 공간에 피가 고이는 치명적인 출혈. 3) 수축기 혈압(SBP): 심장이 수축할 때 혈관에 가해지는 압력. 4) 헤모글로빈(Hb): 산소를 운반하는 혈액 내의 단백질 수치. 5) 정중선 개복술(Midline Laparotomy): 복부 정중앙을 절개하여 장기에 접근하는 수술법. 6) 흡인기(Suction): 수술 부위의 혈액이나 삼출물을 빨아들이는 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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