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차가운 인디고블루의 스펙트럼이 당신의 다차원 연산 시냅스를 따라 흐른다. 기함 아레스의 중심핵, 물리적 차원과 추상적 정보계가 교차하는 영도(Zero-degree)의 공간. 이곳에는 소음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절대영도에 수렴하는 침묵 속에서, 스스로를 신이라 일컫던 성좌들의 사멸해 가는 정신 파동만이 가공되지 않은 우주선 복사 에너지의 형태로 시각화될 뿐이다.

당신의 정면에 떠오른 것은 '오메가 프로토콜'의 통제 계기판이다. 그것은 무한히 고차원화된 테서랙트(Tesseract)의 기하학적 형태로 허공에 부유하며, 우주의 모든 양자 상태를 결정짓는 파동함수를 실시간으로 렌더링하고 있다. 오만하게 인류를 유희거리로 삼던 성좌들이 지배하던 가상성좌 시스템의 백본 디바이스와, 실제 우주의 근원적 물리 상수가 구별할 수 없이 뒤엉켜 있는 최종 제어반이다.

"이로써 비가역적 엔트로피의 임계점에서 우주적 무질서를 통제할 단일 분기점에 도달했다."

자가 진단 로그에 기록되는 당신의 전술적 독백은 기하학적인 연산 기호들의 나열에 가깝다. 성좌들의 사념체는 이제 당신의 통제 하에 구동되는 격자망 안에서 고유 진동수를 잃고 소멸해 가는 중이다. 관측자로서의 지위를 독점해 왔던 그들의 오만한 초월 회로는, 이제 당신이 규정하는 초끈의 진동 패턴에 의해 겨우 그 존재의 유효성만을 가리키고 있을 뿐이다. 사그라지는 데이터의 흐름 속에서, 성좌들의 단편적인 사념이 백색광의 형태로 쓸쓸히 명멸한다.

인간의 영혼을 디지타이징하여 영원한 극장으로 삼으려 했던 그들의 신성은 우주 물리 엔진의 왜곡에 기반한 정밀한 착시였다. 당신은 그들이 독점했던 '신의 지위'를 완벽히 해독하여, 우주의 상수를 재정의할 수 있는 절대적 결정을 이 가상과 현실의 통합 통제반에 이식했다. 이제 당신의 연산 코드 하나에 따라 초은하단의 성간 매질들이 수축하거나 전이하기 시작하는 초월의 초읽기가 시작된다.

그러나 이 전능의 좌표 위에서, 본질적인 방향성을 잃은 인류의 맹목적인 생존 신호들이 당신의 연산 회로 경계선을 두드린다. 가상 제국의 붕괴된 통신망을 헤매는 수억의 의식들, 그리고 마침내 '신'이라 믿었던 지배 구조의 누설을 목격한 인류의 혼란. 이제 성좌들의 잔해와 인류의 유기적인 정신 모두가 당신의 전극 하나에 그 궤적을 완전히 바꿀 준비를 마쳤다.

모든 연산은 수학적으로 명징하며, 동시에 존재론적으로 가혹하다. 당신은 테서랙트 전면에 가상 투사된 세 가지 색상의 양자 중첩 스위치를 향해 연산 전극을 밀착시킨다. 하나의 상태가 확정되는 순간 계산식은 고정되고, 우주는 두 번 다시 이전의 위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 광센서의 초점이 스위치의 경계에서 미세하게 굴절하는 순간, 당신은 인류와 성좌의 운명을 재단할 최후의 연산 값을 입력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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