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고치 틈새에서 기이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마강현의 옛 종문 휘장이 박힌 피비린내 나는 설산 좀비 인형들이 가시 송곳을 겨누며 돌진한다.
서릿발이 쩍쩍 갈라지는 소리가 고막을 찔렀다. 썩어 들어가는 가죽과 얼어붙은 피가 뒤섞인 악취가 코끝을 마비시켰다. 인형들의 관절이 꺾일 때마다 놋쇠 식기들이 부딪치는 기괴한 금속음이 빙한실의 사방 벽면에 부딪쳐 반사되었다.
심장이 멈춘 몸뚱이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우진의 왼팔은 이미 어깨뼈 마디부터 흉골 밑바닥까지 푸르스름한 얼음판으로 변해 있었다. 온기라고는 오직 품속 깊은 곳, 여동생의 영혼 단편이 깃든 매화나무 상자에서 흘러나오는 미약한 매화 향기뿐이었다. 그 가냘픈 향기가 뇌수를 자극하지 않았다면, 우진은 진작에 차가운 흑수 속으로 침전해 사라졌을 터였다.
"우희야……."
우진의 입술이 소리 없이 움직였다. 숨결조차 백탁의 김으로 피어나지 못하는 완전한 동결의 상태. 그러나 그의 눈동자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투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돌진하는 설산 좀비 인형들의 이마, 그리고 가슴팍에 새겨진 기괴한 문양들이 우진의 시야에 붉은색 숫자로 치환되어 떠올랐다.
[식별 기호: 丙-0974] [영적 소유권자: 마강현 (자산 귀속도 98.7%)] [현재 상태: 백일홍과의 특별 면책 조항에 따른 강제 사역 중]
우진은 오른손으로 품속의 낡은 가죽 장부, '명부장부(冥府帳簿)'를 거칠게 펼쳤다. 장부의 누런 종이 위에 핏빛 글씨가 실시간으로 소용돌이치며 새로운 인과의 수식을 그려 나갔다.
"역시 그랬군."
우진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타인의 고통에는 가슴이 찢어지는 공감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목줄을 조여 오는 죽음 앞에서는 기이할 정도로 평온해지는 그의 결함이 뇌리를 지배했다.
설산 좀비 인형들이 가시 송곳을 치켜들고 우진의 미간을 꿰뚫기 직전, 그는 인형들의 영적 연고권을 연동 추적했다. 장부의 가죽 표면이 얼어붙으며 우진의 손등바닥 피부가 쩍쩍 찢어져 피가 배어 나왔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인형들의 근원지에서 뻗어 나온 붉은 실들이 빙한실 천장을 뚫고, 저 멀리 2층의 안전한 객실에 숨어 있는 마강현의 가슴팍으로 정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그 실의 끝에 매달려 있는 것은 바로 마강현의 옷깃 뒤에 은밀하게 숨겨진 '붉은 진흙 부적'이었다.
"백일홍에게 영혼의 일부를 저당 잡히는 대신, 우화각의 귀물들로부터 공격받지 않는 면책 특권을 얻어내셨다?"
우진의 목소리가 차가운 물 표면에 닿는 얼음처럼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과거 마강현이 백일홍에게 사후 보장을 처우 받기 위해 제출했던 면책 특권용 '붉은 진흙 부적'. 그것은 단순한 부적이 아니었다. 마강현이 우화각의 살인 규칙인 '죄인의 십조율'에서 자신만 쏙 빠져나가기 위해 설계한 비겁한 회계 장부의 이면 계약서였다.
그 부적이 존재하기에, 마강현은 생존자들을 사지로 밀어 넣으면서도 자신은 제단 위의 제물에서 제외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 부적의 마력이 설산 좀비 인형들을 조종하는 연료로 쓰이고 있었다.
"하지만 마강현, 금융에는 언제나 연체 이자가 따르는 법이지."
우진은 피 묻은 손가락으로 명부장부의 한 면을 길게 그어 내렸다.
스스스스득!
날카로운 쇠붙이로 유리를 긁는 듯한 소리와 함께, 장부 위에 새로운 붉은 판결문이 각인되었다.
[추적 완료: 채무자 '마강현'의 면책 특권용 '붉은 진흙 부적' 식별.] [인과율 분석: 해당 부적은 우화각의 악의(자산)를 부당하게 횡령하여 사적으로 유용하고 있음.] [조치: 부적에 기록된 계약 주권 소속의 '무효 처리' 및 마력 전면 회수 절차를 개시합니다.]
"부도(不渡) 선고다."
우진이 속삭였다.
그 순간, 돌진하던 설산 좀비 인형들의 움직임이 일시에 멈췄다. 허공에 멈춰 선 가시 송곳 끝에서 뚝뚝 떨어지던 핏물이 그대로 얼어붙어 허공에 매달렸다.
그리고 2층 객실.
안전한 결계 안에서 생존자들의 비명을 즐기며 차를 마시고 있던 마강현의 가슴팍에서, 기괴한 마찰음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크아아아악!"
고택 전체를 울리는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2층에서부터 빙한실 천장을 뚫고 내려왔다.
마강현의 옷깃 뒤에 숨겨져 있던 붉은 진흙 부적이 스스로의 인과를 견디지 못하고 시커멓게 타들어 가며 폭발한 것이다. 부적이 품고 있던 방대한 양의 카르마 부채가 단 1초 만에 역류하여 마강현의 전신을 강타했다.
장부의 거래 수지타산을 강제로 왜곡한 대가였다. 계약 주권이 무효화되면서, 그동안 마강현이 다른 참가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쌓아 올렸던 '면죄 자산'이 단숨에 휴지 조각으로 변해 버렸다.
"억…… 끄윽, 커헉!"
2층 대청마루 바닥에 쓰러진 마강현은 시커먼 피를 한 바가지나 토해냈다. 그의 온몸의 모공에서 붉은 진흙 같은 진물이 뿜어져 나왔다. 백일홍과의 은밀한 계약이 파기되는 순간, 그가 가졌던 안전 보도는 완벽하게 박살 났다.
초장거리 인과 응징.
우진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오직 장부의 붓끝 하나로 2층에 숨은 적의 심장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이, 이 빌어먹을 회계사 놈이……!"
마강현이 피가 섞인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긁었지만, 이미 늦었다. 부적의 마력이 회수되자, 빙한실에 있던 설산 좀비 인형들의 몸이 모래성처럼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스스스스……
인형들을 구성하던 뼈와 놋쇠 식기들이 검은 먼지가 되어 흑수 위로 흩어졌다. 우진을 짓누르던 압도적인 살의의 파동이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우진의 신체 역시 한계였다.
동결 패널티가 어깨를 넘어 목덜미까지 기어올라 오고 있었다. 심장이 뛰지 않으니 뇌로 가는 혈류가 멈춰 시야가 점점 흐려졌다.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우희야, 미안하구나. 오빠가…… 조금 추운 모양이다.'
정신이 암전되려던 바로 그 찰나였다.
쿠구구궁!
빙한실의 두꺼운 철문이 거대한 폭음과 함께 종잇장처럼 구겨지며 날아갔다. 자욱한 먼지 구덩이 속에서, 숨을 헐떡이며 쇠파이프를 어깨에 멘 그림자가 걸어 나왔다.
"주인공 씨! 또 나 없이 혼자 재테크하고 있었지?"
서율이었다.
그녀의 단정한 정장은 이미 흙먼지와 괴물들의 진액으로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고, 이마에서는 붉은 피가 한 줄기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광기 어린 집착으로 번뜩이고 있었다.
서율은 흑수를 헤치며 성큼성큼 걸어와, 쓰러지기 직전인 우진의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그를 강박적으로 부축했다.
"내가 말했잖아. 손익분기점 맞추기 전에는 죽어도 내 허락 맡고 죽으라고."
그녀의 손가락끝이 우진의 차가운 뺨을 스쳤다. 얼음장 같은 체온에 서율의 미간이 좁아졌다.
"심장이…… 정말 안 뛰네? 미친 사람. 진짜로 자기 수명을 담보로 던진 거였어?"
"……시끄럽군, 서율 씨."
우진이 가까스로 마른 입술을 열었다.
"마강현의 부적을 깨부쉈다. 이제 놈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아."
"알아. 위층에서 아주 돼지 잡는 비명 소리가 들리더군."
서율이 차갑게 웃으며 우진의 몸을 고정시켰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기괴하게 뒤틀린 주사기 하나를 꺼내 들었다.
"이 고택의 지하실에서 찾아낸 아드레날린 수액이야. 영혼의 불씨 성분이 조금 섞여 있어서, 멈춘 심장도 억지로 뛰게 만든다더군. 부작용은…… 뭐, 살아남고 나서 생각하자고."
그녀가 망설임 없이 우진의 목덜미에 주사기를 찔러 넣었다.
푹!
"……!"
우진의 온몸이 활처럼 꺾였다. 심장 박동이 정지해 있던 흉부 깊은 곳에서, 차가운 얼음을 깨부수고 뜨거운 용암이 거꾸로 솟구치는 듯한 극통이 휘몰아쳤다.
두근! 두근!
꺼져가던 맥박이 기괴한 속도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격렬한 거부 반응으로 우진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 덕분에 마비되었던 감각이 돌아오고, 흉골 근처까지 얼어붙었던 피부에 미약하나마 붉은 혈색이 돌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우진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서율을 바라보았다.
"고맙다는 말은 안 하겠어."
"당연하지. 이따가 장부에 내 지분 확실하게 소수점 단위까지 기록해 둬. 난 자선사업가가 아니니까."
서율이 땀을 닦으며 냉혹하게 미소 지었다.
그러나 안도의 한숨을 내쉴 틈도 없었다.
우화각 전체가 마치 거대한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빙한실 천장의 보들이 쩍쩍 갈라지며 기와 정취가 흘러내렸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백일홍의 목소리가 한층 더 깊은 분노와 가학성을 띠고 울려 퍼졌다.
"기어이…… 내 정원의 계약서를 찢어 발겼구나."
백일홍의 목소리는 더 이상 시조를 읊듯 우아하지 않았다. 그것은 쇠를 긁는 듯한 아사귀들의 합창에 가까웠다.
"면책 특권이 사라진 죄인은…… 더 이상 이 우화각의 손님이 아니다."
철벅, 철벅, 철벅.
빙한실 구석구석, 그리고 고택의 어두운 복도 사방에서 기괴한 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인간의 가죽을 기워 만든 백일홍의 직속 '인형 사도'들이 움직이는 소리였다.
"아아아악! 살려줘! 신이시여! 왜 나를 버리시나이까!"
2층에서 마강현의 처절한 절규가 다시 한번 고택을 뒤흔들었다.
우진과 서율이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명부장부의 뒷장에서 붉은빛의 인과 선들이 허공을 가로지르며 마강현의 위치를 가리키고 있었다.
마강현의 안전 보장 부적이 깨지자마자, 우화각의 시스템이 그를 '가장 가치 있는 제물'로 재분류한 것이었다. 분노한 백일홍의 인형 사도들이 마강현의 사지를 붙잡고, 고택의 가장 깊고 은밀한 곳이자 모든 인과의 종착지인 '9층 최종 제단'으로 그를 강제로 끌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마강현이 제물용 원료로 바쳐지는 순간, 백일홍은 완전한 권능을 얻게 될 터였다.
"우진 씨, 저 인간이 제단에 올라가면 우리도 끝장이야."
서율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우진은 요동치는 심장을 움켜쥐며, 장부의 맨 뒷장에 미세하게 그려진 먹선—아직 깨어나지 않은 '연대채무 보증' 법조항의 테두리를 응시했다.
"쫓아간다."
우진이 얼어붙은 왼팔을 겨우 움직이며 선언했다.
"마강현의 숨통을 끊고, 그의 부채를 완전히 청산하기 전에는 이 게임은 끝나지 않아."
두 사람은 마강현의 비명 소리가 멀어지는 상층부를 향해, 어둠이 짙게 깔린 우화각의 계단을 단숨에 뛰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나무 계단은 거대한 짐승의 식도처럼 어둡고 축축했다. 발을 디딜 때마다 삐걱거리는 비명이 어둠 속으로 흩어졌고, 벽면의 틈새에서는 오래된 곰팡이와 썩어가는 종이 냄새가 물안개처럼 피어올랐다. 우화각 외벽을 두드리는 폭우 소리가 지붕을 뚫고 내려와 귀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서율의 거친 숨소리가 등 뒤에서 가깝게 들렸다. 그녀의 손이 우진의 옷자락을 꽉 쥔 채 떨어질 줄 몰랐다.
"공간이…… 뒤틀리고 있어. 원래 이 고택은 3층짜리 서양식 건물이 섞인 한옥이잖아. 그런데 계단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어."
그녀의 말대로였다. 위를 올려다보아도 끝이 보이지 않는 나선형의 계단은 마치 심연으로 향하는 구멍처럼 기괴하게 뻗어 있었다. 우화각의 본질인 '황천의 틈새'가 생존자들의 공포와 마강현의 파멸을 동력 삼아 내부 공간을 무한히 팽창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진의 가슴속에서는 아드레날린의 뜨거운 열기와 명부장부의 극저온 한기가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었다. 심장이 한 번 뛸 때마다 갈비뼈 안쪽이 타들어 가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지만, 그의 안색은 기이할 정도로 평온했다. 정작 그의 신경을 자극하는 것은 자신의 부서져 가는 육체가 아니었다.
스스스스…….
품속의 향나무 상자. 여동생 우희의 영혼 단편이 깃든 인형 소체가 보관된 그곳에서, 갑자기 애처로울 정도로 짙은 매화나무 향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단순한 향기가 아니었다. 우희의 영혼이 무언가 거대한 공포를 느끼고 격렬하게 떨고 있다는 신호였다.
우진이 장부를 급히 펼쳤다. 먹선으로 가득했던 페이지들이 스스로 넘어가더니, 피비린내 나는 새로운 문장들이 실시간으로 새겨졌다.
[경고: 대형 부도 사태 발생.] [채무자 '마강현'의 면책 자산 강제 압류 과정에서, 우화각의 최종 제단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제단 채워 넣기(제물 부족액): 카르마 지수 9,000만 포인트.] [시스템 규정에 의거, 고택 내에 존재하는 '미등록 영혼 자산'의 강제 징수를 시작합니다.]
"……우희를?"
우진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미세하게 떨렸다.
[징수 대상: 연우희 (영혼 잔류 단편)] [해당 자산은 현재 연우진의 채무 연대보증 담보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백일홍이 파놓은 진짜 함정은 이것이었다. 마강현을 파멸시키는 순간, 그로 인해 발생한 방대한 인과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고택의 제단이 우희의 영혼을 강제로 빨아들이도록 설계해 둔 것이다.
쐐애액!
천장의 어둠 속에서 칠흑처럼 검고 끈적이는 실 가닥들이 쏟아져 내렸다. 그것들은 마강현을 끌고 올라간 인형 사도들의 실과 같은 종류였다. 수십 개의 검은 실끝이 날카로운 바늘처럼 변해 우진의 품속, 향나무 상자를 향해 벼락같이 들이닥쳤다.
"안 돼."
우진이 이성을 잃은 눈빛으로 장부를 움켜쥐었다. 자신의 심장을 멈추는 것조차 아무렇지 않게 여기던 사내였지만, 여동생의 파멸 앞에서는 처음으로 죽음보다 더한 공포를 느꼈다. 그는 짐승 같은 거친 숨을 내쉬며 온몸으로 가슴의 상자를 감싸 안았다.
검은 실들이 그의 동결된 왼팔과 어깨를 사정없이 꿰뚫으며 살을 찢는 소리가 계단실의 고요를 깨뜨렸다.
"우진 씨!"
서율의 비명과 동시에, 우진의 장부 맨 뒷장, 미세한 먹선으로 숨겨져 있던 '연대채무 보증' 법조항 테두리가 핏빛으로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우희의 영혼이 통째로 뜯겨 나가기 직전의 절체절명의 위기. 우진의 눈앞에 거대한 질문이 붉은 글씨로 떠올랐다.
[선택: 당신의 영혼 전체를 추가 담보로 제공하여 징수를 일시 유예하겠습니까?] [유예 대가: 남은 수명 즉시 영(0)으로 전환.]
우진의 손가락이 피를 흘리며 장부의 계약란 위를 맴돌았다. 여기서 서명을 마치는 순간, 그의 수명은 완전히 종말을 고하게 된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벼랑 끝의 덫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