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쿠르릉, 쾅!

하늘이 뒤집히는 듯한 굉음이 우화각의 심장부를 찢어발겼다. 여동생 우희의 영혼이 흙으로 빚어낸 구체관절인형의 소체에 완전히 안착해 융합을 시작한 바로 그 찰나였다. 백일홍의 탐욕스러운 아가리가 기어이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대청마루를 떠받치던 거대한 대들보들이 쩍쩍 갈라지며 톱날 같은 파편을 사방으로 뿜어냈고, 수백 년 동안 고택을 지탱해 온 묵직한 기단석들이 미친 듯이 요동치며 아래로 꺼져 내렸다.

천장이 통째로 내려앉고 있었다. 수십 톤에 달하는 대리석 들보와 청기와 무덤이 폭포처럼 머리 위로 쏟아지는 절체절명의 순간.

"우진 씨! 피해야 해!"

서율이 일그러진 비명을 지르며 우진의 얼어붙은 소맷자락을 필사적으로 움켜쥐었다. 그녀의 손끝이 공포로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다. 사방에서 무너져 내리는 콘크리트 골조와 목조 기와들의 파괴적인 낙하 궤적은 피할 수 있는 틈새 따위를 허락하지 않았다.

우진은 시계를 보지 않았다. 이미 그의 심장은 멈춘 지 오래였고, 왼팔은 어깨까지 푸르스름한 얼음덩어리로 변해 감각을 상실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의 두 눈만은 얼어붙은 호수처럼 지독하려치만 고요하게 빛났다.

우진은 오른손으로 품속의 낡은 가죽 장부, 즉 '명부장부(冥府帳簿)'를 낚아채듯 펼쳤다. 장부의 누런 종이 위로 붉은 먹선들이 벌레처럼 기어 다니며 새로운 계약의 궤적을 그리기 시작했다.

[경고: 계약자의 생명 징후가 극도로 저하된 상태입니다. 무리한 거래 시 영혼의 영구 징수가 집행됩니다.]

붉은 경고문이 시야를 가득 채웠지만, 우진은 태연하게 장부의 빈 면에 손가락 끝을 가져다 대고 피로 글자를 써 내려갔다. 그가 제안한 것은 우화각의 파괴를 유도하는 물리적 낙하 법칙 자체를 향한 회계적 개입이었다.

"이 우화각에 존재하는 모든 낙하물의 물리적 파괴력을 '감가상각(減價償却)' 처리한다."

우진의 목소리는 갈라진 얼음판이 부딪치는 것처럼 낮고 건조했다.

"낙하하는 질량의 가치를 영(零)으로 수렴시키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인과적 마찰 손실을 장부의 부채로 이월한다. 대가는…… 내 남은 온기의 잔여분이다."

[거래 조건 분석 중…….] [낙하물 질량의 감가상각 거래가 승인되었습니다.] [대가로 계약자의 체온이 추가로 1.2도 급감합니다. 심장 정지 상태의 고착화가 가속됩니다.]

콰아아앙!

머리 위를 덮치던 거대한 대리석 들보가 우진의 정수리 수십 센티미터 위까지 내려앉은 순간,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수십 톤의 무게로 머리를 으깨버려야 할 석조 덩어리들이 우진의 주변 3미터 영역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물에 젖은 종이죽처럼 맥없이 바스러졌다. 파괴의 질량과 운동에너지가 장부의 인과적 회계 조율에 의해 순식간에 '0'의 가치로 상쇄된 것이었다.

스스스스.

거대한 돌덩이들이 먼지바람과 부드러운 모래알이 되어 우진과 서율의 어깨 위로 하얗게 흩날렸다. 중력의 법칙을 비웃는 우아하고도 장엄한 필드가 두 사람을 완벽하게 보호하고 있었다.

서율은 흩날리는 모래 먼지 사이로 우진의 옆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머리 위에서는 여전히 수만 장의 기와와 석재가 쏟아져 내리며 고택을 무참히 파괴하고 있었지만, 우진이 서 있는 반경 3미터 안만큼은 기이할 정도로 평화롭고 고요한 성역이었다. 공포로 마비되었던 서율의 눈동자에 경외감이 서서히 들어찼다. 이 남자는 단순한 생존자가 아니었다. 이 저주받은 공간의 지배자조차 제어할 수 없는 인과의 회계사였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지?"

서율이 침을 삼키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물리 법칙 역시 우화각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이 소유한 일종의 '자산'에 불과하니까요."

우진이 감정이 거세된 목소리로 답했다. 무거운 돌이 떨어져 사람을 죽이는 것은 이 고택이 허용하는 인과적 살의의 집행 방식이다. 그렇다면 그 살의의 가치를 강제로 깎아내려 부실 채권으로 만드는 것 또한 장부를 쥔 자의 권능이었다.

우진은 무너지는 대리석 먼지 사이를 뚫고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주위의 천장과 벽이 굉음을 내며 무너져 내릴 때마다, 우진이 내딛는 발걸음 앞으로 붉은 인과의 실선들이 뻗어 나가며 낙하물들을 허공에서 먼지로 분해했다. 파괴의 쓰나미 속을 유유히 걸어가는 그의 모습은 기괴할 정도로 장엄했다.

"백일홍은 미쳤어……."

서율이 무너지는 골조 사이로 붉게 타오르는 지하실의 푸른 불꽃을 바라보며 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스스로의 근거지인 우화각을 통째로 무너뜨리다니. 생존자들을 다 죽여서 얻는 게 대체 뭐란 말이야?"

"백일홍이 폭우와 우화각 사이의 인과 관계를 스스로 끊어버린 겁니다."

우진이 무너져 내리는 기둥의 파편을 밟으며 설명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동요도 없었다.

"우화각은 단순한 고택이 아닙니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죄인들의 원한과 공포를 빨아먹고 사는 거대한 영적 기업이지요. 백일홍은 그 기업의 최대 주주이자 지배자이고요. 하지만 내가 장부를 통해 아사귀들의 원한 채권을 백일홍에게 강제 이전시키고 연대 보증 조항을 흔들기 시작하자, 백일홍은 자신이 파산할 것을 직감한 겁니다."

"그래서…… 스스로 자폭을 택했다는 거야?"

"네. 자신이 누려온 신과 동등한 기득 특권을 포기할 수 없으니, 차라리 고택의 자산을 영구 멸실 처리하여 채무를 회피하려는 겁니다. 일종의 '영적 자결 명령'이자 가장 비겁한 파산 면책 신청이지요. 하지만……."

우진이 장부의 맨 뒷장, 미세한 먹선으로 숨겨진 '연대채무 보증' 법조항 테두리 수식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쓸었다. 희미하게 요동치던 먹선들이 백일홍의 폭주에 반응하듯 조금씩 그 기하학적인 문양을 선명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 채무는 도망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자산을 파괴할수록, 그 파괴의 비용 또한 고스란히 백일홍 본인의 영혼에 채무로 누적될 테니까요."

그 순간이었다. 우진의 품 안, 옅은 매화나무 향기가 흘러나오는 비단 주머니 속에서 아주 미세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사각, 사각.

마치 갓 태어난 아기 새가 알을 깨고 나오듯, 정교하게 깎인 나무 관절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진이 품에서 조심스럽게 인형 소체를 꺼내 들었다.

거친 나무 질감 대신, 백옥처럼 부드럽고 투명한 도자기 피부를 지닌 손가락이 주머니 틈새로 삐져나왔다. 연우희. 우진이 그토록 구하고자 했던 여동생의 영혼 번뇌가 마침내 인형의 육신에 안착하여 눈을 뜬 것이다.

인형의 작고 가냘픈 손가락이 우진의 얼어붙은 소맷부리를 필사적으로 움켜쥐었다.

스스스스…….

인형의 몸 전체에서 은은하고 옅은 매화나무 향기가 피어올랐다. 그것은 4화에서 우진이 인형 보관함을 완성했을 때 스며들었던, 지독한 한겨울의 눈발 속에서도 기어이 꽃을 피워내는 매화의 생명력이자 우희의 영혼 단편이 지닌 가장 순수하고 따뜻한 온기였다.

"아……."

우진의 입에서 얕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장부의 동결 효과로 인해 영하의 온도로 내려가 있던 그의 가슴 안쪽으로, 인형의 손끝에서 시작된 따뜻한 매화 향기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얼어붙어 굳어버린 혈관이 녹아내리는 듯한 지독한 통증과 함께, 멈춰 있던 우진의 심장이 기적적으로 단 한 번, '쿵' 하고 묵직하게 요동쳤다.

맥박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장부의 대가로 지불했던 생명의 잔액이, 우희의 영혼이 지닌 온기에 의해 강제로 복원되는 순간이었다.

"오빠……."

구체관절인형의 입술이 미세하게 움직이며, 인간의 촉촉한 물기를 머금은 우희의 진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녀의 커다란 유리 안구가 우진의 메마른 얼굴을 바라보았다. 인형의 눈동자에서 맑은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려 우진의 동결된 왼손등 위로 떨어졌다.

"더 이상…… 고통을 구매하지 마……. 왜 스스로를 파괴하면서까지 나를 붙잡으려는 거야……. 난 오빠가 아픈 게 싫어……."

우희의 흐느낌이 우진의 얼어붙은 감정의 장벽을 두드렸다. 극단적인 감정 불감증으로 인해 자신의 뼈가 으스러져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우진의 서늘한 가슴에, 여동생의 눈물이 뜨거운 불씨가 되어 박혔다.

"우희야."

우진이 나지막이 동생의 이름을 불렀다. 상처 입은 짐승의 신음을 들을 때만 요동치던 그의 기괴한 공감 능력이, 비로소 제자리를 찾아 여동생의 슬픔에 완벽하게 동조하고 있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정체 모를 뜨거운 감정이 솟구쳐 올랐다. 그것은 슬픔이었고, 동시에 분노였다.

"걱정하지 마라."

우진이 우희를 품에 소중히 안아 들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나는 파산하지 않아. 파산하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저 백일홍이다."

우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정면을 주시했다. 무너져 내리는 먼지 구덩이 속에서도, 장부의 붉은 실선들이 가리키는 궁극의 인과적 종착지가 명확히 보였다. 그것은 고택의 정원 맨 아래에 위치한, 검고 차가운 연못 지하와 연결된 심장 기둥이었다.

백일홍의 본체이자, 우화각의 모든 저주받은 자산이 집중되어 있는 '자승자박 심장 기둥'. 백일홍이 아무리 우화각을 무너뜨려 자폭하려 해도, 그 영혼의 진짜 뿌리는 정원 아래 연못 깊은 곳에 묶여 있었다.

"서율 씨, 나를 따라오세요. 마지막 청산의 시간입니다."

우진의 말에 서율은 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제 우진의 뒤를 따르는 것만이 이 지옥에서 살아남을 유일한 방법임을 뼈저리게 깨닫고 있었다.

두 사람은 붕괴하는 우화각의 잔해를 헤치고 아래로, 더 아래로 향했다.

사방에서 튀는 돌가루와 날카로운 대리석 파편들이 우진의 감가상각 필드에 닿아 무력하게 바스러져 내리는 풍경은 기이하리만큼 우아했다. 마치 폭풍우가 몰아치는 한가운데에서 홀로 비 한 방울 맞지 않고 산책을 즐기는 신사처럼, 우진은 흔들림 없는 걸음걸이로 나아갔다.

드디어 정원 아래, 음산한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연못가에 도달했다.

연못의 물은 검은 먹물처럼 어두웠고, 그 수면 위로 푸른 도깨비불 같은 불꽃들이 둥둥 떠다니며 기분 나쁜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연못의 중앙에는 썩어 들어가는 거대한 나무뿌리 같은 형상의 기둥이 물속 깊은 곳으로부터 솟구쳐 올라 있었다. 그것이 바로 우화각의 본질이자 백일홍의 심장이었다.

"결국 여기까지 기어들어 왔구나, 가련한 회계사여."

연못 전체가 요동치며, 백일홍의 우아하고 가학적인 음성이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마치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겹쳐놓은 듯한 기괴한 불협화음이었다.

"피어나는 꽃은 꺾이기 마련이요, 쌓아 올린 모래성은 무너지기 마련이니. 네 놈이 어찌 천리(天理)의 붕괴를 막으려 드는가?"

"천리가 아니라, 비겁한 채무 회피겠지요."

우진이 연못가에 서서 장부를 높이 치켜들었다.

"백일홍. 당신이 우화각을 무너뜨려 모든 증거를 인멸하려 해도, 이 장부에 기록된 당신의 부채 총량은 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고택을 파괴함으로써 발생한 추가적인 인과적 손실과 아사귀들의 원한 이자가 실시간으로 당신의 영혼에 복리로 가산되고 있습니다."

[알림: 백일홍의 누적 채무액이 우화각의 총자산 가치를 초과했습니다.] [알림: '연대채무 보증' 조항의 활성 조건이 99%에 도달했습니다.]

장부의 붉은 눈금들이 터질 것처럼 붉게 물들며 백일홍의 영혼을 압박해 들어갔다. 연못 깊은 곳에서 고통에 찬 거대한 비명소리가 부글거리는 거품과 함께 뿜어져 나왔다.

"건방진 필멸자 놈이……!"

백일홍의 격노가 연못을 뒤흔들었다.

그 순간, 고요하던 검은 수면이 거칠게 찢어지며, 연못 바닥으로부터 수천 개의 백골 가시덩굴들이 뱀의 형상을 하고 솟구쳐 올랐다. 그것들은 단순한 식물이 아니었다. 우화각에서 죽어간 수많은 죄인들의 뼈와 원한이 엉겨 붙어 만들어진, 지독한 저주의 결정체였다.

핏빛 가시가 돋아난 거대한 백골 덩굴들이 허공을 가르며 채찍처럼 고속 분사되었다. 그 속도는 우진의 감가상각 필드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공간을 찢어발길 만큼 빠르고 잔인했다.

슈아아악!

"우진 씨, 조심해!"

서율의 경악 섞인 비명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서늘한 파공음과 함께, 사방에서 날아든 날카로운 백골 가시덩굴들이 우진의 신체를 향해 사정없이 내꽂혔다.

푸학!

둔탁한 마찰음과 함께 붉은 선혈이 허공에 흩뿌려졌다. 우진의 가슴과 어깨, 그리고 옆구리가 백골 가시덩굴들에 의해 다각도로 무참하게 관 관통당했다. 가시 끝이 살을 찢고 뼈를 부수며 등 뒤로 붉게 물든 채 튀어나왔다.

"오빠!!!"

우희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연못가에 메아리쳤다.

피를 토하며 무릎을 꿇는 우진의 시야 너머로, 백일홍의 거대한 그림자가 푸른 불꽃을 두른 채 서서히 수면 위로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우진의 가슴을 갉아먹는 치명적인 저주의 통증 속에서, 명부장부의 마지막 장이 피로 붉게 물들며 기이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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