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하늘을 가르고 내려온 신의 노여움은 단 일 초 만에 지상 최대 동맹군의 숨통을 끊어 놓았습니다. 궤도상에 배치되었던 초고열 태양광 집속 조사기, 즉 '태양의 창'이 뿜어낸 백색의 광선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적국의 수도와 국가 중추를 관통했습니다. 석조 궁전들이 단숨에 기화하고 강물이 끓어올라 증발하는 물리적 참상은 지구 반대편의 조정에서도 고스란히 관측되었습니다. 전쟁은 개전과 동시에 종결되었으며, 적국의 지휘권은 군수 보급선을 미처 전개하기도 전에 소멸했습니다. 동맹군의 수백만 병력은 본국으로부터의 병참 지원이 영구히 단절되자, 총 한 번 제대로 쏘지 못하고 궤멸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러나 승리의 환호는 사흘을 가지 못해 비명으로 변했습니다. 대기권 외곽에서 집속된 초고열 에너지는 전 지구적 열역학 계통을 영구히 파괴해 버렸습니다. 성층권이 붕괴하고, 급격한 대기 팽창으로 인해 대륙성 기단의 주기적 순환이 정지했습니다. 조선이 자랑하던 기계화 농업과 대규모 수리 시설은 이 거대한 대자연의 역습 앞에서 무용지물로 전락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초고온 가뭄이 한반도를 덮쳤습니다. 삼남지방의 젖줄이던 낙동강과 영산강이 바닥을 드러내고, 논바닥은 거북 등가죽처럼 갈라졌습니다. 기온은 연일 섭씨 오십 도를 오르내렸으며, 대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치명적인 방사 열파는 파종된 종자마저 흙 속에서 태워 버렸습니다. 식량 보급망의 사활이 걸린 철도 수송은 기관차 보일러에 공급할 용수조차 구하지 못해 전면 중단되었습니다. 기계 설비를 구동하기 위해 증기압을 올리려 해도, 냉각수가 고갈되니 당신이 구축했던 최첨단 공업 단지들은 순식간에 거대한 고철 더미로 화했습니다. 사료에 기록된 경신대기근을 능가하는 초유의 재앙이 도래한 것입니다.

"이것이 진정 우리가 염원하던 자주 독립의 대가란 말인가."

당신은 텅 빈 경복궁 근정전 처마 아래 서서, 인공 무기가 만들어낸 잿빛 열무무 속의 하늘을 바라보며 깊이 탄식합니다. 조정의 문무백관들은 이제 군사 작전 기안 대신, 전국에서 올라오는 아사자 수와 폭동 보고를 정리하기에 급급합니다. 화폐 가치는 종잇조각으로 전락했고, 곡물 수확량이 전무하니 백성들은 기계 부품보다 감자 한 알을 위해 서로에게 총을 겨눕니다. 전 세계의 강대국들을 굴복시켰으되, 정작 그들이 바칠 배상금을 수송할 항로도, 그것을 소비할 구휼 기관도 모두 마비되었습니다.

인간의 오만이 낳은 첨단 기술의 남용은 결국 지구라는 거대한 유기체의 한계를 깨뜨렸습니다. 대지의 열기가 백성들의 목숨과 영혼까지 말려 버리는 이 묵시록적인 승리 위에서, 당신은 비로소 깨닫고 독백합니다. 차가운 철과 뜨거운 빛으로 다스린 제국은 결국 스스로가 지핀 불길 속에서 재가 될 뿐임을. 참혹한 유산만을 남긴 채, 조선의 위대한 기술 혁명은 그렇게 아무도 살지 못하는 메마른 잿더미 위에서 영구히 침묵합니다.

이전화목차마지막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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