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당신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숨이 막힐 정도로 눈부신 은하수의 파편들입니다. 아스트라(ASTRA)의 멤버들은 이제 단순한 ‘아이돌’이라는 규격을 벗어났습니다. 예능 판을 혼자서 캐리하며 대중성 끝판왕이 된 리더, 첫 솔로 앨범으로 빌보드 글로벌 차트를 찢어발긴 메인 보컬, 밀라노 패션위크를 마비시킨 인간 명품 센터까지. 그들이 뿜어내는 독보적인 오라(Aura)는 이제 소속사 사무실의 천장을 뚫고 우주 끝까지 매혹적인 빛을 뿌려댑니다. 이어폰을 타고 흐르는 그들의 목소리는 고막을 간지럽히는 천상의 음색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완벽한 소리들은 더 이상 섞이지 않습니다.

-------------------------------------------------- [덕질넷] 야 오늘 자 아스트라 연말 무대 본 사람?? ㄷㄷㄷ - 진짜 미쳤음;; 비주얼 기품 돌았네 완전 신들의 만찬임 - 근데 소리 지르다가 나중엔 좀 슬프더라... 보컬 각자 음색은 진짜 미치도록 극락인데, 옛날처럼 서로 화음 쌓던 그 벅차오르는 느낌이 없어 ㅠㅠㅠㅠ - ㄹㅇ 솔로로 너무 대박 나서 이제 한 화면에 잡혀도 각자 개인 무대 하는 거 같음... - 올팬(All Fan)들 지금 실시간으로 피눈물 흘리는 중 ㅠㅠㅠㅠㅠ --------------------------------------------------

당신이 심혈을 기울여 기획한 개인 마케팅 덕분에 멤버들의 브랜드 가치는 신의 영역에 도달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달콤하고도 치명적인 독배였습니다.

오랜만에 맞춰보는 특별 단체 무대 연습실. 그들의 퍼포먼스는 여전히 예술의 극치입니다.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도약, 칼날처럼 날카롭고 기하학적인 안무의 각도는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처럼 완벽하게 프레임에 박힙니다.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매혹적인 센터의 독무는 보는 이의 심장을 가루로 만들 기세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똑똑히 보고 있습니다. 예전의 그 처절하고 뜨거웠던 ‘원팀’의 호흡이 완전히 휘발되었음을. 무대 위에서 멤버들의 시선은 서로를 향해 교감하는 대신, 오직 자신만을 비추는 단독 카메라의 붉은 불빛만을 본능적으로 탐닉합니다. 완벽한 천재들의 눈부신 나열일 뿐, 기적을 만들던 아스트라의 시너지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 X (구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아스트라_무기한_개인활동] [#올팬의종말] [#따로또똑같이] @ASTRA_loop_v: 솔직히 오늘 무대 홈마 직캠 뜨는 거 보는데 현타 온다... 멤버들 춤선 각자 개성 강해진 건 좋은데, 동선 맞출 때 예전의 그 끈끈함이 1도 안 보임. 각자 스케줄 바빠서 연습 부족했던 거 티 나서 억장 와르르 맨션임... @kpop_inside_9: 이미 각자 몸값이 수십억 대인데 굳이 그룹 활동에 목맬 이유가 없지 ㅋㅋㅋ 소속사 막내가 판은 잘 깔아줬는데 너무 잘 풀려서 팀이 찢어진 케이스임. 슬프지만 화려한 엔딩이네. --------------------------------------------------

결록 기획사 대표는 당신의 책상 위에 서늘한 기획서를 내려놓습니다. [아스트라 향후 활동 방향: 무기한 개인 활동 체제 전환]. 사실상의 그룹 해체 선언서입니다. 당신이 그토록 구하고 싶었던 아스트라는 역설적이게도 당신이 안겨준 무한한 영광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갈라져 흩어졌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절망하여 눈물을 흘리는 대신, 한층 더 깊고 단단해진 눈빛으로 기획서를 내려다봅니다.

비록 원팀으로서의 아스트라가 보여주던 기적의 서사는 여기서 멈추었지만, 그들을 우주 최강의 솔로 아티스트로 군림하게 만든 당신의 손끝에는 여전히 세상을 쥐고 흔들 정밀한 덕질 데이터와 업계 최고의 여론 조작술이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엇갈려 찢어진 영광의 파편들을 손에 쥔 채, 당신은 이 화려하고도 쓸쓸한 연예계의 정점에서 다음 행보를 준비합니다. 뜨겁고도 시린 기적의 끝에서, 당신이 개척한 새로운 전설이 마침내 암전 속에서 찬란하게 완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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