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붉은 마석 폭탄이 포물선을 그리며 보육동의 열린 창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듯 날아갔다.

“안 돼……!”

하은의 비명이 광장의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찢어지듯 울려 퍼졌다. 찰나의 순간이 영원처럼 늘어났다. 창틀 너머로 비친 아기 늑대들의 동그란 눈망울과, 그 위로 무자비하게 쏟아지는 붉은 마력의 섬광이 그녀의 망막에 낙인처럼 박혔다.

쾅ㅡㅡㅡ!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보육동 건물의 2층 외벽이 처참하게 터져 나갔다. 붉은 화염이 사방으로 비산하고, 그 뒤를 이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푸르스름한 동결 마력이 폭풍처럼 뿜어져 나왔다. 폭탄의 충격으로 보육동 지하에 흐르던 마력로가 정면으로 자극받은 탓이었다.

“아아악! 루이! 레오! 에밀!”

울부짖는 아기 늑대들의 비명이 폭풍의 포효를 뚫고 하은의 귓가를 사정없이 때렸다. 과거 보육원 화재 사고 때 구하지 못했던 아이들의 절규가 겹쳐 보였다. 가슴이 턱 막히고, 숨결이 납처럼 무거워졌다. 하은의 눈동자가 잔인하게 흔들렸다. 또다시 눈앞에서 소중한 존재들을 잃을 수는 없었다. 절대로.

하은이 비틀거리며 보육동을 향해 발을 내딛으려 하자, 가웨인이 헝클어진 머리채를 흔들며 광소를 터뜨렸다.

“하하하! 늦었다! 이미 악마의 씨앗들은 저 안에서 제 마력에 질식해 죽어갈 것이다! 이것이 신의 심판이다!”

“입 닥쳐.”

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광장의 소음을 단숨에 얼려버렸다. 블레이드의 주위에 시퍼런 얼음 칼날들이 돋아났다. 그의 눈동자는 굶주린 맹수처럼 가웨인의 목덜미를 노리고 있었다.

하은은 떨리는 숨을 몰아쉬며 소매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녀의 손끝에 닿은 것은 딱딱하고 차가운 종이 질감이었다. 가웨인이 은밀하게 포섭했던 전령의 깃털 사이에서 찾아낸, 겉모양만 평범한 백금 인장 편지였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하은이 편지를 높이 치켜들었다.

“신성제국의 사제라는 자가 천박한 사보타주를 일삼으며 가문의 아이들을 죽이려 했다니. 가웨인, 당신의 추악한 반역죄는 이 편지에 고스란히 적혀 있습니다.”

편지 봉투에 찍힌 신성제국 황실 직속의 백금 문양이 햇빛을 받아 날카롭게 빛났다. 그 편지를 본 가웨인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그, 그것이 왜 네년의 손에……!”

“당신이 포섭했던 전령은 이미 모든 자백을 마쳤습니다. 원로회 여러분, 이것이 이 자가 윈터우드를 무너뜨리기 위해 보육동의 식량 공급을 끊고 마력을 폭주시키려 한 명백한 물증입니다!”

하은이 편지를 바닥에 내던지자, 가장 완고했던 원로 발칸이 그것을 낚아채듯 집어올렸다. 편지 내부의 인장을 확인한 발칸의 얼굴이 분노로 붉게 달아올랐다.

“이…… 파렴치한 제국의 개가 감히 우리 윈터우드를 유린하려 들다니!”

“가웨인 셀레스티아. 네놈의 목숨은 나중에 거두어지리라.”

블레이드의 손짓 한 번에 거대한 얼음 사슬이 가웨인의 사지를 단단히 결박했다. 가웨인은 쇠사슬에 묶인 채 바닥을 뒹굴며 핏발 선 눈으로 비명을 질렀으나, 누구도 그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더 급한 불은 보육동이었다.

파괴된 창문 틈새로 검붉은 연기와 시퍼런 마력 폭풍이 소용돌이치며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아기 늑대들의 마력 폭주율이 한꺼번에 치솟고 있다는 증거였다.

하은의 눈앞에 ‘힐링 레시피 도감’이 강제로 개방되며 붉은 경고창들이 시야를 가득 메웠다.

[경고: 보육동 내 아기 수인 전체 마력 폭주율 98% 돌파!] [루이 윈터우드: 생명 위험 수치 도달. 마력 핵 붕괴 직전!] [추천 레시피: 초광대역 진정 힐링 디저트 — 황금빛 메이플 쉬폰 케이크] [※주의: 해당 연성 시 시전자의 체온이 영하 40도 이하로 하락합니다. 생명에 치명적인 저체온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영하 40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극한의 추위가 예고되어 있었다. 손끝이 벌써부터 차갑게 식어가는 착각이 들었다. 하지만 하은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직 보육동 안에서 고통받고 있을 루이와 아기들의 얼굴뿐이었다. 자신의 안위 따위는 계산기에 넣지도 않았다.

“아이들을 구해야 해요. 비켜주세요.”

하은은 허리춤에서 붉은 양념 단지를 꺼냈다. 일찍이 공작가의 지하 창고 깊숙한 곳에서 발견해 두었던, 먼지 쌓인 붉은 단지였다. 그 안에는 아주 미세하지만 고대의 마력 중화 성분이 깃든 황금빛 가루가 들어 있었다. 평범한 양념처럼 보였기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던 그 비장의 재료를 하은은 도감의 눈으로 알아보고 챙겨둔 터였다.

“이것이 폭주하는 마력을 진정시킬 마지막 열쇠예요.”

하은이 단지의 뚜껑을 열자, 시나몬과 달콤한 바닐라를 섞은 듯한 포근한 향기가 허공으로 흩날렸다.

그녀가 허공에 손을 뻗어 도감을 활성화했다.

웅ㅡㅡㅡ!

맑은 종소리와 함께 하은의 발밑에서부터 황금빛 마법진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녀의 골수가 얼어붙는 듯한 지독한 냉기가 전신을 덮쳤다.

“읍……!”

비명이 터져 나오기도 전에 입술이 퍼렇게 질려갔다. 손가락 끝마디부터 서리가 하얗게 피어오르며 감각이 마비되었다. 심장을 향해 차가운 송곳이 파고드는 듯한 고통에 하은의 무릎이 꺾이려 했다. 눈앞이 하얗게 번지며 의식이 흐려지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화르륵ㅡ!

하은의 품속에서 강렬한 푸른 빛이 터져 나왔다. 그것은 일전에 지하실에서 공명 반응을 보였던 공작의 심장 마력 핵석이었다. 하은의 간절한 손길에 반응하듯, 핵석은 원거리에서도 블레이드의 뜨거운 마력을 끌어당겨 하은의 심장 주변에 따스한 보호막을 형성했다.

“……하은!”

어느새 다가온 블레이드가 큰 보폭으로 걸어와 그녀의 흐려지는 몸을 뒤에서 단단히 껴안았다. 그의 단단한 가슴이 하은의 얼어붙은 등에 밀착되는 순간, 지독한 추위 속에서 단 하나의 구원과도 같은 초고열의 마력이 그녀의 척추를 타고 폭포수처럼 흘러들었다.

“내 온기를 가져가라. 네가 원하는 만큼, 전부.”

블레이드의 낮고 거친 목소리가 하은의 귀가에 닿았다. 그의 손이 하은의 하얗게 얼어붙은 손을 덮어 쥐었다. 그의 손바닥은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요동치는 그의 심장 고동이 하은의 맥박과 겹쳐 뛰기 시작했다.

“나를 믿고, 네 온 힘을 다해라. 내가 널 지탱하겠다.”

그의 뜨거운 선언에 하은의 눈동자에 다시금 생기가 돌아왔다. 두 사람의 마력이 융화되자, 도감의 마법진이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하고 찬란하게 팽창했다.

하은은 붉은 단지 속 황금빛 가루를 허공으로 흩뿌렸다.

“피어나라……!”

하은의 외침과 함께, 차가운 빙설의 성채 위로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쿠우우우ㅡ!

하늘을 뒤덮었던 핏빛 폭풍과 검은 연기가 순식간에 걷히기 시작했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은 따스한 오렌지빛과 황금빛이 뒤섞인 거대한 마력 장막이었다. 성채 전체가 마치 세상에서 가장 포근한 오븐 내부가 된 것처럼, 갓 구운 빵의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가 공기 중으로 가득히 퍼져 나갔다.

“이, 이 냄새는…….”

원로들이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폭신하게 부풀어 오르는 쉬폰 케이크의 부드러움, 사르르 녹아내리는 메이플 시럽의 단내, 그리고 입안을 가득 채우는 온화한 온기가 차가운 석조 벽을 타고 스며들었다. 그것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얼어붙은 영혼을 어루만지는 구원의 마법이었다.

황금빛 오븐 마력이 보육동의 깨진 창문 틈새로 부드럽게 흘러 들어갔다.

붉게 폭주하던 마력의 기운들이 황금빛 쉬폰 조각에 닿자마자 거짓말처럼 녹아내렸다. 보육동 내부에서 웅크린 채 고통에 울부짖던 아기 늑대들의 입가로 따스한 케이크 조각들이 스르륵 녹아들었다.

“우우…… 웅?”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루이가 꼬리를 바르르 떨며 눈을 떴다. 붉게 충혈되었던 눈동자가 원래의 맑고 영롱한 호수 색으로 돌아와 있었다.

[루이 윈터우드: 마력 폭주율 98% -> 5% (완전 안정)] [보육동 아기 수인 전체 스트레스 지수: 99 -> 3 (지극히 편안함)]

도감의 수치들이 눈부신 초록빛으로 변하며 급격히 하강했다. 보육동 안에서 아기 늑대들이 기분 좋은 울음소리를 내며 서로의 털을 핥아주기 시작했다. 따뜻하고 달콤한 온기가 성채 전체를 감싸 안으며, 길고 길었던 혹한의 위기가 완전히 종식되는 순간이었다.

“오오…… 신이시여…….”

발칸을 비롯한 원로들이 무릎을 꿇은 채 눈물을 흘렸다. 그들은 가문을 구한 것이 제국의 신성 마법이 아닌, 나약하다고 멸시했던 인간 보모의 따스한 손길이었음을 뼛속 깊이 깨달았다.

가웨인은 믿을 수 없다는 듯 허공을 바라보며 핏물을 토해냈다.

“말도 안 돼…… 내 완벽한 계획이…… 단지 저딴 빵 굽는 냄새 따위에……!”

“끌고 가라.”

블레이드의 냉혹한 명령에 경비병들이 가웨인을 짐짝처럼 거칠게 끌고 사라졌다. 그의 몰락은 완벽했고,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터였다.

성채에는 오직 포근하고 달콤한 온기만이 가득했다. 완벽한 승리였다.

하지만 기적이 완성된 직후, 하은을 지탱하던 팽팽한 긴장의 끈이 툭 끊어졌다.

“하은……?”

블레이드가 다급하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전신을 감싸던 황금빛 마력이 흩어짐과 동시에, 하은의 몸이 힘없이 뒤로 기울어졌다. 심장 핵석의 공명도, 블레이드가 나누어 준 온기도, 성채 전체를 정화하기 위해 모든 마력과 생명력을 쥐어짜 낸 그녀의 극한 소모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은의 손끝이 하얗게 서리처럼 변해갔다. 입술은 핏기 하나 없이 투명하게 굳어 있었고, 숨결은 가늘다 못해 지워질 듯 희미했다.

“정신 차려라! 내 온기를 더 가져가란 말이다!”

블레이드가 미친 듯이 그녀를 가슴에 끌어안으며 자신의 마력을 주입하려 했다. 하지만 이미 그녀의 마력 회로 자체가 얼어붙어, 그의 뜨거운 마력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하은의 시야가 빠르게 암전되었다. 블레이드의 절박한 외침이 깊은 물속에서 듣는 것처럼 먹먹하게 멀어져 갔다.

마치 차디차게 가라앉는 깊은 겨울 호수의 밑바닥으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아이들은…… 무사하구나…….’

안도감 섞인 마지막 생각과 함께, 하은의 속눈썹이 힘없이 떨리며 완전히 닫혔다. 그녀의 몸은 얼음 조각처럼 차갑게 식어 있었다.

“하은!”

블레이드의 짐승 같은 울부짖음이 차가운 성채의 천장을 때렸다. 그가 하은을 품에 안았을 때, 그의 단단한 팔에 닿은 느낌은 부드러운 인간의 살결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만년설 깊은 곳에서 갓 꺼낸, 시리도록 차가운 얼음 조각상 같았다.

“보모 누나! 누나아!”

“하은 보모님!”

보육동의 부서진 문을 열고 루이를 비롯한 아기 늑대들이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달려 나왔. 황금빛 메이플 쉬폰 케이크를 먹고 마력 폭주에서 완전히 벗어난 아이들은, 자신들을 구하고 쓰러진 하은을 보며 본능적인 슬픔에 젖어 울부짖었다. 루이가 짧은 앞발로 하은의 손을 붙잡으려 했으나, 마샤가 황급히 루이를 가로막았다.

“안 된다, 도련님! 지금 보모님의 몸에 닿으면 도련님마저 얼어붙고 말 유치다!”

마샤의 말대로, 하은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서슬 퍼런 한기는 주변의 공기마저 하얗게 얼려가고 있었다. 바닥의 카펫 위로 서리가 꽃처럼 피어났고, 하은의 보드랍던 뺨은 핏기를 완전히 잃은 채 투명한 유리처럼 변해갔다.

블레이드는 이를 악물었다. 그의 붉은 눈동자에 난생처음으로 거대한 공포가 소용돌이쳤다.

“비켜라.”

블레이드가 하은을 가볍게 안아 들었다. 그의 뜨거운 불속성 마력이 그녀를 감싸 안았으나, 하은의 몸은 그 온기마저 차갑게 밀쳐내고 있었다. 마력 회로가 완전히 닫혀버린 탓이었다.

그는 보육동에서 가장 따뜻하고 포근한 방으로 하은을 눕혔다. 벽난로에는 장작이 타오르고 있었고, 하은이 손수 깔아둔 폭신한 양털 이불이 가득했지만, 그녀의 체온은 아래로, 더 아래로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하은의 흐려진 의식 속에서, ‘힐링 레시피 도감’이 붉은색 경고등을 미친 듯이 깜빡이며 날카로운 경고음을 울렸다.

[위험: 시전자의 생명 마력원이 99% 소모되었습니다.] [심장 박동 수치: 32bpm (급격한 저하 중)] [신체 동결율: 87% — 동사(凍死)까지 남은 시간: 8분 45초] [※긴급 생존 퀘스트: '대공명 전신 접촉'을 개시하십시오. 단순한 접촉으로는 닫힌 마력 회로를 열 수 없습니다. 극성의 불속성 마력원과 피부를 직접 맞대어 심장 고동을 동기화해야 합니다.]

‘추워…… 너무 추워…….’

하은은 끝없는 어둠 속에서 몸을 웅크렸다. 과거 보육원의 불길 속에서 느꼈던 숨 막히는 열기와는 정반대의, 뼈를 깎아내는 듯한 혹한이었다. 아무리 손을 뻗어도 잡히는 온기가 없었다.

바로 그때, 거칠고 단단한 손길이 그녀의 차가운 뺨을 감싸 쥐었다.

“하은, 정신 차려라. 눈을 떠.”

블레이드의 목소리가 귓가를 흔들었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의 냉정함을 잃고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결단을 내린 듯, 가슴팍의 단추를 거칠게 풀고 자신의 상의를 벗어던졌다. 그의 가슴 한가운데에서 붉고 뜨거운 심장 마력이 요동치며 주변의 공기를 후끈하게 달구었다. 윈터우드 가문의 가주만이 가진, 얼음 속에 숨겨진 태양의 불꽃이었다.

“내 온기를 전부 너에게 주겠다. 그러니 제발…….”

블레이드가 하은의 차가운 몸을 자신의 가슴팍으로 강하게 끌어당겼다. 맨살과 맨살이 맞닿는 순간, 시리도록 차가운 얼음과 타오르는 불꽃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치이이익ㅡ!

마치 달구어진 철판에 얼음을 들이부은 것처럼, 두 사람의 접촉면에서 하얀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하은의 닫혔던 마력 회로가 블레이드의 강렬한 심장 박동에 반응해 미세하게 움트기 시작했다.

[심장 동기화 개시…… 공명율 15%…… 30%……]

두 사람의 맥박이 서서히 하나의 템포로 겹쳐 뛰기 시작했다. 하은의 굳어 있던 입술 사이로 자그마한 숨결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안도감도 잠시였다.

쿵! 쿵! 쿵!

하은의 심장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도감의 시스템 마력원이 블레이드의 초고열 마력을 감지하자마자 폭주하듯 날뛰기 시작했다. 그것은 온기를 흡수하는 수준을 넘어, 블레이드의 생명력 그 자체를 집어삼키려는 거대한 소용돌이로 변했다.

“……윽!”

블레이드가 짧은 신음을 흘렸다. 하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시퍼런 빙결의 가시들이 역으로 블레이드의 가슴팍을 파고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의 뜨겁던 피부 위로 순식간에 푸르스름한 서리가 끼기 시작하더니, 심장 부근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하은을 살리기 위해 시작한 대공명 접촉이, 도리어 블레이드의 심장마저 얼려버리는 최악의 역류 현상을 일으키고 있었다.

“가주님!”

문밖에서 지켜보던 마샤가 비명을 질렀다. 블레이드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하게 질려갔고, 그의 숨소리마저 거칠어졌다. 이대로 가다간 하은은 물론이고, 북부의 절대 강자인 블레이드마저 심장이 얼어붙어 동사할 위기였다.

하지만 블레이드는 하은을 안은 팔에 더욱 힘을 주며 이를 악물었다. 그의 눈가에 서리가 맺혔으나, 결코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놓지 않는다…… 절대로.”

그의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지막 불꽃과 하은의 몸을 지배한 절대적인 동결 마력이 거칠게 충돌하며, 방 안의 모든 사물들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하은의 가슴속에 숨겨져 있던 푸른 심장 핵석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금이 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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