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새벽 다섯 시

새벽 다섯 시, 온점의 카운터 위에 두 잔의 커피가 놓여 있다.

도현은 시계를 본다. 정시를 가리키고 있다. 어제 밤 명주가 손을 멈췄을 때 시침은 정확히 숫자 위에 있었다. 그가 다시 5분 느리게 맞춰놓은 지 정확히 하루다.

서하는 여전히 오지 않았다.

도현은 커피를 다시 내린다. 같은 원두, 같은 양, 같은 온도. 손가락이 저절로 기억한다. 7년 만에 돌아온 것이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잔을 받아들지 않아도, 말을 끝내지 않아도, 여기 있는 것만으로.

새벽 5시 23분. 문이 열린다.

서하가 들어온다. 어제와 같은 검은색 코트, 어제와 같은 조심스러운 발걸음. 다만 손이 다르다. 어제는 주머니 속에 있던 손이 오늘은 보인다.

"아침이야."

"응."

도현은 이미 따뜻한 잔을 건넨다. 손이 닿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어제의 화끈거림을 반복하고 싶지도, 피하고 싶지도 않은 마음이 손가락을 떨리게 한다.

서하가 잔을 받는다.

온도가 전해진다. 하지만 도현은 눈을 감지 않는다. 능력에 몸을 맡기는 대신, 서하의 손을 본다. 언제 놓을지, 언제 마실지, 그 모든 움직임을 관찰한다. 타인의 감정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읽으려고.

"매일 올 거예요?"

서하가 묻는다. 커피를 입술에만 대고 마시지 않은 채.

도현은 대답한다.

"응."

"약속이야?"

"약속이다."

서하는 잔을 내려놓지 않는다. 손가락이 잔의 곡선을 따라 천천히 움직인다. 마치 읽으려는 듯. 도현도 같은 방식으로 움직인다. 누군가의 온도를 읽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있는 온도를 느끼려고.

시간이 흐른다.

새벽 5시 46분. 첫 손님이 들어온다. 소은이다.

그녀는 어제와 달리 웃음이 있다. 작지만 분명한 웃음. 도현은 그 웃음에서 뭔가 읽으려다 멈춘다. 능력 같은 건 필요 없다. 얼굴이 말해주고 있다.

"언니한테 말했어요."

소은이 카운터에 앉는다. 서하는 창가 자리로 물러난다. 자연스럽게, 마치 처음부터 정해진 자리처럼.

"뭐라고 말했어?"

"감사했다고. 내가 힘들 때 옆에 있어줘서. 그리고..."

소은의 목이 먹먹해진다. 하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미안했다고. 더 자주 찾아가지 못해서."

도현은 새로운 잔을 내린다. 가장 뜨거운 온도로. 소은의 손이 그것을 감싼다.

"직접 말했어? 언니한테?"

"네. 처음이었어요. 엄마 생각도 나고... 언니 얼굴도 처음 봤어요. 그 표정."

소은의 목소리가 작아진다.

"뭐라고 했어?"

"울었어. 그리고 안아줬어."

소은의 손이 잔을 더 세게 쥔다. 도현의 능력이 울린다. 하지만 지금 읽히는 것은 '삼킨 말'이 아니다. 직접 전해진 말이 남긴 온도다. 소은의 언니가 받은 말, 그리고 그 말이 돌아온 따뜻함. 안아주는 팔의 온도. 울음 속의 온도.

도현은 처음 안다. 읽는 것과 듣는 것의 차이를.

"맛있어?"

"응. 맛있어."

소은은 계속 잔을 든 채 있다. 내려놓지 않는다. 마시지도 않는다. 다만 그 온도를 느낀다. 언니의 팔처럼.

시간이 더 흐른다.

새벽 6시 14분. 문이 다시 열린다.

이한이다. 건물주 이한. 그가 카페에 온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첫 번째는 철거 통지, 두 번째는 한 달 기한의 확인. 세 번째는.

명주가 나온다. 도현도 따라간다.

"한 달 뒤라고 했잖아."

이한의 목소리는 담담하다. 마치 날씨를 말하는 것처럼.

"일정이 앞당겨졌다. 2주 뒤. 정확히 14일 뒤에 철거한다."

도현의 호흡이 멈춘다.

"뭐?"

"2주다. 공사가 일찍 시작된다고 했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한은 카운터로 간다. 도현을 보지 않은 채. 마치 도현이 공기인 것처럼.

"커피 한 잔."

도현은 움직이지 않는다.

명주가 대신 움직인다. 따뜻한 잔을 내린다. 이한이 그것을 받는다.

도현은 그 손을 본다. 손가락은 잔을 쥐고 있지만, 마치 만지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거리가 있다. 온도의 거리가.

도현은 한 발 다가간다.

"저 잔..."

그는 이한의 손에서 나오는 온도를 읽으려고 한다. 능력을 쓴다. 7년을 써온 그 감각을.

아무것도 읽히지 않는다.

완전한 공백이다. 한 문장도, 반 문장도 아니다. 단어 하나도 없다. 그저 차가움. 손끝이 전해주는 것은 따뜻한 커피의 온도가 아니라, 그것이 무엇인지 느낄 수 없는 손가락의 둔함이다.

도현의 손이 떨린다.

이한의 눈이 도현을 만난다. 처음으로.

"너도 곧 이렇게 된다. 타인의 온도만 읽다 보면, 결국 자신의 손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나처럼."

이한은 커피를 마신다. 마시는 척한다. 입술에만 닿게. 진짜 맛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을 것이다.

"2주 뒤. 늦지 말아라."

이한은 가는 길에 서하를 지난다. 서하는 여전히 잔을 들고 있다. 도현의 온도를 담은 잔을.

도현은 그 잔을 본다. 그리고 깨닫는다. 자신이 이한처럼 될 수 있다는 것을. 읽기만 하고 말하지 않으면, 결국 자신의 입도 말을 잃는다. 타인의 감정에만 귀 기울이다 보면, 자신의 감정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진다.

도현은 움직인다. 카운터를 떠난다.

명주가 그를 보지만 말리지 않는다.

도현은 소은 옆에 앉는다. 소은은 놀라지 않는다. 마치 이것도 예상했던 것처럼.

"고마워. 너의 언니에게. 그리고 너에게도."

소은의 눈이 맺힌다.

"왜 갑자기..."

"말은 식기 전에 하는 거야. 너처럼."

도현은 소은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읽지 않는 손으로. 그냥 있는 손으로.

새벽 6시 47분. 창밖으로 첫 햇빛이 들어온다. 철거 표지판이 그 빛에 비친다.

서하가 도현에게 간다. 서하는 도현의 손을 잡는다. 잔을 내려놓고. 손가락이 도현의 손가락 사이를 파고든다. 부드럽지만 분명하게. 마치 자신의 온도를 전하려는 듯.

도현은 그 손의 온도를 읽지 않는다. 대신 느낀다. 손끝에서 시작되어 손목을 타고 팔뚝을 올라오는 온기. 그것이 자신의 몸 어디까지 닿는지를 느낀다. 가슴까지. 목까지. 입술까지.

"당신은 언제까지 여기 있을 거예요?"

도현은 대답하지 않는다. 대신 서하의 손을 본다. 따뜻한 손. 그리고 그 손이 자신의 손을 덮는 느낌을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2주."

도현이 말한다.

"그 다음은?"

서하가 묻는다.

도현은 여전히 대답하지 못한다. 하지만 손은 놓지 않는다. 서하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려놓는다. 겹겹이.

명주가 뒤에서 말한다.

"그건 2주 뒤에 정해도 늦지 않아."

새벽 7시, 온점의 문이 닫힌다. 오늘 문을 닫은 것은 아침 일찍 손님들을 모두 배웅하고 준비를 하기 위해서다. 남은 시간은 14일. 도현은 휴대폰을 켠다.

이한의 메시지가 와 있다.

"철거 일정 확정. 14일 뒤 오전 9시 정확."

도현은 메시지를 읽고 다시 읽는다. 14일. 정확히 14일이다. 한 달이 아니라 반 달.

서하가 옆에서 본다.

"뭐예요?"

"일주일이 더 줄었어."

"그럼..."

서하는 말을 잇지 못한다.

도현은 휴대폰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시계를 본다. 정시를 가리키고 있는 시계. 어제 명주가 정시로 맞춰놓은 시계.

도현은 그 시계를 다시 5분 뒤로 돌린다.

"왜 또..."

명주가 묻는다.

"아직 온기가 도착할 시간이 필요해서."

도현은 답한다.

서하가 웃는다.

새벽 7시 23분, 온점의 문이 다시 열린다. 14일 동안 매일 문을 열 것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원두로, 같은 손으로.

도현은 새 잔을 내린다.

그리고 서하의 손이 그것을 받는다.

온도가 전해진다. 하지만 이제 도현은 그것을 읽지 않는다. 단지 느낀다. 함께 있음의 온도를.

서하의 손이 따뜻하다.

도현은 그 온도를 읽지 않기로 결심했다. 읽는 순간, 그것은 문장이 되고, 문장이 되는 순간 자신의 손은 다시 식어간다. 그래서 느낀다. 그냥 느낀다. 손가락 끝에서 전해지는 것이 무엇인지 이름 붙이지 않으면서.

14일.

그 숫자가 자꾸 떠올랐다. 한 달이라고 생각했던 시간이 반으로 줄어든 것. 명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카운터를 닦는 속도가 빨라졌다. 소은은 새벽 다섯 시 반에 나타나 언니의 사진을 들고 있었고, 그 사진 속 여자의 얼굴은 도현이 온도로 읽었던 "고마워, 내 동생"이라는 문장과 정확히 일치했다. 재원은 여전히 커피를 마시러 왔지만, 이제 서하를 볼 때 손이 떨리지 않았다. 대신 다른 것을 잃었다. 도현은 그것을 읽었다. 재원의 컵에서 흐릿하게 남겨진 것은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건 없을까"라는 문장이었다.

첫째 날부터 넷째 날까지, 온점의 시간은 이상하게 빨리 흘렀다.

아침 햇빛이 일찍 들어오는 시간대가 자꾸 바뀌었다. 도현은 그것을 시계 탓이라고 생각했다. 5분 느린 시계는 그 5분 동안 사람들을 붙잡았다. 온점에서 나가려던 손님이 한 모금 더 마시고, 떠나려던 발이 한 걸음 더 머물렀다. 그 5분 안에 누군가는 옆사람과 눈을 마주쳤고, 누군가는 자신의 컵 속 얼굴을 보았다.

서하는 매일 같은 시간에 왔다. 새벽 다섯 시 정확히. 아니, 정확히는 도현이 5분 뒤로 맞춘 시계상 다섯 시. 실제로는 4시 55분. 그녀는 그 차이를 눈치챘을 것이다. 하지만 묻지 않았다.

"오늘도 같은 거?"

서하가 물었다. 다섯째 날 새벽, 창밖의 하늘이 보라색에서 회색으로 바뀌는 시간대에.

"응. 너 입맛에 맞춘 거."

도현이 대답했다.

서하는 웃었다. 그 웃음의 온도를 도현은 읽지 않았다. 대신 컵을 건넸다. 그리고 손이 닿는 순간, 무언가 흐르는 것을 느꼈다. 말이 아니라 온도. 온도가 아니라 함께 있음.

"14일이 빨리 지날 것 같아."

여섯째 날 새벽, 서하가 말했다.

도현은 잔을 데웠다.

"당신은 언제까지 여기 있을 거예요?"

도현의 손이 멈췄다. 그것은 질문이었다. 그리고 질문은 답을 기다렸다. 도현은 이전이라면 이 순간을 미뤘을 것이다. 컵이 식을 때까지. 하지만 이제 서하의 손이 테이블 위에 있었다. 손가락이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모르겠어."

도현이 말했다.

"당신은 어디로 갈 거예요?"

"모르겠어."

"저를 데려가 줄 건가요?"

도현은 서하를 봤다. 여섯째 날의 서하. 손가락이 떨리는 서하. 그리고 깨달았다. 자신이 읽어야 할 것은 온도가 아니라, 이 순간이라는 것을.

"응."

도현이 말했다.

"어디든?"

"어디든."

서하의 손이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일곱째 날, 명주가 도현을 불렀다.

"너 이한이 뭐라고 했어?"

"2주 뒤라고."

"그 전에 더 할 말 없어?"

도현은 명주를 봤다. 명주의 얼굴은 이전과 달랐다. 더 이상 "너는 남 잔만 데운다"고 지적할 필요가 없어졌으니까. 도현은 이제 자신의 잔도 데우고 있었다. 서하와 함께.

"아직 없어."

도현이 대답했다.

명주는 웃었다.

"그게 답이구나."

여덟째 날부터 열째 날까지, 온점은 손님들로 조금 더 붐볐다. 소문인지 우연인지, 철거 전 마지막 카페라는 것을 알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도현의 컵을 받으면서 작은 말들을 남겼다.

"따뜻하네요."

"고마워요."

"다시 오고 싶어요."

도현은 그들의 말을 읽지 않았다. 그들의 입에서 직접 흘러나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읽는 것과 듣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읽는 것은 과거였고, 듣는 것은 현재였다.

열한째 날, 도현의 휴대폰에 재원의 메시지가 왔다.

"고마워. 여기서 일하면서 많이 배웠어. 특히 말은 식기 전에 해야 한다는 거."

도현은 그 메시지를 읽고, 서하를 봤다. 서하는 새벽 빛 속에서 자신의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입가에 미소가 있었다. 그것을 읽을 필요가 없었다. 그냥 보이니까.

열두째 날, 새벽 다섯 시 5분 전.

도현은 시계를 확인했다. 5분 느린 시계. 그 5분 동안 사람들은 떠나지 않는다. 그 5분 동안 손은 따뜻함을 느낀다. 그 5분 동안 말이 입 안에서 식지 않는다.

서하가 옆에 서 있었다.

"시계 또 확인했어요?"

"응."

도현은 서하의 손을 잡았다.

"아직 당신이 도착할 시간이 필요해서."

서하의 눈이 젖었다. 하지만 울음이 아니었다. 웃음이었다. 아주 작은, 아주 따뜻한 웃음.

열세째 날, 이한이 다시 나타났다.

이번엔 컵을 들지 않았다. 손에는 철거 관련 서류가 들려 있었다. 명주의 얼굴이 굳었다. 하지만 도현은 담담했다. 남은 시간은 1일. 24시간. 1440분.

그리고 그 1440분이 모두 필요했다.

"내일 아침 9시. 정확히."

이한이 말했다.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이한은 도현을 지나가며 멈췄다. 그리고 말했다.

"그 다음은?"

도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한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읽고 또 읽고, 손가락 끝의 온도를 잃고, 결국 감정을 모두 버린 자의 미래 말이다.

하지만 도현은 생각했다.

이한은 타인의 온도를 읽지 않는다. 그래서 이한의 손은 차갑다. 도현은 타인의 온도를 읽지만, 서하의 손을 잡으면서 자신의 손도 따뜻하다. 그것이 다르다.

이한이 가고, 온점의 문이 닫혔다. 마지막 밤을 위해.

열네째 날, 새벽 다섯 시.

도현은 마지막 커피를 내렸다. 가장 진하게 볶은 원두. 가장 따뜻한 온도로.

서하가 그것을 받았다.

"이제 뭘 할 거예요?"

"모르겠어."

"저 때문에?"

"아니. 너 때문이 아니라... 함께 가기 위해."

서하의 손이 도현의 손 위에 놓였다.

"그럼 나도 모르는 길을 함께 가는 거네요."

"응."

새벽 다섯 시 35분. 아직 5분이 남아 있었다. 시계상으로는 5시 40분. 그 5분 동안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느꼈다. 손끝에서 전해지는 온도. 그것이 무엇인지 이름 붙이지 않으면서.

새벽 여섯 시, 온점의 문이 열렸다. 마지막으로.

창밖의 철거 표지판이 아침 바람에 흔들렸다.

도현의 휴대폰이 울렸다.

이한의 메시지였다.

"내일 아침 9시. 정확히. 여기 있지 말아라."

도현은 그 메시지를 읽고, 서하를 봤다. 서하의 얼굴이 창백했다.

"우리는 어디로 가요?"

서하가 물었다.

도현은 한 발 나아갔다. 서하의 손을 다시 잡았다. 이번엔 더 강하게. 읽으려는 손이 아니라, 함께 가려는 손으로.

"어디든 함께 있으면 된다. 그게 전부야."

도현이 말했다.

"정말요?"

"응. 아직 5분이 남아 있어."

도현은 시계를 가리켰다. 5분 느린 시계. 그 5분 동안 모든 것이 결정되지 않는다. 그 5분 동안 두 사람은 아직 움직일 수 있다.

서하는 도현의 손을 잡은 채 일어섰다.

"지금 가요?"

"응. 지금."

두 사람은 카운터를 떠났다. 명주는 그들을 지켜봤다. 눈빛만으로 말했다. 가.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아.

새벽 여섯 시 5분, 온점의 문이 닫혔다.

두 잔의 커피는 카운터에 남겨졌다. 천천히 식어가고 있었다. 한 잔은 도현의 것. 한 잔은 서하의 것. 그 사이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졌다가, 이제는 텅 비어 있었다.

명주는 그 두 잔을 본다. 손을 움직이지 않는다. 아직 따뜻할 때는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창밖의 하늘이 점점 밝아온다. 새벽에서 아침으로 넘어가는 시간. 철거 표지판이 햇빛에 반짝인다.

내일 아침 9시. 정확히.

하지만 그 시간에 도현은 여기 없을 것이다. 서하도 없을 것이다. 두 사람은 이미 떠났다. 5분 느린 시계가 가져다준 그 5분 동안.

명주는 시계를 본다. 여전히 5분 느리게 가고 있다. 도현이 마지막으로 맞춘 시계.

누군가는 또 올 것이다. 새벽 다섯 시에. 아직 온기가 도착할 시간이 필요한 누군가.

명주는 새 잔을 준비한다. 가장 따뜻한 온도로. 그리고 그 잔이 누구의 손에 닿을지, 어떤 말이 담길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것도 괜찮다. 읽는 것과 듣는 것의 차이를 이제 안다. 타인의 온도를 읽는 것보다, 함께 있는 온도를 느끼는 것이 더 따뜻하다는 것을.

경찰 사이렌이 멀리서 들려온다. 이미 도시의 다른 곳에서 도현을 찾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는 조용하다. 온점은 이미 역사가 되었다. 내일 아침 9시, 정확히 철거될 것이다.

명주는 새 잔을 들고 문 앞에 선다. 아직 손님은 오지 않았지만, 그 5분 느린 시계는 계속 간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은 항상 이렇게 길다. 하지만 그것도 괜찮다.

따뜻할 때 마셔요, 어차피 식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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