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보스의 거대한 대가리가 바닥을 구른다.
*콰르릉!*
먼지바람이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강령사의 숲 공터. 방금 전까지 우글거리던 몬스터들은 흔적도 없이 증발했다.
당신의 손끝에서 잔잔하게 흔들리는 푸른 가짜 마력.
"겨우 이 정도인가."
C급 던전의 주인을 단 일격에 참수해 버린 압도적인 힘. 하지만 감상에 젖을 시간은 없다. 등 뒤에서 소름 끼치도록 차가운 살기가 목덜미를 스치기 때문이다.
*스스스스—*
그림자가 길게 늘어난다. 빛마저 집어삼키는 칠흑 같은 어둠이 발밑에서부터 차올라 사방을 에워싼다. 대기를 짓누르는 이 무지막지한 중압감.
S급.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규격 외의 마력이다.
"F급 등록증을 들고 이 정도 날뛰다니, 사기꾼치고는 제법이네?"
서늘한 목소리가 고막을 찌른다. 공간을 찢고 나타난 은발의 여성. 국내 최강의 헌터 중 한 명이자, '사신(死神)'이라 불리는 S급 강희수다. 그녀의 손에 들린 거대한 사신의 낫이 은빛 궤적을 그리며 회전한다.
*쉬이익!*
*콰직!*
단 0.1초의 틈도 없었다. 그녀가 휘두른 낫의 서슬 퍼런 칼날이 당신의 심장 바로 앞 1센티미터 지점에 멈춰 선다. 스치기만 해도 영혼까지 베어버릴 것 같은 무자비한 예기가 뺨을 때린다.
"움직이지 마. 구멍 나기 싫으면."
강희수의 붉은 눈동자가 오만하게 빛난다. 그녀는 이미 당신의 정체를 의심하고 있다. 방금 일격사를 확인하고 날아온 것이 분명하다. F급의 가짜 마력으로는 속일 수 없는, 최강자 특유의 본능적인 육감이다.
하지만 당신은 전혀 쫄지 않는다. 오히려 입꼬리가 스르륵 올라간다.
'S급이라고 해서 특별히 대단할 줄 알았는데.'
그녀의 마력 흐름이, 당신의 각성한 '신화급' 눈에는 아주 훤히 보이기 때문이다. 약점, 마력의 낭비, 다음 움직임까지 전부 다.
"S급 사신께서 이 누추한 곳까진 어쩐 일이십니까?"
여유로운 당신의 말투에 강희수의 미간이 좁아진다.
"가면 벗어, 쥐새끼. 진짜 실력을 숨긴 이유가 뭐지? 흑룡 길드 놈들이 사라진 것도 네 짓이잖아."
낫의 날끝이 심장을 콕 찌른다. 얇은 옷자락이 찢어지며 붉은 핏방울이 맺힌다.
일촉즉발의 상황. 상대는 세계 초일류의 S급 사냥꾼. 서서히 당신의 마력이 심장 속에서 요동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