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사흘 뒤, 주말 대항전이 열린 청명고등학교 인조잔디 구장.

태오는 주전 유니폼 대신 땀때가 찌든 형광색 조끼를 걸치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터치라인 밖으로 굴러 나간 공들을 담는 그물망이 쥐여 있었다. 주전 명단 제외를 넘어, 아예 경기장에 발도 붙이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최길환 감독의 악의적인 보복이었다.

"거기 멍하니 서 있지 말고 공이나 똑바로 주워 와!"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선 최길환이 벤치 뒤편에 서 있는 태오를 향해 깩깩 소리를 질렀다. 그의 목소리에는 사적인 감정이 가득 실려 있었다.

태오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흙바닥에 떨어진 5호 규격구를 주워 망에 넣었을 뿐이다. 시선은 이미 그라운드 안에서 요동치는 22명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쫓고 있었다.

비열한 배제 속에서도 태오의 머릿속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전생에서 무릎이 박살 나며 얻은 유일한 교훈은, 감정에 휘둘리는 자가 가장 먼저 파멸한다는 사실이었다.

'어디 마음대로 해보시지.'

태오의 눈동자 위로 푸르스름한 반투명 스크린이 떠올랐다.

[강골의 장부(Ledger of Steel Bones) 활성화] [사용자: 강태오] [현재 무릎 부하율: LH 12%, RH 15% (안정)] [실시간 필드 분석 모드 가동 중...]

눈앞의 그라운드가 단순한 잔디밭이 아닌, 수많은 수치와 선으로 이루어진 데이터의 입체 격자판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 청명고의 상대는 선 굵은 롱볼 축구와 거친 압박을 구사하는 강성고등학교였다. 최길환은 박성민을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배치한 4-2-3-1 포메이션을 들고나왔다. 박성민을 돋보이게 만들기 위해 중원의 기동력을 포기하고, 그에게 모든 빌드업의 전권을 쥐여준 형태였다.

그러나 경기가 시작된 지 불과 15분 만에 최길환의 얄팍한 전술은 밑천을 드러냈다.

"성민아! 내려와서 받아줘야지! 패스 길 열어!"

최길환이 목을 놓아 외쳤지만, 박성민은 상대의 거친 수비형 미드필더 두 명에게 완전히 지워져 있었다. 압박이 강하게 들어오자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하프라인 아래로 내려올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팍!

강성고의 센터백이 전방으로 길게 질러준 공이 청명고의 포백 수비라인 뒷공간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라인 올려! 오프사이드 트랩 써!"

부심의 깃발은 올라가지 않았다. 청명고의 플랫백 포백 라인은 일자 유지를 하지 못하고 우왕좌왕 찢어졌다. 상대 스트라이커가 수비진의 균열을 놓치지 않고 페널티 박스 안으로 쇄도했다.

퍽!

강성고의 선제골이었다. 청명고 골키퍼가 몸을 날렸으나, 골대 구석을 찌르는 정교한 슈팅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전반 18분, 스코어 0대 1.

"뭐 하는 거야! 수비 집중 안 해?!"

최길환이 애꿎은 수비수들에게 물병을 집어 던지며 화풀이를 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수비수들이 아니었다. 3선 미드필더와 포백 라인 사이의 간격을 뜻하는 '하프스페이스'가 태평양처럼 벌어져 있었다. 박성민이 수비 가담을 전혀 하지 않고 전방에 수수방관하듯 서 있는 탓에, 남은 미드필더들이 두 배의 면적을 커버해야 하는 과부하 상태에 빠진 것이다.

그리고 그 독박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인물이 있었다.

태오의 시선이 청명고의 홀딩 미드필더, 한준우에게 멈췄다.

[경고: 대상 '한준우'의 신체 부하 급증] [오른쪽 무릎 관절 피로도: 78%] [오른쪽 무릎 외측 측부인대 및 전방십자인대 위험도: 84% (적색 점멸)]

준우의 오른쪽 무릎 주변이 핏빛으로 붉게 물든 채 격렬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전생에서 준우가 전방십자인대 파열이라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축구를 그만두어야 했던 바로 그 시점, 그 경기였다.

준우는 이미 한계를 넘은 상태였다. 성실하고 우직한 성격 탓에, 박성민이 비워둔 거대한 공간을 메우려 무리한 슬라이딩 태클과 방향 전환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10분도 버티지 못하고 무릎이 뒤틀려 파열될 것이 자명했다.

"준우야! 무리하게 덤비지 마! 뒤로 물러서면서 지연시켜!"

태오가 터치라인 근처에서 공을 줍는 척하며 나지막이 소리쳤다.

그러나 경기장의 소음에 묻혀 태오의 외침은 준우에게 닿지 않았다. 준우의 이마에는 송글송글한 식은땀이 맺혀 있었고, 달릴 때마다 디딤발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전반 24분. 강성고가 다시 한번 청명고의 벌어진 중원을 공략하며 빠른 트랜지션(공수 전환) 역습을 전개했다.

"성민이 네가 막았어야지!"

최길환이 소리를 질렀지만, 박성민은 이미 역습 템포를 놓치고 뒤에서 터덜터덜 걸어오고 있었다. 결국 또다시 한준우가 독박을 써야 하는 상황이었다.

상대 미드필더가 빠른 바디 페인팅으로 준우의 왼쪽을 파고들었다. 준우가 이를 저지하기 위해 급격하게 오른발을 디디며 상체를 틀었다.

아차 하는 순간, 준우의 오른발 축이 인조잔디에 꽉 물리며 무릎이 안쪽으로 꺾였다.

'지금이다.'

태오의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그대로 두면 인대가 끊어지는 파열음이 운동장에 울려 퍼질 터였다.

[시스템 메시지: 거래 조건 충족] [아군 대상 '한준우'의 관절 과부하를 감지했습니다.] [대환 거래를 개방합니까?]

'대환한다. 전량 인출.'

태오가 마음속으로 외침과 동시에, 장부가 무서운 속도로 회계 처리를 시작했다.

[거래 실행.] [한준우의 오른쪽 무릎 부하율 85%를 강제 인출합니다.] [인출된 부하 자산: 8,500 폰드] [경고: 가용 신경망 한계를 초과하는 과도한 에너지 유입. 대환 목적지를 즉시 설정하십시오. 미설정 시 사용자의 무릎으로 피드백됩니다.]

머릿속이 깨질 듯한 두통과 함께 관자놀이의 혈관이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랐다. 전생의 부상 트라우마가 뇌리를 스쳤지만, 태오는 이 고통을 다스리는 법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이 막대한 부하를 온전한 물리적 파괴력으로 치환해야 했다.

'치환 대상: 본인의 킥력(Kicking Power). 대환 비율 100%.'

[대환 완료.] [사용자의 '슈팅 파워' 스탯이 15분간 30% 강제 버프됩니다.] [현재 슈팅 파워: 99+ (초월 상태)] [한준우의 무릎 부하율이 15%로 안정화되었습니다.]

순간, 경기장 한가운데서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려던 한준우가 멈칫했다.

분명 무릎이 꺾이며 가해졌던 끔찍한 압박감이, 거짓말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준우는 자신의 오른쪽 다리를 내려다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분명히 뚝 하는 느낌과 함께 극심한 통증이 밀려와야 마땅한 각도였음에도, 무릎은 아무런 이상 없이 멀쩡했다.

"어...?"

준우가 얼떨떨한 얼굴로 제자리에서 가볍게 뛰어보았다. 통증은커녕 오히려 다리가 깃털처럼 가벼웠다.

하지만 청명고의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준우가 멈칫한 사이, 강성고의 공격수가 흘러나온 공을 그대로 밀어 넣으며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찌익!

전광판의 숫자가 0대 2로 바뀌었다.

"이 바보 같은 놈들아! 수비 안 해?!"

최길환이 벤치 지붕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광분했다.

관중석 분위기도 험악해졌다. 오늘 경기장에는 대학 카르텔의 핵심 브로커들과 프로 구단 스카우터들이 몇몇 참석해 있었다. 박성민을 에이스로 포장해 대학 기득권의 황태자로 밀어 올리려던 최길환의 계획이 첫 판부터 완전히 박살 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박성민은 상대의 거친 압박에 질려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며 동료들에게 소리만 질러댔다.

"패스를 이딴 식으로 주면 내가 어떻게 해! 똑바로 좀 차라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관중석의 스카우터들이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수첩을 덮었다. 최길환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이대로 경기가 참패로 끝나면 박성민의 가치는 물론이고, 본인의 프로 감독 영전 가도에도 치명적인 오점이 남을 터였다.

최길환의 다급한 시선이 운동장 구석에서 묵묵히 공을 줍고 있는 태오에게 닿았다.

어제 자체 청백전에서 보여준 태오의 압도적인 조율 능력과 패스 감각. 미치도록 얄밉고 밟아버리고 싶은 놈이었지만, 당장 이 치욕적인 패배를 막기 위해서는 그 천재성이 절실했다.

최길환이 마른침을 삼키며 태오를 매섭게 불렀다.

"강태오!"

태오가 공이 담긴 그물망을 내려놓으며 최길환을 응시했다.

"너, 당장 준비해. 전반 끝나기 전에 들어간다."

최길환이 이빨을 빠드득 갈며 지시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자존심이 구겨진 자의 비열함이 묻어났다.

"대신 튀는 짓 하지 마라. 들어가서 무조건 성민이한테 공 배급해. 성민이가 살아야 팀이 사는 거야. 알겠어?"

태오는 대답 대신 유니폼 상의를 벗어 던졌다. 신치료 대환 버프로 인해 전신, 특히 오른발 끝에서 터질 듯한 에너지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성민이를 살리라고?'

태오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그 잘난 황태자 놈이 얼마나 무능한지, 전 국민 앞에서 증명해 주지.'

그가 터치라인을 밟았다.

[전반 32분, 청명고등학교 선수 교체] [OUT: 20번 김대진] [IN: 10번 강태오]

태오가 그라운드로 걸어 들어오자, 박성민이 다가와 이마의 땀을 훔치며 으름장을 놓았다.

"야, 감독님 말 들었지? 쓸데없이 템포 끊지 말고 나한테 다이렉트로 찔러라. 내 발밑에 정확하게 안 갖다 대면 죽을 줄 알아."

태오는 박성민을 투명인간 취급하며 지나쳤다.

중원에 서자, 무릎을 만지작거리던 한준우가 다가와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태오야, 미안하다. 내가 중원을 더 버텼어야 했는데..."

"아니, 잘 버텼어. 이제부터는 내가 통제한다. 너는 내 뒤에서 세컨볼만 따내."

태오의 어조는 단호했고, 그 눈빛에는 범접할 수 없는 지배자의 아우라가 서려 있었다. 준우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전 무릎이 멀쩡해진 기적 같은 현상이 태오의 등장과 묘하게 겹쳐 느껴졌기 때문이다.

삑-!

주심의 휘슬이 울리며 경기가 재개되었다.

강성고의 미드필더진이 새로 투입된 태오를 얕잡아보고 즉각 거친 전방 압박을 가해왔다. 두 명의 선수가 태오의 양옆을 좁혀오며 거칠게 몸싸움을 걸었다.

하지만 태오의 시야는 이미 그들의 무게중심과 이동 경로를 밀리초 단위로 계산하고 있었다.

스윽.

태오는 가벼운 턴 동작 하나로 상대의 거친 압박을 흘려보냈다. 마치 빙판 위를 미끄러지는 듯한 극상의 민첩성이었다.

"어, 어?"

상대 미드필더가 허탈하게 허공을 가르며 잔디에 미끄러졌다.

태오가 공을 지켜내자, 박성민이 수비수 뒤 공간에서 손을 흔들며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여기야! 여기 주라고!"

박성민의 위치는 상대 수비수 세 명에게 완전히 둘러싸인 막다른 골목이었다. 전형적인 무지성 패스 요구였다. 만약 전생의 태오였다면 동료를 믿지 못해 억지로 전진 드리블을 시도했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는 철저한 계산하에 가장 효율적인 루트를 설계했다.

태오는 박성민에게 패스하는 척 시선을 주며 상체를 꺾었다. 상대 수비진의 무게중심이 일제히 박성민 쪽으로 쏠리는 찰나.

쿵!

태오가 디딤발을 강하게 딛고 공을 횡으로 툭 쳤다. 하프라인을 조금 넘어선 지점, 골대로부터 무려 35미터나 떨어진 먼 거리였다.

상대 수비진은 물론이고 최길환 감독조차 전혀 예상하지 못한 선택이었다. 강성고의 골키퍼는 슈팅을 경계하지 않고 골문에서 서너 걸음 앞으로 나와 있었다.

'장부 대환 버프 기동.'

태오의 오른발이 채찍처럼 휘어지며 공의 하단을 정확히 타격했다.

콰앙-!

인조잔디 구장 전체가 울릴 정도로 거대한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태오의 발끝을 떠난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낙하하는 일반적인 궤적이 아니었다. 그것은 중력을 거스르는 것처럼, 지면과 거의 수평을 유지한 채 맹렬한 회전을 그리며 날아가는 한 자루의 레이저 빔과 같았다.

"뭐, 뭐야?!"

강성고 골키퍼가 비명을 지르며 황급히 뒤로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공은 시속 120킬로미터가 넘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골대 오른쪽 상단 구석을 향해 일직선으로 꽂혀 들어갔다.

퍼어억-!

마치 그물이 찢어질 듯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다. 골망을 흔든 공이 바닥에 튕기기도 전에, 경기장 전체에 숨 막히는 침묵이 내려앉았다.

관중석의 스카우터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들의 손에 쥐여 있던 펜이 툭 떨어졌다.

"미친..."

누군가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35미터 거리에서 시도한 궤적 없는 무회전 레이저 중거리 슈팅. 고교 수준에서는 결코 나올 수 없는, 아니 프로 성인 무대에서도 보기 힘든 경이로운 수준의 파괴력이었다.

전반 35분, 스코어 1대 2.

태오가 투입된 지 단 3분 만에 만들어낸 만회 골이었다.

태오는 세레머니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굳은 표정으로 골대 안의 공을 주워 하프라인으로 걸어갈 뿐이었다. 그의 시선은 벤치에서 입을 벌린 채 굳어버린 최길환 감독, 그리고 질투와 경악으로 얼굴이 일그러진 박성민을 차갑게 관통했다.

"겨우 한 골 가지고 폼 잡기는..."

박성민이 이빨을 갈며 중얼거렸지만, 그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경기는 태오의 압도적인 중원 지배하에 완전히 청명고의 페이스로 넘어갔다. 태오의 정교한 키패스와 넓은 시야는 강성고의 수비진을 갈가리 찢어놓았고, 결국 후반 막판 동점골까지 만들어내며 경기는 2대 2 무승부로 끝이 났다.

비록 승리는 아니었지만, 오늘 경기장을 찾은 모든 이들의 뇌리에는 단 한 명의 이름만이 각인되었다.

강태오.

경기가 끝난 후, 락커룸으로 향하는 통로 뒷편.

어두컴컴한 복도에서 태오의 앞을 박성민이 가로막아 섰다. 박성민의 눈은 충혈되어 있었고, 온몸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오늘 대학 카르텔 브로커들 앞에서 자신이 아닌 태오가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한 것에 대한 극도의 분노였다.

"강태오, 너 오늘 일부러 내 패스 길 차단하고 혼자 돋보이려고 지랄했지?"

박성민이 태오의 덜미를 잡을 듯이 다가왔다.

태오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네가 무능해서 공간을 못 만든 걸 왜 나한테 탓하지?"

"뭐라고? 이 새끼가 진짜..."

박성민이 주먹을 꽉 쥐며 부들부들 떨었다. 이내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흔들었다.

"너 다음 달에 있을 청소년 대표팀 유스 상비군 발탁 경쟁 있는 거 알지? 우리 삼촌이 협회 전무야. 내가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네 이름 석 자는 영원히 국가대표 명단에서 지워져."

태오의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았다. 협회 카르텔의 전형적인 협박 패턴이었다.

박성민이 태오의 가슴팍을 검지손가락으로 콕콕 찌르며 낮게 읊조렸다.

"억울하면 실력으로 증명해 봐. 당장 오늘 밤, 아무도 없는 개인 훈련장에서 나랑 1대1 돌파 지옥 매치 벌여. 네가 날 단 한 번이라도 제치거나 내 수비를 막아내면 대표팀 건은 신경 꺼주지. 하지만 거절하거나 지면..."

박성민의 눈빛에 잔인한 독기가 서렸다.

"그 아가리 닥치고 당장 축구부 탈퇴해라. 한국 축구계에서 네 매장시키는 건 일도 아니니까."

태오의 귓가에 시스템의 서늘한 기계음이 울려 퍼졌다.

[돌발 퀘스트 발생: 황태자의 몰락] [조건: 박성민과의 1대1 대결에서 완전한 승리를 거두십시오.] [보상: 장부 한도 확장 및 스탯 영구 치환권] [실패 시 패널티: 협회 카르텔의 조직적 방해로 인한 국내 리그 출장 정지 징계 요구]

태오는 박성민의 비열한 얼굴을 응시했다. 무릎의 통증은 없었다. 오직 심장 밑바닥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차가운 투지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좋다."

태오의 입술이 열렸다.

"오늘 밤, 네가 가진 그 얄팍한 기득권이 얼마나 무력한지 똑똑히 보여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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