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1592년) 4월, 남해의 푸른 바다는 침입자들의 검은 돛으로 뒤덮인다. 고니시 유키나가가 이끄는 왜군의 선봉 제1진이 부산포 앞바다를 가득 메우며 다가오는 광경은, 일찍이 조선이 겪어보지 못한 사상 최대의 대란이다. 그러나 지금 부산진의 보루 위에서 성난 파도처럼 밀려오는 왜선을 내려다보는 당신의 눈빛에는 두려움 대신 차가운 투지와 공학적인 계산만이 번뜩이고 있다.
조정의 완고한 반대론자들과 부왕 선조의 의심을 피해 가며 당신이 이룩해 낸 철과 화약의 결실이 드디어 전쟁의 신 시험대 위에 오를 순간이다. 성벽을 메운 수천 명의 병사들은 과거의 오합지졸이 아니다. 엄격한 연대 체제 아래 제식 훈련을 마친 신식 군대는 규격화된 회색 군복을 입고, 어깨에는 정밀하게 깎인 내강의 나선형 강선이 파인 수발식 강선총을 견착하고 있다. 가죽 주머니 속 정밀 주조된 납탄과 화약 통이 병사들의 동요 없는 몸짓을 따라 달각거린다.
그 배후에서는 검붉은 석탄 연기와 함께 거대한 쇠붙이들이 숨을 몰아쉬며 웅웅거린다. 당신이 야금술의 한계를 쥐어짜며 완성해 낸 초기형 고압 주철 보일러와 피스톤 실린더들이다. 비록 현대의 것에 비하면 육중하고 둔 투박한 기계에 불과하나, 석탄을 태워 얻은 압도적인 증기압은 조선의 국방력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무거운 포신을 유압 크랭크로 신속하게 회전시키는 해안 방어 포대와, 연발 화포를 탑재하고 증기 기관의 힘으로 험지를 돌파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신형 장갑 수레들이 거친 기계음을 토해내며 전선 바로 뒤에 포진해 있다.
조선군의 조용한 정적에 당황한 왜군 선봉대는 이내 조총을 치켜들고 조롱 섞인 함성을 지르며 백병전을 시도하려 돌격하기 시작한다. 바다에서는 적선들이 해안선에 접안하기 위해 닻을 내리고, 육지에서는 칼을 빼 든 왜군의 대열이 성벽을 향해 개미 떼처럼 밀려든다. 역사적 비극이었던 부산진 전투는 이제 완전히 새로운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각 분대, 사격 준비! 증기압 게이지 적정선 유지!"
장교들의 절도 있는 호각 소리와 함께 화약과 석탄이 타들어 가는 냄새가 매캐한 갯바람을 타고 코끝을 찌른다. 이미 적의 선두는 왜군 조총의 유효 사거리를 아득히 능가하는, 그러나 강선총의 정밀 사격 영역인 이백 보 안으로 발을 들이밀고 있다. 적들은 기세 좋게 두 갈래로 나뉘어 대규모 우회 기동과 정면 돌파를 동시에 지도하려 든다.
화력의 우위를 극대화해 적을 완전히 지워버릴 기회다. 당신은 장수가 쥐는 지휘도 대신 가죽 장갑을 꽉 쥐며, 눈앞의 적들을 섬멸할 연산의 결과를 도출한다.